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0)
회귀해서 건물주-701화(701/740)
703
마주 앉은 두 사람.
의사인 최민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현성 씨라고요?”
최민영은 이미 현성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농씸 측에서 미리 연락을 했으니 환자의 이름이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로 동석한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자체에 대해 현성으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아, 네. 그렇습니다만.”
“신 회장님으로부터 김 사장님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신 회장님과는 어떤 사이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신춘오 회장이 미리 전화를 한 듯했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런 신춘오 회장이 고마울 뿐이었다. 그의 전화 한 통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화를 미리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상황이 많이 다를 테니 말이다.
현성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고2 때 처음 뵈었고, 지금까지 알고 지내고 있습니다. 햇수로는 13년 정도 됩니다. 회장님께서 여러 가지로 제게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그래요? 회장님께서는 그 반대로 말씀을 하시던데요.”
“네? 그 반대요?”
반대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최민영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오히려 김 사장님 덕분에 당신께서 잘 지내고 계시다고 하시던데요.”
“그럴 리가요, 그냥 하시는 말씀일 겁니다.”
“그런가요, 누구의 말씀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께서 친하신 건 맞는 것 같네요.”
최민영은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는 심각한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여기를 좀 보시죠.”
최민영의 시선은 그 말과 함께 모니터로 향했다. 그런 그의 눈빛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의사로서의 본모습으로 돌아온 듯 날카로워 보였다.
“여기를 보시면 여기 이 부분에 하얀 점이 보이시죠?”
“네.”
“이게 바로 악성 종양입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조금 전에는 혹시라도 환자분께서 충격을 받으실까 봐 얘기를 안 했습니다만, 예상보다 많이 안 좋습니다.”
어쩐지 조금 전엔 이상하긴 했었다.
원주에서 분명히 1년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해서 서울까지 올라온 건데 조금 전 이수혁 앞에서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근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최민영은 일단 이수혁이 충격을 많이 받을까 봐 그 사실은 숨겼던 것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얼마나 안 좋은 겁니까?”
“음…….”
최민영은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1년이 아니라 6개월 안에 잘못돼도…….”
“네? 6개월이요?”
현성은 최민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었다.
“그 정도로 안 좋습니까?”
“네, 아주 독한 놈이 걸렸습니다. 이 정도면 그동안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 정신을 잃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을 겁니다. 음…….”
최민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모니터를 바라보며 턱을 매만졌다. 그런 그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지는 듯했다.
그의 깊어지는 눈빛만으로도 지금 이수혁의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최민영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다른 방법이 있기는 있다는 말씀인가요?”
현성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조금 전 분명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방법 말고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네, 그런데 그게…….”
최민영은 무슨 이유인지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또한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민영이 깊은 한숨을 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달에 미국에서 승인이 난 약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이요?”
“네, 이름은 ‘EPTRT’라는 약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을 안 한 약입니다.”
“지금 그 말씀은 그 약을 수혁이한테……?”
현성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렸다. 그만큼 현성 또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수혁이 그 약을 처방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최민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맞습니다. 지금으로선 그 약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거 같습니다.”
“안전성은 어떻게 됩니까? 물론, 임상시험은 끝난 거겠죠?”
“물론입니다. 단지, 국내에서는 아직 그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없는 것뿐이죠.”
“이유가 뭔가요? 그 약을 처방받은 사람이 없는 이유 말입니다.”
현성으로선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수혁 같은 환자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약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받은 사람이 아직 없다고 하니 말이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요?”
“네, 하나는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문제는 조만간에 해결될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뭔가요?”
“그건 슬픈 얘깁니다.”
최민영이 갑자기 다른 얘기를 했다. 현성으로선 그가 말한 ‘슬픈 얘기’라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바로 물었다.
“슬픈 얘기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약값을 말하는 겁니다. 그 약값이 생각보다 많이 비쌉니다. 그러니 처방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겁니다. 그래서 슬픈 얘기라고 한 겁니다.”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에 최민영이 왜 슬픈 얘기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신약인 만큼 그 약값이 상당히 비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것일 테고.
현성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얼맙니까? 그 약이.”
“음, 한국 돈으로 2억 원입니다. 그것도 한 번 사용하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러니 어느 누가 감히 그 약을…….”
“효과는요?”
현성은 최민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물었다. 그러자 최민영이 이번엔 망설임 없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최고죠. 이미 임상시험에서 시한부였던 환자들이 완쾌되어…….”
“하겠습니다.”
현성은 이번에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최민영이 잠깐 현성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지금 뭐라고……?”
“그 약 수혁이한테 처방하십시오.”
“정말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최민영은 다시 한번 현성을 잠시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빛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한 번 더 확인을 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 진심인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필요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처방하십시오.”
“그 말씀은?”
“진료실을 나간 후 바로 원무과에 가서 20억을 치료비로 예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제 친구 수혁이만 살려주십시오.”
“…….”
최민영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혹시 부작용은 없습니까?”
“일단 약이 독하다 보니 가장 먼저 머리카락이 빠질 겁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환자분한테도 얘기했지만 입맛이 없을 겁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최민영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저한테 빼먹은 게 있었군요.”
“네? 그게 무슨……?”
“회장님께선 그냥 잘 부탁한다는 말씀만 하셨거든요. 우리 김 사장님의 능력은 쏙 빼고 말입니다. 미처 몰라봤습니다. 그 정도일 줄은…….”
최민영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약 같은 경우엔 처방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당연히 비싼 약값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사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세 번에서 많게는 다섯 번까지도 사용을 해야 하는 약이다.
기본적으로 약값만 해도 10억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거기다 병원비까지 포함하면 총진료비는 10억을 훨씬 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치료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재벌 외에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말이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최민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그때 최민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참 부럽습니다.”
“네? 뭐가 말입니까?”
“두 사람 말입니다. 이수혁 씨도 그렇고 김현성 씨도 말입니다. 친구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말입니다. 이게 돈이 많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
현성은 조용히 인사를 한 후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뭐래?”
밖에서 기다리던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반가운 소식. 미국에서도 너 같은 환자들 완치된 사람들 많다고 하더라.”
“그게 진짜야?”
“그래,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치료만 잘 받으면 돼.”
“그게 다야?”
이수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무래도 진료실 안에 있었던 시간이 길다 보니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얘기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신약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신약을 쓸 거야.”
“신약?”
“응, 미국에서 한 달 전에 승인이 난 건데 약효가 최고란다.”
“그럼 엄청 비쌀 텐데?”
이수혁이 걷던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그런 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신약이다 보니 그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수혁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반응일 것이다.
현성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가진 게 돈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치료만 받아.”
순간적으로 그에게 거짓말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신약이라 그냥 임상시험으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무상으로 받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이수혁이 다시 물었다.
“비싼 거 맞지?”
“조금.”
“…….”
이수혁은 아무 말도 없이 병실로 향했다.
***
현성은 원무과에 들러 치료비로 20억을 예치한 후 이수혁을 데리고 세브란스 병원 사거리로 향했다.
이수혁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이발소.”
“갑자기 이발소는 왜?”
“약이 독해서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미리 머리를 빡빡 깎으려고.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치료 다 끝나고 나면 머리카락은 정상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까.”
긴 머리보다는 아예 빡빡 미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이발소를 찾아 나선 것이다.
30분 후.
이발소를 찾아 헤매던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결국 미장원이었다. 아무리 찾아도 이발소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빡빡 밀어주세요.”
이수혁이 의자에 앉자마자 자신의 입으로 씩씩하게 말했다. 그로서도 지금의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듯했다.
“빡빡이요?”
“네, 한 올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밀어주세요. 어차피 머리카락이야 치료 끝나고 나면 다시 길 테니까요.”
“아, 네…….”
미용사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이수혁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어때? 괜찮냐?”
머리를 다 깎은 이수혁이 현성은 향해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깔끔한 게 좋다.”
“진짜?”
“그래, 인마. 오히려 긴 머리보다 이 머리가 훨씬 어울린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왜? 너도 머리 깎으려고?”
“그래, 그렇지 않아도 이발한 지가 한 달 넘었거든. 이왕 온 김에 나도 깎으려고.”
그때 미용사가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깎을까요?”
“빡빡이요.”
“네?”
“그냥 시원하게 밀어주세요.”
바로 그때였다.
이수혁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야, 인마. 너 미쳤어? 10월에 너 결혼식이잖아?”
“괜찮아.”
“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니지.”
“괜찮다니까. 미용사님, 어서 시원하게 밀어주세요.”
현성은 그 말과 함께 눈을 감았다.
물론, 이런다고 그에게 큰 힘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렇게라도 그와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윙!
잠깐 망설이던 미용사는 현성의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