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5)
회귀해서 건물주-696화(696/740)
698
“사장님, 점심으로 짜장면 괜찮겠습니까?”
이삿짐 정리를 끝낸 이상혁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좋지, 원래 이사하는 날은 짜장면이 최고야. 그렇지 않아도 힘을 써서 그런지 출출하다. 어서 전화해.”
“넵, 알겠습니다.”
이상혁이 힘차게 대답을 한 후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문을 끝낸 이상혁이 현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
“어, 왜?”
“혹시 한국사 잘 아십니까?”
“응? 한국사? 갑자기 한국사는 왜?”
현성이 바라보자 이상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공무원 시험에 공통으로 한국사가 들어가는데 저는 이상하게 다른 과목보다도 한국사가 어려워서 말입니다.”
“음, 그래?”
현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보통은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게 한국사다. 그런데 지금 이상혁은 그와 반대로 한국사가 가장 어렵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다닐 때는 어땠어?”
“솔직히 다른 과목보다 흥미가 없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한국사가 제일 쉽다고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어렵더라고요.”
“점수는?”
“점수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는 괜찮은데 모의고사만 보면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현성은 턱을 매만졌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괜찮은데 모의고사는 점수가 안 나온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시험을 치른다. 반면에 기말고사 같은 경우는 그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상혁은 범위가 한정된 시험에서는 괜찮지만, 그 범위가 넓어지면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암기 위주로 한국사를 공부하니?”
“네, 저 같은 경우는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암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거든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시험을 잘 본 거지. 반면에 모의고사는 점수가 안 나온 거고.”
“그게 이유가 있는 겁니까?”
“글쎄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확실히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한국사 같은 경우는 단순히 암기 과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네? 원래 한국사는 암기 과목이 아닌가요?”
“내 생각은 그래. 물론, 암기도 중요하지만 큰 흐름을 모르면 아무리 외워도 의미가 없지 않겠냐? 어차피 역사는 서로 연결이 된 건데 어느 부분만 암기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현성은 잠시 쉬었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건 비교할 것도 없고, 너만 보더라도 증명이 되는 거 같은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점수가 좋았지만 모의고사는 점수가 안 나왔다며?”
“네, 모의고사에서는 100점 만점에 60점 넘긴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거 봐. 그러니까 한국사는 단순히 암기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야.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하는 거지.”
“전체적인 흐름이요?”
“그래, 일단은 시대별로 흐름을 알고 그다음에 세부적으로 암기를 하는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게 맞을 거야. 흔히 얘기하는 큰 나무줄기를 그리고 그다음에 작은 나무 가지를 그리듯이 역사 공부도 그렇게 하는 게 맞을 거야.”
“음…….”
이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
현관문이 열리면서 철가방이 들어왔다.
이상혁은 계산을 한 후 바로 짜장면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사장님, 일단 드세요. 한국사 얘기는 나중에…….”
“그래, 일단 먹자.”
두 사람은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배가 고팠는지 짜장면을 먹기에 바빴다.
잠시 후.
채 5분도 안 돼 짜장면을 다 먹은 두 사람은 입을 닦은 후 조금 전에 나눴던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먼저 큰 나무를 그리라는 거지요?”
“응, 맞아. 나 같은 경우도 예전에 공부를 할 때 그런 식으로 공부를 했으니까. 특히 한국사나 세계사는 그 흐름을 모르면 힘들거든.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암기 위주로 하지 말고 큰 나무부터 그린 다음 그다음에 세세하게 작은 나무 가지들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거야.”
“음, 사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까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어쩐지 아무리 외워도 막상 시험을 보려면 이 얘기가 어느 시대에 맞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이상혁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이건 요령인데, 기출문제부터 먼저 풀어 봐. 지난번에 내가 사준 책 중에 기출문제집이 따로 있을 거야. 그것도 한 방법이거든. 시험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것부터 아는 거지. 그러고서 공부를 하면 좀 더 쉬울 수도 있을 거야.”
“아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러니까 미리 기출문제를 풀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시험 문제가 나오는지 알면 그만큼 공부하는데 요령이 생길 테니 말입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좀 더 쉬울 거야.”
시계를 바라본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공사 현장에 가봐야 하니까 이만 갈 테니까 좀 쉬어. 이사하느라 피곤할 테니.”
“저야 뭐 한 것도 없는데요 뭐. 사장님께서 고생하셨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 은혜 꼭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은 무슨…… 됐고, 어쨌든 열심히 해. 어차피 인생은 단 한 번 뿐이야. 나중에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 그럼 난 간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상혁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현성이 나가자 이상혁은 방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할머니, 이사 끝냈어. 집 좋지?”
이상혁은 방을 휙 둘러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이젠 좋은 곳으로 이사 왔으니까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걱정 없어. 그러니까 할머니도 이젠 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 알았지?”
이상혁은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겨 책상에 앉았다.
집에서는 밥상에서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큰 책상에서 쪼그려 앉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게 다 사장인 현성의 덕분이고.
“자, 그럼 이사 온 기념으로 잠깐이라도 공부를 해볼까.”
이상혁은 책꽂이에서 기출문제집을 꺼냈다. 그런 그의 눈빛에서는 의욕이 넘쳐났다.
***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던 신춘오 회장은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봤다.
“음, 세월이 유수 같다고 하더니, 벌써…….”
7월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달도 하루를 남겨두고 있었다.
요즘 들어 부쩍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듯했다.
이곳에 온 지도 어느새 4년, 생각 같아서는 엊그제 온 거 같은데 벌써 4년이나 지났다.
세월이 참…….
“뭐하십니까?”
최진영 실장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달력을 바라보고 있는 신춘오 회장을 향해 물었다.
“어, 그냥.”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사람이 들어오는데도 모르시고 계시는 겁니까?”
“달력을 보고 있었네. 그나저나 무슨 시간이 이렇게도 빨리 지나가는가? 저 달력을 보게. 내일이 지나고 나면 벌써 8월일세.”
“그러게 말입니다. 세월이 참 빠른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김 사장 결혼식도 두 달 반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
최진영 실장이 신춘오 회장의 건너편에 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내 말이…… 김 사장이 처음 결혼식 날짜를 얘기할 때는 언제 그 시간이 되나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먼.”
“옛날 어른들 말씀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하더니 말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최진영 실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최진영 실장이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최진영 실장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무슨 전환데 그런 표정을 짓는가?”
“부평의 공사장에서 온 전화입니다.”
“부평?”
신춘오 회장은 ‘부평’이라는 말에 표정이 조금 전과는 확 달라졌다. 그만큼 그로서는 ‘부평’이라는 말만 들어도 엔돌핀이 솟는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뻔했다. 그곳에는 바로 현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부평이면 김 사장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표정이 변하십니까?”
“내가 뭘, 그나저나 무슨 소식인가? 혹시 나쁜 소식은 아니지?”
신춘오 회장의 표정에서 약간의 걱정하는 모습이 보였다.
“네, 나쁜 소식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게 아니고 공사 진행에 관한 소식입니다.”
“공사가 왜?”
“오늘이면 철거작업이 끝난다고 합니다.”
“뭐라고?”
신춘오 회장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철거작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주가 지났을 뿐이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 예정 공사 기간이 한 달이라고 했었다.
사실은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그 정도 공사를 하려면 최소한 3개월은 기본적으로 걸리는 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전 최진영은 오늘이면 공사가 끝난다고 했다.
그 말은 공사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공사를 끝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일반적인 경우라면 3개월이 걸리는 공사를 3주 만에 끝냈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신춘오 회장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게 가능하다고?”
“네, 사실입니다. 오늘 철거작업을 마치고 내일부터는 터파기 공사에 들어간답니다.”
“허허, 이거야 원 참.”
신춘오 회장은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공사를 도급제로 하겠다는 얘기는 건축업자인 윤태호로부터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공사를 도급제로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진영 실장 또한 신춘오 회장과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역시 도급 공사가 무섭긴 무서운 거 같습니다. 남들은 3개월 걸리는 공사를 3주 만에 끝을 내버리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이게 다 결국은 김 사장이 제시한 인센티브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하여간 아무리 생각을 해도 김 사장이 인물은 인물일세.”
“맞습니다. 솔직히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하루에 10억이라니,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현성은 처음 계약 당시 예정된 공사 일정에서 공사기간을 앞당길 때마다 하루에 10억씩 건축업자인 윤태호한테 인센티브로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1억도 아니고 10억을 말이다.
그러니 윤태호의 입장에서는 어떻겠는가.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 나타난 것이다.
물론,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첫 공사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또 얘기해?”
“네? 뭐를 말입니까?”
“내가 지난번에 김 사장은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우라고 분명히 얘기했던 거 같은데…….”
“아, 네…….”
최진영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바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며 신춘오 회장은 씩 웃었다.
***
포클레인이 15톤 덤프트럭에 열심히 철거된 잔해물을 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현성이 옆에 있는 건축업자인 윤태호를 향해 말했다.
“저 차가 드디어 끝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마지막 차입니다. 저 트럭만 이제 잔해물을 싣고 출발하면 철거작업은 끝이 납니다. 휴우…….”
윤태호는 이제 드디어 첫 공사인 철거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물론,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그건 바로 안전사고였다.
아무리 공사일정을 단축한다고 해도, 만의 하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현성과 계약을 할 때, 단 한 건의 안전사고라도 발생할 경우에는 공사기간을 아무리 단축하더라도 그에 대한 인센티브는 없는 것으로 하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오늘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윤태호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유였다.
현성이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결국 해내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현성의 목소리에 진심이 잔뜩 담겼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기대를 했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공사를 끝낼 줄은 몰랐다.
그것도 3주 만에 말이다.
한 달도 빠르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걸 3주 만에 끝내다니, 그것도 안전사고 한 건 없이 말이다.
현성의 말에 진심이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30년을 이 바닥에서 일을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공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저의 욕심 때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윤태호는 자신의 욕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를 단축할 경우 1, 2억도 아니고 자그마치 10억이다. 그것도 하루에. 열흘이면 100억이란 얘기다. 그러니 어찌 피가 마르도록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정말 그 이유가 다였습니까?”
“네? 그게 무슨…….”
“진짜 공사를 서두른 이유가 오로지 공사일정 단축에 대한 인센티브 때문인지 여쭙고 있는 겁니다.”
질문을 하는 현성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만큼 현성으로선 그에게서 다른 이유를 봤다는 의미일 것이다.
“…….”
윤태호는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질문을 하는 그의 눈빛이 너무도 진중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공사를 서두른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공사일정 단축에 대한 인센티브가 가장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처럼 그 이유가 100%는 아니었다.
비율로 정확히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분명히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