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6)
회귀해서 건물주-76화(76/740)
어제저녁에 박희철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자신이 뭐 도와줄 거 없냐고.
그래서 일 잘하는 설비업자나 한 명 보내 달라고 했었다.
“아, 반갑습니다.”
현성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설비업자도 반갑게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유민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 그리고 저보다 한참 위신데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그럴 순 없지요. 엄연히 고객님인데 말입니다. 그것만큼은 제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됩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현성은 오히려 이런 모습에 신뢰가 갔다.
가끔 보면 시답지 않게 나이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말부터 하는 사람들을 보곤 했었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일단은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거야 좀 더 지나보면 알 것이고.
간단하게 몇 마디 인사를 더 나눈 후 현성은 유민철에게 말했다.
“일단, 주방을 반대쪽으로 옮길 경우 견적이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지금 주방을 옮긴다고 했습니까?”
“확정은 아니고, 견적 받아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주방을 옮기려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유민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희철의 말에 의하면 분명 라면 가게를 오픈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주방을 옮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성의 대답이 이어졌다.
“안채를 사용하려면 이 주방 구조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요.”
“안채를 말입니까?”
“네.”
유민철은 더 어이가 없었다.
안채를 쓴다는 얘기는 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건데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몇 가지만 확인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우선, 수도하고 하수도 배관이 …….”
현성은 유민철이 묻는 질문에 빠짐없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배관공사에 대한 질문이 주였고, 그다음이 싱크대 그리고 선반 등 꽤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현성의 대답이 이어질 때마다 유민철은 노트에 꼼꼼히 받아 적었다.
그러기를 20여분.
유민철이 말했다.
“학생… 아니, 사장님 말씀대로 다 시공한다면 금액이 만만치 않겠는데요.”
“대충 얼마 정도나 나오겠습니까?”
“음……, 정확한 금액이야 더 계산해봐야 알겠지만, 제가 볼 땐 최소 120만 원 정도는 나올 거 같습니다.”
“최소라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군요.”
처음엔 보증금에 홀 그리고 주방까지 포함해서 100만 원으로 모든 수리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방만 시설하는 데만 120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것도 최소로.
이렇게 되면 처음 예상보다 투자비용이 상당 부분 늘어나게 된다.
아직 홀의 견적은 뽑지도 않은 상태다. 간판도 마찬가지고 거기다 안채까지도 손을 보려면 그 금액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현성은 유민철을 보며 물었다.
“만약, 주방을 옮기지 않고 원형을 살리면서 제가 조금 전에 말했던 조건으로 하게 되면 어느 정도나 나오겠습니까?”
“제가 볼 땐 차이가 나 봐야 40만 원 정도입니다.”
“큰 차이는 없다는 거네요.”
“그렇죠. 왜냐하면 사장님이 원하는 조건이 기존의 주방보다 2배는 더 넓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존 주방도 2/3 정도는 완전히 다시 시공을 해야 하거든요.”
“결론은 주방의 크기라는 거군요.”
이렇게 되면 주방의 크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는 방법은 기존의 주방 공간 안에서 어떡하든 해결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방이 너무 좁다.
두 사람만 들어가도 비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식당에서 가장 중심은 주방이다. 그만큼 제일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니고.
그리고 중요한 건 처음에 시작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재시공하게 되면 영업은 영업대로 손해고 돈은 돈대로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고민하던 현성은 유민철을 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방 문제는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이번엔 홀을 좀 볼까요.”
“네, 그러시죠.”
현성은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미닫이문은 철거해 주시고 …….”
입구 문은 아예 철거하고 통유리 문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무래도 입구라 깨끗하고 사용하기에 편리성을 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현성은 이번엔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쪽 벽면은 아예 거울로 시공해 주세요.”
“거울이요?”
“네, 아무래도 홀이 좁은 관계로 거울을 붙이면 두 배로 보이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물론 착시 효과이지만 일단 눈으로 보기에는 넓어 보이기에 가게가 확 살 겁니다.”
“아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신 유리제품이니까 안전을 위해 두꺼운 거로 시공해주세요.”
유민철은 노트에 받아 적으면서도 신기할 뿐이었다.
솔직히 학생이라기에 처음엔 나쁜 마음도 먹었던 건 사실이다. 흔한 말로 웬 떡인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누가 시공업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럴 때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는 역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저 일한 만큼만 받으면 된다.
어쩐지 박희철이 소개비를 요구하지 않길래 웬일인가 했다. 아무리 작은 공사라도 꼭 소개비를 챙기던 영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엔 아무 말이 없었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그 이유가 있었던 거다.
‘여우 같은 늙은이.’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천장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냥 다 철거해 주시고 전기 공사만 해주세요.”
“네? 그럼 마감은 어떻게?”
“어차피 철거하고 나면 시멘트 콘크리트일 테니, 페인트로 칠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공간도 더 넓어 보이고 깔끔합니다. 게다가 공사비도 많이 줄고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중 훗날에나 유행했던 인테리어 방식이었다.
마지막으로 만화카페 공사할 때도 천정은 이런 식으로 했었다.
현성의 말을 들은 유민철은 황당할 뿐이었다.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천장 마감을 안 하겠다는 얘기다. 그저 페인트로 마감을 치겠다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되는가?
더군다나 음식점에서.
지금까지 수많은 공사를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유민철은 혹시나 싶어 다시 물었다.
“정말 그렇게 진행하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요. 문제 될 거야 없는데……, 이렇게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나중엔 이렇게 많이 합니다.”
“네? 나중에요?”
“아, 그게……, 나중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깁니다.”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했지만, 그 정도야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기는 현성이었다. 역시 시간만큼 좋은 치료제는 없나 보다.
처음엔 짜장면 가격 보고 싸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화폐가치에 대해서도 많이 적응한 상태였다.
유일하게 안 되는 건, 정신과 육체의 불일치다.
그 또한 어찌 보면 커다란 축복이기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현성은 이번엔 유민철을 데리고 안채로 향했다.
다행히도 안채의 경우엔 문짝 외에는 크게 손 볼 곳은 없었다. 그리고 방 두 개는 벽지를 바르기보다는 깔끔하게 페인트칠로 대신하기로 했다.
주방 또한 고민 끝에 옮기기로 했다.
안채를 이대로 살림집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까웠고,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니기에 주방만큼은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시공은 유민철에게 맡기기로 했다.
처음엔 부분적으로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설비업자 유민철에게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접었다.
솔직히 처음엔 박희철에게 소개받은 사람이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요즘이야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지만, 그전에야 워낙 악질적이었던 터라 선입견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견적 내는 걸 보면서 다행히도 우려했던 부분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가게 밖으로 나온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선적으로 간판부터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미리 광고를 하시겠다는 거잖아요.”
“워낙 오랫동안 비어있던 자리라서요. 그리고 여기는 간판만 걸어놔도 광고는 저절로 되니까 그건 좋은 거 같습니다.”
간판은 전면 간판과 돌출 간판을 주문했다.
앞으로 오픈하려면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 미리 간판을 달아놓는 것만으로도 광고가 될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야간에 불까지 켜 놓으면 골목길도 환하고 광고도 되고 일석이조일 테고 말이다.
“상호와 디자인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지요?”
“네, 그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오늘 저녁에 간판업자에게 시안 넘겨주면 아마도 이틀 후면 시공이 끝날 겁니다.”
“그럼 간판은 그렇게 하는 거로 하고요, 사장님은 언제부터 작업 시작하시게 되는지…?”
어차피 바쁠 거야 없다. 신라면이 출시되면 영업을 시작할 것이기에 그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단지, 마감을 페인트로 할 것이기에 영업 시작하기 전에 페인트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는 시공을 끝내야 한다.
유민철이 현성의 질문 의도를 파악한 듯 바로 말했다.
“걱정 말아요. 내일은 내가 다른 일이 잡혀있어서 안 되고, 모레부터 바로 시작하면, 이달 말까지 끝내는 데 문제없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 아침에 뵙겠습니다.”
“등교하기도 바쁠 텐데 굳이 안 나와도 됩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첫날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첫날이라 인사를 드린다?
아무나 가지지 못할 인성(人性)이다.
게다가 이 정도 시공이면 시키는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따지며 어깨에 은근 힘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연구대상이다.
상식적인 접근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런 친구다.
하긴, 고등학생이 가게를 시작한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네, 그럼 그날 뵙는 거로 하겠습니다.”
현성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저씨가 좋은 분을 소개시켜 주신 거 같아 다행입니다. 그럼…….”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한 후 헤어졌다.
골목을 빠져나온 유민철은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박희철과 알고 지낸 지는 꽤 오래됐다.
업종 특성상 사람을 많이 알아둘수록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특히 박희철 같은 경우엔 발이 넓은 관계로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그때마다 소개비를 줘야 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니 늘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엔 소개비 얘기는 전혀 꺼내지도 않았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오늘 이 어린 친구를 상대해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유민철은 급하게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몇 번 울리자 박희철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어르신, 저 유민철입니다.”
– 그래, 어떻게 됐는가?
“어떻게 되나마나, 도대체 이 친구 누굽니까?”
– 허허, 무슨 일인데?
“이건 학생이 아니라 완전 괴물입니다. 제가 수없이 일을 해봤지만 이런 친구는 처음입니다.”
– 괴물이라……, 하하, 그거 재밌는
– 표현이군.
유민철의 말에 박희철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혹시나 싶어 현성에 대한 정보는 학생이라는 것 외에는 일절 주지 않았었다.
유민철의 일 스타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적당히 후려쳐 공사비를 늘리는 것까지도 말이다.
사실 이번 유민철을 소개해 준 이유는 한 번 더 현성을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과연 일을 어찌 처리하는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유민철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이미 결론은 나온 듯싶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 됐고, 나 드라마 봐야 되니까 이만 전화 끊게.
“어르신!”
– 왜?
“어르신은 알고 계셨지요? 그래서 소개비도 언급 안 하셨던 거고.”
-아, 참! 소개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앞으로 나한테는 소개비 안 줘도 되네. 그저 앞으로는 내가 소개시켜주면 내 얼굴 봐서 일만 열심히 해주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전화 끊네.
뚜뚜뚜뚜…….
유민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박희철이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돈에 관해서 만큼은 철저한 사람이다. 1원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사채 이자도 복리로 계산하던 사람이다.
소개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은 건수라 해도 단 몇 푼이라도 요구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젠 주지 말란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뭐야? 이 영감 죽을 때라도 된 건가…….”
그 시각.
현성이 가계 전체를 다시 둘러본 후 가게 문을 잠그고 막 나서려 할 때였다.
누군가 가게 앞으로 다가왔다.
“이 새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