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5)
회귀해서 건물주-726화(72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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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현성은 안영희의 휠체어를 밀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영희는 양팔은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양팔마저 불구였다면 이렇게 휠체어를 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좋다!”
안영희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처음으로 한 말이다. 그런 그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그런 그가 현성의 이름을 밝은 목소리로 불렀다.
“현성아!”
“어, 그래.”
“머리 깎기 전에 어디 좀 먼저 가면 안 돼?”
“당연히 되지. 거기가 어딘데?”
현성 또한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차피 안영희를 위해 오늘은 시간을 비운 상태였다. 그런 마당에 그의 부탁을 못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가보면 알아.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현성은 안영희가 말하는 대로 휠체어를 밀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두 사람은 어느 골목에 도착했다.
“저기야.”
안영희가 손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엔 포장마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이 뭐 하는 곳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저기는 분식 가게잖아?”
안영희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작은 분식 가게였다. 리어카에 포장을 두르고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튀김 등 분식을 파는 곳이었다.
“맞아. 분식 가게.”
“컵라면 하나로는 부족했나 보지?”
현성은 안영희가 분식 가게를 가자고 하기에 당연히 조금 전에 먹은 컵라면의 양이 적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아버지.”
“뭐? 아버지?”
현성은 그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자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그가 말한 아버지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5년 만이야.”
“5년?”
“응, 5년 전에 아버지와 여기에 마지막으로 왔었거든.”
“그 말은……?”
“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 됐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여기 와서 떡볶이랑 어묵을 먹었었거든.”
현성은 그제야 안영희가 왜 이곳으로 가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그리웠던 것이다.
‘잠깐!’
현성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조금 전 그는 5년 만이라고 했다. 그 말은 5년 동안 이곳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집에서 10분 거리다. 그런데도 5년 동안 한 번도 오지 못했다는 건 그동안 집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언제 밖으로 나왔었어?”
“5년 전에.”
“뭐?”
현성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커졌다.
역시 예상대로 그는 5년 동안 집에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5년 동안 집 밖으로 한 번도 못 나왔다는 것이.
현성은 믿을 수 없었다.
“뭐야? 그게 진짜야?”
“어,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놀래?”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지. 1, 2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년 동안이나 밖으로 못 나왔다는데.”
현성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안영희는 달랐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했다.
“엄마가 나가자고 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왜?”
“보다시피 내가 몸무게가 제법 나가잖아. 집에서 나오려면 엄마가 나를 업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우리 엄마 허리가…….”
안영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하긴 그의 어머니가 안영희를 업고 나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봉사자들 없어?”
“봉사자? ……피식!”
안영희는 말을 하다 말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 바로 다시 물었다.
“뭐야? 그 말은 없었다는 얘기잖아?”
“몰라.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거 없더라.”
“혹시 동사무소에 연락은 해봤어?”
“소용없더라고. 엄마가 사업자 등록증이 있으니까 그것도 힘든 거 같더라고.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한 번 연락을 했었는데 연락 준다고 하더니 아무 얘기가 없더라고.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연락 안 했어.”
안영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 또한 씁쓸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성 또한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연락을 안 한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직접 연락을 했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니 말이다.
“참, 그지 같다. TV를 보면 봉사자들이 많기도…….”
“현성아.”
안영희가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난 괜찮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5년 만에 밖으로 나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다들 그렇게 살걸.”
“다들?”
“그래, 잘은 모르지만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냐고. 안 그래?”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의 사각지대는 어디든 있을 테니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이 말했다.
“영희야, 걱정하지 마. 내가 가끔 올게.”
“됐네, 이 친구야. 난 오늘 이렇게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물론, 자주는 힘들겠지만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올 수 있을 거야.”
스윽.
안영희는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피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웃어?”
“신기해서.”
“신기하다고? 뭐가?”
“사람의 인연이 뭔가 싶어서 말이야. 난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게 신기할 뿐이다. 솔직히 집에만 있던 내가 너를 이렇게 만날 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안영희는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어쩌면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성은 달랐다.
그 이유는 현성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의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에서도 안영희의 존재는 알았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대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쳤었다.
이유?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그때는 나 혼자 살기도 벅찼으니 말이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만 믿어.”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그래,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원래 뭐든 적당히 하자는 주의니까 말이야.”
“오케이, 알았어. 그럼 가끔 부탁 좀 하자. 솔직히 그동안 갑갑해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엄마한테는 말도 못 하고 말이야.”
씨익.
현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사실은 이런 경우 상대가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하지만 안영희는 그러지 않았다. 현성은 그래서 그런 그가 고마웠다.
“자, 그럼 이제 떡볶이 먹으러 들어가 볼까.”
현성은 휠체어를 밀고 분식가게로 들어갔다.
“어! 이게 누구야?”
현성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자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안영희를 맞았다.
***
분식가게를 나온 건 20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밖으로 나오자 안영희가 말했다.
“현성아, 잘 먹었다.”
“좀 더 먹지 그랬어?”
“아니, 많이 먹었어. 그나저나 정말 고맙다. 나는 여기에 다시는 못 올 줄 알았거든. 내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여기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이라 그게 제일 아쉬웠었어. 그런데 오늘 드디어 그 추억을 다시…….”
안영희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생각난 듯했다.
현성은 조용히 그저 그의 휠체어를 다시 밀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휠체어가 도착한 곳은 어느 미장원 앞이었다.
“어, 어떻게 오셨어요?”
현성이 안영희를 안고 들어가자 미장원 주인이 당황스럽다는 듯 물었다.
“이 친구 머리 좀 깎으려고요.”
“아, 네. 이쪽으로…….”
미장원 주인이 얼른 자리를 안내했고 현성은 그 자리에 안영희를 앉혔다. 그러자 안영희가 바로 현성을 향해 말했다.
“네가 고생이 많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현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한 후 뒤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이번엔 미장원 주인이 안영희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깎아드릴까요?”
“저 친구처럼 짧게요.”
안영희가 거울 속에 비친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굳이 짧게 안 해도 돼. 내가 두 달에 한 번씩은 와서 깎게끔 해줄 테니까.”
“아니야, 엄마를 위해서도 짧은 게 좋아. 솔직히 머리 감을 때마다 엄마한테 미안했었거든.”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아무래도 침대에서 머리를 감기려면 짧은 머리가 나을 테니 말이다.
윙!
미장원 주인은 안영희의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얼마 후.
미장원을 나온 두 사람.
“킥킥…….”
안영희가 먼저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웃어?”
“우리 둘 다 이렇게 짧게 깎으니까 이상해서 말이야. 그나저나 너는 머리를 왜 그렇게 짧게 깎은 거야?”
“그럴 이유가 있었어.”
“이유?”
안영희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이 친구인 이수혁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은 걸 알 리 없는 그의 입장에서는 현성의 짧은 머리가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그 얘기를 또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말을 돌리고 말았다.
“어, 그런 게 있었어.”
“뭔데? 그 이유가?”
“그냥 그런 게 있어. 혹시라도 나중에 기회 되면 얘기해줄게. 그나저나 이제는 어디로 갈까?”
“음…….”
안영희가 고민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안영희가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여기서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까지 갈 수 있니?”
“족발 가게?”
“응, 사실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엄마 가게에 가본 적이 없거든. 그래도 명색이 내가 아들인데 말이야.”
“잠깐만…….”
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까지는 거리가 꽤 멀다. 아무리 빨리 가도 30분 정도는 걸릴 것이다.
문제는 안영희의 건강 상태다. 과연 그 거리를 갔다 올 수 있는 체력이 될 것인지.
현성은 안영희를 향해 물었다.
“괜찮겠어?”
“왜? 많이 멀어?”
“응, 최소한 30분 정도는 걸리는 거리야. 나는 상관없는데 네가…….”
“가자!”
안영희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한 어투로 말했다.
현성으로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왕복 한 시간이다. 절대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
“응,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를 거 같아. 이왕 오늘 마음먹은 김에 갔다 오자. 물론, 네가 힘들겠지만.”
아무래도 자식의 입장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 한 번도 안 갔다는 것이 그에겐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현성은 잠시 안영희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비록 몸은 성하지 못하지만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 가겠다는 그의 의지만큼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듯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가자.”
“진짜?”
“그래, 까짓거, 못 갈 게 뭐가 있겠냐!”
현성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식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 한 번 가겠다는 거다.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한이 됐겠는가 말이다.
“영희야, 꽉 잡아!”
“어! 그래!”
현성은 힘차게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났을까.
현성의 눈에 꽃집이 들어왔다.
“영희야, 어머니한테 꽃 사다 드릴까?”
“좋지.”
두 사람은 꽃집에서 빨간 장미를 샀다.
“자, 그럼 다시 출발한다.”
“어, 그래!”
안영희는 힘차게 대답을 했고 그의 무릎에는 장미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현성은 다시 휠체어를 힘차게 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