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3)
회귀해서 건물주-694화(694/740)
“할머니!”
현성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이상혁은 벽에 걸린 할머니의 사진을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아이고 내 새끼’하면서 자신을 안아 줄 것만 같았다.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던 이상혁은 할머니의 사진을 벽에서 떼어 양 손으로 잡은 채 말했다.
“할머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글쎄, 우리 사장님이 사무실에 있는 방을 나한테 내주셨어. 그것도 두 개씩이나 말이야. 방 하나는 침실로 쓰고 다른 방은 공부방으로 쓰라고 하면서 말이야.”
이상혁이 잠시 사진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월세도 안 받겠다는 거야.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내가 누구야, 할머니 손주잖아.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했지. 사람이 양심이 있지 어떻게 그 방을 공짜로 쓸 수가 있겠어? 안 그래? 할머니!”
이상혁은 할머니와 대화를 하듯 표정까지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끝까지 월세를 안 받으시겠다는 거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오늘은 나도 끝까지 우겼어. 만약 월세를 안 받으면 이사를 안 가겠다고 말이야. 그랬더니 결국엔 사장님이 웃으면서 맘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보증금 없이 그냥 10만 원만 드린다고 했어. 솔직히 10만 원도 엄청 싼 거거든. 거긴 방도 두 개고 거실도 크고 주방도 크단 말이야. 할머니, 나 잘했지?”
-그려, 내 새끼!
이상혁의 귀에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할머니, 사실은 나도 처음엔 여기서 이사를 안 가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할머니도 하나밖에 없는 손주가 매일 이렇게 냄새나는 곳에서 사는 걸 원하지 않을 거 같아서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거야. 할머니, 내 말이 맞지?”
잠깐 할머니의 대답을 기다리던 이상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나 거기로 이사 가면 진짜 공부 열심히 할 거야.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할 거야. 사실은 나도 알고 있어. 사장님이 일부러 나한테 그런 호의를 베풀었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라도 꼭 합격할 거야. 그게 사장님 은혜에 보답을 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상혁은 그 후로도 할머니의 사진을 붙들고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이상혁은 할머니 사진에 입김을 분 다음 자신의 옷으로 슥슥 닦은 다음 다시 벽에 걸었다. 그리곤 사진을 보며 다시 말했다.
“할머니, 할머니와의 추억은 여기 가슴에 평생 기억할게. 여기를 떠난다고 잊는 거 절대 아니야.”
툭툭.
이상혁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런 그는 시선을 돌려 방 안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할머니와 산 세월이 15년이다.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막상 이제 이곳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방 안을 둘러보던 이상혁은 결심이라도 한 듯 밥상을 펼쳤다. 그리곤 바로 공무원 수험서를 밥상 위에 올려놨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다. 꼭 합격하고 말 거다!”
이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펼쳤다.
그 시각.
집에 도착한 현성은 현관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거실에서 TV를 보던 아내 윤지수가 웃으며 들어오는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보여요?”
“네, 거울 보세요. 지금 현성 씨 얼굴이 어떤지.”
“그 정도예요?”
현성은 슬쩍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봤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말처럼 자신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역시 사람은 감정을 못 속이는가 보다.
사실은 그동안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이상혁의 방 때문이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그의 사정을 알고 나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에는 더 그랬다.
혹시나 배수펌프가 고장이 나 또다시 하수구가 역류하는 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제품으로 교환을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그 문제가 오늘 해결됐다.
그러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수 씨, 이쪽으로 앉아 봐요.”
현성은 윤지수의 손을 잡고 소파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곤 조금 전에 이상혁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윤지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역시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요,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뻔히 상혁이 사정을 알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특히, 비라도 많이 오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할머니와의 추억 때문에 이사를 못 하겠다는 애한테 억지로 이사를 권할 수도 없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오늘 깔끔하게 해결된 거고요?”
“맞아요. 그러니 내가 어찌 기분이 안 좋겠어요.”
현성의 얼굴엔 아직도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윤지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현성 씨도 참 마음이 여려요.”
“나만요? 지수 씨는 어떻고요? 한 달 전에 비가 많이 오던 날 기억 안 나요?”
한 달 전이었다.
새벽 2시가 막 넘으면서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었다. 금방이라도 온 세상을 삼킬 듯했다.
그때 그녀가 자다 말고 일어나서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상혁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녀 또한 현성이 이미 얘기를 한 터라 이상혁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현성이 빗속을 뚫고 이상혁의 집을 다녀온 뒤에야 그녀는 다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당연히 나지요. 그날은 진짜…… 어쨌든 잘됐네요. 이젠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걱정 없이 잘 수 있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현성은 잠깐 말을 끊었다 다시 이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문제요? 무슨 문제요?”
“나는 처음부터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빈 방이라 월세는 생각도 안 했는데, 글쎄 상혁이 이놈이 자기는 죽어도 월세를 내겠다는 겁니다.”
“그래서요?”
윤지수는 궁금한 듯 현성을 바라봤다.
“월세를 안 받으면 그 방으로 이사를 안 오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받기로 했어요.”
“얼마나요?”
“보증금 없이 그냥 10만 원으로요. 그 녀석이 최소한 그 정도는 내겠다는 겁니다.”
“10만 원이요? 지금 살고 있는 방은 5만 원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상혁 씨 입장에서는 월세를 더 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현성도 처음엔 황당했었다.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 월세는 생각도 안 했는데 이상혁은 끝까지 10만 원을 고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 그렇다면 5만 원만 받겠다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무조건 최소한 10만 원은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그 방을 쓸 수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러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10만 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네요? 그렇지 않으면 그 방을 안 쓴다고 하니.”
“네, 맞아요.”
“그래서 고민을 하시는 거군요?”
“솔직히 이건 아니거든요. 난 진짜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 그냥 이사를 하라고 했던 건데 결과론적으론 월세를 10만 원이나 받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물론, 현성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1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혁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그는 현재 5만 원짜리 월세에서 10만 원짜리로 이사를 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결국, 그한테는 5만 원의 추가 비용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지금 당연히 그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흠…….”
윤지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지금의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 또한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두 사람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고민을 하던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수 씨, 우리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어떻게요?”
“월 10만 원짜리 적금 통장을 하나 만드는 겁니다.”
“혹시 상혁 씨 이름 앞으로 말인가요?”
윤지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 또한 현성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네, 맞아요.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서는 월세를 안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니까 말입니다. 그 돈을 받아서 차라리 적금을 들자는 겁니다.”
“결국은 그 돈을 나중에 목돈으로 상혁 씨한테 다시 돌려주자는 거죠?”
“바로 그겁니다. 솔직히 그 돈을 우리가 쓰기엔 좀 그렇잖아요. 어차피 처음부터 월세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지수 씨 생각은 어때요?”
씨익.
윤지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가 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찬성이에요. 지금으로선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거 같네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할게요.”
“네,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인 거 같아요. 역시 현성 씨는 머리가 좋은 거 같아요.”
“하하, 그렇다고 무슨 머리까지…….”
“자, 그럼 이제 씻으세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몇 발자국 걷던 현성은 다시 돌아서며 윤지수를 향해 말했다.
“내일 병원은 같이 가요.”
“어머!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요?”
“당연하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튼튼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건데 그걸 어떻게 잊어요.”
“요즘 공사 때문에 바쁘니까 저는 당연히 잊은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아무리 공사가 바빠도 우리 튼튼이가 가장 우선이지요.”
“역시, 현성 씨는 최고의 아빠예요.”
윤지수는 현성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현성은 씩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현성이 씻고 나오자 윤지수는 기다렸다는 듯 컵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이거 드세요.”
“이게 뭐예요?”
“꿀물이에요. 오늘 TV를 보니까 꿀이 피로회복에 최고래요. 오늘 날씨도 더워서 많이 힘들었죠? 어서 쭉 마셔요.”
현성은 윤지수가 내민 컵을 받아 들었다.
꿀물을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버지다.
고등학교 시절, 밤에 공부를 하다 보면 아버지가 꼭 꿀물을 대접에 타서 방으로 들고 들어오셨었다.
“안 마시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버지요.”
“네? 갑자기요?”
“아버지가 예전에 공부를 할 때면 항상 밤 10시만 되면 꿀물을 타서 주셨었거든요. 꿀물을 보니까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현성은 그 말을 하며 바로 꿀물을 마셨다.
“역시 좋네요.”
“이 꿀도 작년 가을에 아버님이 주신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진짜 찐한 거 같아요.”
“예전 맛 그대로 내요. 그런데 지수 씨는 안 마셔요?”
“저는 괜찮아요. 어차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현성은 윤지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컵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컵에 꿀물을 탄 다음 바로 들고 나왔다.
“자, 마셔요.”
“저는 괜찮은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좋은 건 무조건 같이 먹는 겁니다. 자, 어서 마셔요.”
“하여간…….”
윤지수는 컵을 받은 다음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마시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별소릴 다…… 자, 이제 안방으로 들어갑시다.”
“네, 그래요.”
두 사람은 나란히 안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모든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눈빛은 긴장한 듯했다. 그 이유는 오늘 검사 시간이 다른 때보다 두 배는 더 걸렸기 때문이다.
현성이 먼저 입을 뗐다.
“긴장돼요?”
“조금요. 오늘따라 무슨 검사가 그렇게 많은지…….”
윤지수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현성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별일 없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렇겠죠?”
“그럼요.”
바로 그때,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왔다.
“윤지수 님.”
“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현성과 윤지수는 의사 선생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학교 나닐 때 학생처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꿀꺽.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본 의사 선생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긴장을 그렇게 하세요?”
“병원에만 오면 저도 모르게, 그나저나 별일 없는 거지요?”
“별일 있는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의사 선생이 그런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어서 앉으세요. 지금부터 제가 무슨 일인지 말씀드릴 테니까요.”
현성은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의사 선생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축하드립니다. 검사 결과 쌍둥이로 나왔습니다. 혹시나 해서 두 번을 검사했지만…….”
현성의 귀에는 더 이상 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쌍둥이’라는 세 글자만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