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8)
회귀해서 건물주-719화(7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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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현성은 이수혁이 있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그러자 아내인 윤지수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주방에서 나오며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세요.”
“이게 뭐예요?”
“밑반찬이에요. 가지고 가서 수혁 씨랑 같이 드세요. 약이 독해서 입맛이 없을 거 같아 준비했는데,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네요.”
현성은 잠시 윤지수를 바라봤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성으로선 그런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친구를 생각해서 병원에 다녀오라는 말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이렇게 밑반찬까지 만들어줄 줄이야.
이런 일을 누가 시켜서 하겠는가 말이다.
이건 마음에서 스스로 우러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수 씨, 이거 감동입니다.”
“감동은 무슨…… 그냥 밑반찬 몇 개 만들었을 뿐인데요.”
“반찬 몇 개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 친구를 위해서 반찬을 만들겠다고 생각을 한 그 자체가 저는 감동이라는 겁니다.”
사실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내가 이 정도의 심성을 가지고 있을 줄은 현성 또한 미처 몰랐을 정도였다.
“현성 씨도 참……, 저녁시간에 늦겠어요. 이제 그만하고 어서 가요.”
“그래요, 알았어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건네준 가방을 가슴으로 안았다. 따스한 온기가 가슴으로 전달됐다.
그녀의 따듯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수혁이가 좋아할 겁니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당연히 맞을 겁니다. 지수 씨 음식 솜씨야 제가 보장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무 적정하지 말아요.”
“그거야…… 네, 알았어요. 어서 가요.”
윤지수는 다른 말을 하려다 그만두며 현성의 등을 살짝 밀었다.
“네, 알았어요. 이젠 진짜 갑니다.”
현성은 윤지수를 가볍게 안아준 다음 집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현성은 어딘가로 전화부터 걸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혁아, 나다.”
-어, 현성아!
이수혁의 목소리가 밝게 들렸다.
“뭐하고 있었냐?”
-작업.
“작업? 혹시 며칠 전에 얘기했던 소설을 쓰고 있었던 거야?”
며칠 전 통화를 할 때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즐겁다는 것이었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 몸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글을 다시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 상황에서 글을 쓰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이유를 물었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또 가관이었다.
비밀이란다.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었다.
-응, 맞아.
“작업은 잘 돼?”
-네 덕분에 아주 잘 되고 있다.
“뭐, 내 덕분에? 내가 뭘 했다고?”
-네가 1인실을 잡아줬잖아. 아무도 없으니까 작업하기 딱이다. 밤늦게까지도 마음대로 불을 켜놓고 작업할 수 있으니 말이야.
하긴 혼자 있으니 밤에 불을 켜 논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쓰는 병실이라면 어림도 없었을 일이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마다 네 생각을 한다는 거 아니냐!
이수혁은 일부러 장난을 치듯 말했다.
“이 자식이 징그럽게…… 됐고, 나 지금 출발할 거야. 그러니까 혹시 조금 늦더라도 저녁 먹지 말고 기다려.”
-지금 온다고?
“그래, 지금 출발하면 1시간 후에는 도착할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저녁 같이 먹자.”
-오케이, 알았어. 조심해서 와!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전화를 하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었다. 그 이유는 혹시라도 신약 때문에 힘들어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듯했다.
현성은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있는 도시락 가방을 바라봤다.
툭툭.
가방을 가볍게 두드린 현성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서울을 향해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 시각.
전화를 끊은 이수혁은 잠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휴우…….”
이수혁은 간신히 속을 가라앉힌 후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신약 때문인지 며칠 전부터 가끔 속이 역겨울 때는 말조차 하기도 힘들 때가 있다. 조금 전 현성과 통화를 할 때 그랬었다.
그나마 아직은 억지로 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통화를 하다 말고 전화를 끊을 뻔했다.
만약 그랬다면 현성은 또 얼마나 걱정을 했겠는가 말이다.
이수혁은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어머니인 유수민이 들어왔다.
이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현성이가 온대요.”
“현성이가 지금 온다고?”
“네, 조금 전에 전화를 받았어요. 아무래도 내일 검사 때문에 오는 거 같아요.”
“그런 거 같구나. 많이 바쁠 텐데 그 와중에도…….”
유수민은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다는 게 보통 사람으로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유수민이었다.
“엄마, 오늘 밤은 영등포에 계시는 이모한테 다녀오셔도 될 거 같은데요.”
“그럼 그럴까?”
“네, 그렇게 …….”
이수혁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다시 속이 매스꺼워졌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시.
이수혁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세요. 현성이가 저녁 같이 먹자고 했으니까 지금 가셨다가 내일 오후에 오셔도 될 거 같아요.”
“그래, 알았다. 그나저나 속이 자꾸 안 좋아서 어떡하냐?”
“어쩔 수 없죠 뭐. 의사 선생님도 나으려면 각오하라고 했으니까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음, 그래.”
유수민은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이 헛구역질을 할 때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미로서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료과정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어머니인 유수민이 병실을 나가고 혼자 남은 이수혁.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들어왔다.
“수혁 님, 컨디션 어때요?”
“좋아요!”
이수혁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그러자 간호사가 힐끔 이수혁을 바라본 후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요?”
“친구가 온다고 했거든요.”
“친구요? 혹시 제일 친하다고 했던 그 친구요? 이름이 현성 씨라고 했던가요?”
“어? 이름까지 기억하세요?”
이수혁은 놀랍다는 듯 간호사를 바라봤다.
물론, 어쩌다 보니 현성이 이름을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쩌다 얘기한 이름까지 기억을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 간호사들 중에 그 이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요.”
“네? 왜요?”
“수혁 씨가 그 정도로 자랑을 하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제가 그 정도로 많이 얘기를 했어요?”
“그럼요, 제가 들은 것만 해도 세 번인데요.”
“아, 그런가요.”
이수혁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친구의 얘기를 많이 한 줄은 몰랐다.
“부러워요.”
“네? 뭐가요?”
“그런 친구분이 있다는 게 말이에요. 수혁 씨는 복 받으신 거예요. 그리고 혈압과 맥박은 다 정상이에요. 참, 속 메스꺼운 건 어때요?”
“욱!”
이수혁은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적으로 다시 또 속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잠시 후.
“휴우…….”
이수혁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괜찮아요?”
“네, 지금은 또 괜찮아요. 선생님이 이 정도는 각오하라고 했으니까 참을 수 있어요.”
“그래요, 참고 이겨내세요. 그리고 참, 소설은 잘 써져요?”
“그냥이요.”
이수혁은 머리를 슬쩍 긁었다.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꼭 얘기해 주세요. 꼭 사서 볼게요.”
“아직 멀었어요. 근데 솔직히…….”
이수혁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으로선 이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요? 무슨 문제가 있어요?”
“아닙니다. 그냥 그런 게 있어요.”
“저랑 약속해요.”
“네? 무슨 약속이요?”
이수혁은 간호사를 바라봤다. 그러자 간호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소설을 끝내겠다고 말이에요.”
“지금 퇴원이라고 했습니까?”
이수혁은 ‘퇴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 말은 곧 자신이 완쾌해서 이 병원을 나간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네, 퇴원이요. 제가 볼 때는 2년 정도면 여기서 나가실 거 같은데요.”
“2년이요?”
이수혁으로선 ‘2’라는 숫자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원주 병원에서는 1년 정도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2년을 버틸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요.”
“당연하다고요?”
“그럼요!”
간호사의 목소리에 당연하다는 듯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수혁의 입장에서는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의 그 말이 고마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는지 그 이유 또한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저기요, 간호사님.”
“네, 말씀하세요.”
“그 근거가 뭡니까?”
“근거요?”
“그래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겁니까?”
이수혁은 간호사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과연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돈이요.”
“네? 돈이요?”
이수혁은 황당할 뿐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돈’이란 말이 바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수혁은 다시 물었다.
“돈이 왜요?”
“저는 사람은 못 믿어도 돈은 믿거든요.”
얼핏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도대체 갑자기 무슨 돈을 믿겠다는 건지.
그때 간호사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수혁 씨도 아시죠? 그 약이 얼마나 비싼지.”
“혹시 신약을 얘기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그 약이 한 병에 2억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네, 물론입니다. 저도 물론 나중에 들었지만.”
그건 사실이다. 처음엔 그 약이 그렇게 비싼지도 몰랐다. 나중에 듣고서야 그 약값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약은 한 번 투입하기 시작하면 최소한 다섯 병은 맞아야 한다는 것도 아시죠?”
“네, 저도 그렇게 얘기 들었습니다.”
“거 봐요, 그 말은 약값만 해도 최소한 10억이라는 얘기예요. 저는 그래서 그 돈의 가치를 믿겠다는 거예요.”
간호사의 말이 바로 다시 이어졌다.
“10억이라는 돈이 절대 적은 건 아니거든요.”
“그거야 물론이죠.”
“그래서 저는 그 돈의 가치, 즉 돈의 힘을 믿겠다는 거예요. 그 돈은 분명히 수혁 씨의 병을 낫게 해 줄 거예요.”
이수혁은 그제야 간호사가 조금 전에 왜 돈을 믿겠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말이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일 것이다.
약값으로만 10억, 그것도 최소한 그 정도다.
그녀의 말처럼 그 돈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제 말이 너무 심했나요?”
“아닙니다. 그게 현실일 겁니다. 누가 감히 돈의 힘을 무시하겠습니까?”
“맞아요. 저도 세상을 많이 살지 않았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돈은 거짓말을 안 하더라고요.”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자신만 하더라도 만약 현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그냥 원주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게 바로 돈의 힘인 동시에 가치인 것이다.
“인정합니다. 저 또한 현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는 오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수혁 씨는 지금 그 돈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 제 말이 맞죠?”
“네, 맞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제 제가 왜 돈을 믿는다고 했는지 아시겠죠?”
“네, 충분히요.”
“그래서 수혁 씨는 틀림없이 병이 나을 거란 얘기예요. 그러니까 퇴원하기 전에 소설을 끝내라는 거예요.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
이수혁은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막상 다시 시작은 했지만 완결까지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 이유는 완쾌된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수혁의 고민이 길어지는 듯했다.
간호사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혈압체크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8시쯤에 다시 올 거예요. 대답은 그때 주셔도 돼요.”
바로 그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이수혁의 표정이 지금과는 다르게 밝아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