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
회귀해서 건물주-72화(72/740)
갈수록 가관이었다.
현성이 대답을 안 하자 서인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아침에 생각한 건데 이거 어때요?”
“…….”
“오빠라면!”
현성은 서인헤를 바라보다 끝내 입을 열었다.
“인혜야.”
“네, 오빠아~ 아니, 오빠!”
“부탁이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오빠의 부탁이라면 제가 다 들어드릴 수 있어요.”
“앞으로는 교문에서 기다리지 마라. 무슨 말인지 알았지?”
잠시 현성을 바라보던 서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그럼, …….”
현성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학교 건물 쪽으로 사라졌다.
탁.
학교 정문 옆에 위치한 문방구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뛰어나왔다. 바로 김지연이었다.
“오빠가 뭐래?”
“앞으로는 교문에서 기다리지 말래.”
“그래서?”
“알았다고 했지.”
김지연이 피식 웃으며 서인혜를 바라봤다.
“끝난 거네.”
“그래 보여?”
“어쩔 수 없잖아. 기다리지 말라는데…….”
“교문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서인혜는 김지연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독한 년.”
“너무 쉬우면 그것도 재미없어. 자고로 산은 높아야 정복의 가치가 있는 거야. 어서 교실로 돌아갑시당, 아가씨!”“아가씨? 내가 너 때문에 미친다. 그래 갑시당, 새언니!”
김지연과 서인혜는 손을 잡고 중학교 건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중학교 건물 옥상.
“그러니까 조금 전에 자전거 타고 들어간 저 새끼가 김현성이라 이거지?”
“응.”
“그런데 저 새끼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1학기 때만해도 저런 놈 없었잖아.”
“그래서 나도 알아봤는데, 1학기까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했었대. 그런데 갑자기 2학기 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거야.”
“결국, 여름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이네.”
“아마도……, 그건 그렇고 어쩔 거야 명수야?”
한명수.
서명 중학교의 흔히 말하는 일짱이다.
한명수가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내가 찍은 여자를 넘보는데 가만히 둘 순 없지.”
“괜찮겠어? 소문에 의하면 일수 형도 얼마 전에 저 형한테 발렸다고 하던데.”
“그 새낀 뚱뚱해서 발린 거고.”
“그래도 조심해라.”
“이 새끼가, 나 못 믿어? 아직까지 맞짱떠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나야. 하여간 너는 내가 말하면 저 새끼 그냥 데리고 오기만 하면 돼. 그다음엔 내가 알아서 해.”
한명수는 친구인 김태진을 보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김태진이 한명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혹시나 싶어서…….”
“걱정 마. 안 되면 최후의 방법을 쓰면 되니까.”
“위험하지 않을까?”
“적당히 겁만 주는 거지. 어차피 애들 싸움은 깡이야.”
한명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이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정우가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여기저기 들르고 누구 좀 만나나 보니……, 하여간 좀 바빴다. 그런데 왜?”
“왜긴? 어떻게 된 거야?”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김태촌 말이야.”
그제야 현성은 이정우가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성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참, 내기는 내가 이긴 거다. 각오해라.”
토요일에 두 사람은 김태촌을 두고 내기를 했었다. 내기 조건은 남은 학기 동안 상대가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이유 불문하고 들어주기로 말이다.
그러자 이정우가 말했다.
“지금 내기가 문제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어머니한테 분명히 말씀드렸었는데, 꿈에서 미리 봤다고 말이야.”
“헛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 안 해?”
이정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까지 써가며 현성을 노려봤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게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자식이,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안 그래?”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됐잖아.”
“뭐? 이 자식이…….”
이정우는 말을 하다 말았다.
생각해 보면 현성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이정우는 고개를 심하게 비틀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실은 어제 TV로 김태촌이 검거되는 뉴스를 보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래서 바로 현성이네 집으로 전화를 했었다.
그런데 현성은 없었다. 저녁을 먹고 또 전화를 했지만 아직 인천에서 안 왔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날보다 학교도 일찍 왔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일찍 오던 현성이 오늘따라 하필 학교도 늦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지칠 때쯤 현성이 보였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엄마가 말했던 것과 똑같았다.
꿈에서 미래를 본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인데, 그렇다고 뭐라 할 말도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현성이 한 말이 실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정우가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휴우……, 진짜 미치겠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현성은 일부러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 위해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게 오히려 심란해하는 이정우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 그건 그렇고 어제 운동은 했어?”
“운동? 그거야 당연히 했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 하는 건데.”
“잘했어!”
“자식, 누가 보면 네가 내 형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현성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정우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럼, 앞으로 형이라 부르던가.”
“미친놈, 그건 그렇고 인천은 뭐 하러 갔던 거야?”
“인천? 어……, 그냥 볼일이 좀 있었어.”
여기서 아내 윤지수를 얘기했다가는 진짜 미친놈이 될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현성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그때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이정우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어? 저 자식 얼굴 표정이 왜 저래?”
“누구?”
이정우의 말에 현성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교실 뒤쪽으로 쏠렸다.
이수혁이었다.
흔히 말하는 마마보이.
그런데 남들하고는 좀 경우가 다르다.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머니의 기운이 넘친 탓인지, 무슨 일만 생기면 학교를 뒤집어 놓는 탓에 자연스럽게 마마보이로 낙인이 찍힌 녀석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에서는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되다 보니 이수혁의 성격도 언젠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때 이정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쟤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그러게…….”
누가 봐도 표정이 영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이수혁을 향해 관심을 두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드륵.
현성이 의자를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정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왜?”
“어디 아픈가 물어보게.”
“미쳤어? 저 자식 성격 잘 알면서.”
“그래도…….”
물론 잘 안다.
예전의 현성이었다면 당연히 모른 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젠 예전의 현성이 아니란 거다.
오지랖?
그 또한 남들의 시선일 뿐이다.
그렇다고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다.
단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현성은 망설임 없이 이수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수혁은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툭.
현성이 이수혁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이수혁이 겨우 고개를 들며 현성을 바라봤다.
“괜찮냐?”
“…….”
이수혁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일단 얼굴빛은 확인했다.
얼굴빛이 좀 안 좋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물었다가는 돌아올 답변이 어떨지는 현성도 빤히 알고 있었다.
뭐든 적당히 하지 않으면 꼭 역으로 당한다.
현성은 발길을 돌리려다 이수혁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박철민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잘 지켜봐.”
“어? 아, 알았어.”
현성은 발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식…….”
현성이 자리에서 멀어지자 박철민이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사실 조금 전 이수혁이 옆에 앉을 때부터 평상시와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수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현성이 다가오는 게 눈에 띄었다. 솔직히 처음엔 설마 했었다. 현성 또한 이수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별수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참, 별일이야…….”
박철민은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자리로 돌아온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 이유는 어렴풋이 전생의 기억 하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시험 둘째 날.
점심시간에 이수혁이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원인은 나중에 밝혀졌지만 급성 맹장염이었다.
시골이라 수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원주에 있는 기독교 병원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거기까지 가는 데만 2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 이수혁이 쓰러지고 이송을 시작한 게 1시간 후쯤이었다. 이유는 양호 선생이 교내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일단 아프면 양호 선생의 판단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러 대부분의 선생들이 외부로 나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호 선생을 불러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구급차로 이송 중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맹장은 터졌고, 그만큼 치료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맹장이 터지면서 복막염으로 진행이 됐고, 거기다 다른 장기까지도 일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때 의사가 했던 말이 최소 30분만 빨리 왔어도 최악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아니겠지?’
현성은 왠지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었다.
앞으로 1달 후쯤에나 일어날 일이다.
그런데도 자꾸 불안감이 드는 건 근래에 일어난 일들 때문이었다.
그 시작은 아버지의 사고였다.
분명 전생에선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버지로 그 대상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마찬가지다.
복덕방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예전에 라면 가게를 했던 전(前) 사장이다.
민두식의 출연.
최소한 앞으로 5, 6개월 후에나 나타나야 하는 사람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수혁…….
단순하게 그냥 아픈 것인지, 아니면 진짜 전생에서처럼 맹장염인지 알 수가 없기에 현성으로서는 불안한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병원으로 끌고 가고 싶지만, 그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땡땡.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점심시간.
중간 중간 이수혁을 지켜봤다.
다행히도 우려와는 다르게 별일은 없었다. 쉬는 시간에만 잠깐씩 엎드려 있었고 수업시간엔 그런대로 이상 없이 수업을 받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이수혁은 다시 엎드렸다.
거기까지 현성이 확인한 상태다.
그때 이정우가 도시락을 들고 현성의 책상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