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6)
회귀해서 건물주-717화(717/740)
719
모두들 떠나고 혼자 남은 오명환.
그의 입에선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휴우…….”
일단 큰소리는 쳤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었다.
‘어쩐다?’
일이십 평도 아니도 자그마치 200평이다.
솔직히 오명환 자신 또한 장사는 처음이다. 그러니 어찌 걱정이 안 되겠는가 말이다.
고민을 하던 오명환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오명환이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어? 오 대표. 무슨 일이야?
“일이 이상하게 풀렸습니다.”
-이상하게 풀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조금 전에…….”
오명환은 조금 전에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그러니까 잔치국수 1호점을 오 대표가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하하, 하하하…….
핸드폰 너머에서는 갑자기 현성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명환으로선 순간적으로 황당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이다. 그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를 했던 건데 무작정 웃음부터 웃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바로 그때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오 대표.
“네, 형님.”
-축하해.
“네? 축하요?”
오명환은 다시 한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 축하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 200평짜리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운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갑갑한 상황이라 전화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지금 축하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형님, 저는 지금 심각합니다. 그런데 축하라니요?”
-뭐가 심각한데?
현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물었다. 그러자 오명환이 바로 말했다.
“처음이거든요.”
-처음?
“네, 장사 말입니다. 다들 아무도 할 수 없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제가 운영하기로 했지만 저 또한 장사는 처음이다 보니 지금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한테도 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형님께 전화를 걸었던 건데 형님은 또 별일 아니라는 듯 말씀을 하시니 저는 어떡합니까?”
-나는 너무 반가웠거든.
“네? 반갑다니요?”
오명환으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반갑다니, 도대체 무엇이 반가웠다는 것인가 말이다.
“형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엇이 반가웠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오 대표가 직접 운영을 한다는 것이 말이야. 사실, 나도 표현은 안 했지만 누가 그 가게를 운영할지 궁금했거든. 그런데 오 대표가 직접 운영을 한다고 하니 반가웠다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 대표는 내가 믿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현성으로선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실은 강릉에서 올라오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었다. 과연 그 넓은 가게를 누가 맡아서 경영을 할지에 대해서.
그런데 다행히도 오명환이 직접 그 가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하니 반가웠던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그는 믿을 수 있었으니까.
오명환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하지만 저 또한 경험이 없어서…….”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현성은 오명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오명환으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일이십 평도 아니고 200평짜리 가게다. 그런 가게를 초보인 자신이 운영하는데 아무 걱정하지 말라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말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요?”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 대표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제가 말입니까?”
오명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현성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이유가 뭔지 알아?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잘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는지 말입니다.”
-답은 육수야.
“육수요?”
-그래, 그 육수를 만든 사람이 누구야? 바로 오 대표잖아. 안 그래?
“네, 그건 맞습니다만…….”
그건 사실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 육수를 만드는데 자신이 앞장서서 만들었던 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오명환은 핸드폰을 귀에 바짝 댔다. 그다음에 현성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의 생명은 누가 뭐라 해도 음식의 맛이야. 그런데 그걸 오 대표는 만들 수가 있잖아.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미 오 대표는 충분히 운영할 자격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운영상의 테크닉은 한두 달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고.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으라고. 그리고 오 대표가 살아온 세월이 몇 년이야? 그 정도 연륜이면 금방 적응할 거야. 난 오 대표를 믿어.
“진짜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니까. 누구보다도 오 대표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조금 전에 축하를 했던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 음식점은 그 맛이 가장 중요한데, 오 대표는 그 맛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오 대표가 그 가게를 맡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오명환은 현성의 말을 듣는 순간 자진도 모르게 조금 전까지도 가졌던 불안한 마음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맛만큼은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같은 맛으로 유지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1년 전 그 맛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했던 그 시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핸드폰 너머에서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혹시 내가 어제 오 대표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 기억해?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이라면…… 혹시, 국수 양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것과 학생들과 친해지라고 하셨던 말씀 말입니까?”
분명히 기억이 난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바로 그 두 가지였다.
-그래, 맞아. 바로 그 두 가지야. 그 두 가지에다 육수 맛만 추가한다면 이번에 오픈할 1호점은 틀림없이 대박이 날 거야.
“그러니까 결국은 세 가지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국수의 맛과 양, 그리고 그 가게를 찾아주는 학생들, 이렇게 세 가지요.”
-오케이, 바로 그거야. 그 세 가지만 확실히 지킬 수 있다면 게임 끝이야. 아무리 맛이 좋아도 양이 적으면 안 되거든. 그 나이 때면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런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당연한 거고.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현성은 잠시 쉬었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10월 셋째 주에 강상대에서 비령 축제가 있을 거야.
“비령 축제요? 그게 뭡니까?”
-강상대학교 축제야. 매년 10월이면 축제를 하거든. 내가 왜 이 얘기를 하는지 알아?
“글쎄요, 그건 잘…….”
오명환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현성이 축제 얘기를 왜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폰서.
“스폰서요?”
-그래, 축제를 하면 학생들은 행사를 하기 위해서 스폰서가 필요하거든. 많이는 필요 없고 과별로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만 하면 충분할 거야. 그러면 자동으로 광고를 하는 셈이지. 그 스폰서 역할을 오 대표가 하라는 거지. 학생들한테 이보다 더 좋은 광고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아! 광고요!”
오명환은 그제야 현성이 왜 축제 얘기를 했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현성은 지금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축제 기간에 스폰서를 자청하면 자동으로 강상대 전체 학생들한테 광고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형님,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강상대 측과 접촉을 시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볼 때 그만한 효과는 없을 거야. 오 대표한테도 도움이 되고 학생들한테도 도움이 되니까 서로 좋은 거지.
“역시 형님께서 또 도움을 주시는군요.”
-도움은 무슨 그 정도를 가지고…… 자, 그럼 수고하고, 아무쪼록 오픈 잘해. 다음에 또 연락하자고.
뚝.
전화를 끊은 오명환의 표정이 전화를 걸기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오명환은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오명환은 어딘가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릭.
신호가 한 번 울리자 상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민수야, 나다.”
오명환이 전화를 건 사람은 어제 개업식에서 현성이 소개해줬던 경영학과 3학년 과대표인 장민수였다.
-네, 명환이 형님. 근데 어떻게…….
장민수는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어제 처음 현성의 소개로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바로 전화가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형님’이란 말도 처음엔 안 나왔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20년 이상이 나다 보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명환이 그냥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형님’으로 부르기로 한 상태였다.
“지금 어디야?”
-학교 도서관입니다.
“점심은?”
-아직이요. 이제 먹으려고요.
“그래? 그럼, 잘 됐다. 내가 지금 학교 앞으로 갈 테니까 점심 같이 먹자. 혹시 친구들 있으면 같이 나와도 돼. 학교 앞에 고깃집 있더라. 거기서 보자.”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기자 장민수는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피식 웃었다. 어차피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왕이면 고기를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명환을 소개받은 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을 통해서 만난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가깝게 지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스폰서요?”
고기를 먹던 장민수는 오명환의 스폰서라는 말에 앞에 앉아 있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오명환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10월에 축제한다고 들었어.”
“네, 그건 맞습니다.”
“축제를 하면 아무래도 스폰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서. 물론, 내 개인적인 다른 목적도 있고.”
“다른 목적이요?”
“그래, 내가 원래 돌려서 얘기를 못 하는 성격이라 솔직하게 얘기할게. 사실은 다음 달에 이 건물 지하에 잔치국수 전문점을 오픈하기로 했어. 어쩌면 스폰은 핑계일 거고 사실은 국수 가게 광고가 필요했다는 게 맞을 거야.”
오명환은 솔직히 얘기했다. 괜히 빙빙 돌려서 얘기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를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네. 결국, 결정을 하셨군요?”
장민수 또한 국수 가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얘기다. 어제 개업식에서 잔치국수 전문점에 관한 얘기를 함께 나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권 위치를 강상대 앞으로 권한 것도 자신이었고.
“어, 그래. 어제 현성이 형님과 논의 끝에 결정을 했고, 바로 여기 지하에 있는 상가도 계약을 했어. 내일부터 바로 공사에 들어갈 거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 지하면 상당히 넓을 텐데요?”
“맞아, 200평이더라고. 어차피 시작하는 거 크게 한번 해보려고. 그래서 이렇게 민수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온 거야.”
장민수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제가 능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도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과 선배인 현성의 소개로 만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기꺼이 그를 돕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오명환은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사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제 처음 만난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나이도 20년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상대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오명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은 후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었다.
“고맙네, 이렇게 바로 호응을 해줘서 말이야. 자, 그런 의미에서 한잔 하자고. 아참! 혹시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면 안 마셔도 되고.”
“아닙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장민수는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었다.
두 사람은 허공에서 잔을 부딪친 후 소주잔을 비웠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잔치국수에 관한 얘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다. 얘기는 주로 오명환이 했고 장민수는 거의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장민수가 말했다.
“형님, 혹시 다른 과에도 스폰을 하실 계획이 있으십니까?”
“민수한테 실례만 안 된다면 그러고 싶긴 한데…….”
“저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광고가 목적이라면 최대한 많은 과에 스폰을 하는 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물론, 스폰을 받는 과들도 좋아할 테고요. 어차피 다들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이거든요.”
그건 사실이다. 축제를 하게 되면 과별로 행사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필요한 게 돈이다.
그렇다 보니 축제 때만 되면 어쩔 수 없이 다들 어떡하든 스폰을 받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민수가 다시 말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지금 전화만 돌리면 바로 달려올 과대표들이 최소한 열 명은 넘을 겁니다.”
“그래? 나야 그렇게만 해준다면 고맙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설 같은 현성이 선배님께서 소개해 주신 분인데 이 정도야 기본 아니겠습니까. 저 그럼 바로 전화 돌립니다.”
장민수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명환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 다른 과에 접근을 해야 하나 하고 걱정을 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렇게 나서서 알아서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말이다.
30분쯤 지났을까.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
장민수가 손을 번쩍 들어 들어오는 학생들을 맞았다. 대충 봐도 최소한 15명은 넘는 듯했다.
오명환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더 밝아졌다. 그런 그가 큰 소리로 식당 사장을 불렀다.
“사장님, 여기 고기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