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
회귀해서 건물주-7화(7/740)
어머니에서 아버지로 바뀐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얼마나…….
현성이 점점 고민 속으로 빠져들 때였다.
이정우가 현성을 불렀다.
“뭐해?”
“어? 그래. 정우야.”
“정신 차리고 주문해.”
“아! 맞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 가서 어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몸이 무리였다.
아무리 피했다고 해도 사고는 사고였다. 다행히도 어디가 부러지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몸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잠깐이라도 안정을 찾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귀해서 첫 식사다. 물론 현성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일 테지만 말이다.
“헛!”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던 현성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 짜장면 500원
– 짬뽕 550원
– 볶음밥 600원
그 밑으로도 중국집 메뉴 가격표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니 현성은 정말 과거로 회귀했다는 사실이 피부로 확 와 닿았다.
회귀 전에만 해도 짜장면 5,000원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어떤 집은 6,000원, 거기다 배달료까지 추가로 내라고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4,000원 하는 집도 있기는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한 그릇은 배달도 잘 안 된다고 하던 시대였다.
짜장면을 먹고 싶어도 두 사람은 모여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혼자서 두 그릇을 시키는 사람들도 있기까지 했을까.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긴, 세월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슬러온 세월이 자그마치 33년인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식당 사장이 주문을 받기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홍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현성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다.
하지만 식당 사장의 다음 대답이 현성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어? 그래······.”
그냥 반갑게 받아주면 좋았을 걸, 꼭 그렇게 ‘너 누구냐’고 티를 내는 홍 사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홍 사장과 친해진 건 훗날 어른이 된 후였다.
어쩌다 고향에라도 내려올 때면 여기서 꼭 짬뽕을 먹곤 했었다. 어쩌면 단순한 짬뽕이 아니라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 것일 것이다.
잠깐의 착각으로 머쓱해졌지만, 50년 이상을 살아온 현성이다.
별일 없었다는 듯 피식 웃고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봤다. 무엇을 드실 건지 물은 것이다.
그러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금 전에 드셨다며 굳이 식사는 마다했다.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뭔가가 있었다.
바로 라조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훗날에 유일하게 같이 좋아하셨던 중국음식이다.
토막 친 닭고기에 녹말을 묻혀 튀긴 다음, 고추, 파, 마늘, 생강 등과 볶다가 녹말을 푼 물을 넣어 만든 매콤한 요리다.
하지만 지금은 두 분 다 이 맛을 모른다. 10년 뒤에나 그 맛에 반했던 맛이니 말이다.
10년이나 빨리 그 맛을 보여드린다고 생각하니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맛도 맛이지만 만족해할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현성은 홍 사장을 보며 주문을 넣었다.
“여기요, 라조기 매콤하게 주시고요, 탕수육, 아 그리고 저는 짬뽕, 정우 너는 뭐로 먹을래?”
“나? 나는 짜장면.”
이정우가 대답을 하자 홍 사장이 다시 주문을 확인했다.
“라조기, 탕수육, 그리고 짬뽕 하나, 짜장 하나, 이렇게요?”
“네. 참, 그리고 고량주도 한 병 주세요. 뭐니 뭐니 해도 라조기엔 고량주죠.”
“고량주 추가,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홍 사장이 나가자 다들 현성을 바라봤다.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너, 내 친구 현성이 맞냐?”
“자식, 싱겁기는.”
“갑자기 애가 이상해졌어. 말도 많아지고 완전히 아저씨가 다 된 거 같아.”
“뭐 아저씨? 하하…….”
현성은 괜히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평상시 말버릇이 나왔음을 알아챘지만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웃음으로 대신한 것이다.
그때 현성의 눈에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왠지 안색이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러면서 벽에 걸린 메뉴판을 자꾸 보는 것이었다.
‘아!’
현성은 그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자신의 실수다.
주문하기 전에 미리 말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현성은 바로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오늘은 제가 쏩니다. 여행 경비에서 택시비 빼고 그대로 남았거든요.”
“허허, 그러냐······.”
아버지는 뒷말을 흐리며 모른 척 넘어갔다.
그만큼 어려웠던 시기다.
장날 시장에라도 가려면 팥이나 콩, 아니면 돈이 되는 다른 뭐라도 들고 가서 팔아야 그 돈으로 시장을 보곤 했었다.
시골 생활이 그랬었다. 물론 시골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로선 당연히 걱정이 됐을 것이다. 주문 전에 미리 말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였다.
그때 궁금한 걸 못 참는 어머니가 현성을 바라봤다.
“라조기가 뭐야?”
어머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뭔가 궁금해지면 나오는 어머니의 습관이다. 전생에서야 어쩌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 저 모습은 현성에게 있어선 행복이었다.
그래서일까.
흠흠.
현성은 헛기침까지 하며 신나게 라조기 설명에 들어갔다.
“그게 말입니다. 라조기로 말할 거 같으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어머니 옆에 있던 아버지였다.
“맛있냐?”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직접 드셔보시면 압니다.”
“먹어봤어?”
“그거야 당연히······.”
먹어봤다.
물론 아주 훗날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다.
먹어 봤다고 하기엔 시기적으로 뭔가 안 맞고, 그렇다고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해놓고 못 먹어봤다고 하면 사기꾼밖에 안 되는 거고, 이래저래 진퇴양난이었다.
그때, 이정우가 마치 연출이라도 한 것처럼 적시에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어머니가 사고 날 거라고 했잖아?”
“어? 그게 말이야······.”
어째 들어오는 질문마다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들만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머리가 아플 찰나,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 잠깐 헷갈렸나 봐,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현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자신의 순발력에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뭐라고?”
어머니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궁금증이 다시 폭발한 것이다.
피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이 난국을 어떻게……?
현성은 문 쪽을 슬쩍 바라봤다. 혹시나 주문한 음식이 안 들어오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군은 없었다.
할 수 없이 현성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
시작은 사실부터 얘기했다. 바다에 빠졌었고, 다행히도 구조대의 도움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말이 핵심이었다.
잠깐이지만 물속에서 사경을 헤맬 때, 사고 나는 모습을 미리 봤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착각이었다.
“뭐! 바다에 빠져?”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성에게 물었다.
자고로 한 번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덥기 위해서는 열 번의 거짓말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현성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렇게 멀쩡하게······.”
아들이 바다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데, 다른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난리가 났다.
결국, 어머니의 꾸지람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현성의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어머니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당연히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또 아니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파르르 떨고 있는 아버지의 주먹 쥔 모습. 현성은 그것을 보고 만 것이다.
아!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소리라도 버럭 질렀으면 이렇게 더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현성과 아버지의 눈빛이 마주했다.
현성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아버지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듯 말이다.
드르륵.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주문한 음식이 들어왔다.
띠릭.
현성은 음식 세팅이 끝나기 무섭게 우선 고량주 마개를 돌려 땄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향해 섰다.
“아버지, 한잔 받으세요. 사랑합니다.”
안다.
현성 자신이 생각해도 얼마나 생뚱맞고 어색한지 말이다. 그게 뭐라고, 그 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힘들었었다.
결국, 아버지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 나서야 제사상 앞에서 했던 말이다.
“어? 그, 그래…….”
어색하기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현성이 이번엔 어머니를 향해 섰다.
어머니의 눈빛은 벌써 반짝거리고 있었다. 당연히 실망시키면 안 된다. 그래서 현성은 수식어를 하나 더 보탰다.
“예쁜 우리 어머니, 사랑합니다.”
“호호, 참 부끄럽게······.”
그러자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한마디를 보탰다.
“누가 골랐는데?”
“어머? 이 양반이······.”
어머니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의 얼굴에 미소가 막 피어나려 할 때였다.
“사장님.”
아버지가 갑자기 식당 사장을 불렀다.
그리곤 잔 두 개를 더 요구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건 현성과 이정우였다.
아버지의 의중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장이 잔 두 개를 가져왔고, 예상대로 아버지는 현성과 이정우한테 잔을 내밀었다.
“자, 우리 아들 친구부터.”
그러자 이정우는 현성을 힐끗 쳐다봤다.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러자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정우는 술잔을 받았다.
“아, 아버님 저는 아직 ······.”
“괜찮아, 술도 음식이다.”
드디어 나왔다. 아버지의 술 예찬론.
그다음 말이 또 뭔지도 현성은 기억이 났다. 역시나 아버지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주는 건, 그냥 술이 아니라 약주다.”
약주.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약이 되는 술이란다.
그래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