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3)
회귀해서 건물주-704화(704/740)
706
현성과의 통화를 끝낸 이수혁.
그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는 돈 생각하지 말고 낫기만 해.
전화를 끊으면서 현성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다.
이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친구를 위해 그런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말뿐만이 아니라 그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 한 병에 2억이라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약을 최소한 다섯 번은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약값만 해도 10억이다. 거기다 입원비에 1인실까지. 자신의 머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20억!
그가 병원 측에 예치한 자신의 치료비였다.
그 모든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이고.
그래서 오늘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돈에 대해서는 전혀 내색도 하지 않으며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훌쩍.
눈가의 눈물을 닦을 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어머니인 유수민이 들어왔다.
유수민은 이수혁의 눈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눈이 왜 빨게?”
“현성이랑 통화했어요.”
“현성이랑?”
“네, 오늘 신약 치료를 받았다고 얘기를 하는 도중에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나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인 유수민이 말을 이었다.
“세상에 그런 친구는 없을 거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오늘도 통화를 하는데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치료만 잘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어느 누가…….”
이수혁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 앞에서 또다시 눈물을 보일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유수민이 침대로 다가와 이수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엄마가 왜요?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엄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부모 노릇을 못 하니…….”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아버지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재수가 없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어쨌든 미안하다. 그리고…….”
유수민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현성이한테도 면목이 없고.”
“…….”
이수혁은 할 말이 없었다. 어떤 이유로도 현성이 얘기가 나오면 자신 또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는 곧 돈이다.
아무리 치료를 받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그만이다.
흔한 말로 돈이 없으면 그냥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건 예외가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며칠 전만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그럴 상황이었다.
원주에서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그냥 그걸로 모든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심정에 그한테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그는 바로 원주로 내려왔고, 그날 밤 서울로 이송이 됐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신약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물론, 결과는 아직 모른다.
일주일 뒤에 종양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기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사실은 기적이다.
그 기적을 만들어준 이가 바로 현성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그저 죽음 앞에서 벌벌 떨며 시간과 싸우고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미국이긴 하지만 이미 완치를 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그래서 지금 자신 또한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희망을 만들어준 사람.
그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무엇이 있을까?’
잠시 후.
고민을 하던 이수혁은 사물함에서 노트 한 권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유수민이 바로 물었다.
“뭐하려고?”
“현성이를 생각해서라도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오늘부터라도 쓰던 소설을 다시 시작하려고요.”
“괜찮겠어?”
“네,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하면 될 거예요. 이렇게라도 해야…….”
이수혁은 말을 하며 노트를 펼쳤다. 그리곤 기존에 썼던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유수민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후 자신의 침대로 향했다.
***
이수혁과 통화를 끝낸 현성은 발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향했다.
“삼촌!”
현성이 사무실 2층으로 막 올라가려고 할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빵집 딸내미인 윤수정이었다.
“수정이 비디오 빌려 가는 거야?”
“응, 아기공룡 둘리 빌렸어.”
“그거 벌써 스무 번도 더 봤잖아?”
“그래도 재미있는 걸 어떡해. 나는 이게 제일 재미있어.”
현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같은 비디오를 빌려본다.
그 비디오가 바로 ‘아기공룡 둘리’다.
오죽하면 그 비디오를 하나 사주겠다고 했을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건 또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일부러 물었다.
왜 사주는 것은 마다하고 빌려보기만을 원하는지.
그런데 그녀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삼촌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론 더 이상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윤수정이 현성을 다시 불렀다.
“삼촌.”
“응, 왜?”
“엄마가 그러는데 지금 우리 동네 공사하는 거 삼촌이 하는 거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야?”
“어? 어, 맞아. 그런데 왜?”
의외였다. 그 어린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삼촌 부자야?”
“어?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부자니까 이렇게 큰 공사를 하는 거잖아. 내 말이 맞지?”
“글쎄…….”
현성은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자 윤수정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쿡쿡.”
“왜 웃어?”
“내가 생각할 때는 어려운 질문이 아닌 거 같은데 삼촌이 대답을 못 하니까.”
“그런가.”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한 거야?”
“삼촌이 부자라면 부탁을 하려고.”
“부탁? 무슨 부탁?”
“근데 그게…….”
윤수정은 무슨 이유인지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든 직설적으로 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말을 바로 잇지를 못하니 현성으로선 그 이유가 더 궁금해졌다.
“무슨 부탁인데 우리 수정이가 말을 못 할까?”
“큰 부탁이라…….”
“큰 부탁? 그게 뭔지 말해 봐. 삼촌이 웬만하면 들어줄 테니까.”
잠시 망설이던 윤수정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삼촌도 알지?”
“응? 뭘?”
“지금 우리 동네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없는 거.”
“물론 알지.”
“그래서 말인데…….”
윤수정이 잠깐 말을 끊었다가 바로 말을 이었다.
“놀이터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놀이터?”
“응, 다른 동네 갔더니 거기는 놀이터가 있더라고.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놀이터가 없잖아. 그래서 많이 속상했거든.”
윤수정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현성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만들어줄게.”
“정말?”
윤수정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조금 전에 슬퍼하던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삼촌, 진짜 어린이 놀이터 만들어줄 거야?”
“그렇다니까.”
어차피 처음부터 공원을 만들면서 어린이 놀이터도 당연히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당당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현성은 윤수정의 이름을 불렀다.
“수정아.”
“응, 삼촌.”
“놀이터도 한 개가 아니라 네 개를 만들 거야.”
“네 개씩이나?”
“응, 그러니까 친구들하고 마음껏 뛰어놀아. 알았지?”
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수정이 달려와 안겼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삼촌, 고마워. 이제 내일 어린이집에 가면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야. 우리 동네는 놀이터를 네 개나 만든다고 말이야. 그리고…….”
윤수정이 작정이라도 한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전생에서는 이런 모습은 볼 기회조차 없었다. 빠리바게또가 들어오면서 6개월 만에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빵집이 문을 닫았으니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현성으로선 이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
윤수정과 헤어진 현성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 안에 있던 이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성을 맞았다.
“현장은 다 돌아보셨습니까?”
“어, 그런데 공사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아침에 한 바퀴 돌아봤는데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진행되는 거 같았습니다.”
“맞아. 역시 윤 사장님의 말이 맞았어.”
윤태호가 처음부터 했던 말이 도급제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차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속도만 빠른 것도 아니었다.
일곱 군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를 하는데도 어느 한 곳에서도 안전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것이다.
하긴 조금 전 윤태호가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감독을 하는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안전모를 잠깐 벗었다고 일당에서 2만 원을 제하는 윤태호였다.
그렇게까지 엄하게 현장을 관리하니 그만큼 안전사고도 없는 것일 테고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 현성은 이상혁을 향해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너는 요즘 공부하기에 어때?”
“좋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난 다음부터는 지하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머리도 안 아프고 집중이 잘됩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래서 요즘 몇 시에 자는 거야?”
“새벽 두 시에 잡니다.”
“새벽 두 시? 그럼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 다섯 시입니다.”
“뭐? 새벽 다섯 시?”
현성은 고개를 돌려 이상혁을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라면 하루에 세 시간밖에 잠을 안 잔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하루에 세 시간밖에 안 자는데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진짜?”
“네, 지장 없습니다. 지금 두 달째 그렇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현성으로선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물론, 현성 또한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할 때 하루에 4시간 정도 잠을 자고 공부를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험기간에만 일주일 정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혁은 지금 평상시에도 3시간밖에 잠을 안 잔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혹시 그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거야?”
“그게…….”
이상혁은 무슨 이유인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물었다.
“무슨 이유인데 바로 대답을 못 하는 거야? 혹시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아니고, 사실은 사장님 때문에…….”
“뭐? 나 때문에?”
현성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지금까지 그한테 사생활에 관해서는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었다.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닌데 그럴 이유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 때문에 그랬다니,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때문이라니? 나는 너한테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사장님께 보답을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보답?”
“네, 솔직히 지금 제가 여기서 이렇게 편하게 근무를 하고,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사장님 덕분 아닙니까? 그래서 사장님께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루라도 빨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사장님께 보답을 하는 길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했습니다.”
피식.
현성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가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현성으로선 그런 그가 고마울 뿐이었다.
시계를 바라본 현성은 이상혁을 향해 말했다.
“점심시간인데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저는 그냥 짜장면이면 됩니다.”
“그거 말고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저 그럼…… 탕수육으로…….”
이상혁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빙긋 웃은 후 바로 전화를 걸어 주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주문을 끝낸 현성은 다시 이상혁을 향해 말했다.
“상혁아, 고맙다.”
“저야말로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라. 그리고 꼭 합격해라.”
“네, 알겠습니다! 꼭 합격해서 사장님 은혜에 보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