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0)
회귀해서 건물주-721화(72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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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로 돌아온 두 사람.
현성은 시계를 바라봤다. 5분 전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수혁아, 나는 최 박사님한테 갔다 올게.”
“어, 그래. 아까 8시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가 봐야지. 그나저나 최 박사님이 왜 보자고 한 걸까?”
“글쎄다, 나도 솔직히 그 이유를 모르겠다.”
현성은 대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의사인 최민영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현성은 병실을 나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혼자 남은 이수혁.
“2년 후라…….”
조금 전 커피숍에서 현성과 얘기한 끝에 내린 결론이 2년 후 이 병원을 나가기 전에 소설을 완결 짓는 것이었다.
아까 저녁에 차 간호사가 소설에 대해 완결 얘기를 할 때만 해도 그저 막연하다는 느낌뿐이었다. 그런데 현성과 얘기를 하다 보니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는 2년 후를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어쩌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욕심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그 욕심을 내고 싶었다.
아니, 욕심이 아니라 희망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우기고 싶었다.
우겨서라도 희망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 결과, 결국은 고민 끝에 현성과 약속을 하고 말았다.
2년 후, 여기서 완쾌되어 나가기 전에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끝내기로 말이다.
“후후!”
느낌 탓일까. 막상 현성과 그런 약속을 하고 나니 왠지 몸에서 엔돌핀이 솟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들어왔다. 아까 저녁에 소설 완결에 대해 얘기를 했던 바로 그 차 간호사였다.
그녀의 손에는 혈압측정기가 들려 있었다.
“수혁 씨, 조금 전에 커피 잘 마셨어요.”
조금 전 커피숍에서 올라오면서 간호사실에 커피 세 잔을 주고 왔다. 오늘 밤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을 위한 것이었다.
간호사가 지금 말한 인사말이 바로 그 커피에 대한 답례였다.
“너무 달지 않았어요?”
“아니요, 오히려 달달해서 좋았어요. 밤에 근무할 때는 당이 좀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나저나 아까 제가 얘기했던 건 결정하셨어요?”
간호사가 다가와 혈압측정기를 팔에 채우며 말했다.
“소설 말이죠?”
“네, 2년 후 이 병원을 나가기 전에 소설을 완결 짓는 거 말이에요.”
“음…… 네, 결정했어요.”
이수혁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정말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이수혁은 대답을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보다 확실히 밝아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수혁은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물었다.
“그렇게 좋아요?”
“네? 아, 네. 좋아요. 잠깐만요, 지금은 아무 얘기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간호사는 혈압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혈압 체크를 끝낸 간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 당연히 제가 말한 대로 하기로 한 거죠?”
“글쎄요.”
“네?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요?”
“그전에 먼저 하나 물어도 돼요?”
“네, 뭔데요?”
간호사는 궁금한 듯 이수혁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원래 그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나 봐요?”
늘 느끼던 거였다. 말할 때면 어떤 때는 무안할 정도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경향이 있었다.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 제가 그랬어요?”
“가끔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원래 그런지 궁금해서 물은 겁니다.”
“그건 아니고…… 저도 모르게 그랬나 봐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이수혁은 일부러 손사래까지 치며 말했다.
사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무안한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불쾌하거나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 반대요?”
“네, 저는 오히려 그 모습이 당당하고 솔직해 보여서 좋았어요.”
“아, 네…… 그러셨어요. 그런데 조금 전에 저한테 묻고 싶다는 게 그거였어요?”
“아니요, 그건 따로 있어요.”
이수혁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간호사가 바로 물었다.
“따로요? 그게 뭔데요?”
“이름이요.”
“네? 이름이요?”
“네, 성은 알겠는데 이름은 몰라서요. 그래서 오늘은 이름을 물어보려고요.”
“갑자기 이름은 왜요?”
간호사가 이번에도 고개를 들어 이수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이수혁은 피식 웃었다. 역시 상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습관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현성이 웃자 그제야 간호사는 자신이 또 상대를 정면으로 봤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바로 말했다.
“어머! 제가 또…….”
“괜찮아요. 오히려 저는 그게 좋으니까요.”
“그래도…… 저도 오늘에서야 저한테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제 이름은 갑자기 왜요?”
“오늘 저한테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네? 제가요?”
간호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번에도 다시 이수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이수혁이 이번엔 웃지 않고 바로 말했다.
“네, 오늘은 저한테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특별한 날이요?”
“네, 저는 아까 저녁까지도 2년 후는 생각하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님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친구와 좀 더 얘기를 해서 내린 결론이지만 간호사님의 아까 그 말이 오늘 저를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 말씀은 저랑 약속을 하겠다는 거죠?”
“네, 그래요.”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간호사님의 이름을 물었던 겁니다. 최소한 저를 변하게 만든 분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 네…….”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수빈이요. 차수빈.”
간호사는 부끄러운 듯 자신의 이름을 겨우 얘기하고는 혈압측정기를 챙겨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이수혁이 바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수빈 씨!”
“…….”
간호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수빈 씨 덕분에 제가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간호사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서둘러 병실은 나갔다.
“차수빈? 이름 예쁜데…….”
이수혁은 간호사가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시각.
현성은 의사 최민영의 진료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현성이 물었다.
“이게 수혁이 뇌 사진입니까?”
“네, 맞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최민영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가 보여주는 사진은 두 가지였다. 일주일 전에 이곳에 처음 도착해 찍은 사진과 신약을 투입한 후 3일이 지난 후의 사진이었다.
설명을 듣던 현성이 물었다.
“박사님, 혹시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두 사진이 똑같은 거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최민영의 목소리에 당당함이 묻어났다.
현성으로선 그런 그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 이유는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최민영의 태도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신약 한 번 투입하는데 2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최민영은 전혀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일부러 강조라도 하듯 ‘전혀’라는 말에 힘을 주기까지 했다.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아직 날짜가 얼마 안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의사의 태도였다.
전혀 치료의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태도가 너무도 당당하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다면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박사님, 두 사진이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는 겁니다.”
“네? 희망이요?”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두 사진이 전혀 차이가 없는데 희망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현성은 다시 말했다.
“박사님,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음…… 그래요.”
최민영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여기 이 두 사진이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게 바로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증거요?”
“네, 그렇습니다. 물론, 김 사장님이 보시기엔 아무 변화가 없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 거냐고 하시겠지만, 사실은 그 자체가 바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원래 이 종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변화가 없다는 건 신약이 투입됨으로써 종양이 커지는 걸 막았다는 얘기거든요.”
최민영이 모니터를 다시 한번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이 종양은 이 상태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거란 얘깁니다. 이제 제 말을 이해하시겠죠?”
“아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거군요.”
현성은 그제야 최민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다.
단순히 종양의 크기가 작아질 때만 신약의 약발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종양의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게 약발을 받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현성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결국은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일단은 더 이상 종양을 크지 못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니까요.”“그다음은 이제 그 크기를 줄이는 거고요?”
“네, 바로 그겁니다. 이제 더 커지는 건 막았으니 앞으로는 그 크기를 줄이기만 하면 됩니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이 상태라면 시간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또한 이제부터는 우리 편일 것이고.
“후!”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참았던 호흡을 몰아쉬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그 크기만 줄이면 되는 거군요?”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 거의요? 그 말씀은 아직 더 고려할 게 남았다는 건가요?”
더 이상 종양이 커지는 걸 막았으니 이제부터는 그 크기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사는 아직 확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얘기는 뭔가 더 남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박사님, 뭐가 또 남은 겁니까?”
“내일이요.”
“내일이요?”
“네, 내일이면 신약을 투입한 지 1주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부터 검사를 하게 될 겁니다. 아마도 그 결과에 따라 확실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최민영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오늘 드린 말씀은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특별한 케이스요?”
“네, 원래는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건데 다른 분도 아니고 신 회장님을 생각해서 김 사장님께 먼저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리고…….”
최민영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김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에 제가 오늘은 무리를 좀 했습니다.”
“감사요?”
“네, 김 사장님의 치료비 지원이 없었다면 저 또한 이 신약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원래는 신약을 투입한 후 1주일이 지난 후에 결과를 말씀드리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정확한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김 사장님을 보자마자 제가 그만 원칙을 깨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최민영은 빙긋 웃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저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원칙을 깨도 될 정도로 사장님은 대한민국 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셈이니까요.”
“저는 그저 친구를 위해서 그랬던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더 대단하다는 겁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친구를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하여간 사장님 덕분에 저 개인적으로는 큰 경험을 한 셈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대한민국 의학계도 사장님의 덕을 크게 본 셈입니다. 제가 대표성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현성은 그제야 최민영이 왜 자신한테 진료실로 오라고 했는지 알았다.
“혹시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과 내일의 결과가 다를 수도 있습니까?”
“거의 99%는 오늘 제 말이 맞을 겁니다.”
“결국은 저한테 미리 말씀을 해주신 거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라……, 그리고 죄송하지만 환자분한테는 아직 이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환자분께는 내일 제가 다시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수혁이한테는 일단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현성은 피식 웃었다.
최민영이 원칙까지 어기면서 자신을 부른 이유가 결국은 어쩔 수 없이 돈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씁쓸한 웃음밖에 안 나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중요한 건 이수혁한테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럼 된 거다. 어차피 다른 건 부차적인 것일 뿐.
진료실을 나온 현성은 다시 이수혁의 병실로 향했다. 그런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