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
회귀해서 건물주-70화(70/740)
“그러자고.”
챙.
두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가볍게 부딪쳤다.
각자의 생각이 달라서인지 두 사람의 대화 소리는 그 후론 별로 들리지 않았다.
***
다음 날.
현성은 일찍 집을 나왔다. 학교 가는 길에 들를 곳이 두 군데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지금 막 도착한 이곳이다.
“역시!”
박희철의 안목은 탁월했다. 이곳에다 집을 짓고 사는 것이 노년의 꿈이라고 했던 곳이다.
멀리 보이는 들판과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
지대가 높다보니 보면 볼수록 경관에 탄성이 나왔다.
특히, 아직은 농경지 정리가 안 된 모습이라 구불구불한 형태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몇 년 후면 사라질 것이다.
국도가 4차선으로 넓어지고 포장이 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아마 그때가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2년 후쯤인가 그랬으니, 그래봤자 앞으로 채 5년도 안 남았다.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농경지 정리가 되면서 밭도 완전히 논으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지금 현성이 서있는 바로 이곳이다.
가든 식당.
한때 유행처럼 번지면서 바로 이곳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식당이 들어서게 된다.
물론 그때는 박희철이 죽고 그의 자식들이 이곳을 외지인에게 팔면서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됐었다.
나중에 들르는 얘기로는 시세보다도 싸게 팔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형제끼리의 재산분할.
“음…….”
하지만 이번엔 그럴 일은 없다.
이 땅의 소유주는 이제 엄연히 현성이기 때문이다.
현성은 언덕 끝으로 발길을 옮겼다.
“역시 입구가…….”
너무 가파르다.
지난번에 박희철과 처음 왔을 때부터 거슬렸던 곳이다. 그때야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결국, 저 길을 중앙 쪽으로 완만하게 길을 트려면 주변의 땅을 사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거야 일단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고.
스윽.
현성은 이번엔 시선을 뒤쪽으로 돌렸다.
나지막한 야산(野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 높지도 않으니 밥 먹고 한 바퀴 돌면 딱 좋을 그런 산이다.
훗날에 유행처럼 번진 둘레길.
잘만 가꾸면 제대로 된 모양이 나올 듯했다.
“음…….”
욕심이 나는 곳이다.
현성은 주위를 쭈욱 둘러봤다.
“꽤 넓은데…….”
산까지 포함한다면 주변 땅의 면적이 꽤나 넓었다. 대충 어림잡아 3만평 정도는 되는 듯했다.
“3만 평이라……, 만만치 않네.”
이 정도면 대충 계산해도 7, 8천만 원은 기본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이 가격도 개발 전이라 가능한 금액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2년 후 도로 확장이 시작되면 땅값은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다.
최소 5배, 아니면 10배 이상도 가능한 곳이다.
그렇다면 이 주변을 사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얘기가 된다. 늦어도 앞으로 3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생에선 어떻게 알았는지 개발을 시작할 때쯤에는 이미 외지인들이 이곳을 모두 사들인 후였다.
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결국, 결론은 돈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3년 이내에 저 돈을 만들지 못하면 이 근처의 땅은 모두 외지인들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생에서처럼 이 고향 땅은 또다시 외지인들의 돈벌이로 전락(轉落)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또다시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음……,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이번에 라면 가게를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라면 가게가 아무리 대박이 난다 하더라도 3년 이내에 저 돈을 마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현성이 노리는 건, 결국 박희철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희철의 투자를 받아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 계약할 가게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그럼, 다시 가볼까.”
현성은 언덕을 내려와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역시 몸의 상태는 예전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때보다 최소 10분 이상은 단축됐다.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면 그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성이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복덕방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자네는 지난번에 왔던 그 학생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일찍 웬일인가?”
박인수 사장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현성을 맞았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저 오늘 학교 끝나고 계약할 겁니다. 그때 아버지도 오실 거고요.”
“뭐라고? 지금 자네 계약이라고 했는가?”
박인수 사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솔직히 얼마 전에 가계약을 할 때만 해도 믿지 않았었다. 거절하려는 찰나에 박희철이 보증을 선다기에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써주긴 했지만, 진짜로 계약을 하리라곤 생각 안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어린 친구의 말대로라면 오늘 그 가게를 계약하겠다는 말이다.
자신으로서야 앓던 이가 빠지는 셈이다.
2년 동안 한 번의 문의조차 없던 가게다.
오죽했으면 임대인이 기본 수수료 외에 별도로 5만 원이라는 금액을 더 주기로 약속까지 했을까.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네. 그래서 계약하기 전에 가게 먼저 둘러보려고 왔습니다.”
“알았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어쩌나?”
“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오늘 아침 일찍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 그래서 내가 같이 갈 수가 없는데.”
“아아, 그래요? 그럼 열쇠만 주세요. 저 혼자 가서 보죠, 뭐.”
“그럼 그럴 텐가? 잠깐만 기다리게.”
박인수 사장은 책상 서랍에서 열쇠를 꺼내 현성에게 내밀며 말했다.
“미안하네, 내가 같이 가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저…, 그럼 갑니다.”
“알았네, 그럼 이따 수업 끝나고 보세.”
박인수 사장의 얼굴엔 웃음이 만연했다.
드르륵.
현성이 막 복덕방을 나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현성의 동공이 갑자기 커졌다.
‘이 사람이 왜?’
밖으로 나온 현성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복덕방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전에 들어온 사람은 현성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생에 골몰 안쪽 가게에서 장사하던 그 사람이었다. 바로 지금 현성이 계약하려는 그 가게 말이다.
“뭐야?”
이 사람이 지금 왜 나타난단 말인가?
지금 이 사람은 여기에 나타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나타나더라도 앞으로 5~6개월 뒤에나 나타나야 말이 된다.
이 사람이 라면 장사를 시작한 건 현성이 고3 때, 아마도 3월 말인가 그때쯤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설마? 아니겠지…….”
현성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현성은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현성이 골목을 막 들어설 때였다.
“음?”
얼추 7~8살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가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지켜봤지만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고 그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누구 기다리니?”
아이는 대답 대신 현성을 보자마자 골목 안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가기 시작했다.
철컥.
현성은 잠겨있는 자물쇠를 열고 미닫이문을 옆으로 밀었다.
드드득.
문짝이 간신히 열렸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문짝 바닥에 있는 쇠는 시뻘겋게 녹이 슬어 있었다.
하긴, 2년이나 닫혀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윽!”
문을 열자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콧속으로 훅 들어왔다. 현성은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딸깍.
입구에 있는 스위치를 켜보았지만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은 어두웠지만 아침이라 가게를 둘러보기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벅저벅.
현성은 빠른 걸음으로 가게를 가로질러 주방 뒤쪽으로 걸어갔다.
확인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긴데.”
현성이 도착한 곳은 지난번에 유리문 밖에서 지켜봤던 주방 뒤쪽에 난 문 앞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이 문 뒤에 공간이 있어야 한다.
끼익.
현성이 살짝 문을 밀자 나무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린다!”
현성은 좀 더 힘을 줘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마주쳤다.
역시 예상대로 뒤쪽으로 공간이 나왔다.
현성은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현성의 얼굴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이 지금 도착한 곳은 마당이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도 있었다. 그것도 2개씩이나.
“오~!”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천천히 방 쪽으로 걸어갔다.
가운데 마루가 있고 양쪽으로 방이 마주보는 구조였다. 하나는 큰 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거에 2/3 정도 되는 크기였다. 이 정도면 손님을 받는데 아무 이상이 없을 듯했다.
방 두 개에 마루까지.
이 공간을 잘만 활용한다면 최소 25명 이상은 더 손님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홀보다 더 많은 공간이 나오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홀까지 합해서 한 번에 거의 45명 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차피 손님층은 학생이 될 테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일정 시간대로 몰릴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은 최대한 활용하는 게 맞다.
“오케이.”
일단 공간 문제는 해결됐다.
“어?”
현성이 방을 막 나오려 할 때였다.
방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었다. 허리를 숙여 살펴보니, 그건 다름 아닌 먼지가 많이 묻은 사진 한장이었다.
스윽.
먼지를 손으로 닦아내자 사진 속 인물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딱 봐도 엄마와 아들이었다.
“어? 이 아이는…….”
조금 전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그 아이였다.
“이유가 있었군.”
현성은 방을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휴우!
주방을 살피던 현성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현성은 알았다.
전생에서 왜 안채를 사용 못 하고 부득이 이 홀만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말이다.
그것은 동선(動線) 때문이었다.
안채로 들어가기 위해선 주방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말은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님들이 주방을 통과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역시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렇다면 안채를 쓰기 위해선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주방을 옮기는 것.
답은 나왔다.
안채에서 나올 수입과 주방을 옮겨 새로 만들 때 소요되는 비용, 이 두 가지를 비교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주방을 옮길 때 들어가는 비용부터 견적을 알아보는 게 먼저다. 어차피 계약하고 제일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얘기다.
“일단 여기까지만…….”
현성이 가게를 나와 문을 잠그고 막 돌아설 때였다.
누군가 가게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현성도 아는 사람이었다.
“저 인간이 여기를 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