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19)
회귀해서 건물주-720화(72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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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아, 이게 다 뭐야?”
이수혁은 깜짝 놀랐다.
현성이 저녁을 먹자고 하기에 당연히 밖에 나가 식당에서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현성이 갑자기 도시락 가방을 열더니 그 안에서 밥과 반찬을 꺼내는 것이었다.
이수혁은 다시 물었다.
“이게 다 뭐냐니까?”
“뭐긴 뭐야, 보다시피 도시락이잖아.”
“누가 도시락일 줄 몰라? 내 말은 이걸 누가…….”
“일단, 이쪽으로 앉아.”
현성은 이수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식탁 의자에 그를 앉혔다. 그리곤 그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밥과 반찬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밥은 찹쌀을 섞어서 그런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아무래도 병원에 있는 그를 위해 소화에 도움이 되는 찹쌀을 섞은 듯했다.
밥은 아직도 따뜻했다.
반찬은 다섯 가지였다.
달걀말이와 불고기, 겉절이, 감자볶음, 그리고 잡채였다. 미역국도 보온병에 담겨 있었다.
현성은 미역국을 작은 그릇에 따르며 말했다.
“지수 씨가 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주더라.”
“이걸 다 지수 씨가 만든 거라고?”
“그래, 약 때문에 입맛 없을 거라고 하면서 만들었다고 했어. 그러니까 어서 먹어.”
현성은 수저를 챙겨 그의 앞에 나란히 내려놨다. 그러자 이수혁은 바로 수저를 들지 않고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채근했다.
“뭐해? 안 먹고, 국 식는다.”
“야, 이걸 내가 진짜 먹어도 되는 거야?”
이수혁은 볼수록 놀라웠다.
밥은 아직도 따뜻했고, 미역국에선 김까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말은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에 바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남편의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단 말인가.
잠시 생각하던 이수혁은 수저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야, 지수 씨 번호 불러.”
“전화하려고?”
“그래, 그냥은 도저히 못 먹겠다. 지수 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니까 어서 지수 씨 번호 불러.”
“야, 일단 먹고 전화 해. 국 식을라.”
“그건 아니야. 세상에 어느 여자가 남편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도시락을 싸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먹을 땐 먹더라도 우선 통화부터……윽.”
이수혁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적으로 속이 메스꺼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수혁의 상태를 알 리 없는 현성으로선 당혹스러웠다.
“야, 이수혁. 갑자기 왜 그래?”
“…….”
“어디 아픈 거야?”
“음음…….”
이수혁은 대답 대신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곤 또 다른 한 손을 흔들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현성은 그제야 이수혁이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후우…….”
이수혁이 겨우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놀랐지?”
“어? 어, 그래. 이제 괜찮은 거야?”
“응, 괜찮아.”
“언제부터 이랬던 거야?”
“며칠 전부터 그래. 의사 선생님이 신약이 독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이수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이수혁은 바로 통화를 시작했다.
잠시 후.
아내와 통화를 끝낸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자, 이제 먹자. 너도 같이.”
“통화하고 나니까 이제 속이 시원하냐?”
“그래, 지수 씨와 통화를 하고 나니까 이제야 좀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긴 뭘, 어서 먹어.”
이수혁은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와! 밥이 찹쌀이 섞여서 그런지 엄청 부드럽다.”
“먹을 만해?”
“최고야. 병원 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 잡채도 맛이 끝내준다. 자, 너도 어서 먹어 봐.”
이수혁은 반찬 그릇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씩 웃으며 다시 반찬 그릇을 이수혁 앞으로 옮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몇 번씩이나 반찬 그릇을 상대방 앞으로 옮기며 밥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수혁이 갑자기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갔다.
다시 헛구역질이 나온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돌아온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속이 조금…….”
“미안하긴 뭐가……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리고 힘들면 그만 먹어도 돼.”
이수혁이 이렇게까지 상태가 안 좋은 줄은 몰랐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통화를 할 때만 해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야, 먹을 수 있어.”
이수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두 번이나 더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야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와 함께 끝까지 밥을 먹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
현성이 먼저 말했다.
“밥 먹느라 수고했다.”
“미안하다.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야, 인마, 참을 걸 참아야지 그게 말이 돼?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어쨌든 미안하고 고맙다. 너도 밥 먹느라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혹시 디저트로 커피 마셔도 되냐?”
“상관없어. 어차피 내장은 멀쩡하니까. 여기 지하에 커피숍 있는데 거기로 커피 마시러 갈까?”
“그래, 가자.”
두 사람은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앞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하얀 의사복을 입은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현성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이수혁의 주치의인 최민영 박사였다.
현성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 이게 누구신가, 김 사장님 아닙니까?”
“네, 안녕하셨어요?”
“우리야 늘 뭐…… 그건 그렇고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저녁 먹고 커피 마시러 가는 중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가만히 있어보자…….”
최민영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따 8시쯤에 제 방으로 잠깐 오실 수 있겠습니까?”
“네? 저 말입니까?”
“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 시간에 맞춰 찾아뵙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민영은 간호사와 함께 현성과 이수혁을 지나쳐 다른 병실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 왜 보자고 하는 거지?”
“그러게.”
이수혁 또한 최민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기를 잠시.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진짜 커피 괜찮은 거야?”
커피숍에 도착한 현성은 주문하기 전에 이수혁한테 다시 물었다.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다니까. 의사 선생님도 특별히 음식 가릴 필요는 없다고 그랬어. 그러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
“난 괜찮아, 여기요.”
이수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로 종업원을 불렀다.
잠시 후,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현성이 먼저 물었다.
“요즘 먹는 건 어때?”
“음…… 솔직히 조금 힘들다. 먹으려고 하면 아까처럼 자꾸 헛구역질이 나와서 말이야. 그래도 열심히 먹고 있다.”
이수혁은 처음엔 거짓말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아무 이상 없이 잘 먹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굳이 현성이 앞에서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앞에서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었다. 어차피 숨길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병을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요즘은 네가 준 카드로 가끔 여기 지하에 내려와서 고기도 사 먹고 그런다.”
“잘했어. 역시 내 친구 수혁이구나.”
현성은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다.
막상 카드는 줬지만 혹시라도 그 카드를 쓰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던 참이었다.
현성이 미소를 짓자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그렇게 좋냐?”
“좋지, 인마. 사실은 그렇지 않아도 걱정을 하고 있었거든. 그렇다고 내가 자꾸 쓰라고 강요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말이야.”
그건 사실이다.
어쩌면 자존심이 달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 카드를 쓰라고 하는 것도 어쩌면 그한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기에 쉽게 말을 할 수 없던 부분이었다.
피식.
이수혁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그런 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어. 카드를 받긴 받았는데 이 카드를 써도 되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웃기더라고.”
이수혁이 잠깐 현성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미 너한테 엄청난 도움을 받았으면서 고작 카드를 쓰는 것에 고민을 한다는 게 웃기더라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했어. 자존심? 그런 거 너 앞에서는 개한테나 주려고.”
“자식, 그렇다고 무슨 그렇게까지…….”
“솔직히 내가 너 앞에서 자존심을 세운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건 아니지, 그거야…….”
“아니!”
이수혁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말했다.
“지금은 내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떡하든 이 병마와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존심은 그다음이라고 생각해. 자존심도 사치라는 말 알지?”
“사치?”
“그래, 지금의 내 입장이 딱 그런 거 같다. 아니,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지. 그래서 이 병이 다 나을 때까지는 어떤 자존심도 안 내세우려고.”
이수혁이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기를 잠시.
“후우…….”
이수혁이 다시 호흡을 길게 내쉰 다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고기 먹을 거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너무 많이 먹었다고 놀라지 마라.”
“제발 놀랄 정도로 먹었으면 좋겠다, 인마.”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이렇게 말해주는 이수혁이 고마울 뿐이었다. 혹시라도 걱정했던 그동안의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커피잔을 들었다.
“야, 우리 커피로 건배하자.”
“오케이, 좋지!”
챙.
두 사람의 커피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커피를 마신 현성이 다시 물었다.
“소설은 요즘 어때?”
“많이는 못 쓰고 조금씩…… 아참!”
이수혁이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탁 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아까 너 오기 전에 간호사가 나한테 숙제를 내준 게 있었거든.”
“숙제?”
“어, 다른 게 아니라…….”
이수혁은 아까 간호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현성한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수혁의 설명이 끝나지 현성이 바로 말했다.
“간호사가 그런 말을 했어?”
“응, 나한테 2년 후에 퇴원할 때까지 소설을 완결 지으라는 거야. 솔직히 나로서는 좀 황당했었어. 너도 알다시피 원주 병원에서 나한테 1년밖에 못 산다고 했잖아.”
“그거야 어디까지나…….”
“아니, 어쨌든 그런 말을 들은 나에게 2년 후에는 완쾌되어 퇴원할 거라고 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현성의 말을 끊으며 이수혁이 말했다. 그런 그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2년 후에는 완쾌되어 이 병원을 나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당연하다고?”
“그래, 그 간호사가 괜히 헛소리를 한 건 아닐 거 아니야. 그리고 그 간호사 말처럼 돈의 위력을 한번 믿어보자!”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그로서도 지금의 이 상황이 흥분되는 순간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수혁이 나을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날짜까지 예상을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조금 전 ‘2년’이라는 구체적인 날짜가 나온 것이다.
현성이 흥분한 이유다.
이수혁이 말했다.
“진짜 그럴 수 있을까?”
“믿어보자고, 까짓거.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잖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간호사가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근데 그 간호사 이름이 뭐야?”
“이름은 모르고 차 간호사라는 것만 알아.”
“성이 차 씨라는 거네.”
“아마도.”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근데 진짜 2년이면 소설 끝낼 수 있겠냐?”
“마음먹기 나름이지 뭐.”
“그럼 가능하기는 하다는 얘기네?”
“응,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해.”
현성은 시계를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종업원을 불렀다. 그러자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종업원은 왜?”
“차 간호사한테 커피 사다 주려고. 물론 커피는 네 이름으로 전달이 될 거고.”
“내 이름으로?”
“그래, 어쩐지 그 간호사 느낌이 좋다. 너는 오늘 그 간호사 이름이라도 물어봐라. 혹시 아냐? 2년 후 퇴원할 때 그 간호사가 네 여자 친구가 돼 있을지.”
“뭐? 여자 친구?”
이수혁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