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2)
회귀해서 건물주-703화(703/740)
705
집에 도착한 현성.
그는 현관문을 열기 전에 모자를 고쳐 썼다.
병원에서야 이수혁 때문에 일부러 모자를 안 썼지만, 병원을 나와서는 어쩔 수 없이 모자를 쓸 수밖에 없었다.
덜컹!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있던 아내 윤지수가 벌떡 일어나 현성을 맞았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어? 근데 그 모자는 뭐예요?”
윤지수의 눈에 처음 보는 모자가 눈에 들어왔다. 집을 나갈 때만 해도 없던 모자다.
그러고 보니 그의 머리가 3일 전에 집을 나갈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윤지수는 바로 물었다.
“혹시 이발했어요?”
“네, 했어요.”
“근데 왜 모자를 썼어요? 현성 씨 원래 모자 쓰는 거 좋아하지 않잖아요?”
맞는 말이다. 현성은 원래 모자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자를 쓰고 나타나니 윤지수의 입장에서는 바로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모자를 벗었다.
그 순간.
“…….”
현성의 모습을 본 윤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어떻게 된 거예요?”
“어때요? 여름이라 시원해 보이지 않아요?”
윤지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갑자기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난 남편의 머리를 보고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윤지수는 현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머리를 빡빡 밀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은…….”
현성은 피식 웃으며 왜 머리를 밀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윤지수 또한 가볍게 미소를 지은 후 말했다.
“결국은 수혁 씨랑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는 거죠?”
“네, 맞아요. 물론, 이런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수혁이한테 도움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그와 함께하고 싶었어요.”
윤지수는 잠시 말없이 현성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발걸음을 옮겨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갑자기 그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의 품성으로 봤을 때 이 일로 인해 화를 내지는 않을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칭찬을 할 줄은 몰랐다.
“지수 씨, 정말이에요?”
“그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픈 사람 때문에 그런 건데요. 수혁 씨도 아마 많은 위로가 됐을 거예요.”
“역시 지수 씨는 제 마음을 알아주는군요.”
현성은 들고 있던 족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얼른 그녀를 안았다.
마음속에 전혀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두 달 뒤에 있을 결혼식 때문이었다.
두 달이 지나도 머리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친구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그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윤지수 또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칭찬까지 해주니 현성으로선 그런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던 것이다.
“혹시 내가 화라도 낼 줄 알았어요?”
윤지수가 품에서 벗어나며 물었다.
“화는 아니지만, 조금은 뭐라고 할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이제 결혼식이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요.”
“그걸 현성 씨가 모르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그거야 물론이죠.”
그건 당연한 얘기다. 머리를 깎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이 결혼식 날짜이니 말이다.
“거 봐요. 현성 씨도 이미 다 알고 한 일이잖아요. 솔직히 결혼식에서 머리가 좀 짧으면 어때요. 그보다는 친구분의 아픔을 위로하는 게 더 소중한 거잖아요. 안 그래요?”
현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윤지수가 한 말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그런 그녀가 너무도 고마웠다.
만약에 생각이 달랐다면 이런 문제로 서로 인상을 쓸 수도 있던 문제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녀와는 그럴 일이 없었다.
현성은 윤지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수 씨, 고마워요.”
“뭐가요?”
“생각이 저랑 같아서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머리 때문에 싸우고 서로 인상을 썼을 텐데 그럴 일은 없어서 말입니다.”
“현성 씨를 믿으니까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예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현성 씨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소신껏 하세요. 저는 현성 씨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정을 믿을 테니까요.”
전생에서도 그녀는 지금과 마찬가지였다.
어떤 일이든 트집을 잡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더욱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고마워요.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약속 하나 할게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지수 씨가 실망하는 일은 없게 할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래도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면 사전에 꼭 의논을 하도록 할게요.”
윤지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자, 이제 우리 족발 먹읍시다.”
“아참, 족발이 있었지요. 머리 때문에 잠깐 잊고 있었어요.”
“오늘은 지수 씨가 좋아하는 돼지껍데기도 있어요. 자, 주방으로 갑시다.”
두 사람은 나란히 주방으로 향했다.
***
며칠 후.
현성은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일곱 군데에서 동시에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동네 전체가 전쟁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에서도 민원이 들어오는 곳은 없었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동네 사람들한테 사전에 공사 일정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기 때문이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건축업자인 윤태호가 뛰어와 현성을 반겼다. 그러자 현성은 그한테 박카스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속도가 정말 빠르네요.”
터파기 공사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업 속도가 빨랐다.
“최고 팀들만 선별을 했거든요. 역시 돈값어치를 하네요.”
윤태호의 말이 막 끝났을 때였다. 인부 한 명이 두 사람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윤태호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
“이봐요! 김보선 씨!”
“네, 소장님.”
“지금 손에 든 게 뭡니까?”
그의 손에는 안전모가 들려 있었다.
“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죄송합니다. 바로 쓰겠습니다.”
김보선은 얼른 안전모를 썼다. 그러자 윤태호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제가 아침 조회시간에 뭐라고 했습니까?”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빼고는 무조건 안전모는 쓰라고…….”
“그런데요?”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 그게…….”
김보선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윤태호가 바로 말했다.
“김보선 씨는 오늘 일당에서 2만 원을 제합니다. 이의 있습니까?”
“…… 없습니다.”
김보선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하루 일당이 5만 원이다. 그중에서 2만 원을 제한다는 건 엄청남 금액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항변도 못 하고 윤태호의 곁을 떠나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물었다.
“원칙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됩니다. 아무리 말로만 잔소리를 해도 그때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적용하기로 한 겁니다. 만약 그게 싫다면 현장을 떠나기로 처음부터 각서를 받았거든요.”
“그래도 2만 원이면 그 금액이 상당한 건데, 혹시 인부들이 불만이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개중에는 지랄하는 놈들도 있지요. 어쩌다 한 번 실수 한 건데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하지만 예외는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봐주면 이도 저도 안 된고 개판됩니다. 처음부터 빡세게 했더니 이제는 어느 누구도 반항하는 놈은 없습니다.”
윤태호의 눈빛에서 그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싫은 소리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날 테니 그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야 뭐 늘 하는 일이라 이제는 이골이 났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왜……?”
윤태호가 현성의 머리를 슬쩍 바라본 후 물었다.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별일은 없는 거지요?”
“그럼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저는 혹시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아무 일도 아니라면 다행이고요. 제가 알기로는 두 달 후에 결혼식을 하는 걸로 아는데 갑자기 머리를 밀어서 말입니다.”
윤태호가 현성의 머리를 한 번 더 슬쩍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수혁의 얘기까지 꺼내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에 현성은 그냥 있었다.
“자, 그럼 계속 수고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분양은 2주 후부터 시작할 겁니다.”
“벌써요?”
“네, 다음 주에 모델하우스 공사 들어가니까 공사 끝나는 대로 바로 분양을 시작할 겁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물었다.
“분양은 어떨 거 같습니까?”
“여기 같은 경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부평역도 가깝고 상권이 좋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가 대비 분양가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니 굳이 광고를 안 해도 분양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겁니다.”
“제가 처음에 얘기했던 거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그래서 처음 한 달 동안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분양 신청을 안 받을 겁니다. 이 동네에 연고를 가진 사람들부터 분양이 끝나면 그다음에 다른 지역 사람들의 신청을 받을 겁니다.”
현성이 처음부터 동네 사람들과 약속한 사안이다. 가장 먼저 분양 우선권은 동네 사람들한테 주겠다고 말이다.
분양을 받는 순간 기본 3억 정도의 수익이 생기게 된다. 그 수익을 동네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것이었다.
윤태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상가 같은 경우도 말씀하신 대로 체인점은 분양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네, 그건 꼭 그렇게 하십시오.”
“저, 근데…….”
윤태호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혹시 체인점과는 무슨 사연이 있었습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체인점을 차별하는 이유가…….”
“왜요? 그래 보입니까?”
“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음, 그게…….”
현성은 바로 말하기가 애매한 부분이었다.
사실 체인점과 문제가 있었던 것은 전생에서였다.
영화마음과 빠리바게또.
현성 자신은 물론이고 빵집을 운영하던 이세이 또한 이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어린 최수정이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났던 것이고.
아직도 그 기억은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얘기를 지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괘씸하잖아요.”
“괘씸하다고요?”
윤태호는 얼핏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네, 걔들은 상도덕이란 게 없어요. 옆에 가게가 있어도 치고 들어오는 놈들이 바로 그놈들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죠. 어차피 본사 믿고 자본으로 밀고 들어오니까요.”
“그래서 싫다는 겁니다. 그 본사의 영업 정책이 말입니다. 물론 저 혼자 이런다고 해서 걔들이 눈도 깜짝 안 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사는 우리 동네에서만큼은 그놈들 보기 싫습니다. 그리고 그놈들은 상권에 도움도 안 돼요. 오히려 상권을 죽이는 놈들이거든요. 그놈들이 안 들어오면 오히려 동종 업계는 살아날 겁니다.”
“하긴 그럴 수고 있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놈들은 분양에서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윤태호는 그제야 현성의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헤어진 현성은 공사 현장을 몇 군데 더 둘러본 후 사무실로 향했다.
거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아, 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병원에 있는 이수혁이었다.
“어, 수혁아. 몸은 좀 어때?”
-좋아.
“좋다고?”
현성은 좋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에 병원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머리가 가끔 아프다고 했었다. 그리고 의사의 말도 심각하다고 했었고 말이다.
“진짜 괜찮아?”
-어, 오늘은 머리고 안 아프고 살 거 같다. 사실은 오늘 오전에 신약 치료에 들어갔어.
“신약?”
-어, 그래. 미국에서 신약이 도착했거든. 의사 선생님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낫다고 하면서 오늘 바로 치료에 들어갔어.
핸드폰 너머 이수혁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신약에 대한 정신적인 효과인 듯했다.
이수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느낌이 좋아. 이 상태라면 금방 나을 거 같아.
“다행이다.”
-일주일 뒤에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거래.
“그래?”
-응, 만약 종양 크기가 조금이라도 줄기만 하면 그땐 희망이 보인다는 거야. 근데 문제는…….
이수혁이 말을 중간에서 더 이상 잇지를 못하고 있었다.
“근데 뭐가 문제야?”
-의사 선생님이 최소한 다섯 번은 신약 치료를 해야 한다고…….
“근데?”
-신약 치료를 하면 한 번에 2억이라고…….
현성은 그제야 이수혁이 왜 말을 중간에서 그쳤는지 알 수 있었다.
“야, 이수혁!”
-어, 그래.
“내가 뭐라고 그랬어? 난 가진 게 돈밖에 없다고 그랬잖아.”
-…….
“다른 생각하지 말고 너는…….”
-현성아!
이수혁이 중간에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