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6)
회귀해서 건물주-697화(69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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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한 ‘아빠의 마음’이다.
그는 처음에 건물을 올리면서 아빠의 마음으로 짓겠다고 했었다.
내 아이, 나아가서는 모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30년을 넘게 이 바닥에서 일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의심도 했지만, 그게 진심이라는 걸 알고 난 다음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움직였다.
함께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어떡하든 돈을 벌기 위해 건물을 지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말처럼 아빠의 마음으로 건물을 짓고 싶었다.
물론, 그 마음이 그가 말한 인센티브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래서 좀 더 공사에 집중을 했던 것이고.
윤태호는 현성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저도 사장님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저와 함께요?”
“네, 그렇습니다. 저도 처음엔 사장님께서 ‘아빠의 마음’으로 건물을 올리고 싶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게 진심이라는 걸 안 후부터는 저도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윤태호가 잠시 공사 현장을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건물을 지었지만, 이런 마음이 든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공사에 더욱 전념을 하다 보니 공사를 빨리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비록 첫 공사인 철거작업이 끝났지만, 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저 또한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공사를 할 생각입니다.”
피식.
윤태호는 자신의 말끝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인센티브 때문에 공사를 서두른 건 사실입니다. 그거까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말씀처럼 그게 전부 다는 아닌 건 맞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단지 자신이 제시한 인센티브 때문에 공사를 서두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모습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게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인센티브 외에 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근데 그게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을 줄은 몰랐다.
현성은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뭔가가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게 저와 같은 마음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저로서는 고맙네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맙지요. 지금까지 그 많은 건물을 올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저에게 그런 마음이 들게끔 하신 분이 사장님이시니까요.”
“이유야 어찌 됐든 저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안전사고도 없이 무사히 첫 공사를 마쳐주셔서 그 또한 감사하고요.”
공사 현장이라는 게 항상 안전사고가 동반하게끔 돼있다. 그런데 그 많은 장비들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안전사고도 하나 없었다.
“그 부분은 저 또한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아무리 공사를 잘해도 안전사고가 나면 안 되니 말입니다.”
“네, 물론이죠. 그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현장에서는 안전이 가장 우선이니 말입니다.”
현성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물었다.
“내일부터는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일단 터파기 공사부터 시작할 겁니다. 지하 5층까지 파는 대공사라 내일부터는 더 바빠질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윤태호는 앞으로 공사 일정에 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했다.
“몇 개월 동안은 동네가 정신이 없겠군요?”
“네, 그럴 겁니다. 공사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일곱 군데서 동시에 작업이 들어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이 동네가 정신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경험이 많은 최고 팀들로만 선정을 했으니 다들 잘할 겁니다.”
“이번에도 휴일 없이 일을 하는 건가요?”
지난 3주 동안은 일요일도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었다. 현성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도급이라는 게 어차피 시간 싸움이라 무섭게들 일할 겁니다. 그리고 저 또한 하루라도 빨리 완성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도 서두를 거고요.”
“작품이요?”
현성은 ‘작품’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은 건물을 지으면서 작품이란 말은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 작품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저는 이번 공사를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단순히 건물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지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거든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 또한 아빠의 마음으로 건물을 지을 거거든요. 30년의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이번엔 진짜 최고의 작품을 만들 겁니다.”
“아, 그런 의미였군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 신춘오 회장으로부터 그를 소개받을 때 다른 건축업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의미를 이제야 알 듯싶었다.
“역시 이유가 있었군요.”
“네? 무슨 이유요?”
“신 회장님께서 윤 사장님을 저한테 소개하면서 다른 건축업자와는 질적으로 확실히 다르다고 하셨거든요.”
“신 회장님도 참 별말씀을 다 하셨네요.”
윤태호는 부끄럽다는 듯 뒷머리를 슬쩍 긁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윤태호가 이 바닥에서 일을 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더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현성은 미소를 지은 후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윤태호한테 내밀었다.
윤태호는 수표를 확인한 후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천만 원짜리 수표가 아닙니까?”
“수고하신 대가입니다. 퇴근하시면서 통닭이라도 사 가십시오. 일요일도 없이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무슨 통닭값으로 천만 원을…….”
윤태호는 황당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수많은 공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솔직히 단 백만 원도 더 받아본 적이 없었다.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만 원씩이나 되는 돈을 선뜻 건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서른하나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어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장님, 이건 너무 많습니다.”
“제 마음입니다. 그러니 그냥 받아주십시오.”
조금 전 그가 말한 ‘작품’이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바로 수표를 꺼낸 것이고.
“그래도 이건…….”
“대신 최고의 작품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최고의 작품이요?”
“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물론, 공원 조성도 마찬가지고요.”
잠시 고민을 하던 윤태호가 다짐이라도 하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제 인생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네, 기대하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멋진 조감도가 스치고 지나갔다. 2년 후에 변할 이 동네의 모습이었다.
***
윤태호와 헤어진 현성은 사무실로 향했다.
5분쯤 걸었을까.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아, 나다.
“어? 이게 누구야!”
전화를 건 사람은 이수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들 세 명이 있었다. 그 세 명은 이정우와 김일수, 그리고 이수혁이었다.
이수혁과 마지막에 통화를 했던 건 4년 전이었다.
그와 연락이 끊겼던 이유는 대학을 졸업한 후 글을 쓰겠다고 절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까운 곳도 아니고 멀리 강원도 고성에 있는 ‘무량사’라는 절에 말이다.
깊은 산중이라 당연히 핸드폰도 안 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은 어때?”
가장 궁금한 게 그의 건강이었다. 명절 때라도 혹시나 싶어 시골에 계신 부모님 댁으로 전화를 걸었었다. 하지만 부모님조차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은 제일 먼저 그의 건강 상태부터 물은 것이다.
-그게…….
이수혁은 무슨 이유인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현성은 불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야, 이수혁! 지금 너 어디야?”
-…… 병원.
“…….”
병원이라는 말에 현성은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잠시 후.
현성은 다시 물었다.
“병원이 어디야?”
-원주 기독교 병원.
“기다려, 바로 출발할 테니까.”
현성은 전화를 끊자마자 주차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차에 올라탄 현성은 아내인 윤지수한테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을 얘기했다. 아내 또한 안타깝다며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부르릉!
아내와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현성은 바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얼마 후.
병원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에는 이수혁과 그의 어머니인 유수민이 같이 있었다. 오랜만이지만 유수민은 현성을 단박에 알아봤다.
“이게 누구야, 현성이 아니야?”
“네, 어머니. 접니다. 그동안 편안하셨습니까?”
간단하게 어머니와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이수혁을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됐다.”
겨우 대답을 하는 이수혁의 모습이 딱 봐도 어딘가 심하게 아픈 듯했다.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잠깐 휴게실로 나가자. 여긴 다른 사람도 있고…….”
병실은 6인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얘기를 하기엔 아무래도 불편한 듯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이수혁을 따라 휴게실로 향했다.
“야, 인마. 어떻게 된 거야?”
휴게실에 도착하자마자 현성이 먼저 물었다. 그러자 이수혁은 잠시 창밖을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현성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왠지 왜소하게만 보이는 그의 뒷모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묻고 싶었지만 일단 조금 더 기다렸다. 아무래도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이수혁이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바로 내려오는 놈이 어디 있냐? 인천이 가까운 곳도 아니고…….”
단지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내려오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처음엔 설마 했었다. 원주에서 인천까지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그곳에서 여기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두 시간이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야,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말해 봐. 도대체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까지 한 거야?”
“자식, 성격 급한 거는 여전하네.”
“어서 말해 봐.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머리.”
이수혁은 창가에서 다가와 현성 옆에 앉으며 말했다.
“머리? 머리가 왜?”
“머리에 뭔가 생겼단다.”
“그게 무슨 소리야? 머리에 뭐가 생기다니? 그러지 말고 자세하게 좀 얘기해 봐.”
“흠…….”
이수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훌쩍.
현성은 바로 시선을 돌려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는 울고 있었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생각보다 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이수혁이 낮은 목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어, 그래.”
“나 이제 어떡하냐?”
이수혁은 갑자기 양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곤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종양이란다. 머릿속에 종양이……흑흑.”
“…….”
현성은 설마 했었다. 조금 전 ‘머리’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종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현성아, 나 무섭다.”
“의사가 뭐래?”
“1년…….”
“뭐?”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글을 쓰겠다고 절로 들어갔던 녀석이 4년 만에 나타나서는 한다는 말이 1년이라니?
“야, 인마. 그게 무슨 말이야? 1년이라니?”
“생존기간이 1년이래. 어쩌면 그전에…….”
“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어떤 자식이 너한테 1년밖에 안 남았다고 그래?”
현성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제 겨우 서른하나다. 그런데 생존기간이 1년이라니…….
“현성아, 나 무서워 죽겠다. 나 좀 살려줘. 응?”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울지 마.”
이수혁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유능력이 그에게도 통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치유능력이 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몸에 있는 종양이 느껴져야 한다.
욕심 같아서는 모든 이에게 해당이 되면 좋겠지만 현성의 능력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반응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현성은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