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0)
회귀해서 건물주-711화(711/740)
713
“뭐? 안 받는다고?”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 이 돈이면 국수전문점 두 개는 충분히 오픈을 하고도 남을 돈이었다. 어쩌면 상권에 따라 세 개까지도 오픈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지금 오명환은 그 돈을 거절한 것이다.
왜?
무슨 이유로?
이유 없이 거절하지는 않았을 터.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그가 말하기 전에 다시 물었다.
“오 대표, 이유가 뭐야? 왜 안 받겠다는 거야?”
“그건 제 자신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자신과의 약속?”
현성의 미간이 좁아졌다.
자신과의 약속?
얼핏 생각해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솔직히 조금 전에 형님의 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 돈이면 내일이라도 당장 가게 두 개 정도는 충분히 바로 계약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작년에 형님으로부터 1억 원을 받으면서 마음속으로 제 자신과 약속을 했거든요.”
오명환은 목이 타는지 앞에 있는 물 컵을 비운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저는 이제 다시는 누구의 도움도 안 받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을 했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안 받겠다고?”
“네, 그렇습니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 나이가 올해로 마흔여섯입니다. 솔직히 그 나이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자체가 창피한 거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마흔 넘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자체가 정상은 아닐 테니 말이다.
현성은 그의 그다음 말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래서 그때 생각한 것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내자. 다시는 남의 도움을 받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살자고 제 자신과 약속을 했던 겁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살았고요. 그 결과로 오늘 이렇게 실내 포장마차까지도 하나 오픈을 했고 말입니다.”
피식.
현성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오명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자고로 사람이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돈을 갚으라고 하는 돈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런데도 오명환은 한사코 지금 그 돈을 안 받겠다는 것이다.
현성으로선 새로운 그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던 것이고.
“그래서 이 돈을 지금 안 받겠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저의 힘으로 국수전문점만큼은 직접 오픈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형님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하하하…….”
현성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웃음을 멈춘 현성이 오명환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그를 불렀다.
“오 대표.”
“네, 형님.”
“내가 왜 서운할 거라고 생각해?”
“그건 형님께서 기껏 생각해서 준 건데 제가 거절을 하니 형님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씨익.
현성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했다.
“천만에! 나는 오히려 그 반대야. 솔직히 나는 지금 오 대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너무 고마워. 아니, 오히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오 대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말이야.”
현성은 잠시 오명환을 바라본 후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하다, 오 대표. 내가 미처 오 대표의 생각을 못 읽었다. 그리고 고맙다. 그런 멋진 생각을 해 줘서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한 발 뒤에서 오 대표를 지켜볼 거다. 그러니 오 대표의 생각대로 멋지게 한번 살아봐라. 그리고 꼭 그 목표를 이루기 바란다.”
“네, 형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니 말입니다. 진짜 힘들면 그땐 형님께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모른 척하지 마시고 제 손을 잡아주십시오.”
“물론이다. 오 대표 뒤에는 내가 딱 버티고 서 있을 테니까 뒤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날아봐라.”
현성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오 대표, 우리 건배하자. 오늘 기분 너무 좋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고른 거 같다.”
“부끄럽습니다.”
“별소릴, 자, 건배.”
챙!
두 사람의 소주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현성은 안주로 편육을 먹은 후 벽에 걸린 시계를 힐긋 바라봤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오명환이 바로 물었다.
“형님, 조금 전부터 자꾸 시계를 바라보시는데 혹시 누구와 약속이라도 있는 겁니까?”
“응, 누가 여기로 오기로 했거든.”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바로 핸드폰을 받았고 몇 마디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현성이 전화를 끊자마자 가게 안으로 한 청년이 들어왔다. 그러자 현성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손을 들어 그 청년을 반겼다.
“어이, 여기!”
청년은 바로 현성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처음 뵙겠습니다. 경영학과 94학번 장민수입니다.”
어제 인천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 사람과 통화를 했다. 바로 그가 지금 앞에 있는 장민수다.
그는 현재 강상대 경영학과 3학년 과대표다.
그와 오늘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그래서 그는 지금 이곳에 온 것이다.
“반갑다, 민수야!”
현성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같은 대학의 경영과 후배다. 그러니 안 반가울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어제 통화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기에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
현성이 손을 내밀자 장민수 또한 반갑게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선배님,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설 같은 선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민수는 얼굴까지 상기될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강상대에서 경영학과 88학번인 현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강상대에서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1학년을 마치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1, 2차 동시에 패스한 사람은 그가 유일했고 지금까지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딴 장학금까지 있다. 물론, 그 장학금은 현성이 기부한 돈으로 운용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큰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그리고 요즘은 또 인천에 주상복합 건물을 올린다고 한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일곱 개씩이나.
과사무실에는 그의 사진으로 도배가 돼 있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이런 사람을 직접 만났으니 어찌 긴장이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전설은 무슨…… 자, 이쪽으로 앉아.”
툭.
현성은 가볍게 장민수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리곤 그가 옆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말을 이었다.
“민수야, 인사해. 여기는 포장마차 주식회사의 대표인 오명환. 그리고 오 대표도 인사해. 이 친구는 나랑 같은 학교의 과 후배야. 지금은 3학년 과대표를 맡고 있고. 내가 오늘 여기서 보자고 해서 온 거야.”
현성의 말이 끝나자 오명환과 장민수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포장마차의 주인인 박상철이 잔치국수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와 장민수 앞에 국수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박상철이 국수를 내려놓고 그냥 가려고 하자 현성이 그를 불렀다.
“상철아, 잠깐 자리에 앉아 봐.”
“네, 큰형님.”
박상철이 자리를 잡고 앉자 현성이 다시 그와 장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수야, 인사해. 여기는 오늘 실내 포장마차를 오픈한 박 사장이야. 그리고 상철아, 이 친구는 나랑 같은 학교 후배야. 지금 3학년 과대표를 맡고 있고.”
“반갑습니다. 박상철입니다.”
박상철이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자 장민수가 바로 고개를 숙인 후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장민수입니다. 오늘 개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박상철이 인사를 한 후 다시 가려고 하자 현성이 다시 그를 불렀다.
“상철아, 잠깐만. 사실은 오늘 일부러 이 친구를 여기로 부른 거야.”
“네? 일부러 말입니까?”
“그래, 그 이유가 뭘 거 같아?”
“글쎄요, 저는 잘…….”
박상철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두 사람 서로 인사를 시키려고 일부러 부른 거야.”
“인사요?”
“그래, 앞으로 장사하려면 이 친구가 많이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 친구가 3학년 과대표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 네. 그런 뜻이 있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박상철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사도 인맥이다.
인맥이 넓을수록 장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조금 전 장민수는 3학년 과대표라고 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성은 일부러 그런 그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고.
박상철은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형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이번엔 장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수야, 내가 어제 전화로 얘기했듯이 오늘 여기로 부른 이유는 이 친구를 앞으로 좀 도와달라는 차원에서 그런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대학에서 3학년 과대표가 되면 보통 그 과의 1학년부터 3학년까지는 그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특히, 과의 모임이 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성이 장민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였다. 이왕 술자리를 할 거면 가급적이면 이곳에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네, 선배님.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은 다 해보겠습니다.”
“그렇다고 부담은 너무 갖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술 먹는 거 이왕이면 아는 집에서 먹으면 좋죠.”
“잠깐, 민수가 올해 몇 살이지?”
“스물다섯입니다.”
현성이 이번엔 박상철을 보며 물었다.
“상철이는?”
“스물여섯입니다.”
“그럼 두 사람 한 살 차이네. 잘됐다. 이참에 두 사람 그냥 형, 동생 하면서 지내는 건 어때?”
현성이 장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장민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박상철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상철이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어? 어, 그래. 나야 고맙지. 자, 그런 의미에서 소주 한잔 해.”
박상철은 얼른 소주잔을 장민수한테 건넨 후 소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민수 또한 박상철한테 소주를 따랐다.
두 사람의 잔에 술이 담기자 현성이 자신의 잔을 높이 들었다.
“자, 우리 다 같이 건배하자.”
현성의 말과 함께 테이블에 있던 네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와! 이거 대박입니다.”
잔을 비운 장민수가 잔치국수를 먹다 말고 앞에 있는 박상철을 바라봤다.
“이 잔치국수 형이 만든 겁니까?”
“응, 그래. 맛이 어때?”
“와! 진짜 최곱니다. 저도 면을 좋아해서 가끔 먹긴 하는데 이렇게 진한 맛은 처음입니다. 멸치의 구수한 맛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와! 이럴 수가.”
장민수는 그 말과 함께 잔치국수를 정신없이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의 먹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장민수가 순식간에 국수 그릇을 비우자 현성이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물었다.
“어때?”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이렇게 맛있는 잔치국수는 처음입니다.”
“너도 그렇지. 사실은 나도 오늘 이 국수를 먹고 진짜 그 맛에 반했거든.”
“음…….”
장민수가 잠깐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이것만 팔아도 답 나올 거 같은데요.”
장민수의 대답에 현성과 오명환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마주쳤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까지도 그 얘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장민수의 국수에 대한 호평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민수야, 네 생각에도 그렇지? 이 국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 같지?”
“네, 그렇습니다. 이 정도의 맛이라면 아마도 줄을 서서 먹을 겁니다. 아깝네요.”
“응? 뭐가?”
“이 국수 가게가 학교 근처에 없는 게 말입니다.”
바로 그 순간.
현성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민수야, 지금 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라면이 얼마지?”
“800원이요.”
현성의 시선은 메뉴판으로 향했다. 메뉴판에는 잔치국수가 1,000원으로 적혀 있었다.
현성은 장민수를 향해 다시 물었다.
“민수야, 만약에 말이야, 라면이 800원이고 잔치국수가 1,000원이면 너는 어떤 걸 먹을 거야? 물론, 그 잔치국수는 조금 전에 네가 먹은 그 잔치국수고 말이야.”
“고민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잔치국수지요. 더군다나 양도 라면의 두 배가 넘는데 말입니다. 배고픈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잔치국수를 먹을 겁니다.”
씨익.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