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1)
회귀해서 건물주-702화(7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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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다음 날.
병원 정문 앞에 선 두 사람.
두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연신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수혁이 입을 열었다.
“현성아, 아무래도 엄마가 늦으시는가 보다. 엄마한테는 내가 얘기할 테니까 그냥 가라.”
“그러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다. 이왕이면 어머니 오시는 걸 보고 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될 거 같다.”
두 사람이 기다리던 사람은 이수혁의 어머니인 유수민이었다.
아침에 유수민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병원에 늦어도 두 시까지는 도착할 테니 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 시가 넘어도 오지를 않으니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병원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현성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이수혁 앞으로 내밀었다.
“수혁아, 이거 받아.”
“어? 이건 카드잖아. 근데 이걸 왜 나한테……?”
“병원에 있으면서 써. 아무래도 있다 보면 필요할 거야.”
“야, 이걸 내가 어떻게 받냐?”
이수혁은 현성이 내민 카드를 받을 수 없었다.
그에게 받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 덕분에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앞으로 신약으로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약이 얼마냐고 물어도 그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더 이상은 받을 수가 없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치료 들어가면 밥맛이 많이 없을 거야. 그땐 병원 밥 먹지 말고 여기 지하에 내려가면 식당들 많더라. 거기에 가서 먹고 싶을 걸로 먹어.”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내가 더 이상 너한테 어떻게 더 받을 수 있겠냐? 그리고 먹는 건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먹을 테니까. 그러니까 이 카드는…….”
덥석.
현성은 이수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을 잡은 후 카드를 손에 쥐어졌다.
“야, 이수혁. 우리 이런 걸로 힘 빼지 말자. 나도 도와줄 능력이 되니까 도와주는 거야.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받아. 그리고 이걸로 맛있는 거 열심히 사 먹고 힘내서 치료 잘 받아. 그게 나를 위한 길이야.”
“…….”
이수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솔직히 병원비만 해도 한두 푼이 아닐 것이다. 이미 병원비까지 신세를 진 마당에 이 카드를 안 받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는 것도 우스운 일일 지도 모른다.
피식.
이수혁은 자기 자신이 어이가 없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정작 몇십억이 될지도 모르는 병원비는 이미 신세를 졌으면서, 밥값 하라는 카드를 안 받겠다고 한 자신이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쩝.
입맛을 다신 이수혁이 현성을 향해 말했다.
“내가 또 주접을 떨었구나.”
“인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네가 무슨…….”
“그래, 알았다. 고맙게 받을게. 그 대신 너 각오해야 할 거야. 난 소고기만 먹을 거니까.”
“자식, 제발 그래라. 그럼, 난 간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주먹을 이수혁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이수혁이 자신의 주먹을 맞댔다.
툭.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젠 고맙다는 소리도 염치가 없어서 못 하겠다.”
“됐고, 치료나 잘 받고 있어. 다음에 다시 또 올게.”
“그래, 조심해서 내려가라.”
“그래, 알았다. 힘내! 알았지?”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씩 웃으며 발걸음을 돌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열 발자국쯤 걸었을까.
뒤에서 이수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김현성!”
현성은 뒤돌아섰다. 그러자 이수혁이 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나 꼭 나을 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고맙다, 인마!”
현성은 손을 번쩍 들어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돌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몇 분 후.
주차장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때였다.
따르릉!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조금 전에 헤어진 이수혁이었다.
“어, 수혁아. 왜?”
-네가 사 준 핸드폰 시험하는 거야. 잘 들리나 하고.
어제 머리를 깎은 후 핸드폰을 샀다. 아무래도 앞으로 자주 통화를 하려면 핸드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식, 싱겁기는. 잘 들린다. 됐냐?”
-그래, 인마. 그리고 머리 괜찮겠냐?
“머리가 왜?”
-혹시라도 지수 씨가 걱정할까 봐 그래서 그렇지.
“별 걱정을 다 한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 집사람이 이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니니까.”
-어, 그래, 알았다. 그럼 조심해서 내려가라.
뚝.
전화가 끊기자 현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만졌다.
비록 말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얘기를 했지만, 아내인 윤지수가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
-현성 씨, 저예요.
전화를 건 사람은 아내 윤지수였다.
“네, 지수 씨. 이제 막 병원에서 출발하려고요.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혹시나 언제 출발하나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알았으니까 조심해서 와요.
“네, 알았어요. 저, 그리고…….”
현성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 그만뒀다. 사실은 머리 깎은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 중간에서 멈췄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할 말 있어요?
“아니에요. 집에 가서 얘기할게요. 좀 있다가 봐요. 아참, 혹시 족발 먹을래요?”
-저야 좋지요. 그렇지 않아도 족발 먹은 지도 좀 됐는데…….
“알았어요. 그럼 가는 길에 공덕동 시장에 들러서 사 갈게요. 두 시간 후쯤 도착할 거예요.”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바로 출발했다.
주차장을 막 빠져나오려 할 때였다.
주차장 입구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게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이수혁의 어머니인 유수민이었다.
“어머니, 언제 오셨어요?”
“지금 막.”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가는 길인데 다행이네요. 이렇게라도 뵙고 가니 말입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유수민이 갑자기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
“네? 이게 뭡니까?”
“감자여.”
“감자요?”
현성은 ‘감자’라는 말에 얼른 차문을 열고 나와 가방을 받았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이게 웬 감잡니까?”
“오늘 아침에 캔 거야. 뭐라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더라고. 별건 아니지만 이거라도…….”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제가 감자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이 감자를 캐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을 것이다. 게다가 이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수고를 했을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하네. 이거밖에 주지를 못해서 말이여.”
“어머님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바로 그때였다.
덥석.
유수민이 현성의 손을 잡으며 다시 말했다.
“수혁이 아버지가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네.”
“별말씀을요.”
“그리고 현성이가 준 그 돈은 나중에 슈퍼를 하나 차리기로 했네. 아무튼 현성이 덕분에 우리가 살았네. 이 은혜를 어떻게…….”
현성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얼른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어머니, 혹시라도 앞으로 힘드시면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그건 아니지. 사람이 염치가 있지 그러면 못 쓰는 거여. 사실은 지금도 염치가 없어서 말도 못 하겠는데…….”
유수민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 그만뒀다. 여기서 더 자꾸 얘기를 하다 보면 그녀의 입장만 곤란해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저는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려, 우리 수혁이 돌보느라 고생했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맙네.”
현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차에 올라탔다. 그리곤 바로 천천히 출발했다.
백미러에 손을 흔들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이수혁까지 주차장 입구로 다가와 있었다.
현성은 손을 내밀어 흔든 다음 병원을 빠져나갔다.
***
공덕동 영희네 족발 가게 앞에 도착한 현성.
드르륵!
현성은 바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김 사장님!”
족발을 손질하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서울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그동안 잘 계셨지요?”
“그럼요. 그나저나 쌍둥이 엄마도 잘 있지요?”
족발을 시키면서 아내가 쌍둥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얘기했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네, 잘 있어요. 오늘은 족발하고 돼지껍데기 볶음 포장해 주세요.”
“네,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주인아주머니는 밝은 표정으로 족발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포장을 끝낸 주인아주머니가 현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우리 영희랑 잠깐 통화할 수 있어요?”
“영희 씨요?”
“네, 우리 영희가 사장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잘 됐네요. 저도 그렇지 않아도 영희 씨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집 전화번호가 어떻게 돼요?”
현성은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몇 번 울리도록 상대가 전화를 안 받았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바로 말했다.
“전화를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러니까…….”
바로 그때였다.
핸드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영희 씨?”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저 김현성입니다.”
-아, 현성 씨!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가 변하는 순간이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밝아졌다.
-혹시 우리 족발 가게에 왔어요?
“네,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가는 길에 잠깐 들렀어요. 참, 우리 통화한 김에 말부터 놓을까요? 어차피 우리 동갑이잖아요. 어때요?”
-그럼 그럴까요?
“자, 그럼 이제 이 시간 이후부터는 우리 서로 말 놓는 겁니다. 제가 먼저 시작할게요. 영희야, 반갑다!”
현성은 친근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그래, 현성아. 나도 반갑다. 그렇지 않아도…….
그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알고 보니 통화를 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친구로 지내는 것.
그 후로 두 사람은 한참을 더 얘기를 나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영희 어머니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뚝.
현성이 전화를 끊자 주인아주머니가 바로 말했다.
“고마워요, 김 사장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지 마시고 그냥 제 이름을 부르세요. 오늘부터 영희랑 친구 하기로 했거든요. 저도 이제부터는 친구 어머니니까 그냥 어머니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어머니!”
현성은 일부러 살갑게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게 퍼짐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현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셋째 주 수요일이 휴일이라고 하셨죠?”
“응, 맞아.”
“다음 달에 그날 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우리 집에?”
그녀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영희랑 그날 삼겹살 먹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삼겹살을?”
“네, 영희가 저랑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쉬는 날 집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조금 전 통화할 때 안영희가 했던 말이다. 그래서 현성 또한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던 것이고.
“우리 영희가 사람이 그리워서 그럴 거야. 매일 집에만 있다 보니…….”
영희 어머니의 눈가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무래도 아픈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괜히 우리 영희가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그럼 다음 달에 뵙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인사를 한 후 가게를 나왔다.
몇 발자국 걸었을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현성아!”
뒤돌아보니 영희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말했다.
“정말 고마워!”
현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돌려 주차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