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2)
회귀해서 건물주-693화(693/740)
회귀해서 건물주
며칠 후.
두두두두! 쾅쾅!
현성과 건축업자인 윤태호는 건물을 부수고 있는 현장에 서 있었다.
드디어 오늘부터 상가 건물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그 첫 번째로 기존의 건물들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성이 윤태호를 향해 물었다.
“해체작업은 어느 정도나 걸리겠습니까?”
“지금 예상으로는 1개월 잡고 있습니다.”
현성은 ‘1개월’이라는 말에 윤태호를 놀란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이유는 그가 말한 날짜가 현성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았기 때문이다.
“1개월 만에 이 많은 건물들을 다 해체한다는 얘깁니까? 저는 최소한 3개월은 걸릴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건물 개수만 해도 자그마치 70개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최소한 그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을 했던 것이다.
“보통은 그 정도 걸리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요?”
“제가 며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도급제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물론 그랬지요.”
현성도 분명히 들었던 얘기다. 그는 분명히 모든 공사를 도급제로 진행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가능한 겁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포클레인만 20대가 투입되었습니다. 물론 포클레인은 해체 업체에서 고용한 거고요. 보통은 이렇게 많이 투입을 안 하거든요.”
“그 말씀은?”
“해체 업체로서도 빨리 끝낼수록 이득이다 보니 최대한 투입 가능한 모든 장비를 투입한 겁니다. 이래서 도급제가 무섭다는 겁니다. 포클레인 기사들 또한 도급으로 이 일을 맡았을 테고요.”
윤태호가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두고 보십시오. 저 많은 포클레인들이 오늘 하루 종일 조금도 쉬지 않고 풀로 가동될 겁니다.”
“결국은 그 기사들도 시간이 돈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거죠?”
“물론이죠. 그 사람들 또한 해체 작업이 빨리 끝나면 끝날수록 자기들한테 이득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현성은 사방에서 건물 해체를 하고 있는 포클레인을 바라봤다.
아닌 게 아니라 윤태호의 말처럼 그들은 조금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보통 현장에서 보는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말입니다, 한 달이 되기도 전에 해체 작업이 끝날 수도 있을 겁니다.”
“설마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에 윤태호도 분명히 일반적으로는 3개월 정도 걸리는 공사라고 했다. 그나마 도급제로 공사를 하기에 1개월 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거기서 1개월이 되기도 전에 공사를 끝낼 수도 있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후후,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말입니다.”
윤태호의 모습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게 거짓이 아니라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걸 그날 저녁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퇴근 시간은 일반적으로 저녁 6시다. 그런데 6시가 됐는데도 그 누구도 퇴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국 두 시간을 더 일한 후, 저녁 8시에 퇴근했다.
한여름이다 보니 해가 길어 그 시간까지 일을 했던 것이다. 다른 현장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떻습니까? 아까 제가 한 말이 빈말은 아닌 거 같죠?”
윤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현성한테 말했다.
그는 이미 처음부터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었던 듯했다.
그가 처음부터 도급제를 언급한 이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돈이 무섭군요.”
“저 사람들은 오늘 최소한 평상시보다 세 배는 더 일을 했을 겁니다. 당연히 벌어가는 돈도 그만큼 많을 테고요. 이게 바로 도급제의 위력입니다.”
“네, 이제야 사장님이 왜 도급제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현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봤던 건물들이 상당 부분 해체되어 있었다.
이런 식이라면 윤태호가 말했듯이 한 달도 안 돼서 건물 해체작업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현성한테는 좋은 일이니 말이다.
현성은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꺼내 윤태호한테 내밀었다.
“이걸로 오늘 수고한 저 사람들 고기나 먹이십시오.”
“허허, 고맙습니다. 역시 사장님은 다른 분들과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시군요. 다른 건축 업주들은 이런 거 짤 없거든요. 하긴 오죽하면 신 회장님께서 이해하지 말고 외우라고 했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외우다니요?”
“그런 게 있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윤태호는 웃으며 현성의 곁을 떠나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윤태호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온 현성.
“사장님 오셨습니까?”
현성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현성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8시가 넘었는데 아직 퇴근 안 했어?”
이상혁 같은 경우엔 저녁 6시가 퇴근 시간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아직 그가 사무실에 남아있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이상혁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헤헤, 그게…….”
이상혁은 무슨 일인지 웃음을 보일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웃기만 하고 말을 못 하는 거야?”
“오늘 제가 사장님께 저녁을 살까 해서 말입니다.”
“저녁?”
현성은 ‘저녁’이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그가 저녁을 산다는 건 무슨 특별한 일이 있다는 얘긴데 그 특별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얼핏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오늘 네 생일이야?”
“아닙니다.”
“어? 그것도 아니야? 그럼 뭐야? 무슨 일인데 나한테 저녁을 사겠다는 거야?”
“그냥이요.”
“그냥?”
“네, 그냥 사장님께 너무 고마워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이상혁이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케이! 그렇다면 당연히 먹어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상혁이가 저녁을 사겠다는데. 잠깐만, 내가 정리할 것만 정리하고 바로 나가자.”
현성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던 현성의 눈에 뭔가 들어왔다. 그건 바로 이상혁의 책상 위에 펼쳐진 공무원 수험서였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공부하고 있었어?”
“헤헤, 네.”
이상혁은 쑥스러운 듯 대답을 하며 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공부는 잘돼?”
“이런 말씀드리기 좀 이상하지만, 저는 사무실에서 공부할 때가 제일 잘됩니다.”
“그게 진짜야?”
현성으로선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퇴근하고 집에서 공부를 하면 집중도 잘되고 능률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네, 저도 사실은 그게 이상합니다. 당연히 집에서 공부가 더 잘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무실에서 공부를 할 때가 집중이 더 잘되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여기 사무실이 체질인가 봅니다.”
“그렇단 말이지…….”
현성은 책상을 정리하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
잠시 후.
생각을 끝낸 현성은 고개를 들어 이상혁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상혁아, 혹시 이사할 생각 있어?”
“이사요? 어디로 말입니까?”
“그건 묻지 말고. 그냥 네가 지금 그곳에서 이사를 할 수 있냐고 묻는 거야. 네가 저번에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곳에서 이사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말이야.”
지난번 배수펌프가 고장이 나 침수됐을 때 이사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었다.
그때 그는 월세가 싼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도 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에 그곳을 떠날 수 없다고 했었다.
현성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 그게…….”
이상혁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왜, 아직도 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에 그곳을 못 떠날 거 같아?”
“그게…….”
이상혁은 이번에도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어렵게 대답했다.
“…… 지금은 반반입니다.”
“반반?”
현성의 눈빛이 반짝였다.
반반이라는 얘기는 처음과는 달리 그로서도 어느 정도 이사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네, 저도 처음엔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말씀을 드렸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바뀌었다고? 어떻게?”
현성은 자신의 책상 정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여유만 된다면 지하에서 나오고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돌아가신 할머니도 어쩌면 그걸 바라실 거 같기도 하고요. 하나밖에 없는 손주가 냄새나는 지하에서 사는 걸 바라지는 않을 거 같거든요.”
“상혁아, 일단 나가자. 그다음 얘기는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자.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거 같다.”
그렇게 말하는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사실은 지난번에 그의 방이 침수됐을 때 이사를 권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에 그곳을 떠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더 이상은 이사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번에야 말로 이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것이다.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
“사장님, 여기 말고 고깃집으로 가도 되는데요?”
이상혁이 식당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조금 전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이상혁이 말했었다.
오늘은 고깃집으로 가서 소고기를 먹자고 말이다. 아무래도 그로서는 오늘 작정을 한 듯했다.
하지만 그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현성으로선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 부대찌개 집이었다.
“아니야, 내가 오늘은 부대찌개를 먹고 싶어서 그래.”
“괜히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진짜 오늘은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니까. 소고기는 우리 다음에 먹자.”
“…… 네, 사장님.”
이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는 알고 있었다. 현성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긴 소고기를 먹을 경우 최소한 두 달 치 월세가 나간다.
현성이 그걸 모를 리도 없을 것이고.
이상혁은 어쩔 수 없이 부대찌개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모, 여기 부대찌개 2인 분이요.”
잠시 후, 부대찌개가 세팅되자 이상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소고기는 제가 나중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첫 월급 타서 꼭 사드리겠습니다.”
“이 상혁, 왜 내 말을 안 믿어? 난 오늘 진짜 부대찌개가 먹고 싶어서 여기 온 거라니까.”
피식.
이상혁은 현성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했다.
“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놈 아니거든요.”
“너 진짜 끝까지…….”
“어쨌든 항상 고맙습니다. 사장님께서 지난번에 저한테 그러셨죠?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니라 단지 조금 불편한 거라고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참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라고 말입니다.”
이상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저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그래서 꼭 성공할 겁니다. 그래서 나중엔 언제든지 사장님께 소고기 사드릴 수 있는 제가 될 겁니다.”
“자식, 그 소고기 먹고 체하겠다 인마.”
현성은 이상혁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이상혁 또한 미소를 지은 후 말했다.
“헤헤, 그런가요.”
“아니야, 농담이고, 하루라도 빨리 소고기 먹고 싶으니까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이나 해라.”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그래, 알았다. 자, 이제 부대찌개 먹자.”
두 사람은 부대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현성이 맞은편에 앉은 이상혁의 이름을 불렀다.
“상혁아.”
“네, 사장님.”
“아까 사무실에서 하던 얘기마저 할까?”
“이사 얘기 말입니까?”
이상혁이 숟가락을 놓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어, 그래. 다시 하나만 물어보자. 너 진짜로 여건만 되면 그 지하에서 이사할 마음이 있는 거지?”
“네, 할머니도 그걸 원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오케이! 그럼 됐어. 이번 주말에 이사하자.”
“네? 이번 주말에 말입니까? 그런데 어디로…….”
이상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우리 사무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사무실에는 방이 두 개나 있는 거 알지? 내가 예전에 거기서 살았잖아. 앞으로 그 방 네가 다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