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0)
회귀해서 건물주-691화(69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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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현성이 떠나고 혼자 남은 마상구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직원인 오지혜가 바로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이제 우리는 끝이야.”
“네? 끝이요?”
오지혜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마상구를 바라봤다. 그러자 마상구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이 자식이 우리는 안 된다는 거야.”
“비디오 가게 사장 말인가요?”
“그래, 그 녀석이 글쎄…….”
마상구는 조금 전에 현성과 나눴던 얘기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오지혜가 바로 다시 물었다.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어요? 시장경제에서 경쟁에서 밀리면 끝인 거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한테 그 책임을 묻는 게 어디 있어요?”
“상도덕.”
“네? 상도덕이요?”
“그래, 그 녀석의 말은 우리가, 아니 체인점이 최소한의 상도덕도 안 지킨다는 거야. 그래서 그 대가로 우리는 이 동네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거야.”
마지막에 현성이 한 말이다.
그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였다. 기본적인 상도덕도 안 지킨 파리바게또 체인점은 이 동네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분양권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이제 이 동네의 결정권자는 현성이니 말이다.
오지혜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얼어 죽을 상도덕이요? 그런 거 다 지키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란 말인가요?”
“내 말이. 그런데 그 자식은 그게 중요하다는 거야. 그러면서 그것을 안 지켰으니 이 동네를 떠나라는 거야.”
“그래서요?”
“나도 미치겠는데 억울한 건 방법이 없다는 거야. 오 실장도 알다시피 이 건물도 이미 그 자식한테 넘어갔거든.”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냥 이대로 진짜 끝인 건가요?”
“방법이 없어. 이미 계약기간도 이번 달로 마지막이고 말이야. 남들은 보상이라도 받았는데 우리는 보상도 하나도 못 받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냥 여기서 나가야 하는 거야.”
마상구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더 열 받는 건 우리한테는 분양권도 안 준다는 거야. 아니, 분양권 받을 자격조차 없다고 하더군.”
“그 자식이요?”
“그래,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런 얘기를 듣고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거야. 어차피 모근 결정권은 그 자식한테 있으니 말이야. 이제 이 동네는 그 자식이 법이거든.”
“그럼 이제 우리는 진짜 이대로 끝인 건가요?”
“…….”
마상구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끝’이라는 대답만큼은 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진짜 모든 게 끝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이 동네에 들어올 때만 해도 꿈은 야심찼었다.
1년 안에 길 건너편에 있는 빵집은 없어질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건 자신의 큰 착각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없어질 가게는 길 건너 빵집이 아니라 마상구 자신이라는 것이다.
현성의 말처럼 처음부터 상도덕을 지켜 바로 앞에만 가게를 차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모습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혜의 말이 이어졌다.
“사장님, 그럼 저는 이제 어떡해요?”
“오 실장, 지금 내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와? 나는 2년 동안 완전히 알거지가 됐고 이제는 이 동네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거야 사장님이 처음부터 선택하신…….”
“뭐가 어째?”
마상구는 오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오지혜 또한 이에 질세라 마상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님, 왜 저한테 소리를 지르세요? 지금 저한테 화풀이하시는 거예요?”
“시끄러우니까 닥쳐.”
“네? 뭐라고요?”
“그만 해! 그렇지 않아도 지금 미칠 지경이니까!”
마상구의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지혜는 당당하게 마상구를 노려보듯 바라봤다. 그러자 마상구가 그런 그녀를 향해 바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사장님이야말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저한테 소리를 지르고 왜 저한테 말을 막 하시는 거예욧!”
오지혜의 목소리 또한 날카로워졌다.
“뭐야? 이제 마지막이라고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야?”
“사장님이야말로 오늘 왜 이러십니까? 저는 저 나름대로 속이 상해서 한 말인데 왜 저한테 화풀이를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도 솔직히 그동안 많이 참았는데……”
“야! 오지혜!”
마상구는 오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야’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가만히 있을 오지혜가 아니었다.
“지금 저보고 ‘야’라고 했어요?”
“그래, ‘야’라고 했다. 그래서 어쩔 거야?”
“사장님!”
“소리 지르지 마. 어디서 감히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
오지혜는 말 대신 그를 노려봤다.
바로 그때였다.
휙!
오지혜를 향해 뭔가 날아왔다.
퍽!
오지혜를 향해 날아온 건 빵이었다. 지금 마상구는 오지혜를 향해 빵을 던진 것이다. 그게 하필 오지혜의 머리에 맞은 것이고.
“사장님!”
“이년이 어디서 감히 사람을 노려 봐! 어? 너 나한테 죽어볼래? 그렇지 않아도 이 동네에서 알거지로 쫓겨날 판이라 돌아버리겠는데 어디서 거지 같은 년이 감히 사람을 노려보고 지랄이야!”
“말 다했어요?”
“그래, 다 했다. 이제 어쩔 거야?”
“좋아요. 사장님이 정 그런 식으로 막 나오신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흥!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마상구는 가소롭다는 듯 오지혜를 바라봤다. 그러자 오지혜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저는 오늘까지만 일하겠습니다. 그러니 알아서 통장으로 월급과 퇴직금 넣어 주세요. 그리고 지금까지 2년 동안 매주 토요일에 두 시간씩 더 일한 것도 정산해서 넣어주시고요. 만약 단 일 원이라도 틀리면 각오하세요. 그땐 바로 노동청에 신고할 테니까!”
“뭐? 신고?”
“네, 그동안은 사장님 사정 봐주느라 연장 근무 수당도 안 받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2년 동안 토요일에 연장 근무한 거 일 원 한 장 빼먹지 말고 입금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실 겁니다.”
오지혜는 그 말을 끝으로 카운터를 나와 가게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마상구가 소리를 질렀다.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야가 뭡니까? 야가! 제 나이 올해로 서른둘입니다. 아무리 막판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세요. 네? 사장님!”
쾅!
오지혜는 그 말을 끝으로 가게 문을 세게 닫으며 나갔다.
“야! 야! 오 실장! 야, 오지혜!”
마상구는 아무리 소리를 질렀지만,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
마상구와 얘기를 끝내고 사무실로 향하던 현성은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사무실과 10분 거리에 있는 꽃집이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가끔 가다 보니 꽃 가게 주인 또한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오늘은 무슨 꽃으로 드릴까요?”
“혹시 카라 포토로 된 거 있어요?”
“네, 이쪽에 있어요.”
현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꽃 가게 사장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카라 꽃이 한 박스에 담겨있었다.
카라는 다른 꽃보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 양이 많지는 않았다.
“어? 카라 꽃이 오늘은 하얀색이네요?”
“네, 오늘 새벽에 양재동에서 가져왔어요. 근데 다른 꽃보다 비싸서 많이는 가져오지 못하고 한 박스만 가져왔어요.”
잠시 카라를 바라보던 현성은 손으로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다 주세요.”
“이걸 다요?”
“네, 너무 예뻐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그냥 박스채로 다 가져갈게요.”
윤지수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카라였다. 오죽했으면 결혼식 때도 카라꽃으로 부케를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카라를 많이 사 주지를 못했었다. 아무래도 꽃값이 부담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사 줄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이거 지금 바로 분갈이되죠?”
“네, 물론이죠. 빈 화분은 이쪽에 있어요. 여기서 고르시면 지금 바로 분갈이해드릴게요.”
현성은 화분을 골랐다. 현성이 고른 건 원형으로 된 흰색 화분이었다.
흰색 화분에 흰색 카라 꽃, 생각만으로도 환상적이었다.
윤지수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현성의 입가에는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계산부터 먼저 할게요. 분갈이까지 다 해서 얼마죠?”
“음, 35만 원인데 30만 원만 주세요. 오늘 개시 손님이라 5만 원 빼드릴게요.”
“그건 아니죠. 그냥 다 받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우리도 이렇게 한 번에 물건이 빠지면 제일 기분이 좋아요. 괜찮으니까 30만 원만 주세요.”
“음, 그럼 계산은 35만 원하시고 대신에 장미 꽃다발 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윤지수는 카라도 좋아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미꽃도 좋아한다. 그래서 현성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현성의 말이 떨어지자 꽃집 사장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아무래도 추가로 장미꽃을 파는 격이니 그녀의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아진 탓일 것이다.
“그렇게 하실래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아내가 카라도 좋아하지만 장미꽃도 참 좋아하거든요.”
“사모님은 좋으시겠어요. 아침부터 꽃을 받으시고.”
“네, 아마 무지 좋아할 겁니다. 그럼 분갈이 부탁할게요. 저는 주차장에 가서 차를 끌고 올 테니까요.”
“네, 다녀오세요.”
현성은 계산을 한 후 꽃 가게를 나와 비디오 가게 주차장으로 향했다.
한 시간 후.
현성의 지프 트렁크에는 커다란 카라 화분이 5개 실렸고 조수석에는 장미 꽃다발이 실렸다.
운전석에 올라탄 현성은 꽃집 사장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아니에요, 제가 고맙지요. 오늘은 개시가 좋아서 장사 잘될 거 같네요.”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현성은 꽃집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현성은 화분을 3층까지 옮긴 후 마지막으로 조수석에서 장미 꽃다발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딩동!
현성은 벨을 눌렀다. 그냥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벨을 눌렀다. 아내 윤지수한테 꽃을 바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누구세요?”
“지수 씨, 접니다.”
“어? 현성 씨?”
윤지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바로 그때였다.
“짠!”
현성이 양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런 그 앞에는 커다란 카라 화분이 놓여있었다.
“어? 현성 씨, 이게 다 뭐예요?”
“선물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카라 꽃입니다.”
“어머! 하얀 카라 꽃이네요. 이거 엄청 귀한 건데…… 너무 예뻐요!”
윤지수는 카라 화분을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
“짠!”
현성이 이번엔 숨겨뒀던 장미 꽃다발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어머! 장미까지!”
장미 꽃다발을 받아 든 윤지수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락!
“현성 씨! 고마워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뭐하고 있었어요?”
“청소하고 있었어요.”
“청소는 제가 퇴근하고 와서 해도 되는데…….”
“아니에요, 병원에서도 적당히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무리만 하지 않으면 돼요. 그나저나 무슨 일이래요?”
윤지수가 현성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미안해요. 당신이 꽃을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요즘 너무 뜸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 괜찮아요. 핑계가 아니라 사실 바쁘잖아요. 오늘도 건축업자 만난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요즘 제가 너무 소홀했어요. 앞으로는 좀 더…….”
현성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덮쳐왔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 하지 말이요.”
윤지수가 입술을 떼며 말을 이었다.
“현성 씨만큼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저는 지금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가끔은 꿈을 꾸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행여나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알았죠?”
“네, 알았어요. 고마워요, 부족한 저를 항상 이해해 줘서.”
“고마운 걸로 따지면 제가 훨씬 더 고맙지요. 제가 아무래도 전생에서 나라를 구했나 봐요.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아참, 출근 늦었죠? 어서 빨리 가 보세요.”
“잠깐만요.”
현성은 화분들을 거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럼 저는 진짜 출근합니다.”
“네, 그래요. 그리고 꽃 너무 고마워요. 오늘은 꽃만 봐도 배가 부를 거 같아요. 자, 어서 가요. 늦었어요.”
“튼튼아, 이번엔 아빠 진짜 출근할게.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
“네~ 아빠~ 오늘도 수고하세요~ 아빠 사랑해요~~!”
윤지수가 아기 흉내를 내며 활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그녀를 한 번 더 안아준 다음 집을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 그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