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697)
회귀해서 건물주-698화(69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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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은 잡았던 이수혁의 손을 힘없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유능력을 발휘하려면 일단은 상대의 건강상태를 느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에게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수혁 그에게만큼은 자신의 치유능력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뭐 하는 거야?”
이수혁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그로서는 현성이 가지고 있는 치유능력을 모른다. 그렇다 보니 조금 전 자신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집중하던 현성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어, 그냥. 기도…….”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의 치유능력이 너한테는 해당이 안 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제 어쩌지?’
현성은 머릴 감싸 쥐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의 생존 기간이 1년 남았다고 했다. 결국, 그 말은 지금 이대로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1년 후에 그는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니,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이건 아니지.’
현성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4년 전 절에 들어갈 때만 해도 씩씩하고 당당하던 그였다. 멋진 글을 써서 나오겠다고 하던 그였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갑자기 웬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현성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수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부터 아팠던 거야?”
“……1년 전부터.”
이수혁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후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그때 바로 치료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거라는 걸 그 자신도 알고 있는 듯했다.
현성은 바로 묻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때 치료를 안 받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미 본인 스스로가 후회하고 있는 이 상황에 굳이 확인사살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성은 대신 깊은 한숨으로 말을 대신했다.
“후우……!”
현성의 깊은 한숨에 이수혁이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압박감이 너무 심했어.”
“압박감? 무슨 압박감?”
“서른을 넘기고 싶지 않았어. 하루라도 빨리 한 작품을 쓰고 싶었거든. 그렇다 보니 어떤 때는 며칠씩 밤을 새우면서…….”
“미친 새끼!”
현성은 이수혁의 말이 끝나가도 전에 욕을 퍼붓고 말았다.
“야, 이 미친놈아. 무슨 소설이 서두른다고 돼? 그리고 누가 너한테…….”
“아이엠에프.”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수혁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아이엠에프?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아이엠에프라는 말이 왜 나온단 말인가.
“야, 지금 여기서 아이엠에프라는 말이 왜 나와?”
“그게 원인이었을지도 몰라.”
“그게 뭔 소리야?”
현성은 이수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그가 지금 무슨 말은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엠에프가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궁금한 마음에 현성은 다시 물었다.
“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집 망했잖아.”
“뭐라고?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으로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농협 조합장이었다. 시골에서 조합장이면 유지 중의 유지라고 할 정도로 그 권세가 대단했었다.
물론, 재력도 기본으로 갖추었고. 그런데 망하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수혁의 말이 이어졌다.
“아버지가 주식을 하셨거든. 근데 2년 전 아이엠에프 사태 때 완전히…….”
“아버님이 주식을?”
“어, 그때 주식이 다 휴짓조각이 되는 바람에…….”
더 이상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현성은 이수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실제로 아이엠에프 사태 당시 주식에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까지 했겠는가 말이다.
“휴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그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으로 하루아침에 깡통을 차고 말았다.
그런데 그중에 이수혁의 아버지가 포함된 줄은 전혀 몰랐다.
현성은 이제야 조금 전에 이수혁이 했던 말이 이해가 됐다.
왜 하루라도 빨리 한 작품을 쓰려고 했는지.
그로서는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소설을 써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글의 특성이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그로서는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결국, 아이엠에프 사태가 돌고 돌아 이수혁의 종양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휴게실을 몇 발자국 걷다가 이수혁을 향해 물었다.
“전화 좀 하지 그랬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수혁이다. 만약 그가 전화를 했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너 같으면 전화를 할 수 있었겠냐?”
“뭐?”
“너 같으면 전화를 했겠냐고? 우리 집 망했으니까 도와달라고 말이야.”
“그건 당연히…….”
현성은 말을 하다가 말았다. 얼핏 생각해도 그의 말처럼 입장을 바꿔 자신이 그라 하더라도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또 내 입장만 생각을 한 거 같다.”
“그렇다고 미안할 건 아니고, 사실은 몇 번씩이나 고민을 했었어. 너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수혁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왜 전화를 안 했는지 알아?”
“글쎄다…….”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약속?”
“그래, 혹시 기억하냐? 우리 고등학교 졸업식 날 너랑 나랑 그리고 일수랑 정우, 이렇게 네 명이 중국집에서 짜장면에 탕수육 시켜놓고 소주 한잔하면서 했던 약속 말이야. 난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거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그날 오후에 한 중국집에서 현성과 이수혁, 그리고 이정우와 김일수 네 명이 모였었다.
그날 네 사람은 약속을 했었다.
현성은 건물주, 이정우는 공무원, 김일수는 요리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수혁은 소설 작가가 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나이였다. 그것도 서른 살. 늦어도 서른 살까지는 각자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로 말이다.
지금 이수혁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래서 전화를 안 했던 거야?”
“그래, 너와 일수, 그리고 정우까지도 모두 약속을 지켰잖아. 그래서 나도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거든. 근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고. 그 와중에 아버지는 그렇게 되고, 그렇다 보니 집중도 더 안 되고…… 시팔!”
이수혁의 입에서 갑자기 욕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 정도로 그는 지금 화가 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수혁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현성아.”
“뭐가?”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고 말았다.”
“그 상황에 욕이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당연할 것이다. 친구들과 약속을 한 상태에서 다른 친구들은 다 그 약속을 지키고 본인 혼자만 약속을 못 지킨 상태다.
심리적으로 얼마나 쫓겼겠는가. 그런데 그 상황에서 집안의 가세까지 기울었으니 그 압박감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말끝에 ‘시팔’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이수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천정을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지? 너 같아도 내 입장이라면 화가 나겠지?”
“그래, 인마. 그러니까 이제라도 참지 말고 욕해도 돼. 얼마든지.”
“이해해주니 고맙다. 역시 친구밖에 없구나.”
이수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도 참고 열심히 했어. 너희들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엔 그냥 단순한 두통이라고 생각해서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어. 그랬더니 괜찮더라고. 근데 약 먹을 때만 안 아프고 약을 안 먹으면 계속 아픈 거야. 나중엔 약을 자꾸 늘리게 되고 그러다 결국은 쓰러지고 말았어. 그렇게 몇 번 쓰러지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여기 병원까지 왔는데…….”
이수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창가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현성은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수혁의 어깨는 점점 더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이수혁이 고개를 돌려 현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런 그의 눈가는 벌겋게 부어 있었다.
“현성아.”
“어, 그래.”
“나 살고 싶다. 너 돈 많잖아. 나 좀 살려주라. 응?”
“…….”
현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잖아. 아니, 난 안 죽을 거야. 억울해서라도 못 죽어. 내가 왜 죽어?”
“…….”
현성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자 비릿한 혈향이 입안에 바로 느껴졌다.
그 후로도 이수혁의 발악은 계속 이어졌다.
어느 순간, 현성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이수혁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왔다.
눈가는 이미 퉁퉁 부어있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수혁을 양 팔로 끌어안았다.
이수혁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이수혁이 울음을 그쳤다. 그런 그가 품속에서 벗어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좀 속이 후련하다. 울고 싶어도 울 상대가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 앞에서 울 수도 없고 말이야.”
“다 울었냐?”
“그래, 인마. 그동안 참았던 눈물 오늘 다 흘렸다. 고맙다.”
이수혁이 갑자기 현성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더 슬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를 잠깐 바라보던 현성이 무슨 생각인지 진중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수혁!”
“어, 그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겠냐?”
“이미 끝났어. 나는…….”
이수혁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는 살고 싶다고 그랬잖아?”
“그거야 그냥 해본 소리고. 어차피 이제는…….”
“야, 이수혁. 너 나 믿지?”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내 친구 김현성만큼은 당연히 믿지.”
“그럼 이제부턴 나한테 맡겨.”
“어? 뭘?”
이수혁이 퉁퉁 부은 눈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서울로 가자.”
“서울?”
“그래, 여기선 안 돼. 서울에 가서 치료받자.”
“서울 어디?”
“그건 내가 지금부터 알아볼 거야. 그러니까 너는 마음의 결정만 내려. 그리고 참고로 미리 말하는데 이제부터 들어가는 모든 치료비는 내가 책임질 거야. 그러니까 너는 이제부터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나만 믿고 따라와.”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난 네가 여기서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너를 꼭 고치고 말 거야. 분명히 방법은 있을 거야.”
“…….”
이수혁은 말 대신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포기만 하지 마. 알았지?”
“현성아, 어차피 …….”
이수혁은 차마 그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미 결과는 나온 상태다. 서울에 간다고 무슨 특별히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는데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수혁아, 서울 가자. 응?”
“…… 그래.”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이다. 자신이 연대 국문과를 갈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준 이도 바로 그다. 그가 아니었다면 대학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인생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그런 그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겠는가 말이다.
“좋다, 그럼 이제 어머니한테 가서 말씀드려. 난 이제부터 네가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전화로 알아볼 테니까.”
“지금?”
“그래, 지금 바로 말씀드려. 병원만 정해지면 오늘 밤에 바로 움직일 거야.”
“근데 어디에 전화하려고?”
“있어, 그런 사람.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한테만 말씀드려. 우린 오늘 밤 서울로 간다. 자, 어서.”
이수혁은 잠시 망설이다 발걸음을 병실로 옮겼다.
혼자 남은 현성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렸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