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8)
회귀해서 건물주-78화(78/740)
믿자니 이해가 안 되고, 안 믿자니 지금 바로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잠시 후,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쩌다 보니 제가 꽁생원이 됐습니다만, 사실 그땐 서운했었거든요. 평상시엔 그런 거 잘 모르겠더니 막상 아프다 보니까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현성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어떤 식으로든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신민호의 표정이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잠시 후,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말 안 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네가 오해를 하고 있으니 이제라도 말을 해야겠구나.”
“지금 오해라고 그러셨습니까?”
오해란 얘기는 뭔가 현성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오해할 게 뭐가 있을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만에 학교에 나왔고, 그때까지도 신민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뭐를 오해했단 말인가?
쩝.
그때 신민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때, 사실은…….”
신민호는 그 당시에 학교에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이 와서 토요일 밤에 택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했다.
3일 만에 어머니의 의식이 돌아왔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를 병간호하다 보니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월요일에 학교에 와서야 현성의 소식을 학생주임 선생한테 들었다고 했다.
불러서 물어본다는 것이 어머니 걱정 때문에 그만 잠깐 미루다 보니 그냥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
신민호의 대답을 들은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전화 한 통화 없다는 이유로 서운해했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자기 자신이 너무나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현성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최미연 수학 선생이었다.
‘알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 신민호의 말대로라면 현성이 원주에서 서명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말할 때, 최미연은 적어도 그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고 보니 최미연 수학 선생이 말했었다.
– 담임한테도 무슨 사연이 있지 않겠니?
‘그게 그 말이었나?’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물었다.
“혹시 수학 선생님은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거죠?”
“그건 또 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번 기회에 다 털고 가려고요.”
“뭐가 그렇게 심각해?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그냥 서로 오해 풀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그건 어디까지나 신민호의 입장이다.
현성으로선 그렇지 않았다. 모든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수학 선생님이 제 얘기를 하면서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식, 예민하기는……, 지금이라도 오해를 풀어주라고 하더라. 많이 섭섭해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아!
현성의 입에서 한숨이 몰려나왔다.
그런 거였다.
최미연 선생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성이 처음에 버스 안에서 토로할 때부터 말이다. 그래서 그런 말도 했던 것이고. 당신 입으로 말하기보다는 당사자끼리 오해를 풀기를 바랐던 것이다.
역시! 최미연 선생이다.
헐!
그것도 모르고 ‘가재는 게 편’이니 하면서 혼자 육갑을 떨었다고 생각하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이를 먹으나 안 먹으나 자신과 연관된 일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이 왜 안 드는 건지…….
– 한 번쯤 그럴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왜 못했던 것일까?
예전에야 어려서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형님이 항상 그런 말을 했었다.
아주 오래전, 비디오 가게를 운영할 때였다.
영업사원을 통해 한 사람을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이유였다.
동종업계에서는 제법 큰손이었다.
부천역 앞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형님이었다. 나이는 10살 차이였다.
강민규.
그 형님의 이름이다.
비디오 영업을 하는 동안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형님이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던 현성이 그나마 업계에서 마지막까지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형님의 공(公)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 형님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 예단(豫斷)하지 마라.
어떤 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미리 판단하지 말란 말이었다. 섣부른 예단은 큰 실수나 불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었다.
현성이 지금 딱 그 짝이었다.
현성이 신민호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과를 할 때는 군더더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나마 살아오면서 얻은 신념이라면 신념이다.
현성이 사과를 하자 신민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도 미안하지. 네가 서운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 핑계로 미처 신경을 못 썼던 건 사실이니까.”
“핑계라니요? 그런 말씀은…….”
그때였다.
현성의 머릿속에 기억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이런…….’
그러니까 추석이 지나고 2주 뒤였다.
신민호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수술 후 열흘 뒤에 명을 달리하게 된다. 무슨 수술인지도 자세히 모르고 그저 모친상을 당했다는 얘기만 들었었다.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참, 어머니는 요즘 어떠세요?”
일단,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자 신민호는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응? 어머니? 내가 너한테 얘기했었나?”
“저번에 교무실에 갔을 때 선생님이 통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때 들으니까 좀 심각하신 거 같아서요.”
“아아, 그때…….”
어머니의 얘기에 신민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군요.”
“응…….”
신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수술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일단 방사선 치료부터 하시다가 좀 호전되면 수술하자고 하더라고. 수술하시게 되면 아마 추석 지나고 바로 할 거 같다.”
역시 기억이 맞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주 남짓.
이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건가.
방사선 치료라면 결국 암(癌)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방사선 치료부터 한다는 얘기는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을 하겠다는 얘긴데…….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얘기다.
하긴, 3주 후에는…….
‘어쩌지?’
분명 죽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피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이미 저승사자가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박희철 같은 경우에야 관광을 못 가게 막음으로써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게 안 통한다는 거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야만 하는 건가…….
그때 신민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어머니가 요즘 자꾸 이상한 말씀을 하신다.”
“네? 어머니가 말입니까?”
“자꾸 추석 전에 아버지한테 다녀오고 싶다고 하시네.”
“아버님한테요? 아버님은 어디 계시는데요?”
“3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어.”
현성은 고개를 모로 틀었다.
‘뭐지?’
당신께선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계시다는 건가……. 때로는 사람이 마지막이 되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진짜……?
아니지, 그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다. 어쩌면 그게 당신의 마지막 소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마지막 소원.
그걸 신민호가 알 리가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쓰읍.
현성은 턱을 한 번 쓸었다.
‘어쩐다?’
잠깐 고민하던 현성이 신민호를 바라봤다.
“선생님!”
“응?”
“제 생각엔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해드리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그게 나을까? 혹시 그랬다가 더 악화되실까 봐 그게 걱정돼서 말이야.”
당연하다.
방사선 치료까지 받는다면 체력적으로도 지금 많이 힘들 것이다. 거기다 산소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가까운 거리라면 모르겠지만 멀기라도 한다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아버님 산소는 어디쯤인지…….”
“남양주라 그리 멀지는 않은데, 그래도 왕복 3~4시간은 잡아야 할 거야.”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그러면 일단, 의사 선생님하고 상의해 보시고 결정하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의사 선생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직접 말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두 분의 금실이 좋으셨나 봅니다.”
풉.
신민호는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니까 저렇게 편찮으신데도 보고 싶다고 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 반대지. 평생을 싸우시더라. 내가 봐도 징글징글하게 싸우시더라.”
“허! 이거 반전인데요. 그럼 더욱더 만나게 해드려야겠네요. 이제라도 화해를 하시려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론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것이기도 하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
신민호도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때 신민호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처음에 했던 그 얘기는 무슨 말이야?”
“처음에 했던 말이요?”
“왜, 나보고 어쩔 거냐고 물었잖아.”
“아아, 그거요?”
지금 신민호의 심정이 어떻다는 걸 빤히 알면서 이수혁의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일이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수혁이요.”
“수혁이? 수혁이가 왜? 이번 주 내로 퇴원한다고 하던데?”
현성은 신민호를 쳐다봤다.
이 상황에서 끝까지 얘기하는 게 맞는가,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한 번 내뱉은 말이 무섭다고 하는가 보다.
현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안 가 보실 거냐고요?”
“아아, 가야지. 안 갔다가는 또 누구한테 얼마나 잔소리를 들으라고?”
피식.
현성은 웃고 말았다.
“내일 수업 마치고 같이 가요.”
“너도 가려고?”
“저도 잔소리 듣기 싫거든요.”
“자식…….”
신민호는 현성을 보며 빙긋 웃음을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네가 있어서 내 마음이 좀 편하다. 사실 온 신경은 어머니한테 가 있다 보니 반에는 소홀하게 되더라고.”
“이제 일수도 학교 나오고 하니까 당분간 별일은 없을 겁니다. 일단 어머니 소원부터 들어 드리세요.”
“그래, 고맙다. 그건 그렇고 남의 빈 가게 앞에서 뭐 하고 있었어?”
신민호는 턱으로 가게를 가리켰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누가 여기다 매운 라면 전문점을 오픈한다고 그래서 잠깐 구경 왔어요.”
“여기다?”
“네.”
“어느 미친놈이 여기다 라면 가게를 해?”
순식간에 미친놈이 돼버린 현성이었다.
현성의 표정이 이상해지자 신민호가 다시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혹시 여기 오픈한다는 사람, 네가 아는 사람이냐?”
“아니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게 이상해지는데?”
“아는 사람은 아니고……, 그게 전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