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1)
회귀해서 건물주-712화(7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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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쯤 지났을까.
장민수가 떠나고 테이블에는 현성과 오명환 두 사람만이 남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성이 오명환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잔치국수 전문점 말이죠?”
“그래, 이제는 가부간의 결정을 내려야지.”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의 대부분이 잔치국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처음엔 두 사람만의 대화였지만 나중에 장민수가 대화에 참여하면서 잔치국수 전문점 얘기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상권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권으로 거론된 곳은 바로 현성의 모교인 강상대 주변이었다.
잔치국수 전문점을 하기에 그곳만큼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게 세 사람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제 남은 건 오명환의 결정만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현성은 그를 향해 마지막 선택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
오명환은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고심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현성은 앞에 놓인 음료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닫고 있는 오명환을 불렀다.
“오 대표.”
“네, 형님.”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사업도 타이밍이라는 거 알지?”
“그거야 물론이죠.”
“그런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 내가 볼 때 이미 답은 나온 거 같은데 말이야.”
생각 같아서는 현성 자신이 나서서 직접 잔치국수 전문점을 오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상대 상권은 누구보다도 현성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전생에서 이미 그곳에서 졸업할 때까지 4년을 생활했으니 말이다.
만약 그곳에 잔치국수 전문점을 오픈한다면 이건 거의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는 게 현성이 내린 판단이었다.
그곳에서 이미 생활을 해 봤기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오명환은 다를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강상대 근처도 안 가봤으니 조금 전 현성과 장민수가 나눈 얘기에 공감을 못 하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조용히 있던 오명환이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어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현성을 진중한 목소리로 불렀다.
“형님!”
“어, 그래.”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시간? 시간은 왜?”
“아무래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물론, 형님이나 민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국수 장사를 하기에 강상대가 최상의 조건이긴 한 거 같은데 아무래도 제 눈으로…….”
“오케이, 알았어.”
현성은 오명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제삼자의 얘기만 듣고 사업을 결정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니 말이다.
“그건 오 대표 말이 맞아. 보지도 않고 여기 앉아서 결정을 내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지금 당장 강상대로 가자고. 가서 직접 보고 결정해.”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셔서.”
오명환을 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하기엔 조심스러웠다. 현성이나 장민수 같은 경우엔 실제로 강상대에서 생활을 했기에 누구보다도 그곳의 상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시간 동안이나 자신을 위해서 그곳 상권의 장점을 얘기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다시 그곳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말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현성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먼저 일어나 그곳으로 가자고 하니 당연히 고마운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던 것이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주방에 있던 박상철이 뛰어나왔다.
그의 손에는 1.5리터짜리 페트병이 들려 있었다.
“큰형님, 별건 아니지만 이고 가지고 가십시오.”
“어? 이게 뭐야?”
“육수입니다.”
“육수? 혹시 이거 잔치국수 육수야?”
현성은 박상철이 건넨 페트병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제가 드릴 게 없어서 고민 끝에 육수를 준비했습니다. 형수님도 이 맛을 보셨으면 해서 말입니다.”
“고맙다, 네 형수도 아마 좋아할 거야.”
사실 국수를 먹으면서 생각났던 사람이 바로 아내 윤지수였다. 그녀 또한 면 요리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장모님도 마찬가지고.
박상철의 배웅을 받으며 실내 포장마차를 나온 현성과 오명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옆에서 걷던 오명환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형님, 제가 괜히 시간을 빼앗는 거 아닙니까?”
“괜찮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 대표 일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성큼성큼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얼마 후, 두 사람이 탄 차는 강상대 앞에 도착했다.
현성 또한 모교는 오랜만에 오는 길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교 정문을 바라보니 예전의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 정문을 바라보던 현성은 그대로 정문을 통과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오명환이 바로 물었다.
아무래도 그의 입장에서는 상권이 형성돼 있는 학교 주변이 아닌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그것이 궁금한 듯했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오 대표한테 보여주려고.”
어차피 강상대 주변에 잔치국수 전문점을 오픈할 경우 주 고객층은 당연히 강상대 학생들이다.
물론, 그 상권을 분석하려면 상권이 형성된 곳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그 상권의 중심인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 안으로 바로 들어왔다.
“오늘도 학생들이 제법 있네요.”
오명환이 학교 내의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수업도 없을 텐데.”
현성은 그 말과 함께 핸들을 중앙 도서관 쪽으로 틀었다.
“여기는 학생들이 더 많은데요?”
오명환이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봤다.
현성의 눈에도 그 모습이 들어왔다.
“어? 그런데 다들 어디를 가는 거지요?”
오명환의 눈에 학생들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도서관을 빠져나온 학생들이 어느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의외로 꽤 많았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다들 어디를 가는 거 같아? 오 대표가 보기에는.”
“글쎄요, 저는 대학과는 거리가 멀어서…….”
오명환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피식 웃으며 바로 물었다.
“지금 몇 시야?”
“음, 4시 조금 넘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시간은 왜요?”
“지금 이 시간쯤이면 뭐 생각나는 거 없어?”
“글쎄요…….”
오명환은 이번에도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참 시간이야.”
“참이요?”
“그래, 12시에 점심 먹고 이 시간쯤이면 배가 출출할 시간이거든. 한창 먹을 때잖아.”
“아, 그러니까 지금 저 학생들이 가는 곳이…….”
오명환은 그제야 학생들이 어디로 몰려가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국숫집을 오픈을 할 경우 저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진짜 정신이 없겠는데요.”
“그렇겠지. 거의 전생일 거야. 특히 점심때는 상상을 초월할 테고.”
오명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말입니다. 만약 오픈을 하게 되면 점심때 몇 명이나 올까요?”
“글쎄다, 아무리 못 돼도 5백 명은 오지 않을까?”
“네? 5백 명이요?”
“그래, 내 생각에는 그 정도는 기본으로 올 거 같아. 여기 교내 식당이 지금 1,800원쯤 할 거야.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니까 학생들은 충분히 몰릴 거야.”
물론, 국수 맛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가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학생들인 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걸 현성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잔치국수는 가격 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현성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어느덧 학교를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오명환이 물었다.
“하루에 어느 정도나 팔까요?”
“글쎄, 뚜껑이야 열어봐야 알겠지만, 내 생각에는 기본 150은 충분히 될 거 같은데.”
“네? 150이요?”
오명환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왜? 못 믿겠어?”
“150이면 천 원짜리 국수를 천오백 그릇을 팔아야 하는데, 그게 과연…….”
“난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거야.”
“그 말씀은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얘깁니까?”
“물론이지. 문제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그 학생들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일 거야. 그 문제만 해결한다면 매출은 그 이상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해.”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정문을 빠져나온 차가 도착한 곳은 조금 전에 도서관을 빠져나온 학생들이 몰려간 곳이었다.
차를 세운 현성이 오명환을 향해 말했다.
“내려.”
“네? 여기는 왜요?”
“왜긴 왜야? 내려서 학생들이 뭘 먹는지 분위기를 봐야지. 어차피 상권 조사하러 온 거잖아.”
“아, 네…….”
오명환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학생들이 몰려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0분쯤 지났을까.
차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은 바로 차에 올라탔다.
현성이 먼저 물었다.
“어때?”
“놀랐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먹는 거에 열광을 한다는 게 말입니다.”
“지금 한창 먹을 때라 그래. 그래서 잔치국수는 더 승산이 있다는 거야. 국수 양도 엄청나잖아.”
“그건 맞는 거 같습니다. 라면 한 그릇과 비교가 안 되니까 말입니다.”
조금 전 오명환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봤다. 학생들 대부분이 먹는 건 다름 아닌 라면이었다.
물론, 그 양은 포장마차에서 팔고 있는 국수에 비하면 반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라면을 먹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젠 오 대표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잘 생각해 봐.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사업도 타이밍이야. 그러니까 이젠 결정해.”
“음…….”
잠시 고민을 하던 오명환이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결정한 거야?”
“네, 형님의 말씀처럼 당장 빈 상가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형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그게 뭔데?”
현성은 오명환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명환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까 그 1억을 저한테 빌려주십시오.”
“빌려달라? 그러니까 그냥 주는 건 싫고 빌려달라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자신과 약속을 했거든요. 저는 그 약속을 꼭 지킬 겁니다. 빌려주신 돈은 정당한 이자와 함께 2년 내에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씨익.
현성은 말하는 오명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1년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앞에 있는 오명환이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현성으로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다, 나도 이자 좀 받아보자.”
이자,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명환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주는 건 싫고 이자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자신과의 한 약속을 위해서 말이다.
현성은 기분 좋게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자, 받아.”
“네, 차용증은 조금 있다가 사무실에 가서 정식으로 작성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차용증까지?”
“당연하지요. 그건 기본이니까 말입니다. 이래 봬도 저 금융업에 종사했던 놈입니다.”
오명환은 그 말과 함께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오 대표, 늦었지만 하나만 물어보자.”
“네, 말씀하세요.”
“사채업으로 돈도 꽤 벌었을 텐데 그 돈 다 어디 갔어?”
처음부터 궁금했던 부분이다. 그들과 일전을 치르고 두 달 후에 오명환과 통화를 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사채업을 했다는 놈이 돈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 이유를 물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냥 넘어갔었다.
“한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한 입?”
“네, 주식이요. 돌대가리고 주식을 한다고 까불다가 그냥……휴우!”
오명환은 말끝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혹시 아이엠에프?”
“네,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루아침에 그 많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줄을 말입니다. 사실은 그때 서울에 아는 사채업자한테까지 빌려서 몰빵했는데 그만…….”
오명환은 기억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채업 정리해서 빚 갚고 나니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때 형님이 저를 도와주신 거고 말입니다.”
오명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제는 알 거 같습니다.”
“뭘?”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쉽게 버는 돈은 쉽게 나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땐 사실 밤마다 먹어 조졌거든요. 그땐 그게 사는 맛인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그 시간들이 얼마나 의미 없고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후회막급입니다.”
오명환은 씁쓸한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이 보시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사람답게 제대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형님이 그냥 주시는 돈도 싫다고 했던 거고요.”
오명환이 이번엔 현성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게 형님 덕분입니다. 자, 이제 부동산 사무실로 가죠. 가서 빈 상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비록 천 원짜리지만 이제부터는 잔치국수로 돈을 좀 벌어야겠습니다.”
“오케이, 알았어!”
현성은 고개를 돌려 오명환을 슬쩍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부릉!
두 사람이 탄 차는 정문을 지나 부동산 사무실로 힘차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