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5)
회귀해서 건물주-706화(706/740)
708
다음 날.
근무를 하던 현성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직원인 이상혁을 향해 말했다.
“상혁아, 난 이만 퇴근할 테니까 이따가 점심 잘 먹고 근무 잘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뵙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강릉에 잘 다녀오십시오.”
이상혁은 오늘 아침에 이미 현성으로부터 오늘 강릉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렇다 보니 그의 말에 자연스럽게 응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혁은 얼른 발걸음을 옮겨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텀블러 두 개를 꺼내 현성한테 내밀었다.
“사장님, 이거 가지고 가세요.”
“어? 이게 뭐야? 혹시 커피야?”
“네, 별건 아니지만 오늘 강릉에 가신다고 하시기에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사모님 겁니다. 사모님 거는 커피 아니고 사과 주스입니다.”
현성은 이상혁이 건넨 텀블러를 받은 다음 분홍색 텀블러를 흔들며 물었다.
“이걸 직접 간 거야?”
“네, 한번 갈아봤습니다. 홀몸도 아니시라…….”
이상혁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가끔 먼 길을 떠날 때면 이렇게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주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의 것까지 특별히 준비를 한 것이고. 게다가 홀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과까지.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 상혁아!”
“별말씀을요. 겨우 커피랑 사과 조금 갈았을 뿐인데요.”
“겨우라니? 그건 아니지. 이건 겨우가 아니라 진짜 감동인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물론, 커피가 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커피를 내리는 시간과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자체가 현성으로선 고마울 뿐이었다.
게다가 사과 주스는 더할 나위 없고.
현성은 다시 말했다.
“이런 정성이 들어간 커피는 어디에서도 살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이 사과 주스는 더더욱. 안 그래?”
“그건…….”
이상혁은 다른 말을 하려다 살짝 미소를 짓고 말았다.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준비를 했었다. 그한테 받은 거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거라 준비를 하면서도 낯간지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그 일을 이렇게까지 언급을 하니 그저 쑥스러울 뿐이었다.
톡톡.
현성은 발걸음을 옮겨 입구로 걸어가며 이상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다른 말보다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나 갈게. 나오지 마.”
“아닙니다. 주차장까지는 배웅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현성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 입을 닫았다. 어차피 그 말이 필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이 차에 오르자 이상혁이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어, 그래. 갔다 와서 보자. 수고해.”
현성은 이상혁의 배웅을 받으며 바로 출발했다.
백미러로 점점 멀어지는 이상혁의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 어느 순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는 그냥 스치고 지나갔던 인연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와 꽤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또 다른 행복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집에 도작하자 아내 윤지수가 1층에 내려와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미리 연락을 했기에 윤지수 또한 미리 1층에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현성은 얼른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가 탈 수 있도록 했다.
“타요, 지수 씨.”
“고마워요, 매번.”
윤지수는 자신을 위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현성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바로 올라탔다.
그녀의 안전벨트까지 확인을 한 현성은 힘차게 외쳤다.
“자, 이제 출발합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집을 떠나 대로로 향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탄 차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좌회전을 하면 영동고속도로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현성은 핸들을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백화점이요.”
“백화점이요? 거기는 왜요?”
“장모님한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아, 네…….”
윤지수는 그제야 현성이 왜 백화점으로 향하는지 알았다.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본 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매번.”
“별말씀을…….”
현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전생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일이다. 먹고살기에 바쁘다 보니 선물 한번 제대로 장모님께 드린 적이 없었다.
마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현성은 힘차게 다시 한번 가속페달을 밟았다.
***
백화점에 도착한 두 사람.
저벅저벅.
현성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갈 곳을 이미 정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목적지를 모르고 있는 윤지수는 조용히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삼 매장이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엄마가 인삼 좋아하시는 걸.”
윤지수는 신기할 뿐이었다. 엄마가 인삼을 좋아한다는 걸 현성한테는 아직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선물을 산다면서 삼 매장으로 곧장 가니 윤지수의 입장에서는 신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왠지 좋아하실 거 같아서요.”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장모님이 인삼을 좋아하는 건 전생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가을이면 항상 인삼을 꿀에 재워 드시곤 했었다. 물론, 나중엔 현성 자신한테도 꿀에 재운 인삼을 주시곤 했었고.
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끔 보면 현성 씨는 참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요?”
“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리 엄마가 인삼을 좋아하신다는 걸 알겠어요? 안 그래요?”
“하하, 그런가요.”
현성은 그저 가볍게 웃은 후, 삼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여종업원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뭘 도와드릴까요?”
“가장 좋은 삼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이쪽으로 오시죠.”
종업원은 현성보다 몇 발자국 앞서 인삼이 진열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곤 친절한 목소리로 인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잠시 후.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삼은 없나요?”
“다른 삼이요?”
“네, 혹시 산삼…….”
현성의 입에서 ‘산삼’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종업원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인삼과 산삼의 가격 차이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 말은 인삼을 팔았을 때와 산삼을 팔았을 때의 인센티브는 극과 극이라는 얘기다.
종업원의 눈빛이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종업원은 한결 밝은 목소리로 현성을 옆 매장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산삼이 그림같이 진열되어 있었다.
별도의 가림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동일한 매장인 듯했다.
종업원은 조금 전과 같이 산삼 상자를 가리키며 가격과 품질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의 설명을 다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손가락으로 산삼이 4개 들어있는 박스 하나를 가리켰다.
“저걸로 할게요.”
“이걸로 말입니까!”
여종업원의 목소리가 더욱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이 가리킨 산삼은 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5천만 원짜리였기 때문이다.
“네, 그걸로 포장해 주세요.”
“네! 손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포장해드릴게요!”
종업원의 목소리는 미세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의 뒤에서 지금까지 조용히 바라보던 윤지수가 현성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현성 씨, 이걸로 살 거예요?”
“네, 이왕 사는 거 인삼 말고 산삼으로 사 드리려고요.”
“…….”
윤지수는 말 대신 조용히 현성을 바라봤다.
당연히 인삼을 살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의 선택은 인삼이 아니라 산삼이었다. 그것도 매장 내에서는 가장 비싼 산삼을.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윤지수는 현성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고마워요.”
“고맙긴 뭐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모님께 드리는 건데요.”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솔직히 더 비싼 게 있었다면 그것을 샀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모님을 위한 선물이다.
전생에서 가난했던 자신을 조금의 반대도 없이 바로 결혼을 허락하셨던 분이다. 그런 분께 드리는 선물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잠시 후.
계산을 끝내고 나오려는 순간 윤지수가 현성의 팔을 잡아당겼다.
“현성 씨, 잠깐만요.”
“왜요?”
“저기 하나만 더 사면 안 돼요?”
“산삼이요?”
윤지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 또한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럽시다.”
현성은 말과 함께 바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물었다.
“안 물어봐요?”
“네? 뭘 물어요?”
“왜 하나를 더 사는지 말이에요.”
“그걸 왜 물어요. 지수 씨가 하나 더 사자고 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텐데요. 안 그래요?”
“알았어요.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아까 거랑 똑같은 걸로 하나 더 사요.”
현성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종업원을 불렀다.
***
쇼핑을 끝낸 두 사람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 뒤에는 또 한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산삼을 판 매장 직원이었다.
그냥 들고 가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직접 주차장까지 들어다 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삑!
차 문이 열리자 종업원은 뒷자리에 산삼 두 바구니를 실었다. 그리곤 차 옆에 서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가 보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출발하시는 거 보고 가겠습니다.”
종업원은 괜찮다는 듯 그대로 그 자리에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차에 올라탔다.
부르릉!
두 사람이 탄 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옆에 서 있던 종업원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두 사람이 탄 차가 주차장을 막 벗어날 때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아가씨가 1등일 거예요.”
“1등이요? 무슨 1등이요?”
“이번 달 매출이요. 저도 예전에 백화점에 있었지만 한 번도 매출왕이 된 적이 없었거든요. 매출왕이 되면 그달 한 달은 진짜 왕이 된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인센티브는 기본이고 전용 주차장까지 제공이 될 정도니까요. 그래서 저 아가씨가 끝까지 우리를 배웅한 걸 거예요.”
“아, 그런 게 있군요.”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 종업원이 끝까지 배웅을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어느새 백화점을 벗어나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현성 씨.”
윤지수가 뒷좌석에 나란히 놓여있는 산삼을 바라본 후 현성을 불렀다.
“네, 왜요?”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요?”
“이유요? 무슨 이유요?”
“제가 산삼을 하나 더 산 이유 말이에요.”
“글쎄요, 저는 그냥…….”
현성은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녀가 하나를 더 사자고 했기에 그랬을 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진짜 궁금하지 않았어요?”
“네, 그냥 지수 씨가 다른 생각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나를 더 산 것뿐이고요.”
피식.
윤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자그마치 5천만 원짜리 산삼이었다. 그걸 하나 더 사자고 했더니 일언반구 묻지도 않고 바로 하나를 더 샀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을 그저 믿었기에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윤지수는 현성을 바라본 후 바로 물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뭐가요?”
“5백만 원도 아니고 5천만 원짜리잖아요. 그럼 일단 그 이유라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아니요, 저는 별로요.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요. 지수 씨를 믿었다고.”
현성은 고개를 돌려 윤지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윤지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저를 그 정도로 믿는 거예요?”
“당연하지요. 아마 5천만 원이 아니라 50억짜리라 해도 저는 지수 씨를 믿었을 겁니다.”
“…….”
윤지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건 어느 정도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일 줄은 몰랐다.
윤지수는 손을 내밀어 현성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현성 씨, 강릉으로 가기 전에 홍천에 먼저 들려요.”
“홍천이요? 혹시 우리 시골집이요?”
“네, 아버님이랑 어머님 먼저 뵙고 강릉으로 가려고요.”
“아, 그래서…….”
현성은 얼른 뒷자리에 있는 산삼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시선을 돌려 아내 윤지수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만났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현성은 잡은 손에 힘을 더 줬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어느새 영동고속도로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