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81)
회귀해서 건물주-81화(81/740)
이수혁이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난 그때 생각했어.”
“그 아픈 순간에도 내 말이 들렸다고? 그리고 그걸 또 생각했다고? 그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맹장이 터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의 말이 들린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걸 또 생각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그때 이수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나도 그게 신기했어. 배는 아파 죽겠는데도 네 말이 다 들리더라고.”
“너도 참……, 그건 그렇고 그래서 뭘 생각했는데?”
잠시 뜸을 들이던 이수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사히 퇴원하기만 하면, 그땐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이수혁의 대답에 현성은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 이수혁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니…….’
현성은 이수혁의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지금까지 우리 엄마 말이 다 맞는 줄 알았어.”
점점 이상한 말만 하는 이수혁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어머니가 뭐라 그랬는데?”
“친구는 대학 가서 사귀라고 그랬거든. 어차피 지금 고등학교 친구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거야.”
“어머니가 그러셨다고?”
“응.”
“…….”
그렇게 말했다는 이수혁의 어머니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이 잠시 아무런 말이 없자 이수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틀렸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알았어.”
“이번 일 때문에?”
“물론, 솔직히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이수혁의 대답은 의외였다.
현성으로선 이번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기에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수혁의 입에선 다른 말이 나왔다.
“사실은 그날부터였어.”
“그날?”
“네가 김일수를 발라버리던 날 말이야.”
“허! 뭐……?”
현성은 이수혁의 뜻밖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다.
그날은 현성에게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특별한 날이긴 하다. 자신과 이정우 그리고 약한 반 친구들을 괴롭히던 김일수에게 처음으로 맞섰던 날이었으니까 말이다.
터닝 포인트.
어찌 보면 현성에게도 그날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었다.
현성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수혁은 왜 그날이라고 했을까?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날이 왜?”
“이정우의 모습을 봤거든.”
“……?”
이건 또 무슨 소리?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시선은 당연히 현성 자신을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수혁은 지금 현성이 아닌 이정우를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한 건 당연했다.
현성이 바라보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너를 바라봤지만, 난 너를 바라보는 이정우를 보고 있었거든.”
“……?”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뭐야, 이 자식?’
현성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생각을 알 수 없는 녀석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래서?”
“울더라.”
“…….”
“너를 바라보는 정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고.”
“……!”
현성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몰랐던 사실이다. 이정우가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잠시 생각하던 이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날부터였어. 사실 나도 엄마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친구는 대학만 가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다고 말이야.”
“…….”
“근데 친구를 위해 무작정 덤벼드는 너를 보고, 그리고 그런 너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정우를 보는데…….”
이수혁은 눈가를 손으로 훔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엄마 말이, 그리고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 그러던 와중에 이번 일이 터진 거고 말이야.”
“…….”
딱히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그때,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이제 더 이상은 바보짓 안 하려고. 엄마한테도 이미 얘기했어.”“어머니한테?”
“응, 앞으론 내 생각대로 살겠다고 말이야.”
“어머니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우실 텐데…….”
당연한 얘기다.
친구보다는 대학이 먼저라고 말한 유수민이다. 그런 그녀가 이수혁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받아들인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모르긴 해도 두 사람 간에 갈등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고3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이수혁이다.
그런데도 어머니인 유수민한테 말했다는 건 이미 각오를 했다는 얘기일 터.
그때, 이수혁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이제부턴 내 몫이야. 당분간은 서로 좀 힘들겠지만 이겨내야지.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이잖아. 안 그래?”
“어? 그……, 그렇지.”
두 번을 겪고 있는 현성으로선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지켜봐 줘. 처음부터 잘할 순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노력할게. 그리고 응원해 줘.”“자식, 공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말은 더 잘하네. 알았다. 지켜보마.”
“공부도 친구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으려고…….”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스치는 뭔가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이 자식은 대학을 못 간다.
우물 안 개구리, 딱 그 표본이었다.
나중에 재수한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는데, 그 후론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못 들었다.
공부만 했어도 대학을 못 갔던 녀석인데, 이젠 친구까지 찾겠다고 한다.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기대가 가는 녀석이기는 하다.
그렇게 이수혁의 면회는 끝이 났다.
여전히 의문이 남는 건 전생과 비교해서 한 달 이상이나 시간적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중간고사 기간에 이수혁이 쓰러졌었다.
당연히 중간고사는 망칠 수밖에 없었고.
다행이라면 이번엔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그럼 된 거지.”
전생과 비교해서 시간적 차이가 나는 건 불안하지만, 그나마 결과론적으론 오히려 잘 됐다는 것에 위안을 갖기로 한 현성이었다.
***
현성은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실에 도착하니 이수혁의 아버지 이만수가 현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현성 군, 어서 오게.”
“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인사가 늦었네. 그날은 정말 고마웠네. 덕분에 우리 수혁이 수술도 잘 됐고, 이제 내일모레면 퇴원해도 된다고 하더군. 이게 다 자네 덕분일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친군데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현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자 이만수는 미소를 띠며 현성에게 다시 말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자네 생각인 거고, 우리 입장에서야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네. 원래 호의라는 건 받는 사람이 느끼는 거니까 말일세.”
“아, 네…….”
하기야 호의(好意)라는 말 자체가 가진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만수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현성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만수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내가 어떤 식으로든 사례를 좀 표하고 싶은데, 혹시 괜찮겠는가?”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사례를 한다면서도 상대의 의견을 먼저 묻는 이만수다. 말 한마디로 기본 이상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만수였다.
이만수의 말에 현성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사례요? 저는 사례 받을 정도로 큰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거니까 괘념치 않으셔도 됩디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단지, 전생의 기억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현성 또한 전생에선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이수혁의 고통을 보고만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만수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렇지 않네. 우리한테는 너무나 큰일이었네.”
이만수는 처음 전화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존재. 그런데 그 자식이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놀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천만 다행히도 현성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까지 마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급성 맹장의 경우엔 얼마나 빨리 수술을 받느냐가 관건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기라도 하면 맹장이 터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복막염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생체 징후가 안정적인 경우에는 수액 및 항생제 투여로 호전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체액 및 전해질 불균형, 패혈증, 쇼크, 급성 신부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거다.
의사도 말하길 조금만 더 늦었어도 위험했을 거라고 했다.
이만수는 현성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러지 말고 내 생각도 좀 해주게.”
“저는 이미 사례는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소린가?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저한테 고맙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되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혁이가 수술 잘된 것이 저는 제일 기쁩니다. 그러면 된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때 두 사람을 지켜보던 교장 박상현이 나섰다.
“허허, 제가 뭐라 했습니까? 우리 현성 군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두 사람은 현성의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더 있기에는 불편할 듯하여 현성은 그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말씀들 나누십시오. 저는 용무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만수가 현성을 붙잡았다.
“아니, 잠깐만 이렇게 그냥 보낼 수야 없지.”
“무슨 더 하실 말씀이라도……”
현성이 다시 묻자, 이만수는 교장 박상현을 바라봤다.
“교장 선생님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허허, 글쎄요.”“학생이 부담이 안 가는 정도에서 뭐라도…….”
교장 박상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현성과 이만수를 번갈아 본 후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식사 한 끼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고마움을 표하는데 식사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현성 군한테도 큰 부담 안 될 거 같고 말입니다.”
“식사요? 그거 훌륭한 생각입니다. 어떤가? 현성 군은?”
“글쎄요, 꼭 그렇게까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제안이었다.
그렇다고 몇 번씩 사정을 하는데 무작정 무시하는 것도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현성은 그때 이수혁이 병원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