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3)
회귀해서 건물주-73화(73/740)
“뭐해? 도시락 안 꺼내고?”
“어? 그래…….”
현성도 도시락을 꺼냈다. 그러면서 힐긋 한 번 더 이수혁을 쳐다봤다.
이수혁은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이대로 점심을 먹기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안 될 거 같았다.
“정우야 잠깐만…….”
“왜, 어디 가는데?”
현성은 턱으로 이수혁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정우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과는 또 다른 반응이었다.
아침엔 이수혁의 성격을 잘 알기에 현성이 다가가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이수혁의 반응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자 생각이 조금 바뀐 거 같았다.
아파봤던 녀석이라 그런 면에서는 아무래도 남들보다 좀 더 관대한 듯했다.
현성이 막 자리를 뜨려할 때였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수혁 너 왜 그래?”
큰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철민이었다.
현성은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후다닥.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이수혁!”
“으…….”
현성이 큰 소리로 불렀지만, 이수혁의 반응은 신음소리만 겨우 내는 게 다였다.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의식은 있었다.
“이수혁, 정신 차려봐. 내말 들려?”
“아으…….”
고통스러운 듯 오른쪽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순간 현성의 뇌리에 맹장염이 떠올랐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전생에서처럼 급선 맹장염이라면 1분 1초가 급박하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현성은 순간 고민에 빠졌다.
‘그래!’
하지만 현성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설사 맹장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이수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잉대응해서 나쁠 게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현성의 그다음 행동엔 거침이 없었다.
현성은 일단 박철민을 불렀다.
“철민아 나 좀 도와줘.”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책상 두 개를 나란히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박철민과 함께 이수혁을 일으켜 책상위에 눕혔다.
“아아아…….”
이수혁은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현성은 잽싸게 이수혁의 오른쪽 다리를 살짝 구부려 보았다. 좀 더 정확한 환자의 상태를 알기 위함이었다.
“아하하…….”
그러자 이수혁은 자지러지듯 신음을 토해냈다.
역시 맹장염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확실한 판단이 서자 현성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다.
“철민아, 수혁이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고 있어. 난 119에 신고할 테니까.”
“119?”
후다닥!
현성의 몸은 이미 교실 뒷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현성은 교실을 나와 1층 교무실로 뛰었다.
타다다닥.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시간이 촉박한지 알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온 현성은 속도를 더 냈다.
그리고 마침내 교무실 앞.
쾅!
교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현성은 가장 가까이 있는 전화기를 찾았다.
그러자 교실에 있던 선생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지금…….”
어차피 뭐라 하던 현성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디디딕.
현성이 빠른 속도로 번호를 누르자 신호가 바로 갔다.
두두두. 두두두.
-네, 119상황실…….
“서명 고등학굔데요 응급환잡니다. 빨리 오세요.”
-어디요?
“서. 명. 고등학교요. 빨리 와주세요.”
-환자 상태는요?
“급성 맹장염입니다. 터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현성이 전화를 끊고 교무실을 막 나서려 할 때였다.
턱.
누군가 현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돌아보니 교감 이호진이었다.
“학생, 무슨 일이야?”
“수혁이가 지금 많이 아픕니다.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이수혁 말이야?”
“네.”
교감 이호진은 이수혁이라는 이름을 확인하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시골 동네에서 조합장 하면 실세 중의 실세다. 이수혁의 아버지, 이만수가 바로 조합장이었던 것이다.
후다닥.
교무실을 빠져나온 현성은 교실이 아닌 교재 창고로 뛰었다.
교재 창고 안에는 교련 시간에 실습 때 사용하던 들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씨”
교재 창고 문이 잠겨 있었다.
쾅!
다행히도 얇은 일반 합판으로 만들어진 문짝이라 발로 몇 번 걷어차자 창고 문이 바로 열렸다.
압박붕대와 들것을 들고 현성은 바로 2층 교실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여전히 빠르게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서 현성의 긴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현성은 교실에서 학교 정문까지 이수혁을 들것으로 옮길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최소 10분 이상은 더 단축되기 때문이었다.
구급대원이 이송할 거리를 줄여주기 위함이었다.
물론 현성이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이수혁의 상태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환자를 임의로 이송한다는 건 위험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교실로 돌아온 현성은 이수혁의 상태를 먼저 한 번 더 확인했다. 다행히도 이수혁의 의식은 아직 정상이었다.
현성이 누워있는 이수혁을 보며 말했다.
“수혁아 조금만 참아. 119 불렀으니까 금방 올 거야.”
이수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겨우 끄덕거렸다.
그러자 현성은 이번엔 옆에 있는 박철민을 보며 말했다.
“교련 시간에 배웠지? 수혁이는 정문까지 우리가 옮긴다.”
“알았어!”
박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박철민의 눈빛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박철민의 어깨를 툭 쳤다.
“비켜.”
김일수였다.
박철민이 이수혁을 옮기기엔 체력이 안 된다고 생각한 듯했다.
평지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2층에서 1층까지 들고 내려가야 하는데 아마도 그 부분이 걱정이 됐을 것이다.
그러자 박철민도 알았다는 듯 얼른 자리를 비켜줬다.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도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자 김일수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었다.
두 사람은 교련 시간에 배웠던 대로 이수혁을 들것에 일단 옮겼다.
뼈에 이상이라도 있었다면 부목부터 대고 고정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기에 최대한 조심해서 눕혔다.
“이거.”
현성은 압박 붕대를 박철민에게 내밀었다.
박철민 또한 그 의미를 알기에 더 묻지 않았다.
퍽.
박철민이 압박붕대를 책상에 내리치자 비닐이 뜯겨 나갔다.
그러자 현성과 김일수가 들것을 번쩍 들었다.
휙휙.
박철민은 압박붕대로 이수혁과 들것을 꽁꽁 동여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계단을 내려갈 때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됐다.”
박철민이 끝냈음을 알리자 현성이 말했다.
“일수야, 준비됐지?”
“어!”
투박하지만 믿음이 가는 목소리였다.
“그럼 간다.”
“어!”
김일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현성과 김일수가 기합에 맞춰 이수혁을 들고 교실을 막 나설 때였다.
헉헉.
담임 신민호가 현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마도 점심을 먹다가 급히 연락을 받고 왔을 것이다.
“뭐야? 김현성?”
“비키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무슨 일인데?”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현성은 시간이 없기에 담임 신민호를 피해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턱.
신민호가 현성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 무슨 일이냐고?”
“급성 맹장염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선생님!”
“야 인마, 네가 맹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이렇게 들것으로 옮기다가 수혁이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책임이요?”
현성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 와중에 책임이라니?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툭.
현성은 담임이 잡았던 어깨를 털어내며 뒤에 있는 김일수한테 소리쳤다.
“일수야, 정문까지 멈추지 않고 쭉 간다!”
“어!”
툭.
현성은 신민호 옆으로 들것을 밀고 나갔다.
그러자 신민호는 다시 현성의 앞을 가로막으며 윽박지르듯 소리쳤다.
“김현성, 만약 잘못되면 다 네 책임이야. 알았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비켜!”
현성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책임만 따지는 담임 신민호가 얄미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좋은 감정이 들었던 신민호에 대한 감정이 싹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물론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었다.
“너, 이…….”
현성의 반말에 신민호는 뭐라 말하려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필…….’
왜, 이수혁이냐고?
신민호는 머리가 복잡했다. 그 이유는 이수혁의 어머니 때문이다.
어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날에는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신민호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현성은 들것을 들고 가면서도 이수혁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수혁아, 조금만 참아!”
“으…….”
그때마다 이수혁은 간신히 신음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현성이 자꾸 이수혁의 이름을 부른 이유는, 혹시라도 이수혁이 중간에 정신을 잃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현성과 김일수가 든 들것은 채 10분이 안 돼서 정문에 도착했다.
삐뽀! 삐뽀!
그때 구급차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다.
현성은 들것에 누워있는 이수혁을 바라봤다.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현성은 이수혁의 손을 꽉 잡았다.
“수혁아, 걱정하지 마. 저 소리 들리지?”
“…….”
그러자 이수혁은 대답 대신 현성의 손을 세게 움켜잡았다.
현성은 그런 이수혁의 손을 잡은 채 다시 말을 건넸다.
“수혁아, 조금만 참아, 병원 가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으으…….”
“수혁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
“으으…….”
“잘 생각해 봐.”
현성은 계속해서 말을 시켰다.
그때 119구급차가 정문에 도착했다.
구급대원이 신속하게 이수혁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수혁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도착했다.
담임 신민호는 이수혁의 어머니 앞으로 다가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수혁은 구급차에 실려 떠날 때까지도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전생에서 정신을 잃고 실려 가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다른 흐름임에 틀림없었다.
삐뽀! 삐뽀!
구급차는 정문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현성은 멀어져가는 구급차를 바라봤다.
전생과 비교하면 최소한 1시간 이상은 단축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젠 이수혁이 무사히 빨리 돌아오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때였다.
턱.
누군가 현성의 어깨를 잡았다.
교감 이호진이었다.
“학생, 수고했네.”
“아, 네…….”
현성은 그제야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담임 신민호가 현성 옆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알았어?”
“…….”
현성은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발길을 돌렸다. 신민호의 목소리를 더 들었다가는 이 순간만큼은 주먹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교실로 돌아온 현성은 물을 한 컵 따랐다.
“일수야, 마셔라. 오늘 고생했다.”
“나야 뭐…….”
여전히 말수가 적은 김일수였다.
그때 누군가 현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반장 이영민이었다.
“현성아 수고했다.”
“수고는 뭘…….”
“근데…….”
이영민이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뭔데?”
“……담임이 오래.”
이영민도 아까 그 상황을 봤는지 어렵게 말을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성의 대답도 만만치 않았다.
“가서 전해. 밥 먹고 간다고.”
“뭐?”
이영민은 눈이 튀어나올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지 현성이 다시 말했다.
“너도 수고했어. 신경 쓰지 말고 가서 밥이나 먹어.”
“밥?”
“그래,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러자 이영민도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 밥이나 먹자. 그러고 보니 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쫄 필요도 없잖아, 그지?”
그러고 보니 이영민도 예전하고는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현성은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이정우가 말했다.
“담임이 오라잖아.”
“밥 먹는 거 안 보여?”
“담임이 먼저 아니야?”
“아니, 먹는 게 우선이야. 그리고 가봤자 빤한데, 내가 미쳤냐?”
“안 무서워?”
“당연히 무섭지. 그래서 안 가는 거야.”
현성의 대답에 헷갈리는 건 이정우였다.
이건 무섭다는 건지, 안 무섭다는 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현성은 담임한테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이수혁의 아버지나 어머니로 부터 연락 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빠른 이송으로 무사히 수술이 끝났다면, 학교 측도 그렇고, 특히 담임의 입장으로선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답은 종례시간에 나왔다.
담임 신민호의 얼굴이 활짝 폈다.
“수혁이 아버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
다행히도 맹장이 터지지 않은 상태라 수술도 간단하게 무사히 잘 마쳤다고 했다. 일주일 안에 퇴원도 가능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민호는 나가면서 현성을 불렀다.
“아, 그리고 현성이는 교장 선생님 좀 뵙고 가라.”
이번엔 교장이다.
상담실도 아니고, 교감도 아니다.
교장실.
전생에선 구경도 한 번 못 해봤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굳이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지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