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27)
회귀해서 건물주-728화(728/740)
730
일주일 후.
신대방동 농씸 본사.
샤락.
윤승현 비서실장은 들고 있는 서류를 넘겼다. 서류를 넘기는 그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였다.
회장인 신민기한테 보고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검토를 하는 것이니만큼 혹시라도 있을 실수를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류를 넘긴 윤승현은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툭.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김현성에 관한 보고서]서류철 표지 맨 앞장에 쓰여 있는 제목으로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두께도 제법 두툼했다.
이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심지어는 그가 태어난 고향과 그가 다녔던 대학까지도 가서 자료를 조사했다.
“이 정도였어?”
윤승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현성이란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느낀 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사실이 많다는 것이었다.
어떤 내용들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윤승현은 테이블에 위에 있는 보고서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회장님도 놀라시겠는데…….”
윤승현은 씨익 미소를 지은 후 보고서를 집어 들고 비서실을 나와 회장실로 향했다.
“어, 윤 실장.”
윤승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회장인 신민기가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뭔가?”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김현성 사장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 그거…….”
신민기 회장은 기억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전에 비서인 윤승현으로부터 현성에 관한 보고를 받은 후,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그의 모든 자료를 부탁했었다.
“이게 그 건가?”
“네, 그렇습니다.”
신민기는 윤승현이 건넨 보고서를 받아 잠시 바라보다가 첫 장을 넘겼다.
“음, 69년생이군.”
“네, 그렇습니다. 올해로 서른하나입니다.”
윤승현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잠시 후.
보고서를 천천히 넘기던 신민기 회장이 어느 한 곳에서 멈칫했다. 그리곤 앞에 서 있는 윤승현 실장을 향해 말했다.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언제를 말씀하시는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말이야. 앞에 내용은 그냥 평범한데 여름방학이 지난 이때부터 뭔가 확 바뀐 거 같아서 말이야.”
“네, 맞습니다. 그때부터 김 사장이 바뀐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해 여름방학에 아무리 조사를 해도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겁니다.”
윤승현 또한 조사를 하면서 느끼던 거였다.
확실히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보다 조용한 터라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다 변화가 생긴 건 2학기를 막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개학하는 첫날부터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흔히 얘기하는 ‘짱’이라는 학생과 말이다. 그 후로 학교 내에서 그를 상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명, 학교의 짱이 된 것이었다.
도대체 그해 여름방학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여름방학 전과 후로 사람이 달라졌는데 여름방학에 특별한 일이 없었단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일?”
“네, 그렇습니다. 여름방학 시작하고 친구 한 명과 함께 강릉으로 놀러 갔다가 그날 바로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뭐? 그게 말이 돼?”
신민기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놀러 갔으면 최소한 며칠은 놀다 오는 게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그날 바로 돌아오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혹시 그날 강릉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바다에 빠졌었답니다.”
“바다에 빠져?”
“네, 그렇습니다. 그 일로 119 구조대까지 출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다음이 이상합니다. 글쎄, 깨어난 후 바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답니다.”
신민기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바다에 빠진 거까지는 사고라고 치자.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고였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구조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그때부터라도 즐기면 된다.
그런데 현성은 그게 아니라 바로 집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는가. 그것도 택시를 타고 말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신민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도저히 모르겠군. 왜 집으로 돌아왔는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기껏 놀러 갔다가 하루도 놀지 않고 바로 돌아온다는 게 말입니다.”
현성이 회귀한 시점이 그때라는 걸 알 리 없는 두 사람이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신민기가 다시 물었다.
“그건 일단 그렇다 치고, 그다음 별 내용은 없는가?”
“그다음 날 바로 산으로 갔답니다.”
“산?”
“네, 그다음 날 산으로 갔다가 20일 후에나 내려왔답니다.”
“허…….”
신민기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갑자기 산에를 간다? 그것도 20일 동안이나?
신민기는 그다음이 궁금했다.
“그래서?”
“산삼을 캐서 왔답니다.”
“산삼을? 그 어린 나이에 산삼을 캤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신민기는 다시 보고서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윤승현이 말한 내용이 그대로 다 적혀있었다.
샤락!
신민기는 다시 보고서를 한 장 넘겼다.
산삼을 캔 후의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음…….’
보고서를 살피던 신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윤승현을 바라봤다.
“결국은 산삼을 판 돈으로 아버지의 빚을 갚았군.”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김 사장은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산으로 갔다는 얘기가 아닌가?”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거참, 이상하군.”
신민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지로 머리를 천천히 두드렸다. 생각이 많을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산삼이 귀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단순히 캐고 싶다고 해서 캘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캐기 어려운 게 바로 산삼이다.
그런데 그걸 캤다? 그것도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전문가도 캐기 어려운데 그걸 어린 고등학생이 캤다? 윤 실장이 생각하기엔 어떻게 생각해?”
“저도 당연히 이해가 안 갑니다만, 중요한 건 그 일을 그 어린 김 사장이 했다는 겁니다.”
“도저히 모르겠군. 그 친구는 무슨 배짱으로 무작정 산으로 들어갔는지 말이야. 음…….”
고민을 하던 신민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고민을 한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럴 땐 이해하기보다는 그냥 일단 넘기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신민기였다.
샤락!
신민기는 다시 보고서를 넘기기 시작했다.
보고서 몇 장을 넘기던 신민기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서 멈췄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네? 뭐가 말입니까?”
“갑자기 왜 이렇게 싸움을 잘해?”
신민기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전까지는 맞고 지내던 그가 갑자기 학교에서 ‘짱’이라고 불리던 김일수를 꺾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싸움도 기술이다.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아무리 고등학생이지만 그 학교의 짱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조사하면서 황당했던 부분입니다. 싸움이란 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닐 텐데 김 사장은 그게 가능했다는 겁니다.”
“허허, 이거야 원…….”
신민기는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얘긴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신민기는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그냥 넘길 수밖에 없었다.
샤락!
신민기는 다시 또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보고서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은 조금 전보다 더 심각하게 보였다.
그런 그가 바로 윤승현을 바라봤다.
“이건 또 뭐야?”
“뭘 말입니까?”
“라면 가게 말이야. 학생이 무슨 라면 가게를 차려? 이게 말이 돼?”
신민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학생이 무슨 라면 가게를 차린단 말인가.
그때 윤승현이 말했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습니다. 그 뒷장을 보십시오.”
“뒷장?”
신민기는 윤승현이 말한 대로 보고서를 한 장 넘겼다. 그러자 그의 동공이 바로 커졌다.
“윤 실장, 이게 뭐야?”
보고서에는 사진이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라면 가게의 간판 사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간판이 다름 아닌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씬라면 이미지와 똑같다는 것이었다.
“보시다시피 씬라면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진짜 문제? 그 말은 우리 회사 씬라면 이미지 말고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거야?”
신민기가 놀랐던 이유는 간판의 이미지가 씬라면 광고 이미지와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라면 가게라고 하지만 남의 회사 제품의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똑같이 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 때문이었다.
윤승현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네, 그렇습니다. 그건 바로 간판이 달린 시기입니다.”
“시기? 시기가 왜?”
“우리 농씸에서 TV 광고를 하기도 전에 그 간판이 달렸다는 겁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신민기는 무슨 소린지 바로 이해가 안 됐다.
씬라면을 출시하기 전에 광고를 내보냈다. 그런데 지금 윤승현의 말대로라면 광고를 내보내기도 전에 간판이 달렸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광고가 나가기 전에는 소수의 관계자 외에는 그 누구도 씬라면의 출시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전에 간판이 달리다니.
신민기는 윤승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시 물었다.
“윤 실장, 그게 무슨 소리야? 광고도 하기 전에 간판이 어떻게 달려?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그게 진짜야?”
“네, 광고가 나가기 2주 전에 간판이 달렸답니다. 그래서 그때 본사에서도 그일 때문에 김 사장 가게로 찾아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 사장의 답변이…….”
윤승현은 말을 하다 말고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새를 못 참고 신민기가 바로 물었다.
“뭐라고 그랬는데?”
“글쎄, 꿈에서 미리 봤다는 겁니다.”
“뭐? 꿈?”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씬라면의 출시일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설마 그것도 꿈에서?”
“네, 그렇습니다.”
“…….”
신민기는 할 말이 없었다.
광고도 나가기 전에 간판을 달고 씬라면의 출시일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게 꿈에서 미리 봤다는 것이고.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중요한 건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아!”
신민기는 저절로 호흡이 가빠졌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니 호흡이 가빠질 수밖에 없었다.
“윤 실장, 나 물 좀.”
“네.”
윤승현은 바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른 후 신민기한테 건넸다.
벌컥벌컥.
신민기는 단숨에 물컵을 비웠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킨 신민기가 윤승현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가게는 어떻게 됐어?”
“대박이 났답니다.”
“허허, 대박이라…….”
신민기는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고등학생이 라면 가게를 차렸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운 일인데, 거기다 대박까지 났다고 하니 신민기의 입장에서는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공부는?”
“공부도 1등입니다.”
“뭐?”
신민기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장사를 한다기에 당연히 공부는 포기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공부도 1등이라니, 알면 알수록 신기할 뿐이었다.
“진짜 알면 알수록 신기한 친구일세.”
“그리고 신기한 게 또 있습니다.”
“이번엔 또 뭐야?”
신민기의 표정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편안한 모습이었다. 마치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놀랍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라면 가게의 직원이 그 친구라는 겁니다.”
“그 친구? 그게 누군데?”
“김일수 말입니다.”
“잠깐만, 김일수라면…….”
신민기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바로 조금 전 보고서에서 읽은 학교의 짱이란 녀석이었다.
“그 친구와 김 사장이 싸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김 사장이 학교의 짱이 됐다고 했던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라면 가게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된 겁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허허,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신민기는 직접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학교의 ‘짱’이란 자리를 놓고 싸운 두 사람이다. 그런 두 사람이 화해를 하고 한 식당에서 같이 일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신민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잠시 후.
신민기는 다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두 장쯤 보고서를 넘겼을 때였다.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신민기는 바로 윤승현을 불렀다.
“윤 실장, 이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