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80)
회귀해서 건물주-80화(80/740)
“아직 저를 못 믿으시겠다는 거네요?”
현성은 이정우의 어머니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다시 물었다.
“일요일에 뉴스 보셨죠?”
“그거야…….”
신명순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는 다르게 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태촌이 일요일에 검거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저 우울해하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현성이 농담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신명순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지금 하는 말에 강하게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좋습니다. 어머니.”
“……?”
“정 그러시다면 믿지 마세요. 굳이 억지로 저를 믿어 달라고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저를 도와주십시오.”
“뭐? 나보고 도와 달라고?”
“네, 어머니!”
현성은 생각을 바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식으로 신명순을 설득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말이 쉽지, 어느 누가 예지몽을 믿겠는가 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설득의 방향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다시 말했다.
“딱, 3개월만 도와주십시오.”
“3개월?”
“네, 보다시피 저는 오늘 가게도 계약했고, 모레부터는 내부 공사도 시작합니다. 그리고 간판도 바로 달릴 거고요.”
“허…….”
신명순은 현성을 쳐다봤다.
물론 조금 전에 계약서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도 놀란 건 사실이다.
설마 했었다.
반신반의(半信半疑).
말 그대로 이쪽도 저쪽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젠 또 내부 공사에 간판까지…….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직접 들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아니, 한창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도저히 이해는 안 되는데, 중요한 건 이 모든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또 도와달란다.
신명순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여기서 장사는 더 이상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여기를 접고 뭔가를 한다는 것도 지금으로선 엄두가 안 난다.
홍천 시내로 나가서 장사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정우 학교 문제 때문에 안 된다. 요즘 들어선 운동까지 하며 열심인데, 학교를 옮길 수는 없다.
죽으나 사나 이곳에서 어떡하든 버텨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솔직히 어찌 보면 자신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현성이 고마울 수도 있다.
투자금을 대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노는 손을 빌려달라는 것이다.
가게를 그만두게 되면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어디 일자리라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시골에서 일자리?
어림도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뭔가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고민은 사치다.
현성한테는 미안하지만 내 새끼를 위해서라도 일단은 먹고 살아야 한다.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봤다.
“3개월이라고?”
“네, 그다음엔 어머니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그만두셔도 되고 계속 하셔도 됩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네.”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제게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입니다.”
사실이다.
아무리 전생에서 이 자리가 대박이 났다고는 하지만, 그것만 믿고 거저 장사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시기도 전생과 다르다. 전생에선 6개월 후에나 일어날 일이다.
즉,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아니, 이미 변수는 벌써 일어났다.
전 주인인 민두식의 등장이다.
물론 오늘은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현성이 말하는 3개월.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현성의 각오인 거다. 3개월 내에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얘기다.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그 기간 내에 제가 목표하는 매출로 끌어 올리겠다는 말씀입니다.”
“미안하지만 그게 …….”
신명순은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차마 자식 같은 현성이 그렇게 말하는데 용기는 주지 못할망정 기를 꺾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사라는 게 의지대로만 된다면 누군들 못 하겠는가 말이다.
10년을 넘게 장사해봤지만, 돈을 번다기보다는 겨우 인건비 정도 챙기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었다.
후!
신명순은 짧은 한숨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말았다.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현성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닌 그저 라면만 열심히 끊여내면 됩니다.”
“녀석도……, 참! 말이 나와서 말인데, 메뉴는 어떻게 할 거야?”
“라면이요.”
“그리고?”“라면만 팔 겁니다.”
“머, 뭐라고?”
신명순은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스윽.
신명순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아니다.
10년을 넘게 이 자리에서 장사했다.
메뉴?
라면 김밥은 기본이고 다 합치면 자그마치 12가지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두 가지가 더 추가된다. 냉면과 콩국수다.
그래도 손님들은 와서 다른 걸 찾을 때가 있다.
그런데 라면 하나라니…….
혹시나 기대를 가졌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신명순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못 들은 거로 하마. 그만 가 보거라.”
신명순은 자리를 벗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덥석.
현성은 돌아서는 신명순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았다.
“어머니,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됐다니까.”
“물론,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어머니의 상권과 …….”
현성은 신명순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상권의 차이부터 설명했다.
신명순의 상권은 터미널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학생보다는 어른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보니 메뉴의 다양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성의 경우엔 다르다.
주 고객층이 학생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머지않아 음식에서 매운맛의 열풍이 불 것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래서 메뉴를 ‘매운 신라면 1,2,3단계’로 정했다고 했다.
물론 이 부분에선 신명순의 이해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한식의 변화에 있어서 매운맛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단 넘어갔다.
그다음은 왜 메뉴가 단품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테이블의 회전율이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신명순도 쉽게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한 테이블에서 한 가지 메뉴를 주문할 때와 여러 가지 메뉴를 주문할 때, 그 차이는 이미 자신이 수없이 겪어봤던 거라고 했다.
그리곤 계획하고 있는 오픈 이벤트와 앞으로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모두 설명했다.
“…….”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명순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잠깐만, 나 물 한 잔 먹고…….”
신명순은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다시 자리로 돌아온 신명순이 현성을 바라봤다.
후우!
심호흡을 한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딱 3개월이야.”
“네!”
현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가볍지 않은 진중함이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말이야…….”
신명순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런 신명순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인데…, 한 달 지나고 진짜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난 미안하지만…….”
신명순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차마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현성이 신명순의 말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미안해. 이럴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싫지만, 우리 정우 때문에라도 어쩔 수가 없네.”
신명순은 역시나 불안한 것이다.
하긴, 불안하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정상일 것이다.
현성은 신명순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신명순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불안하고 절박하다는 얘기다.
현성이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며칠 후.
다행히도 이수혁은 수술 경과가 좋아 이번 주를 안 넘기고 금요일에 퇴원한다고 했다.
병문안은 담임 신민호와 둘이서만 다녀왔다.
혹시나 해서 반 친구들한테 얘기를 했었지만,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나온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전생에선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은 이수혁 자신의 문제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수혁의 어머니인 유수민의 행동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흔히 말하는 과잉보호.
그렇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친구들도 이수혁하고 말하는 것조차 꺼리기 시작했다.
그건 이수혁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가 어머니라는 보호막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 것이다.
그 후론 자연스럽게 외톨이가 되어버린 이수혁이었다.
그런데 이번 면회를 다녀오면서 이수혁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며칠 전 면회를 갔을 때였다.
담임 신민호와 이수혁의 어머니인 유수민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현성아!”
이수혁이 현성을 친근하게 불렀다.
“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놀란 눈빛으로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혁의 이런 모습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다. 중2 때까지만 해도 이수혁의 행동은 다른 친구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변한 건 중3이 되면서부터였다.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더니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의 옆에는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정작 본인은 그것에 대해 무감각할 정도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성을 부른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그날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니?”
“내가 마지막으로……, 글쎄 뭐라 그랬는데?”
어떡하든 정신 잃는 것만은 막으려고 애썼던 기억은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뭐라고 말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네가 나한테 그랬어.”
“뭐라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내가 그런 말을 했냐? 난 그저 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