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07)
회귀해서 건물주-708화(70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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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떠난 지 5분쯤 지났을 때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내 윤수가 갑자기 큰 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현성 씨!”
운전을 하던 현성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손에는 집을 떠날 때 아버지가 건네줬던 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일입니까?”
“이거 보세요.”
윤지수는 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곤 현상 앞으로 꺼낸 물건을 내밀었다.
그녀가 내민 건 다름 아닌 돈이었다.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조금 전에 아버지가 준 거잖아요?”
“네, 맞아요. 근데 돈 액수가…….”
윤지수는 들고 있던 돈 중에서 하얀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그건 바로 수표였다.
그 말은 결국 아버지는 현금뿐만 아니라 수표도 함께 줬다는 얘기였다.
“그거 수표잖아요?”
“네, 맞아요. 아버님이 현금과 함께 수표도 주셨어요. 근데 그 금액이…….”
윤지수는 바로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얼마 짜린데요?”
“백만 원이요.”
“얼마요?”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음 윤지수가 수표를 흔들 때만 하더라도 당연히 십만 원짜리 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백만 원짜리라니.
물론, 아버지의 경제 상황이 전생과 완전히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점심이나 먹으라고 하면서 준 돈 치고는 말이 안 되는 금액이었다.
놀란 건 아내 윤지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돈 어떡해요?”
“뭘 어떡해요? 그냥 받아야지. 어차피 아버지가 실수로 넣은 것도 아니고 일부러 지수 씨한테 준 것일 텐데요. 안 그래요?”
놀람도 잠시,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자고로 사람이 마음이 없으면 물질도 없는 법이다.
그 얘기는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며느리로서의 윤지수가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이 미소를 짓는 이유였다.
“지수 씨는 좋겠어요. 아버지가 그만큼 생각을 해 주니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돈은 너무 많은데요. 이 돈을 진짜 받아도 돼요?”
“그냥 기분 좋게 받아요. 그래야 아버지도 더 즐거워하실 겁니다.”
“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윤지수는 여전히 손에 수표를 쥔 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고민을 하던 윤지수는 갑자기 결심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아버님께 고맙다는 전화라도 드려야 할 거 같아요.”
윤지수는 그 말과 함께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윤지수.
전생에서는 얼굴도 못 봤던 두 사람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현성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행복감이었다.
스윽.
현성은 고개를 돌려 통화하는 윤지수를 바라봤다.
통화를 하는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웃음소리도 들렸다.
현성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부르릉!
현성은 가속페달을 밟았다.
두 사람이 탄 차는 강릉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
강릉 초당의 한 순두부 가게.
현성의 장모이자 윤지수의 어머니인 안영순은 장사를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였다.
그녀가 바쁜 건 음식 준비 때문이었다.
그 음식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년손님, 즉 사위인 현성이었다.
사위가 온다는 말에 저녁 장사까지도 포기를 하고 음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안영순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 시간이…….”
시계는 어느새 7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이제 잠시 후면 딸과 사위가 도착할 것이다.
모든 직원이 퇴근한 주방에서 안영순의 손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식당 주차장으로 지프차 한 대가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
현성이 윤지수를 향해 물었다.
“지수 씨, 혹시 오늘 식당 쉬는 날이에요?”
“아닐걸요. 쉬는 날은 월요일인데…….”
윤지수는 대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보통 이 시간이면 저녁때라 주차장에 차가 꽉 찼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네요. 왜 차가 한 대도 없지요.”
바로 그때였다.
주차장으로 한 여인이 걸어왔다. 그 여인은 바로 윤지수의 어머니인 안영순이었다.
“지수야!”
“엄마!”
윤지수가 안영순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엄마, 주차장에 왜 차가 한 대도 없어요? 지금 이 시간이면 한창 바쁠 시간 아닌가요?”
“오늘 장사 안 해.”
“네? 장사를 안 한다고요?”
윤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분명히 점심때 통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 장사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장사를 안 한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엄마, 낮에는 오늘 장사한다고 했었잖아요?”
“점심 장사만 하고 오후엔 문 닫았어.”
“네? 왜요?”
윤지수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엄마가 늘 하던 말이 있다.
장사는 손님과의 약속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손님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했었다.
그 기본이 정기휴일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정기휴일을 제외한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랬던 엄마가 왜?
윤지수는 다시 물었다.
“엄마, 혹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은…… 그런 거 없어. 그냥 김 서방이 온다고 해서.”
안영순은 그 말과 함께 옆에 있던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김 서방, 오느라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오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근데 진짜 저 때문에 오늘 가게 문을 닫은 겁니까?”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몇 달 전에 안영순은 심하게 아픈 적이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말이다.
그때도 가게 문을 안 닫고 저녁 장사를 마칠 때까지 가게를 지켰던 분이다.
그만큼 가게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이 온다고 해서 문을 닫았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백년손님인 우리 사위가 온다는데 장모가 돼서 먹을 거라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냥 과감하게 닫아버렸네.”
와락!
현성은 대답 대신 장모 안영순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장사를 포기하고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했다는데.
현성 또한 20년을 넘게 장사를 했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그날 정사를 포기한다?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게 웬만한 마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런데 그 어려운 결정을 장모 안영순은 한 것이다.
현성은 안고 있는 팔에 힘을 더 줬다.
“어머님, 들어가시죠!”
현성은 안영순의 손을 잡은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뒤를 윤지수가 미소를 지으며 뒤따랐다.
잠시 후.
“이게 뭐냐?”
집안으로 들어간 현성과 윤지수가 큰절을 한 다음 보자기로 싼 바구니를 내밀자 안영순이 윤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가 직접 풀어 봐요.”
“이게 뭔데…….”
안영순은 중얼거리며 황금빛으로 포장된 보자기를 풀기 시작했다.
“어? 이건?”
보자기를 풀던 안영순이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현성과 윤지수를 바라봤다.
“웬 산삼이냐?”
“엄마 드시라고 ‘현성 씨’가 샀어요.”
윤지수는 일부러 현성의 이름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오늘 낮에 시댁에서 그한테 고마운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절을 하고 산삼 바구니를 내밀자 시어머니가 물었었다.
이게 웬 산삼이냐고 말이다.
그때 현성이 ‘이 사람이 두 분 드시라고 샀어요.’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자 시부모님의 시선은 당연히 자신한테로 향했었고.
솔직히 약간 민망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물론, 누가 샀던 중요한 건 아니다. 어차피 부부이니 말이다.
하지만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시부모님으로부터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 전 엄마한테 남편이 샀다고 강조를 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을 테니 말이다.
“김 서방, 고맙네!”
안영순은 현성의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자 현성은 슬쩍 옆에 있는 윤지수를 바라봤다.
조금 전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얘기할 때 느낌이 왔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윤지수 또한 그 의미를 아는 듯 바로 미소를 지었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저녁 먹어야지.”
안영순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윤지수가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식탁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그림같이 놓여있었다.
“어머님, 이게 다 뭡니까?”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열다섯 가지였다. 거기다 해물탕과 소갈비까지.
그때 안영순이 커다란 접시를 들고 왔다.
“어머님, 그건 또 뭡니까?”
“낮에 회를 좀 떠왔네.”
안영순이 들고 온 접시는 다름 아닌 회였다.
결국, 식탁이 좁아 반찬 몇 가지는 포갤 수밖에 없었다.
식탁에 둘러앉은 세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머님, 이걸 다 오늘 오후에 준비하신 겁니까?”
“그냥 하다 보니…….”
안영순은 그저 슬쩍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현성은 식탁을 바라보며 할 말이 없었다.
임금의 수라상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배달 왔습니다.”
그 순간 움직인 건 안영순이었다.
잠시 후.
안영순의 손에는 인절미가 들려 있었다.
“어머님, 이건 인절미가 아닙니까?”
“김 서방이 가장 좋아하는 떡이라고 해서…….”
지난번에 내려왔을 때 안영순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었다. 가장 좋아하는 떡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래서 인절미라고 대답을 했었다.
결국, 그녀는 그때의 그 말을 기억했다가 일부러 떡을 맞춘 것이었다.
“자, 먹어보게.”
안영순이 인절미 하나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우물우물.
현성은 안영순이 내민 인절미를 먹기 시작했다.
인절미는 아직까지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온기가 남아있다는 건 만든 지 얼마 안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안영순은 현성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떡집에 떡을 주문했다는 얘기다.
현성은 안영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바로 그때였다.
옆에 있던 윤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성 씨, 그거 알아요?”
“네? 뭘요?”
“조금 전부터 우리 엄마를 장모님 대신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거.”
“어? 그랬나요?”
현성 자신조차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자신의 입에서 ‘장모님’이란 호칭 대신 ‘어머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맙네, 김 서방.”
안영순이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장모님이면 어떻고 어머님이면 어떻겠나. 하지만 왠지 어머님이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네.”
“정말입니까?”
“막상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내가 아들이 없다 보니 아무래도…….”
안영순은 말끝에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안영순을 불렀다.
“어머님!”
“어, 그래.”
“물론 제가 아무리 죽었다 깨도 아들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더 신경을 써서 아들 못지않은 사위가 될 겁니다. 아들 없는 빈자리를 채우도록 말입니다. 그러니…….”
“현성아!”
안영순이 갑자기 현성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솔직히 아무리 아들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자네보다 잘할 수는 없을 거야. 그냥 내 욕심인 거지. 나는 지금도 열 아들 안 부러워. 그러니까 행여나 그런 소리 하지 말게.”
“그래요, 솔직히 어느 집 아들이 현성 씨보다 잘할 수 있겠어요.”
아내 윤지수가 안영순의 말을 거들었다.
“자, 어서 먹게. 음식 식네.”
“네, 어머님. 잘 먹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과 함께 회를 상치에 싸서 안영순한테 내밀었다.
“어머님, ‘아’ 하세요.”
“이런…….”
안영순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려 현성이 내민 쌈을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누구는 좋겠네. 사위가 주는 쌈도 받아먹고.”
“두 말하면 잔소리지. 세상에 우리 사위 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안영순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히 퍼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과 윤지수는 잠시 눈빛을 마주한 다음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