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1)
회귀해서 건물주-722화(72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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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현성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수혁이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별 얘기 없더라고.”
“뭐? 근데 왜 불렀어?”
이수혁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최민영 박사가 누구인가.
그는 바로 자신의 주치의다. 그런 사람이 현성을 불렀을 때는 당연히 어떤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의 진료실을 다녀온 현성은 또 별 얘기 아니라고 하니 어찌 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말이다.
이수혁은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무슨 얘기라도 했을 거 아냐?”
“신 회장님.”
“신 회장님? 혹시 농씸의 그 신춘오 회장님?”
“응, 맞아. 회장님에 대해서 묻더라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의사의 부탁을 무시하고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차피 내일이면 의사의 입을 통해 정확히 얘기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한편, 이수혁의 입장에서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현성을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자신과는 관계없는 농씸의 전임 회장에 대해 물었다고 하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난 또 내 상태가 더 좋지 않아서 널 불렀는지 알았지.”
현성을 부르기에 순간적으로 걱정부터 앞섰던 건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으로선 현성이 자신의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겁을 먹었었구나?”
“솔직히 조금. 히…….”
이수혁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은 현성도 처음에는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혹시나 종양의 상태가 더 악화된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
그나마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렇게 편하게 이수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고.
“아참, 차 간호사 이름은 물어봤어?”
“응, 수빈 씨라고 하더라고.”
“차수빈? 이름 예쁘네?”
“킥킥.”
이수혁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나 자신이 웃겨서 말이야.”
“네가 왜?”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원주 병원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1년밖에 못 산다고 했었잖아. 그런 놈이 여기 와서는 간호사 이름을 묻고 있다는 게 웃기잖아. 안 그래?”
피식.
현성 또한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닌 듯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려달라고 울던 그였다. 그랬던 녀석이 오늘은 간호사의 이름을 묻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거 아니겠냐? 내일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그건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솔직히 원주에서 내가 너한테 살려달라고 막 매달렸었는데 말이야. 그때는 솔직히 정말 무서웠거든.”
이수혁은 회상하듯 살짝 눈을 감았다.
그때는 정말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그 벼랑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1분 1초가 무서웠다.
오죽했으면 울면서 현성한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을까.
그래 봐야 그게 1주일 전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이제는 이곳에서 간호사의 이름을 묻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눈을 뜬 이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다.”
“또 그 소리…… 됐고, 그나저나 차 간호사한테 약속한다는 건 어떻게 됐어?”
“소설 말이야?”
“그래, 차 간호사가 2년 후 여기를 나가기 전에 완결 지으라고 했다면서?”
이수혁이 부끄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어.”
“약속한 거야?”
“어, 근데 그게 아직도 좀…….”
이수혁이 말을 하다 말고 자신 없는 듯 고개를 숙였다. 조금 전에 웃으며 얘기하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게 말이야…… 솔직히 장담할 수가 없어서.”
“뭘 장담할 수가 없다는 거야?”
“2년 후. 내가 진짜 2년 후에 완쾌되어 이 병원을 나갈 수 있을지.”
“이 자식이 진짜!”
현성이 갑자기 인상을 쓰며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런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야, 인마. 아까 커피숍에서 그 문제는 이미 끝낸 얘기잖아. 근데 인제 와서 또 그 얘기를 하면 어쩌라는 거야? 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얘기는 아까 커피숍에서 이미 결론을 냈던 얘기이기 때문이다.
불과 30분 전에 나누었던 얘기다. 그런데 그 얘기를 또다시 부정을 하려 하니 현성으로선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던 것이다.
이수혁이 다시 입을 우물거렸다.
“현성아, 그게…….”
“그게 뭐?”
“아직은 확신이 없어서 말이야. 솔직히 아직은 신약의 효과를 모르겠어. 너도 알다시피 그 약이 한 번 투입하는데 2억이라고 그랬잖아. 그럼 효과가 벌써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변화를 모르겠어.”
“그래서 불안하다는 거야?”
“어…….”
갑자기 작아진 그의 목소리에서 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잠시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조금 전에 웃으면서 얘기하던 밝은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의 머릿속에 조금 전 최민영 박사와 나눴던 말이 떠올랐다.
현성은 그의 이름을 바로 불렀다.
“야, 이수혁!”
“어, 왜?”
“내가 하나만 물어볼게.”
“어? 나한테?”
이수혁은 갑작스러운 현성의 질문에 긴장이 됐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뭔데?”
“지금 상태가 어때?”
“지금 상태?”
“그래, 일주일 전과 지금의 상태를 비교할 때 어떻냐고?”
“음…….”
잠깐 생각을 하던 이수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별 차이를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 말은 좋아진 줄 모르겠다는 거지?”
“응, 맞아.”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다시 물을게. 혹시 더 나빠지지는 않았어?”
“더 아프냔 얘기지?”
“그래, 처음보다 머리가 더 아프다거나 정신을 잃은 적이 있냐고?”
“음…….”
이수혁은 잠시 생각이라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이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똑같은 거 같아. 아니, 그러고 보니 정신을 잃은 적은 없었어.”
“정신을 잃은 적은 없고 아픈 건 똑같다는 거네?”
“응, 맞아.”
“그럼 일단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본다면 분명히 차도가 있다는 거네. 안 그래?”
“어? 어,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여기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정신을 잃었었다. 심한 날은 두세 번까지도 기절을 했었다.
하지만 신약을 투입한 후에는 한 번도 정신을 잃은 적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신약의 효과는 있다는 거네? 그지?”
“어, 그러고 보니…….”
“자, 그럼 이번엔 통증에 대해서 물어볼게. 조금 전에 네 입으로 통증은 처음과 똑같다고 했지?”
“응, 통증은 차이를 모르겠어.”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야.”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통증의 변화는 없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현성은 또 그 얘기를 듣고 그게 신약의 효과를 보는 거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란 말인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래,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분명히 통증의 변화가 없다고 얘기했잖아. 그런데 그게 신약의 효과를 보는 증거라니, 이게 말이 돼?”
“당연히 말이 되지. 자, 내가 다시 물을게!”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현성으로선 지금 이 얘기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얘기에 대해서는 조금 전 최민영 박사와 확실히 얘기를 나누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수혁아, 사람이 말이야 보통 아프면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되겠어?”
“그거야 점점 더 심해지겠지.”
“그렇지, 그게 정상이겠지? 특히 너 같은 경우는?”
“그건 맞아. 나 같은 경우는 당연히 그게…… 어? 잠깐만!”
이수혁이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뭔가를 생각할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런 그가 잠시 후, 뭔가 생각난 듯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나의 이 통증이 처음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 결국은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지?”
“이제 내 말을 이해한 거냐?”
“응,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네 말이 맞는 거 같아서 말이야. 원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정상인데 나 같은 경우는 그게 아니라 변화가 없잖아. 결국, 그 말은 신약 때문에 통증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나는 지금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고. 내 말이 맞지?”
“그래, 바로 그거야. 통증이 심해지지 않고 변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따지고 보면 그게 바로 신약의 효과라는 거야. 그래서 결국은 정신도 잃지 않았던 것이고. 이 정도면 확실히 신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있겠지?”
이수혁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래!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아. 난 통증에 변화가 없기에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던 거야. 잠깐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조금만 더 지나면 통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그지?”
“내가 볼 땐 그럴 거 같아. 한 달 후에 2차로 신약을 투입한다고 했으니까 그때쯤이면 지금보다는 좀 더 통증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몇 번 더 신약을 맞고 나면 종양도 점점 줄어들 거고. 그지?”
“오케이, 바로 그거야. 그러다 보면…….”
“2년 후에는 진짜 완쾌되어 이 병원을 나갈 수 있을 테고. 와! 이런 일이…….”
이수혁이 갑자기 양팔을 벌린 채 병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를 돌던 이수혁이 어느 순간 갑자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와락!
이수혁은 현성을 끌어안았다.
툭툭.
현성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는 것으로 그와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금 전 의사 최민영과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현성 또한 조금 전의 이수혁과 마찬가지로 통증의 변화가 없다고 해도 그것이 신약의 효과라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이 이수혁이 좋아하는 모습은 볼 수도 없었을 테고.
조금 전 최민영과의 대화가 새삼 고맙게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이젠 기분이 어때?”
이수혁이 끌어안았던 팔을 풀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날아갈 거 같아. 솔직히 그동안 말은 못 하고 혼자 걱정만 하고 있었거든. 통증에 변화가 없으니 당연히 효과가 없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하루하루가 즐거울 거 같아.”
이수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제부터는 소설도 더 잘 쓸 수 있을 거 같다. 현성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야?”
“그게 사람이지.”
“그런 거 같다. 조금 전에만 해도 불안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태평양 같아. 너무 편하고 지금 같아선 뭐라도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이수혁의 표정에서 지금 그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다시 물었다.
“내일 아침에 몇 시부터 검사한다고 했지?”
“8시. 내일은 검사할게 많다고 하더라고.”
“내일 검사하고 나면 정확히 알 수 있겠네.”
“그렇겠지. 그런데 별일은 없겠지?”
이수혁의 표정이 살짝 긴장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뭐야? 조금 전에 좋아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새 또 벌써 불안한 거야?”
“현성아, 그게 말이야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막상 내일 정밀 검사를 한다고 하니…….”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는 얘기였다.
어쩌면 그게 정상적인 반응일 것이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테니 말이다.
“수혁아, 네 맘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내가 볼 때 너는 틀림없이 좋아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겠지?”
“그래, 너도 알다시피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증명이 되었잖아. 그러니까 내일까지 마음 편하게 먹고 있어.”
“어, 그래…….”
이수혁의 대답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내일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이니 말이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의 불안감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성은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깐 나 좀 나갔다 올게.”
“어디를?”
“비 오잖아.”
“어? 비?”
이수혁이 창밖을 본 다음 다시 말했다.
“비 오는데 어디 가려고?”
“지수 씨가 비를 좋아하거든. 휴게실에 가서 통화 좀 하고 올게.”
“어, 그래, 알았어.”
“너도 아버님과 통화 좀 하던가.”
“아버지?”
“그래, 아버님 건강도 안 좋으시다며, 지금까지는 네 몸이 아파서 못 챙겼지만 이제라도 좀 챙겨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아버님과 통화한 지 오래됐지?”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래, 알았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야겠다.”
현성이 병실을 나가자 이수혁은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