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1)
회귀해서 건물주-692화(69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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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그날 오후.
현성은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조감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조감도에는 2년 후 완성될 주상복합 건물 7개 동과 공원 4개가 조화롭게 그려져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역시 공원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공원이 들어서니 마치 숲 속에 건물이 들어선 듯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도심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떠십니까?”
건축업자인 윤태호가 조감도를 바라보고 있는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네요. 아주 훌륭합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해서 더욱 마음에 듭니다.”
“역시 사장님의 판단이 옳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 아까운 공간에 건물 대신 왜 공원을 조성하는지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감도를 완성하고 나니 그 이유를 이제야 확실히 알 거 같습니다. 역시 공원이 도심 속에 있으니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는 거 같습니다.”
윤태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현성으로부터 건물 사이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 땅이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이유는 공원 대신 그 부지에 건물을 올릴 경우 수천억 원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조감도를 완성하고 나니 오히려 전체적인 가치는 더 올라간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가치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20년 후 그 효과는 더욱 빛이 날 겁니다.”
“네, 인정합니다. 그때쯤이면 공원의 나무들이 커서 지금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숲을 형성할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볼수록 대단한 거 같습니다.”
현성은 윤태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게 바로 그거였다.
도심 속에서도 숲의 정취를 느끼는 것.
그리고 최종 목적은 그곳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조감도를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이곳이 어딥니까?”
직원인 이상혁이 다가와 조감도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우리 동네.”
“네? 이곳이 진짜 우리 동네가 맞습니까?”
“그래, 앞으로 2년 후에는 우리 동네가 이렇게 변할 거야. 네가 보기엔 어때?”
“완전히 다른 동네 같습니다. 특히, 이 공원들은 마치 산을 옮겨놓은 거 같습니다.”
이상혁이 조감도에 있는 공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물었다.
“이게 다 사장님께서 계획하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옆에 있던 윤태호가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여기 사장님께서 하신 겁니다.”
“와!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이상혁이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은 후 말했다.
“네가 보기에도 괜찮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곱니다. 도심 속에서 이런 곳이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참, 커피 준비됐는데 드릴까요?”
“응, 그래. 나는 늘 먹던 걸로 주고, 여기 사장님은 믹스로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이상혁이 커피를 준비하러 가자 현성이 윤태호를 향해 말했다.
“사장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현성과 윤태호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자 두 사람 앞으로 이상혁이 커피를 내려놓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현성이 윤태호를 향해 말했다.
“앞으로 공사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여기 준비를 해왔습니다.”
윤태호가 현성 앞으로 서류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현성은 바로 내용물을 확인했다. 서류봉투 안에는 앞으로 공사일정에 관해 상세히 적은 내용이 보고서 형식으로 들어 있었다.
샤락!
현성은 보고서를 넘기며 내용을 확인했다.
마지막 장까지 내용을 확인한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2001년 7월 15일이 완공 날짜군요?”
“그날이 바로 공사를 시작한 지 딱 2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단은 그날로 완공 날짜를 잡았습니다.”
“일단이요? 그 말씀은…….”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윤태호는 조금 전 ‘일단’이란 단서를 달았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처음 그를 만나던 날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었다.
그런 바로 예정된 공사 일정에서 하루를 앞당길 때마다 10억씩 그의 개인 계좌로 입금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10억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이 날 것이다.
윤태호는 아마도 지금 그 이유 때문에 ‘일단’이란 단서를 얘기했을 것이다.
윤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그 예상이 맞습니다. 하루에 10억씩 벌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그때 저한테 하신 그 말씀이 농담은 아니시겠지요?”
“그거야 물론입니다. 그래서 목표가 얼마입니까?”
“너도 덜도 말고 딱 300억만 벌어볼 생각입니다.”
“결국은 공사 일정을 한 달 앞당기겠다는 얘기군요. 저야 바라던 바입니다. 하하…….”
현성은 기분 좋게 큰 소리로 웃었다.
하루에 10억,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그렇게라도 해서 공사 일정을 앞당기기만 한다면 그게 더 이득이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성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공사는 2년 안에만 공사를 마쳐도 대성공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이 공사가 보통 공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거기서 공사일정을 더 앞당긴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그 정도 금액은 얼마든지 더 지불할 마음이 있는 것이다.
윤태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네? 뭐를 말입니까?”
“사실, 이 정도 공사는 아무리 빨라도 2년 반은 걸리는 공사라는 거 말입니다.”
“아, 그런가요?”
정확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다. 그럼에도 2년을 고집했던 이유는 공사라는 건 누가 어떤 식으로 공사를 하느냐에 따라 그 일정이 상당기간 단축될 수 있다는 걸 전생의 경험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장님께서 공사기간을 2년으로 말씀하실 때 솔직히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왜 결심을 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솔직히 2년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최대한 서두르고 싶은 마음에 일단 2년으로 고집을 부렸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윤태호가 오케이를 했었고. 물론, 그가 왜 그 상황에서 오케이를 했는지 그거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현금 때문입니다. 사장님께서 공사비 일체를 현금으로 지급하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저도 그런 결정을 했던 겁니다.”
“결국은 현금의 힘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 바닥에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현금이거든요. 그런데 그 무기를 사장님께서는 가지고 계셨던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불가능했을 겁니다.”
윤태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공사는 철저히 도급제로 진행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기간 내에 도저히 공사를 마칠 수가 없습니다.”
“그 도급제라는 게 도급 공사를 말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도급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이득이라 공사를 맡은 사람들도 무섭게 일을 하거든요.”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도급으로 공사를 따면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끝낼수록 그들한테는 더 많은 수익금이 돌아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그건 바로 안전성이다.
서두르는 만큼 위험 요소는 증가할 테니 말이다.
“혹시 안전상에 문제는 없겠습니까? 너무 서두르다 보면 그만큼 위험 요소가 늘어날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 부분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무사고로 공사를 하는 이유도 안전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현성은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공사를 빨리 끝낸다고 하더라도 안전사고가 난다면 서두르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이다.
무사고로 최단 기단에 공사를 끝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은 없을 것이다.
윤태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거요?”
“네, 바로 분양가입니다. 분양가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사장님의 수익이 좌우될 테니 말입니다.”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또한 장사다.
조금 다르다면 장사를 하는 그 품목이 단지 아파트와 상가라는 것일 뿐, 그 원리는 똑같다.
원가에 어느 정도의 수익금을 붙여 팔 것이냐.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래서 분양가가 나왔습니까?”
“네, 사장님께서 최소한의 수익금만 가져가시겠다고 해서 뽑은 분양가입니다.”
윤태호는 분양가를 산정하면서도 황당했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수많은 공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열이면 열,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현성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최대의 수익이 아닌 최소한의 수익을 요구했었다.
“얼마로 나왔습니까?”
“일단 아파트의 경우는 평당 8천5백 나왔습니다.”
“8천5백이요?”
“네, 사실은 다른 시공사 같으면 이 정도 아파트면 기본 1억은 받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잠깐만요.”
현성은 윤태호의 말을 끊으며 바로 물었다.
“다른 아파트는 어느 정도입니까?”
“여기는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원가 자체가 다른 데보다 30%가 더 들어가거든요.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죄송하지만 부탁드릴게요. 같은 평수에 다른 아파트는 분양가는 어떻게 됩니까?”
“음…….”
윤태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사장님께서 원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데는 천만 원 적은 7천5백입니다.”
“…….”
현성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조용히 윤태호를 불렀다.
“사장님!”
“네, 사장님.”
“동일한 금액으로 합시다.”
“네? 그게 무슨…….”
윤태호는 황당 그 자체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원가는 다른 곳보다 30%나 더 들어갔는데 분양가를 동일하게 하겠다는 게.
“진심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조건이면 기본 평당 1억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최소의 수익만 말씀을 하시기에 8천5백으로 조정을 했는데 거기서 천만 원을 더 뺀다는 말입니까?”
“제가 마을 사람들과 처음부터 약속을 했거든요.”
“약속이요?”
윤태호는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가 말한 ‘약속’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네, 제가 덜 먹겠다고 말입니다. 어차피 저는 집 장사꾼이 아닌 만큼 제가 가져가는 수익금을 덜 가져가겠다고 말입니다. 그 대신 그 수익금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했거든요. 저는 그 약속을 지킬 겁니다.”
“…….”
윤태호는 마을 사람들과 그 수익금을 나누겠다는 현성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사장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음…… 네, 알겠습니다.”
“상가도 마찬가지로 다른 곳과 같은 금액으로 맞춰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윤태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겠는가. 본인 당사자가 그렇게 하겠다니 따를 수밖에.
하지만 그런 현성이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휴우!”
현성과 헤어지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올라탄 윤태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현성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윤태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회장님, 접니다.”
윤태호가 전화를 건 사람은 농씸의 전임 회장인 신춘오였다.
-어이, 윤 사장, 잘 지냈는가?
“네, 회장님. 회장님도 잘 계시죠?”
-나야 공기 좋은 이곳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네만, 그나저나 이 시간에 어쩐 일인가?
“도대체 김현성 사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윤태호는 갑갑한 마음에 다짜고짜 현성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하지만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으니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김 사장을 얘기하는 겐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게 그러니까…….”
윤태호는 현성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윤태호를 불렀다.
-윤 사장.
“네, 회장님.”
-김 사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게. 그 친구는 이해가 안 되는 친구야.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그냥 외워.
“네? 외우라고요?”
-그래,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그냥 외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때가 있거든. 나나 윤 사장이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 친구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걸세. 그러니 그냥 외우게. 하하…….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피식.
전화를 끊은 윤태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현성의 행동이 이해는 안 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왠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차 시동을 걸며 중얼거렸다.
“마을 사람들과 수익금을 나눈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