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4)
회귀해서 건물주-715화(71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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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출발한 지프 한 대가 대관령을 힘차게 오르고 있었다.
오징어를 씹던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성 씨, 아까 그 잔치국수 육수는 누가 만든 거예요?”
“오 대표가 직원들이랑 연구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진짜 대단하네요.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잔치국수는 처음 먹어봤어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아까 낮에 개업하는 실내 포장마차에서 그 국수를 처음 먹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맛의 육수를 뽑을 수 있는지…….”
윤지수는 다시 입맛을 다셨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잔치국수를 먹어봤지만, 오늘 같은 육수 맛은 처음이었다.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런데 그 육수를 1년 전까지도 사채업을 하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진짜 그 사람들이 만든 게 맞아요?”
“당연하지요. 오 대표가 직원들하고 그 육수를 만드는데 석 달이나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석 달이요?”
“그래요, 석 달이요. 석 달 동안 50명이 그 육수에 매달렸나 봐요.”
오명환으로부터 육수 탄생의 과정을 들으며 현성도 놀랐던 부분이다. 그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텐데 끈질기게 그 시간을 버티고 결국은 그 맛을 찾아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도 대단하네요. 석 달 동안이나 그 시간을 투자했다는 게.”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걸로 잔치국수 전문점을 차린다는 거고요?”
“네, 맞아요. 그래서 아까 강상대 앞에 200평짜리 상가도 얻었어요.”
현성은 낮에 오명환과 상가를 얻었던 얘기를 간략히 설명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윤지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늦었던 거군요.”
“네, 어쩔 수 없었어요. 이건 딱 봐도 돈이 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 대표랑 같이 상가까지 구하다 보니 좀 늦었어요.”
“근데…… 200평이라 조금…….”
윤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200평이라는 큰 상가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한 듯했다.
“지수 씨도 상가가 커서 걱정을 하는 거지요?”
“네, 맞아요. 작은 가게랑 큰 가게랑은 운영하는 데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오 대표를 한번 믿어보려고요. 아마도 잘할 겁니다.”
불안한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래도 오명환을 믿기로 했다. 석 달에 걸쳐 육수를 개발할 정도의 의지와 열정이라면 충분히 잘하리란 게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맞아요, 잘할 거예요.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니까요.”
윤지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처음엔 운영하는 데 있어서 조금은 서투르다 하더라도 어차피 가장 중요한 맛을 낼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어차피 가장 중요한 건 국수 맛일 테니 말이다.
그걸 직접 만들 능력이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해결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때, 윤지수가 오징어를 뜯어 현성한테 건넸다.
“이거 먹어요.”
“오징어 맛있네요. 이거 어디서 샀어요?”
“현성 씨가 낮에 개업식에 갔을 때 경포 나가서 샀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짜지 않고 맛있다고 하더니 진짜 괜찮은 거 같아요. 상혁 씨 줄 건데 다행이에요.”
우물우물.
두 사람은 오징어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띠리릭.
윤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윤지수는 바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장모님과 통화를 하는 듯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윤지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혹시 엄마 지갑에 돈 넣었어요?”
“그냥 조금이요. 미장원이라도 다녀오시라고.”
“요즘은 미장원 가는데 천만 원짜리 수표 들고 가나 봐요?”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자고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물질 또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내려온다고 가게 문까지 닫았던 장모다. 장사를 할 시간에 가게 문을 닫고 사위를 위해서 음식 준비를 했던 그녀다.
아무리 사위가 내려온다고 해도 가게 문까지 닫을 줄은 몰랐다.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은 전생에서도 장모의 사위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현성은 가난한 사위였다.
하지만 장모는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우리 김 서방 왔는가’ 하면서 항상 온 마음으로 반겨줬었다.
그런 장모였다. 그러니 어찌 현성의 마음 또한 움직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엄마가 고맙대요.”
윤지수는 미소를 지으며 현성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그녀를 힐끔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부릉!
두 사람이 탄 지프는 대관령을 넘어 인천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인천에 도착한 두 사람.
두 사람은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이상혁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지수 씨는 차에 있어요.”
사무실 앞에 도착한 현성이 말했다. 그러자 윤지수가 바로 말했다.
“아니에요. 나도 내려서 잠깐 사무실에 들러서 상혁 씨 얼굴이라도 보고 갈래요. 사과 주스도 얻어먹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그럼, 같이 내립시다.”
현성과 윤지수는 차에서 내려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어? 사장님! 사모님!”
현성과 윤지수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상혁이 반갑게 두 사람을 맞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강릉에서 올라오는 길이야.”
“이 시간에 말입니까?”
이상혁은 시계를 바라봤다. 밤 11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이상혁은 얼핏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다. 이 시간에 강릉에서 인천까지 오려면 많이 피곤할 것이다. 그런데 굳이 사무실까지 올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특별한 볼일이 있다면 모를까.
“혹시 사무실에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건 아니고 그냥 잠깐 얼굴이라도 볼까 하고.”
그때, 윤지수가 들고 있던 오징어를 이상혁한테 내밀었다.
“상혁 씨, 이거 먹어요.”
“어? 이건 마른오징어잖아요?”
“상혁 씨 먹으라고 샀어요. 그리고 사과주스 잘 먹었어요. 상혁 씨 덕분에 강릉 내려가면서 입이 심심하지 않았어요.”
이상혁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신은 그저 텀블러에 커피와 사과주스를 조금 준비해서 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까지 사서 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에 일부러 사무실에 들르신 겁니까?”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잖아. 자, 우리는 이만 갈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해.”
현성은 슬쩍 그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예상대로 그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부는 잘되지?”
“네? 아, 네. 잘됩니다.”
“그래, 그럼 열심히 해.”
“상혁 씨, 수고해요.”
현성과 윤지수가 가려하자 이상혁이 두 사람을 급히 불렀다.
“사장님, 사모님!”
“어? 왜?”
현성은 고개를 돌려 이상혁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상혁이 바로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고맙습니다. 저 같은 놈한테 이렇게까지…….”
이상혁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갈 곳 없는 자신에게 직장을 주고 급기야는 집까지 제공해준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 이렇게 오징어까지.
단순히 오징어를 먹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강릉에서 오징어를 샀을 것이다. 그 오징어를 사면서 자신을 생각했을 것이고.
아무 보잘것도 없는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이상혁은 두 사람이 사라진 입구를 바라봤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있는 오징어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오징어보다도 크기가 컸다.
오징어의 커다란 크기만큼이나 그들의 사랑이 크다는 걸 알기에 이상혁은 한참 동안이나 오징어를 바라봤다.
사무실에서 내려온 두 사람.
“자, 이젠 집으로 갑시다.”
“그래요, 가서 얼른 쉬어요.”
“우리 쌍둥이들 괜찮아요? 많이 피곤하지요?”
“아빠, 괜찮아요.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릉!
두 사람이 탄 차는 집을 향해 출발했다.
***
다음 날.
강릉의 한 빌딩으로 건장한 사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 시각이 아침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빌딩으로 들어가던 한 사내가 빌딩 입구에 서 있는 황승일한테 물었다.
“야, 무슨 일이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형님께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집합하라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내는 바로 포장마차 주식회사의 전무인 한상태였다.
전무라는 호칭은 주식회사로 바꾸면서 그가 얻은 직함이고 그전에는 당연히 이 조직의 이인자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한상태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모여 있던 몇 명의 사내들이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전무님’이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이들에게는 아직도 예전의 습관이 남아있기에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호칭에 대해서는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안 올라가냐?”
“형님 먼저 올라가십시오. 근데 무슨 일인데 이 시간에 비상소집을 한 겁니까?”
이 시간이면 이들은 다들 잠을 잘 시간이다. 새벽까지 포장마차 영업을 하느라 밤을 새웠기 때문이다.
“글쎄다, 나도 아직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올라가 보면 알겠지. 좀 있다가 보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한상태는 3층 버튼을 눌렀다.
그때였다.
띠리릭!
한상태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한 전무, 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포장마차 주식회사의 대표인 오명환이었다.
“네, 형님. 아니, 대표님.”
오명환은 습관적으로 ‘형님’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바로 다시 호칭을 바꿨다. 아직은 습관이 안 되어 다들 예전처럼 부르지만 최소한 자신이라도 제대로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어디야?
“지금 막 엘리베이터 탔습니다.”
-내 방으로 먼저 와.
“네, 알겠습니다.”
뚝.
띠링!
전화가 끊김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한상태는 일반 사무실이 아닌 오명환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한상태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명환이 반갑게 그를 맞았다.
“어! 왔어? 이쪽으로 앉아.”
“네, 대표님.”
한상태는 소파에 앉자마자 바로 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이기에 이 새벽에 비상을 거신 겁니까?”
“새벽?”
“네,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들한테는 새벽이지요. 지금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이니까 말입니다.”
“하긴…….”
오명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얘기다. 장사를 하느라 꼬박 밤을 새웠으니 이 시간쯤이면 다들 잠을 잘 시간이니 말이다.
툭.
오명환은 한상태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확인해 봐.”
한상태는 봉투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확인하던 한상태는 어느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표님, 이게 뭡니까?”
“보다시피 계약서야.”
“그러니까 이 계약서가 뭐냔 말입니다.”
한상태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상가 임대계약서임에는 틀림없었다.
문제는 상가의 크기였다.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다.
“200평이 아닙니까?”
“맞아, 200평이야. 강상대학교 앞에 있는 상가야.”
“강상대학교요?”
한상태는 상가의 위치에 또 한 번 놀랐다. 대학교 앞에서 과연 무슨 장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학교 앞에서 200평의 상가.
한상태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명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잔치국수를 팔 거야.”
“네? 잔치국수요?”
“그래, 앞으로는 실내 포장마차뿐만 아니라 잔치국수 전문점 사업도 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 대표님 말씀으로는 강상대 앞의 200평짜리 상가에서 잔치국수를 파시겠다는 거죠?”
“그래, 어제 현성이 형님과 많은 시간…….”
오명환은 어제 현성과 잔치국수 전문점을 하기로 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상가를 계약한 것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오명환의 설명이 끝나자 한상태가 바로 물었다.
“결국은 큰형님과 대표님께서 상의해서 결정하신 거죠?”
“그래, 어제 현성이 형님이 많은 시간을 내주셨다.”
“그럼, 됐습니다. 저는 무조건 두 분의 결정을 믿고 따를 겁니다.”
한상태는 솔직히 불안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결정을 했다면 자신은 그들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을 했다.
“한 전무, 고맙다. 믿고 따라줘서.”
“아닙니다, 대표님. 오히려 이렇게 저한테 미리 말씀을 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상태는 오명환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다른 직원들보다 자신한테 미리 이렇게 얘기를 해 주는 것 자체가 자신을 그만큼 대우해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똑똑.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들어왔다.
“대표님, 모두들 모였습니다.”
“어, 그래. 한 전무, 가세.”
오명환과 한상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실을 나와 일반 사무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