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33)
회귀해서 건물주-734화(73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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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농씸은 큰 문제없이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겁니다. 단지…….”
현성은 말끝에 ‘단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자 신민기가 바로 물었다.
“단지요? 그 말씀은 따로 하실 말씀이 있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부족한 면이 조금 있습니다. 그것만 개선을 한다면 앞으로 농씸은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뭡니까?”
신민기는 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물었다. 그런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그만큼 그로서는 지금 현성의 말이 민감하게 들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그로서는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할 테니 말이다.
“몇 가지가 있습니다.”
“몇 가지요?”
현성의 몇 가지라는 말에 신민기의 표정이 조금 더 긴장을 하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현성의 입으로 향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중에 가장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신제품에 대한 투자입니다. 앞으로 많은 기업에서 라면 사업에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겁니다.”
신민기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결국은 신제품의 싸움입니다. 누가 더 소비자가 원하는 라면을 만들어 낼 것인지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금보다 신제품 개발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어찌 보면 가장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승부는 신제품에 대한 투자비에서 결정이 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일부러 그 부분을 한 번 더 언급을 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농씸에서 다른 회사에 비해 신제품의 출시가 적었기 때문이다.
신민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나름대로 고민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그런 그의 표정을 잠시 살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게 뭡니까?”
“바로 씬라면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농씸의 대표선수는 씬라면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그 말씀은 신제품은 신제품대로 투자를 해서 개발하되 씬라면에 대해서도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말하는 신민기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만큼 그는 지금 현성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했다.
“네, 바로 그겁니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잘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교만해질 수가 있거든요. 지금 씬라면이 딱 그 시점이란 얘깁니다. 라면 업계에서는 명실공히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고로, 사람은 교만해지는 순간 초심을 잃는 법이거든요. 씬라면도 마찬가지일 거란 얘깁니다. 지금 잘 나간다고 해서 씬라면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한다면 처음엔 모르겠지만 얼마 못 가 소비자들도 곧 알아챌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떠나겠죠. 그때는 이미 늦다는 겁니다. 한번 떠난 소비자를 되돌린다는 건 처음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거든요. 그건 회장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원로적인 얘기다.
현성이 이 얘기를 하는 목적은 신민기 회장으로 하여금 가장 기본부터 지키라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신민기 회장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런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연도에는 기존 제품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고 했었는데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농씸의 메인은 씬라면이라는 거 절대로 잊으면 안 됩니다. 메인이 무너지는 순간 농씸도 같이 무너진다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주제넘지만,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주제넘다니요, 그런 말씀을 왜 하십니까? 저는 지금 김 사장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속속 들어오는데 말입니다.”
신민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이제 씬라면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기에 그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현성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신민기는 앞에 놓인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사장님, 한잔 받으십시오. 사장님 덕분에 오늘 제가 큰 실수를 면한 거 같습니다. 역시 사장님을 찾아오기 정말 잘한 거 같습니다.”
쪼르륵.
신민기는 현성의 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그러자 현성 또한 소주병을 건네받아 신민기의 잔에도 소주를 따랐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소주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소주잔을 비운 현성은 돼지껍데기 하나를 집어 신민기 앞접시에 놓으며 말했다.
“이번엔 이걸로 드셔 보세요. 이건 조금 식은 건데 아마도 따뜻할 때 드신 것보다 맛이 더 좋을 겁니다. 원래 돼지껍데기는 약간 식었을 때가 더 맛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신민기는 신기하다는 듯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앞접시에 놓인 돼지껍데기를 콩가루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허허, 이 맛이군요. 따뜻할 때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쫄깃한 게 맛이 있습니다. 거참 신기하네요.”
신민기는 만족한다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는 연속으로 돼지껍데기를 몇 개 더 먹은 다음 다시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다음엔 또 뭐가 있습니까?”
“복지입니다.”
“복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직원들의 복지를 지금보다 더 늘리라는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직원들 복지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현성은 지금 그 점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복지는 결국 돈이다.
역시 돈 얘기가 나와서일까.
신민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런 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다는 말씀인 거죠?”
“네, 그렇습니다. 물론, 월급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환경을 포함해서 복지도 매우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노조에서 실력을 행사하기 전에 미리 움직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오히려 회사에는 득이 될 테니까요.”
“실력 행사요?”
신민기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얘기는 아직 회사의 노조 분위기를 모르고 있다는 의미일 터.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내년 말에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날 겁니다. 그러니 미리…….”
“잠깐만요!”
신민기가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물었다.
“혹시 내년에 바뀌는 노조 대표가 문제를 일으키는 겁니까?”
“문제요? 지금 회장님께서는 단순히 그걸 문제로만 인식하시는 겁니까?”
현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현성이 먼저 그 얘기를 해준 목적은 미리 개선을 해서 발전적인 모습으로 회사를 운영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민기의 입에서 바로 ‘문제’라는 말이 나오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민기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그 또한 현성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됐다는 낌새를 챈 것이다.
그의 반응이 바로 나왔다.
“아, 그게 아니고, 말을 하다 보니…….”
“저는 그게 단순히 문제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을 제공한 건 회사일 테니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회사로 돌아가서 우리 실무 담당자와 깊은 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은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직원이 회사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그 회사는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가족이라…….”
현성의 말에 신민기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죠. 사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고자 하는지 잘 알았습니다. 저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 이런 얘기를 제가 어디서 듣겠습니까?”
신민기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벌써 마지막입니까?”
신민기는 아쉽다는 듯 턱을 매만졌다. 그러자 현성이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나저나 이거 은근히 불안한데요. 이번엔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말입니다.”
신민기는 약간 긴장한 듯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짧게 말했다.
“환원입니다.”
“환원이요?”
신민기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사회적 환원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사회적 환원이요.”
신민기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회사에서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하라는 말씀인 거죠?”
“네, 맞습니다. 그게 결국은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테니까 말입니다.”
“음, 개선이라…….”
신민기는 끝말을 흐리며 허공을 응시했다. 그만의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를 잠시.
신민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그 말씀은 우리 회사의 이미지가 안 좋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
“그건 회장님께서 더 잘 아실 거 같습니다만……, 굳이 그걸 제 입으로 직접 밝힐 필요까지는 없겠죠.”
“음…….”
신민기는 다시 말이 없었다.
그는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소주잔을 비운 신민기는 안주도 안 먹은 채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사장님,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음, 글쎄요.”
“그러지 마시고 사장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면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수출용과 내수용의 라면의 양을 똑같이 하십시오. 물론, 스프의 건더기 양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씬라면의 경우 수출용과 내수용의 질적 차이가 난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현성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스프 건더기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험…….”
신민기는 다른 말을 못 하고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그 말은 결국 그 또한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런 이유로 회사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민기는 고민을 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김 사장님, 이왕 시작을 하셨으니 혹시라도 회사 이미지를 개선할 방법이 뭐가 있는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다 바로 입을 열었다.
“혹시 올림픽이 개최되던 88년도 봄에 강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88년도 봄에 강릉이요?”
“네, 그때 강릉에서 아주 큰일이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저는 그때 일본에 있었던 터라…….”
신민기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가 갑자기 창가 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어이, 윤 실장.”
신민기가 부른 건 바로 비서실장인 윤승현이었다.
윤승현이 벌떡 일어나 신민기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신민기가 바로 물었다.
“윤 실장, 혹시 88년도 봄에 강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가?”
“88년도 봄이면…… 아, 기억이 납니다.”
윤승현이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기억이 난다고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때 강릉에 비가 엄청 왔었습니다. 하룻밤 새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남대천이 범람하면서 도시 일부가 물에 잠겼었으니까요. 그나마 강릉 시장의 빠른 대처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재산 피해는 엄청났었습니다.”
윤승현의 얘기를 들은 신민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했다.
“김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이 얘기와 우리 농씸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성은 대답 대신 윤승현을 바라봤다. 그러자 윤승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신민기를 향해 바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우리 농씸에서 푸드트럭 열 대를 강릉에 투입했었습니다.”
“푸드트럭? 차에서 음식을 만드는 그 트럭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게 어떻다고?”
신민기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윤승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전임 회장님께서는 두 달 동안이나 열 대의 푸드트럭을 이용해 라면을 끓여 수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두 달 동안이나?”
“네, 그렇습니다. 수재민들의 피해를 복구하는데 두 달이 걸렸거든요.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라면을 끓여 수재민들을 도왔습니다. 물론, 전임 회장님의 특별 지시로 말입니다.”
“음, 아버님께서…….”
신민기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신민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찌 되었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상한 일? 그게 뭔가?”
“씬라면의 매출이 10%나 상승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허, 10%나…….”
신민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현성이었다.
“사장님, 혹시 그 아이디어를 내신 분이 바로 사장님이십니까?”
“물론,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광고를 목적으로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저 단지 수재민들을 도울 방법을 찾았던 것인데, 그게 결과론적으로 씬라면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광고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론적으로 광고가 됐다는 거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민기가 바로 다시 물었다.
“지금 저한테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 해답을 찾는 건 회장님의 몫이죠.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얘기를 하는지 말입니다.”
“글쎄요, 음…….”
신민기는 미간을 좁히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