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7)
회귀해서 건물주-77화(77/740)
“또 당신입니까?”
민두식이었다.
웃긴 건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을 더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듯싶었다.
그때, 민두식이 현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경찰 아저씨, 이 새끼가 글쎄 나한테 폭력을 행사했다니까요.”
민두식은 그러면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민두식의 손가락에는 어느새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러자 경찰관 한 명이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협조 좀 부탁합니다. 먼저…….”
경찰관은 조금 전 상황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고는 현성의 학생증을 받아 조회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경찰관이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혹시 얼마 전에 원주 터미널에서 소매치기 일당을 잡았던 분 맞으십니까?”
“아, 걔들이요. 뭐 어쩌다 보니……, 그런데 그런 것도 다 나옵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요, 이름이 제 동생하고 같아서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 네.”
경찰관이 학생증을 돌려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조금 전 상황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성은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오늘 아침부터 민두식이 했던 행동을 나름 정리해서 얘기했다.
현성의 설명을 들은 경찰관이 이번엔 민두식을 불렀다.
“민두식 씨, 지금 김현성 씨가 말한 내용이 다 사실입니까?”
“뭐, 거의…….”
제대로 말을 못 하는 민두식이었다.
경찰관이 민두식을 보며 다시 물었다.
“먼저 손가락으로 김현성 씨의 이마를 민 것도 사실입니까?”
“그거야 저 새끼가 하도 싸가지 없이 나오니까…….”
경찰이 이번엔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잘 아시는 분입니까?”
“오늘 아침에 처음 본 사람입니다.”
현성의 대답을 들은 경찰관이 다시 민두식에게 물었다.
“민두식 씨, 처음 본 사람한테 원래 그렇게 욕을 막 합니까?”
“그거야 …….”
“주먹만 폭력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욕도 폭력이라는 거 알고 계십니까?”
“네?”
민두식은 황당하다는 듯 경찰관을 바라봤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경찰관이 민두식을 보며 말했다.
“민두식 씨, 그 손가락 붕대 좀 풀어보십시오.”
“네? 이걸……, 왜?”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필요할 듯싶어서 그렇습니다.”
“저 진짜 아픕니다.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
“저희는 눈으로 보는 것만 믿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그 붕대 푸십시오.”
“진짜 아프다니까요.”
현성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두식이 버티는 대는 이유가 빤하다.
흔적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하는 짓을 보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개값 물어줄 판이라 처음부터 조심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을 꺾어주고 싶었다.
현성은 다시 한 번 민두식을 바라봤다.
여전히 버티고 있는 그였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까지 질척거리는 민두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가가 무슨 애들 장난감도 아니고, 그거 뺏겼다고 저러는 것은 더더욱 아닐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나이나 적으면……, 그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뭐야?’
눈앞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금 전 민두식한테 붕대를 풀라고 했던 경찰관이 결국은 민두식의 손을 잡고 직접 붕대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한 겹 한 겹 풀릴 때마다 민두식의 표정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스르륵.
마지막 한 겹이 풀리는 순간 민두식의 속살이 나왔다.
얼마나 꽁꽁 싸맸던지 검지만 다른 손가락과 색깔이 달랐다.
“아아….”
민두식이 고통을 호소했다.
“왜, 아픕니까?”
“그게…….”
“진짜 아픈 겁니까?”
“저, 저려서……요.”
“네에?”
경찰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민두식을 바라봤다.
허!
현성 또한 어이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민두식의 어설픈 연극은 끝이 났다.
잠깐 지서까지 같이 가야 한다며 경찰관은 민두식을 데리고 사라졌다.
혼자 남은 현성.
“어이가 없다,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두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더 이상은 안 오겠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바람이었다는 것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란 걸 현성은 모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여기서 뭐 해?”
담임 신민호였다.
“어? 선생님, 이제 퇴근하시는 겁니까?”
“오늘 일직이라.”
“아, 네.”
신민호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자식, 눈치 하나는 하여간 알아줘야 한다니까. 아까 낮에 수혁이 일은 미안했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됐습니다. 사과 안 하셔도 됩니다. 악의로 그러신 거 아니잖아요.”
그 순간엔 현성도 솔직히 화가 많이 났었다.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원칙을 따지고 책임을 운운하는 담임 신민호가 정말 싫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현성 자신이야 전생의 기억으로 수혁이가 급성 맹장염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잘난 것도 아니고 결단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담임 신민호한테 무례하게 굴었던 자신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신민호가 고개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물론 악의야 없었지만 비겁했던 건 사실이다. 그 순간에도 어떡하든 내 책임만은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싶었거든.”
사람인 이상 당연한 말이다.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사람 누가 있겠는가.
만약에라도 수혁이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담임 신민호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말했다.
“누구나 마찬가지죠. 어쨌거나 이번엔 결과가 좋으니 그것으로 그냥 감사하자고요. 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니 저로서는 더 감사하네요.”
“의사 선생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는 소리를 하니까 소름이 쫙 돋더라고. 네가 안 서둘렀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수혁이가 운이 좋았던 거죠, 뭐. 그 얘기는 그만하고 그나저나 어쩌실 겁니까?”
신민호는 현성을 바라봤다.
“뭘?”
“지금 진짜 몰라서 묻는 겁니까?”
“돌려서 말하지 말고, 무슨 말이야?”
“정말 모르시는 거 맞네요. 관둡시다. 하긴 그러니 저한테도…….”
현성의 머릿속에 다시 예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고2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많이 아픈 적이 있었다. 얼마 전 수학 선생인 최미연한테도 말했던 얘기지만, 일주일 동안 아파서 학교에 못 갔는데 전화 한 통화 없던 인간이 바로 신민호였다.
담임이었는데도 말이다.
얼마나 서운했으면 회귀를 했는데도 그 기억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자고로 사람이 아플 때는 작은 것에도 상처를 크게 받는다는 걸 몸소 깨우친 현성이었다.
반면, 신민호는 현성의 태도에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야, 김현성. 이 자식이 말을 왜 중간에서 끊어? 너 지금 선생을 놀려?”
“놀리긴 누가 놀립니까? 그저 그런가 보다 하렵니다.”
“마지막 경고다. 그러니까 그저 그런 게 뭔지 말을 하란 말이야. 넌 듣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냐?”
“그건 제 입으로 차마 말 못 합니다.”
“이 자식이 진짜…….”
신민호는 순간 얼마 전에 수학 선생인 최미연으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개학하는 날이었다.
며칠 전에 현성이 본인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자신도 무슨 말인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구차하게 변명이라고 떠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말하지 않고 있었다.
신민호가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너 혹시 1학기 때, 그 일 때문에 지금 이러는 거냐?”
“그 일이요?”
현성은 설마 했다.
‘아니겠지.’
신민호가 그것을 말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신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최미연 선생이 말했던 거, 그거 맞지?”
“네?”
‘최미연 선생님?’
지금 이 말은 최미연 선생이 현성한테 들은 얘기를 신민호한테 말했다는 얘기가 된다.
‘뭐야?’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더니, 딱 그 짝이 아닌가.
같은 선생이라 이거지…….
현성의 표정이 약간 뒤틀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뭐야? 이거 말 없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너 진짜 아직도 그거 때문에 꽁하고 있는 거야?”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지금 현성이 예상하는 게 맞는다면 자신은 지금 곧 옹졸한 꽁생원이 될 게 빤했다.
일단은 확인이 우선일 터.
현성은 천천히 물었다.
“……, 근데 그게 뭡니까?”
“뭐긴 뭐야? 너 아팠을 때 내가 전화도 안 했다고 최미연 선생한테 일렀다며?”
“…….”
역시, 불길한 예감은 비껴가는 법이 없다.
옹졸한 인간을 넘어서서 이젠 고자질까지 하는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신민호였다.
그런데 기분 나쁜 건 신민호의 표정이었다.
묘하게 웃음 짓는 저 표정.
역시, 인간은 성악설이 맞는다는 걸 신민호가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왜 그럽니까?”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신민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람들? 너 지금 나하고 최 선생보고 그러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도 선생님인데 그런 두 분이 학생 뒷담화나…….”
휙!
갑자기 신민호의 주먹이 어깨를 향해 날아왔다. 물론 속도만 빨랐지 힘은 뺀 상태였다.
하지만 신민호의 주먹은 현성의 몸에 닿지 못했다.
언젠가 부터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장난을 쳐도 몸이 알아서 피했다. 게다가 어제는 반장 이영민이 뒤에서 뒤통수를 내리치는 데도 자연스럽게 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언제 시간 내서 산삼을 캤던 곳으로 다시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아무리 고민해도 단순히 회귀했다고 해서 이런 능력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 고민했고.
결국, 고민 끝에 산삼과 더덕,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더덕은 꼭 물 찬 더덕으로 말이다.
신민호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어라? 이놈 봐라. 그걸 피한다고?”
신민호는 황당했다.
물론 학창시절이었지만, 한때는 그래도 권투도 배웠던 몸이다.
조금 전에 자신이 날린 건 잽이었다.
권투에서, 계속해서 팔을 뻗어 상대의 안면이나 몸통을 가볍게 연타하는 동작이다. 힘보다는 스피드가 당연히 월등한 기술이다.
선수라면 모를까, 보통 사람이라면 그것을 피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현성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걸 피한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이젠 폭력도 쓰십니까?”
“야, 너 도대체 그걸 알고 피한 거야?”
“아니요.”
현성은 솔직히 말했다.
신민호의 이번 잽은 다른 친구들의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다른 친구들 같은 경우엔 보통 어깨부터 움직인다. 김일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쉽게 미리 알아챌 수 있었고 막거나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민호는 달랐다.
아무 움직임도 없었는데 갑자기 순간적으로 날라 왔던 것이다.
현성의 답변에 신민호는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아니라고? 그럼 뭐야?”
“저도 모르게 몸이 알아서 피합니다.”
“뭐, 몸이 알아서……?”
“네.”
여전히 황당한 신민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