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79)
회귀해서 건물주-79화(79/740)
신민호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 미친놈이 저라고요.”
“이 자식이 뒤늦게 더위를 먹었나. 너 자꾸 선생 놀리면…….”
신민호는 말을 중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가게 문 자물쇠를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가게 문을 열어젖힌 현성이 신민호를 보며 말했다.
“됐습니까?”
“…….”
저벅.
신민호는 아무 말 없이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를 둘러보던 신민호가 뒤돌아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짜 미친놈이네.”
“거, 진짜 듣자듣자 하니까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 좁은 데서 무슨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학교는 어쩌려고?”
“장소는 그래서 안채까지 쓰기로 했고요, 가게는 주로 다른 분이 운영해 주실 겁니다. 저는 수업 끝나고 와서 좀 도와드리면 되고요.”
휴우!
신민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김현성! 장사가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너 장사 해봤어? 사람을 상대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당연히 해봤다. 그것도 20년 넘게 말이다.
처음엔 진짜 힘들더라.
인사를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다 입이 떨어져도 밖으로 말이 나오기 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했다.
막상 손님이 들어오면 반가운 게 아니라 무섭다. 그나마도 한 명씩 들어오면 그건 그래도 버틸 만했다.
하지만 세 명을 넘어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는 정말 장사고 뭐고 그 자리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새 20년을 넘게 했었다.
나중엔 카페에 주말이면 50명 이상이 들어와도 아무 문제 없이 웃으며 장사할 수 있었다.
경험이 그래서 무섭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지금 이걸 신민호한테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열심히 해야지요.”
현성이 선택한 최선의 성의를 보인 답변이었다.
그러자 신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상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세상이 열심히만 하면 될 거 같아?”
“그럼 어쩌라고요?”
“이 자식이, 선생이 충고를 하는데, 뭐 어쩌라고요?”
“그거 아세요?”
신민호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다시 이었다.
“지금은 말입니다. 충고가 필요한 게 아니라 격려가 필요한 겁니다. 이미 가게까지 얻은 상황에서 저보고 어쩌라고요? 물론 걱정이 돼서 그러시는 거는 알겠는데 그것도 적당히 하셔야 되는 겁니다.”
“이 녀석이…….”
신민호는 예전 기억이 났다.
그때가 아마 고1 겨울 방학 전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갑자기 식당을 오픈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처음엔 주면 사람들이 음식솜씨 좋다면서 식당 해도 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었다.
그 말만 믿고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결국, 식당 문을 닫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공짜로 얻어먹을 때만 음식 맛이 좋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내가 지나쳤던 거지?”
“조금요, 저도 절대로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거든요.”
“나한텐 어쩌면 가장 큰 트라우마였을 거야. 내가 고1 때였는데 우리 어머니가…….”
신민호는 과거에 겪었던 자신의 얘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신민호의 얘기를 다 들은 현성이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어머니가 쓰러지셨던 거고요.”
“그때부터 우리 집이 힘들어졌었지. 어머니가 쇼크로 처음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렇게 병원에 10개월 정도 계시니까 모든 게 다 사라지더라. 돈도 집도…….”
“아, 네.”
“결국,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신민호는 예전 기억에 말을 다 잇지 못하는 듯했다.
“…….”
현성도 침묵으로 마음을 나누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아니다. 나도 모르게 그때 생각이 났었나 봐.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대단하시네요. 지금 이 자리에 계시니 말입니다.”
“어느 날 문득 누워있던 어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라고.”
“네?”
현성은 신민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신민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를 데리고 미용실로 들어가시더라고.”
“갑자기 미용실에는 왜요?”
“나도 궁금했었지.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머리를 깎으시는 거야.”
꿀꺽.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서요?”
“그것도 빡빡. 면도칼로 말이야.”
“…….”
현성은 뭐라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신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러고서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어딘지 알아?”
“글쎄요…….”
“한강!”
“한강이요?”
한강이란 말에 현성은 할 말을 잊었다.
어느 때보다도 신민호의 다음 말이 궁금했다.
신민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신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보고 결정하라더라.”
“뭐를 말입니까?”
“사실은 내가 어려서부터 복싱을 배웠었거든. 학교 그만두고 예전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다녔었거든. 빤하잖아. 동네에서 망나니짓은 다하고 다녔지.”
“선생님이요?”
현성은 들으면서도 상상이 안 갔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잽을 날리는 자세가 보통이 아니란 생각은 들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민호한테 이런 과거가 있을 거라곤 진짜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신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든 아니면 여기서 같이 죽자는 거야.”
꿀꺽.
현성은 입이 바짝 말랐다.
“그래서요?”
“처음엔 진짜 겁주려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
“그 말씀은…….”
“내가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니까 어머니가 갑자기 한강으로 들어가시는 거야.”
“선생님께 겁을 주려고 완전히 초강수를 두신 거네요.”
흔들흔들.
신민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게 아니면 뭐……?”
“겁을 주려는 수준이 아니었어. 그래서는 내가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아셨던 거지.”
“그렇다면…….”
신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맞아. 쇼가 아니었던 거야.”
“그럼 진짜로?”
“어느 순간 어머니가 눈앞에서 사라진 거야. 그때야 나는 깨달았지. 이게 장난이 아니란 것을 말이야.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뭐가 또 있어요?”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있었는데, 그게 물이라는 거야.”
헉!
현성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다. 바로 눈앞에 그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말까지 더듬었다.
“그, 그래서요?”
“근데 내 몸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더라고.”
“결국,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어머니를 구해내신 거군요.”
“아니.”
“아니요?”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럼 얘기가 연결이 안 된다. 어찌 됐건 신민호의 어머닌 지금 살아 계시지 않은가 말이다.
잠깐 고민을 해봐도 도저히 연결이 되질 않았다.
현성이 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물속에 들어가서 뭐하신 거예요?”
“기절.”
“네?”
“나도 모르게 물속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몸은 이미 마비가 오더라고. 그때 생각했어.”
“뭐를요?”
“이게 죽는 거구나 하고 말이야.”
현성은 이제 이 드라마의 끝이 궁금해졌다.
“어떤 반전이 있는 건가요?”
“반전?”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선생님도 그리고 선생님의 어머니도 살아 계시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신민호는 현성을 바라보고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까 병원이더라. 옆 침대에는 어머니가 호흡기를 꽂고 있고 말이야.”
이 말은 두 사람 다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누군가 신고를 했던 거군요.”
“그렇지.”
신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또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진짜로 나를 위해서 죽음마저도 두렵지 않았던 거야.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변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계셨던 거지.”
“그렇네요.”
“그때부터였어.”
“공부 말인가요?”
“그래, 2년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 패스하고, 그 해에 대학을 갔지. 이 망나니가 말이야.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게 우리 어머니야.”
한 편의 영화였다.
신민호한테 이런 숨은 과거가 있는 줄 몰랐다.
사람이 달리 보였다.
그때, 신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 멀리 가시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솔직히 겁이 나.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 네.”
“그렇게 강하셨던 분인데…….”
신민호의 눈에 이채가 반짝였다.
후우!
현성의 입에서 호흡이 길게 나왔다.
역시 사람은 각자의 과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단지, 그걸 표현 안 하고 그저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사는 것이란 걸 말이다.
“야, 그나저나 얘기가 왜 이렇게 흐른 거야?”
정신을 차린 신민호가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말 대신 신민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톡톡.
그러자 신민호가 어깨를 빼며 현성을 바라봤다.
“야, 내가 선생이거든.”
현성은 그런 신민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소한 오해로 그동안 서운해했던 자신이 너무 창피할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라도 그 마음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신민호에 대한 기억 또한 오로지 이후에 벌어질 일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거였다.
그 첫 번째가 내일 이수혁의 병문안부터 말이다.
그때,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어쨌건 시작한다고 하니 제대로 해. 절대 세상을 만만하게 보지 말고.”
“네. 당연히요.”
“솔직한 마음은 불안하기만 한데, 그래도 한 번 기대는 해보마.”
“그 기대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마음, 기대(期待)라는 말이 유독 오늘 따라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신민호가 다시 물었다.
“오픈은 언제?”
“다음 달 둘째 주요.”
“아직 시간은 좀 있네. 왜 꼭 그때 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민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유를 묻는 것이다.
“그때 나오거든요.”
“뭐가?”
“씬라면이요.”
“무슨 라면?”
“씬라면이라고 농씸에서 신제품이 나올 겁니다. 그때 대대적으로 TV 광고도 나올 겁니다. 그때부터 시작할 겁니다.”
신민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네.”
“TV에서 광고도 나오고?”
“네.”
“너 이 자식, 진짜 미쳤구나.”
하하, 하하하…….
현성은 대답 대신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미쳤는지 사실인지는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제 모레부터는 공사가 시작될 것이고, 그다음 날에 간판이 달리면 입소문은 점점 퍼질 것이라는 거다.
현성의 웃음소리가 유독 큰 이유이기도 하고.
***
신민호는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며 현성을 다그쳤지만, 현성으로서도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기에 그저 웃음으로 대신하는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신민호를 보내고 현성은 골목을 빠져나와 이정우네 분식 가게로 향했다.
이제 남은 건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르륵.
“어머니!”
현성은 이정우 어머니 신명순을 불렀다.
그러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신명순이 현성을 반겼다.
“어서 와.”
“정우는요?”
“친구랑 운동 갔어.”
“친구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녀석인가?’
그때 신명순이 말했다.
“이름이 무슨 철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혹시 박철민 아니에요?”
“아! 맞다. 철민이라고 그랬어.”
지나가는 말로 박철민에게 부탁을 했었다.
괜찮으면 수업 끝나고 이정우와 함께 운동을 좀 같이해줄 수 있겠느냐고?
앞으로 점점 바빠질 것이기에 나름대로 머리를 썼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박철민이 현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그나마 세 녀석 중에 가장 먼저 마음을 열어준 녀석이 박철민이었다.
스윽.
현성은 신명순 앞으로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직접 확인하세요.”
서류를 확인하던 신명순이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어이…….”
“네.”
“너 미쳤구나. 거기가 어디라고…….”
신명순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