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6)
회귀해서 건물주-727화(72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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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족발 가게에 도착한 현성이 가게 문을 열려고 하자 휠체어에 앉아있던 안영희가 급하게 말했다.
“어? 왜?”
“잠깐만 있다가 들어가자.”
“어, 그래.”
현성은 가게 문을 열려다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안영희는 잠시 가게 안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바라봤다.
[영희네 족발]자신의 이름을 딴 간판이 달려 있었다.
어머니가 이곳에 족발 장사를 시작한 건 15년 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곳에 온 적이 없었다.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현성의 도움으로 이곳에 올 수가 있었다.
15년 만에 드디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분이 묘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안영희는 가게 안을 다시 들여다봤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족발을 손질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15년째 한결같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어머니의 머리에도 변화가 왔다. 어느 날부턴가 가끔 보이던 흰머리가 이제는 제법 머리 전체에 퍼지고 말았다.
‘음…….’
한참을 바라보던 안영희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현성을 향해 말했다.
“현성아, 내가 15년 만에 드디어 이곳에 왔다.”
“그러게.”
“난 이곳에 평생 못 올 줄 알았어. 지금도 내가 이곳에 왔다는 것이 꿈만 같다.”
말하는 안영희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무한테도 말은 못 했지만 그동안 마음으로는 항상 풀어야 할 숙제처럼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다.
물론, 여기에 온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은 꼭 오고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가 한 가정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곳이다.
자식 된 도리로서 한 번은 꼭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현성아, 이제 들어가자.”
“어, 그래.”
드르륵!
현성은 가게 문을 열었다. 그리곤 휠체어에 앉아있는 안영희를 들어 올렸다.
한편, 주방에서 족발을 손질하던 윤미숙은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습관처럼 말했다.
“어서 오…….”
윤미숙은 끝까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영희야!”
“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보다시피 현성이가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
윤미숙은 그제야 아들을 안고 있는 현성이 눈에 들어왔다.
“현성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안영희와 현성이 친구로 지내기로 했기에 그의 어머니인 윤미숙은 현성의 이름을 부르며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 왔다가 시간이 나서 영희한테 잠깐 들렀습니다. 그런데 영희가 어머니한테 가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현성은 말을 하며 안영희를 의자에 앉혔다. 그러자 안영희가 바로 말했다.
“엄마, 나 이발했어.”
“어? 진짜네. 어? 근데…….”
윤미숙의 눈에 아들의 짧은 머리가 보였다.
“머리를 왜 그렇게 짧게 깎았어?”
“그냥, 시원한 게 좋잖아.”
“그렇기야 하지만…….”
윤미숙의 눈에는 아들의 짧은 머리가 어색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짧게 깎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머리 감을 때 불편하더라고.”
윤미숙은 그제야 아들이 머리를 짧게 깎은 이유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말은 비록 저렇게 하지만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결국은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그런 결심을 했을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침대에서 아들의 머리를 감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아들이 있어 늘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는 괜찮은데…….”
“아니, 엄마. 내가 불편하더라고.”
안영희는 씩 웃은 후 들고 안고 있던 꽃다발을 내밀었다.
“엄마, 이거.”
“어? 이게 웬 꽃다발이야?”
“처음이지? 내가 엄마한테 꽃다발 주는 거. 한 번은 꼭 주고 싶었어. 고맙다고 말이야.”
“고마워, 우리 아들.”
윤미숙은 꽃다발을 받아 가슴에 안았다. 그리곤 향기를 맡기 시작했다.
“음! 향기도 좋네.”
“엄마, 고마워.”
“별소릴…….”
“아니야, 진짜야. 지금은 막상 말을 하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집에 항상 누워있으면서 항상 생각했던 거야.”
윤미숙은 안영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나도 항상 고마워. 늘 혼자 있으면서도 짜증 안 내고 엄마한테 웃어줘서. 그리고 미안하고.”
“엄마가 나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아니야, 엄마는 항상…….”
“엄마!”
안영희가 윤미숙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 소리 하기 없기. 엄마도 나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자고.”
안영희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안영희가 불구의 몸이 된 게 자신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을 말이다.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손님 세 명이 들어왔다.
그 순간, 안영희의 말이 빨라졌다.
“엄마, 우리는 이만 갈게.”
“왜 좀 더 있지 않고, 족발도 좀 먹고.”
“아니야, 배 안 고파. 현성아, 나 좀 밖으로…….”
“어? 어, 그래.”
현성은 알고 있었다. 안영희가 왜 이렇게까지 서두르는지. 그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성은 안영희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윤미숙이 바로 따라 나왔다.
“영희야,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
“아니야, 엄마. 어차피 엄마 봤으니까 이만 가려고. 어서 들어가서 손님 받아.”
“괜찮아. 가는 거 보고 들어가도 돼.”
“알았어. 그럼 우린 이만 갈게. 저녁에 봐.”
휠체어에 앉은 안영희는 현성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빨리 가자는 의미였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윤미숙을 향해 말했다.
“어머니, 저희는 이만 갈게요.”
“어, 그래. 현성이가 고생이 많다. 영희야, 저녁에 보자.”
“응, 엄마.”
현성은 휠체어를 밀었다.
두 사람이 가게 앞을 떠나자 윤미숙은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영희가 물었다.
“엄마 들어갔어?”
“응, 방금 들어가셨어.”
“그럼 잠깐만.”
현성은 바로 밀던 휠체어를 세웠다, 그리곤 휠체어를 돌려 다시 가게가 보이게끔 방향을 틀었다.
안영희는 족발 가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그렇게 서둘렀어?”
“그냥.”
“굳이 그렇게까지…….”
현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그가 왜 그렇게까지 서둘렀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손님들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어머니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테니 말이다.
가게를 바라보던 안영희가 어느 순간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어, 그래.”
“이제는 미련 없다.”
“미련?”
“응, 그래. 사실은 그동안 나 자신이 죄인처럼 느껴졌었거든. 15년이 되도록 엄마가 고생하는 가게를 한 번도 못 와봤으니 말이야.”
안영희가 잠깐 쉬었다 다시 말을 이었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그 죄책감에서 벗어났다.”
“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 딴에는 아들 노릇을 하고 싶었나 봐.”
“…….”
현성은 ‘아들 노릇’이라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불구의 몸이지만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은 있었을 테니 말이다.
“현성아, 이제 그만 가자!”
그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는 오늘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만이 느꼈던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그래, 이젠 집으로 가자.”
현성은 휠체어를 다시 힘차게 밀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현성은 휠체어를 세웠다. 그러자 안영희가 바로 물었다.
“왜 세운 거야?”
“잠깐이면 돼.”
현성은 한 상가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곳은 철물점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다시 나왔다. 그러자 안영희가 다시 물었다.
“여긴 왜?”
“뭐 좀 배달시킬 게 있어서.”
“뭘?”
“조금 있으면 알 게 될 거야. 이제 집으로 가자.”
현성은 다시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10분 후, 두 사람은 집에 도착했다.
현성이 물었다.
“피곤하지?”
“아니, 괜찮아. 조금 피곤하긴 한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아.”
바로 그때였다.
딩동!
벨소리가 울렸다.
현성은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밖에는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조금 전 들렀던 철물점 사장이었다.
“배달시킨 스티로폼 가져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현성은 스티로폼을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조금 전 철물점에서 배달시킨 게 바로 스티로폼이다.
그 스티로폼은 특수한 스티로폼이었다. 두께가 10센티 정도 되는 압축 스티로폼이었다. 보통은 단열재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안영희가 물었다.
“현성아, 그 스티로폼은 뭐에 쓰려고?”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스티로폼을 재단하기 시작했다.
두께가 두껍다 보니 재단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30분 후.
현성은 잘린 스티로폼을 들고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침대 옆에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영희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 스티로폼이 도착했을 때는 그 용도를 몰라 궁금할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용도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그리고 조금 전 현성이 자른 스티로폼을 들고 침대 옆으로 가는 것을 보고 스티로폼의 용도를 확실히 알았다.
“현성아, 스티로폼을 사 온 이유가 그거였어?”
“이제 알겠냐?”
“그래, 이제는 알 거 같다.”
“이제부터는 이 구석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솔직히 아까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건 사실이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안영희는 침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가 퇴근하기 전까지 그는 구석에 처박힌 채로 있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열 시간 넘게 그런 적도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그 빈 공간을 채워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스티로폼을 배달시킨 것이고.
“자, 다 됐다.”
“끝났냐?”
“어, 그래. 이제는 이곳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침대 위에서 마음대로 굴러다녀도 돼.”
현성은 그 말과 함께 휠체어에 앉아있는 안영희를 들어서 침대에 눕혔다.
침대에 누운 안영희.
데굴데굴.
안영희는 보란 듯이 침대 위를 굴렀다. 그가 도착한 곳은 침대 구석이었다. 세 시간 전에만 해도 이곳에 처박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굴러도 구석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탁탁.
안영희는 손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스티로폼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현성아, 고맙다. 이제는 여기에 처박혀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넌 오늘 나의 수호천사다.”
안영희는 현성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 덕분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분식집에도 갔었다. 그리고 이발도 했다. 그다음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어머니의 가게도 다녀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속을 썩였던 침대 옆의 빈 공간도 완벽하게 막았다.
이 모든 게 오늘 현성이 오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안영희는 누운 채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의 어깨에 날개가 달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성아, 그 날개 멋지다.”
“뭐? 날개?”
“응, 네 어깨에 달린 그 날개 말이야. 큭큭…….”
“이 자식이…….”
현성은 그제야 안영희가 장난을 친다는 걸 알았다. 그런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