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2)
회귀해서 건물주-713화(71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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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현성과 오명환이 부동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개인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중개인이 소파 한쪽으로 자리를 안내했고 현성과 오명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중개인은 냉장고에서 박카스를 꺼내 두 사람 앞으로 내밀었다.
“일단, 이것부터 좀 드시죠.”
“네, 감사합니다.”
오명환이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박카스 한 병을 집은 후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바로 현성한테 건넸다.
“형님, 드시죠.”
“어, 그래. 고마워.”
현성은 자연스럽게 박카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성으로선 전생에서 50을 넘게 살았던 경험이 있던 터라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중개인의 입장에서는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뭐야?’
얼핏 봐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이는 최소한 10년 이상은 차이가 나는 듯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이 많은 사람이 오히려 어린 사람한테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어린 사람은 그게 또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내민 박카스를 마시고 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그걸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중개인은 그저 모른 척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오명환이 박카스를 마신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 혹시 학교 근처에 빈 상가 나온 게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만, 혹시 어떤 업종을 하시려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잔치국수 전문점을 하려고 합니다.”
“잔치국수 전문점이요?”
중개인은 의외라는 듯 오명환을 바라봤다. 그러자 오명환이 바로 물었다.
“왜요? 이상합니까?”
“아닙니다. 이상한 건 아니고 생소해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근처에서 잔치국수를 한다는 사람은 없었던 터라…….”
중개인은 끝말을 흐리며 속으로 비웃었다.
이곳에서 중개인 일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상가를 거래했지만 잔치국수 전문점을 하겠다는 사람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는 법.
중개인은 바로 본업에 충실했다.
“그래, 가게 크기는 어느 정도를 원하십니까?”
오명환은 중개인의 질문에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형님, 아무래도 클수록 좋겠죠?”
“그렇지. 아무래도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소화해야 하니까.”
현성의 얘기를 들은 오명환은 고개를 끄덕인 후 중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클수록 좋습니다. 빈 상가 중에 가장 큰 곳으로 부탁드립니다. 물론,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중개인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조금 전 잔치국수 전문점을 한다고 하기에 당연히 20평 내외의 상가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들이 원하는 건 클수록 좋다고 하니 어찌 목소리가 밝아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상가의 크기가 클수록 그만큼 거래 금액은 클 테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당연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업종이 잔치국수 전문점이라 무조건 큰 상가를 권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기껏해야 잔치국수를 팔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중개인은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확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크면 클수록 좋은 겁니까?”
“물론입니다.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클수록 좋습니다. 100평 이상이면 더 좋고요. 그런데 그렇게 큰 게 있기는 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중개인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더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기껏해야 3, 40평짜리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상대가 원하는 건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중개인의 표정이 급 어두워졌다.
그 이유는 그 상가의 크기가 커도 너무 크다는 것, 게다가 그 상가의 위치가 지하라는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골치 아픈 상가 중의 하나였다.
잠시 망설이던 중개인은 오명환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 그런데 그 상가가 말입니다. 200평인데 괜찮겠습니까?”“몇 평이요? 200평이요?”
오명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물론, 한 번에 많은 사람을 소화해야 하니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00평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중개인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평수가 언급이 됐다.
오명환은 현성을 바라봤다.
“형님, 어떡하죠? 200평이라는데…….”
“음…….”
현성 또한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오명환이 100평을 얘기할 때만 해도 그 정도면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중개인의 입에서 200평이란 말이 나왔다.
100평과 200평의 차이는 단순하게 숫자만 다른 게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운영이다.
그 큰 가게를 과연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현성의 고민이 깊어질 때였다.
‘어? 거기라면…….’
머릿속에 상가 하나가 떠올랐다.
학교 근처에 200평인 가게는 그 가게가 유일했었다.
현성은 중개인을 보며 바로 물었다.
“혹시 지금 말한 상가가 지하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알고 계십니까?”
“거기 당구장 맞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폐업을 하고 지금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현성의 표정이 밝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같은 200평이라 해도 지하에 있는 것과 지상에 있는 것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현성이 걱정하는 건 운영비다.
즉, 월세. 지상과 지하의 월세 차이는 엄청나다. 게다가 평수가 200평이라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월세가 중요한 이유는 학생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방학이라는 특수성.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게 방학이라는 특수성이다. 게다가 대학이라 방학 기간도 길고.
지상이라면 이건 답이 없다.
하지만 지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성은 가장 중요한 걸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월세가 어떻게 됩니까?”
“300입니다.”
“보증금은요?”
“5천입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상대로 지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만약 지상이었다면 최소한 이 금액의 세 배는 됐을 것이다.
그때 오명환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형님, 음식점인데 지하도 괜찮겠습니까?”
오명환의 입장에서는 평수보다도 지하라는 이유가 더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현성의 생각은 달랐다.
“상관없어.”
현성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 이유는 지하라고 해서 잔치국수 장사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명환은 여전히 찝찝한 듯 다시 물었다.
“진짜 상관이 없을까요?”
“내가 볼 때는 아무 상관이 없어. 오 대표도 알다시피 지하에서 음식 장사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잖아? 그 사람들은 괜히 지하에서 장사하겠어? 안 그래?”
사실 지하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게 문제가 될 이유는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오명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런 거 같습니다. 사실 강릉 시내만 하더라도 지하에 식당들도 많으니까 말입니다.”
현성은 이번엔 중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거기 당구장이 왜 폐업을 한 겁니까?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되는 얘기였다.
그곳에 당구장이 생긴 건 현성 자신이 입학을 하던 88년도였다. 그래서 당구장 상호도 88당구장이라고 했었다.
물론, 학교 근처에 당구장은 그곳이 유일했기에 장사도 잘 됐었다. 졸업할 때까지도. 물론, 전생의 기억이긴 하지만.
중개인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다 2년 전에 터진 아이엠에프 사태 때문입니다. 아이엠에프가 터지고 취업이 안 되다 보니 학생들이 갑자기 당구장 대신 도서관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답니다. 그때부터 손님이 차차 줄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올여름방학에 폐업을 하더라고요.”
“허…….”
현성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물론, 아이엠에프 사태가 대한민국에 미친 영향이 엄청나다고 하지만 이곳까지 영향을 미쳤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오명환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거기 건물은 내가 잘 알아. 어쩌면 이 또한 오 대표한테는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오명환 또한 아이엠에프 사태로 인해 전 재산을 날렸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아이엠에프 사태로 인해 폐업을 한 가게가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명환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는지 현성의 ‘행운’이란 말에 더 관심을 보였다.
“행운이요?”
“그래, 이곳에 그만한 크기의 상가도 없을뿐더러 학교와도 거리가 가깝거든.”
“그럼 바로 계약할까요?”
오명환의 눈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현성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오 대표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해. 내 기억도 꽤 오래전이니까 말이야.”
현성 또한 전생의 기억일 뿐이었다. 그 기억만 믿고 상가를 계약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그럼 그럴까요.”
오명환은 현성한테 대답을 한 후 고개를 돌려 중개인을 바라보며 바로 말했다.
“사장님, 지금 당장 그곳 좀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제 차로 바로 모시겠습니다!”
중개인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그렇지 않아도 덩치가 커서 고민이 많았던 상가였다. 그런데 그 상가를 해결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이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도대체 잔치국수를 팔겠다면서 200평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자신은 그저 중간에서 소개만 하면 될 뿐이었다.
잠시 후.
중개인이 차를 세운 곳은 강상대 옆에 있는 3층 건물 앞이었다.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건물로 향했다.
중개인과 오명환은 바로 지하로 내려갔고 현성은 1층에 남아 건물을 바라봤다.
입구에는 아직 ‘88당구장’이라는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전생의 기억이 그대로 떠올랐다.
그땐 이곳이 거의 아지트였다.
철없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즐거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였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그곳도 거의 가질 않았으니 말이다.
잠시 전생의 기억을 되살리던 현성은 오명환의 부름에 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형님, 생각보다 깨끗한데요.”
현성이 지하에 내려가자마자 오명환이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은 만족한다는 듯 흡족한 표정이었다.
“좀 더 둘러보자.”
“네, 형님.”
현성과 오명환은 상가 내부를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한 달 전까지 영업을 했던 곳이라 그런지 가게 상태는 대체적으로 양호했다.
지하라 혹시나 걱정을 했는데 배수 문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오명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상가에 문제는 없는 거 같습니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습기도 없고 말입니다. 주방만 바로 만들면 당장이라도 장사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건 오명환의 말이 사실이었다. 천정도 그렇고 바닥도 굳이 다시 시공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했다.
하지만 현성이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200평이나 되는 이곳을 과연 운영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현성은 오명환을 불렀다.
“오 대표.”
“네, 형님.”
“만약 여기를 오픈하면 누가 이곳을 운영할 거야?”
“그거야 당연히 두 번째 막내인 황승일이 될 겁니다. 어차피 막내부터 거꾸로 오픈을 하기로 했으니까 말입니다.”
오명환은 당연하다는 듯 고민 없이 바로 말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200평이나 되는 이곳을 과연 어린 황승일이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부분을 얘기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그 부분은 오명환이 알아서 결정을 해야 할 몫이니 말이다.
“그래, 알았다. 그건 직원들과 잘 상의해서 하고, 일단 상가는 계약을 해도 될 거 같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계약하러 가겠습니다.”
오명환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뒤에 있는 중개인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이만 사무실로 가시죠.”
“결정하신 겁니까?”
“네, 결정했습니다. 바로 계약서 씁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로 건물주한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개인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현성과 오명환은 계약을 마친 후 부동산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오명환은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기분이 어때?”
“신기합니다.”
“뭐가?”
“우리가 드디어 200평짜리에서 장사를 한다는 게 말입니다. 정말 꿈만 같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오명환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형님, 두고 보십시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비록 천 원짜리 잔치국수이지만 여기서 또 다른 인생길을 찾을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게 형님 덕분이고 말입니다.”
“됐네요, 아저씨. 그런 공치사는…….”
현성이 빙긋 웃자 오명환이 현성을 향해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형님, 저 무식해서 공치사 같은 거 할 줄 모릅니다. 저는 그저 제 진심을 말하는 겁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걱정은 여전히 남았다. 과연 누가 이 200평짜리 상가를 제대로 운영할 것인지.
만약 이것만 제대로 대박을 터트린다면 오명환은 분명 또 다른 인생길을 찾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누가 뭐라 해도 그의 몫일 테고.
현성으로선 그저 지켜보며 응원을 할 뿐이었다.
“형님, 이제 제 사무실로 가시죠. 차용증 바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꼭 써야겠냐?”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이자도 사채이자로 제대로 쳐 드리겠습니다.”
“좋다, 그래, 가자. 덕분에 나도 사채놀이 좀 해보자.”
부릉!
두 사람이 탄 차는 강릉 시내를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