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
회귀해서 건물주-69화(69/740)
“못 믿으시겠죠? 두고 보세요.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
“…….”
박희철의 표정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당연하다.
세상천지에 그 누구도 현성의 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알고 있다. 이 땅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전생에선 이미 초대형 식당으로 대박이 났던 그 장소임을 말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거야 차차 만들면 된다. 전생에서야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이젠 다르다.
그 가능성이 엄라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데 못할 게 뭐 있겠는가 말이다.
현성의 표정을 살피던 박희철이 또다시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받게.”“이건 또 뭡니까?”
“여기에 자네를 데리고 온 진짜 목적일세.”
“진짜 목적이요?”
딱 봐도 돈이다.
역시 현성의 예상이 맞았다. 조금 전 예지몽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냐고 물었을 때 이미 감이 왔었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했는데, 박희철은 현금을 내밀었다.
그 의미가 뭘까?
그때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 풀어 봐도 되겠는가?”
“보나 마나 빤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얼마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제가 볼 땐 크기로 봐서는 만 원짜리일 테고, 부피로 봐서는 대충 세 장은 돼 보입니다만.”
“귀신이 따로 없군.”
박희철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도대체 저 나이에 저런 행동이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하긴, 이 친구 앞에서 상식을 논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미 구천에서 떠돌 운명이 이렇게 이 자리에 앉아서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용처(用處)가 어떻게 됩니까?”
“투자일세.”
“투자요?”
“그렇다네. 이번에 자네가 계약할 그 상가에 대해 투자하는 걸세.”
‘어?’
이건 아닌데…….
투자라 함은 단순하게 돈을 빌려주는 개념이 아니라 수익에 대한 일정부분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껏 해봐야 12평 남짓이다. 거기다 투자를 한다?
아무리 돈 귀신이라 해도 이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는 얘긴데…….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투자 조건은요?”
“없네.”
“……?”
“단, 그 예지몽이라는 꿈을 한 번 더 확인시켜 주게.”
한 번 더 꿈을 확인시켜 달라?
그 말은 곧,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아직도 믿지 못 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믿지 못 하는데 투자를 또 하시겠다?
그렇다면 이번 투자는 최악의 경우 미련 없이 그냥 버리겠다는 얘기다.
버린다?
아니지, 그 반대로 대박이 난다면…….
그땐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대박이 문제가 아니다. 박희철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얻게 되는 것이다.
투자하는데 있어 미래의 불안 요소가 없어진다면, 이건 진짜 땅 짚고 헤엄치는 거나 다를 게 없다.
지금 박희철이 원하는 것은 예지몽의 확신이다. 즉, 미래에 대한 확신. 그다음에 제대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역시, 돈에 대해서만큼은 집요할 정도로 무서운 인간이다.
이게 바로 타고난 감각이란 건가.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대단하시네요.”
“그 말은 지금 이미 나의 의도를 다 파악했다는 말인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하지만 내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되니, 그 부분은 나로선 오히려 편하게 됐네.”
“그쪽으론 타고 나셨군요.”
“허허…, 이 사람아, 놀리지 말게. 내가 볼 땐 자네도 만만치 않네.”
쩝.
할 말 없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장사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놈이 다른 사람 말할 게 뭐 있겠나 싶었다.
그때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쩔 텐가? 이번 투자를 받을 의향이 있는가?”
“음…….”
이 돈이면 제대로 가게를 꾸밀뿐더러 몇 달 동안 운영자금도 충분하다. 더군다나 자신으로선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 조건이다.
막말로 최악의 경우에도 부담이 안 된다.
게다가 수익을 분배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받죠. 그 투자라는 거 받아보겠습니다.”
“자신 있다 이건가?”
“자신이야 일단 두고 보면 알 것이고, 지금 저로서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지 않겠습니까? 베푸시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요놈 봐라.’
박희철은 속으로 웃었다.
현성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그의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 설사 가게가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담이 없다. 갚아야 할 빚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박이 나더라도 수익을 나눠 달라는 것도 아니다.
현성의 입장에선 무조건 받는 게 맞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말하는 태도다.
뭐라 말하기는 뭐하지만 왠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이 바뀐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런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목마른 건 자신이니까.
박희철이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박희철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현성으로선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 또한 박희철의 몫이었다.
“하하…, 좋고말고.”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만약 제가 말입니다, 그 꿈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드린다면 그땐 어쩌실 계획이십니까?”
박희철의 그릇을 확인하고 싶었다.
돈에 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도 예민한 그다. 보통 이 정도 검증이 된 상태라면 단 얼마라도 들고 와서 투자처를 알려달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희철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운명까지도 바꿔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돈에 대해서만큼은 그만큼 철두철미하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삼백만 원을 들고 왔다. 단지, 한 번 더 확인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수익을 원하지도 않는 단다.
결코, 삼백만 원은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 돈을 검증하는데 한 번의 비용으로 쓰겠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느 정도의 투자금액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현성이 질문하는 이유다.
그때,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어쩌긴, 빤한 거 아닌가?”
“그 말씀은…….”
“혹시 말일세, 기회는 새와 같다는 말을 아는가?”
가진 자의 여유라 이건가.
갑자기 말을 돌리는 박희철이다.
하지만 현성은 저 말의 의미를 알고 있다.
피식.
현성은 살짝 웃었다.
박희철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현성이 전생에 책방을 운영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책방을 운영했다고 해서 모든 책을 다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정도쯤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독일 작가 ‘실러’가 한 말 아닙니까? 새도 날아가기 전에 빨리 잡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기회도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
“허허, 나야 누가 말한 것까지야 모르네만, 그것을 말한 사람이 독일 사람이라는 건가?”
“네, 그 유명한 <빌헬름 텔>을 쓴 작가가 한 말입니다. 괴테하고도 아주 친했던 사람이고요.”
“…….”
박희철은 아무 말 없이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이건 무슨 양파도 아니고 알면 알수록 신기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현성이 그런 박희철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요?”
“어? 아……, 그래. 내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래서긴 뭐가 그래 선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그 말씀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네. 모든 걸 다 걸 걸세. 남들은 이걸 ‘올인’이라고 하더군.”
그런 거였다.
박희철이 왜 삼백만 원까지 들고 와서 한 번 더 현성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건 박희철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그만큼 더 신중했던 것이다.
현성은 턱을 쓸었다.
생각이 깊어질 때면 나오는 그의 버릇이다.
전생에선 원수나 마찬가지였던 박희철이다. 그런 그가 이제 현성 자신의 디딤돌이 되려 하고 있다.
물론 박희철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함이었겠지만, 그 과실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당연히 공생이 되는 것이고, 일정 부분은 현성의 몫이 되는 것이다.
물론 박희철이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닐 것이라는 거다.
‘투자처?’
미리 살아봤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거 찾는 거야 문제도 아닐 것이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이렇게 되면 이번에 라면 가게를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확실해지는 것이다.
건물주!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만약 내가 제대로 투자를 한다면, 자네는 어쩔 텐가?”
고민하면 그게 바보다.
미래를 알고 있는데 투자를 하겠단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하지만, 이 세상이라는 게 칼자루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위치가 많이 바뀐다. 그리고 살아보니 그게 또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박희철이 누구인가?
아무리 지금은 순한 양인 척 살고 있지만, 언제 어느 때 다시 돌변할지 그건 모른다.
돈이라는 게 그렇다.
언제든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고삐를 바짝 좨야하는 이유다.
“글쎄요……, 조건이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당장 급할 건 없다.
현재로선 라면 가게가 우선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현성의 편인 셈이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급한 사람이 그만큼 양보하게 돼있는 것이다.
박희철이 살짝 입을 열었다.
“조건이라…….”
“천천히 서로 서운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봅시다?”
박희철은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그리곤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막잔 드시고 가자고요. 그리고 이 돈으로 라면 가게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허허, 그리만 해주게. 그다음은 내가 나서겠네.”
역시 아직은 조심해야 하는 인간이 맞다.
돈 얘기가 나오자 박희철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허파에 바람이 이미 잔뜩 들어간 모습이었다.
이럴 땐 바람을 살짝 빼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나서서 뭐하시게요?”
“어? 그거야…….”
“저도 꿈에서 안 보이면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릴 때까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아, 알았네.”
재주만 부리는 곰만은 절대 사양인 현성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잘만 하면 왕서방을 길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잔을 다시 내밀었다.
“자 드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