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82)
회귀해서 건물주-82화(82/740)
– 지금처럼은 살지 않겠다.
현성은 이만수를 보며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제가 다른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현성이 말하자 이만수가 반색을 하며 말을 받았다.
“오~~! 나야 그렇게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짜장면을 사 주십시오.”
“뭐, 짜장면을?”
“꼽사리로 탕수육도 몇 개 올라오면 좋고요.”
“짜장면에 탕수육이라…….”
이만수는 현성의 말을 곱씹으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살랑살랑.
이만수의 고개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였다.
단순하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원하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만수는 교장 박상현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상현도 고개를 옆으로 살짝 저었다.
이만수는 어쩔 수 없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내가 생각하기론, 지금 자네가 단순하게 짜장면에 탕수육을 원하는 건 아닐 테고, 혹시 다른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는가?”
역시 조합장을 하려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인성과 두뇌는 기본인가 보다.
아까는 사례를 얘기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더니 이젠 상대의 숨은 뜻까지 찾아내는 이만수였다.
현성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눈치 채셨군요. 양이 좀 많습니다.”
“양이 많다?”
“네, 우리 반 친구들 전체가 다 먹을 거니까요. 물론 수혁이도 함께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이만수는 대답 대신 큰 소리로 한참 웃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교장 박상현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한참 웃던 이만수는 현성을 바라봤다.
물론 현성이 처음 짜장면 얘기를 할 때 이미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그게 이수혁을 위한 퇴원 파티가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 했었다.
생각할수록 어딘가 모르게 묘한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이만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날짜는 이번 주 토요일이 될 테고?”
“역시, 조합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허허, 이 친구가 별소릴 다 하는 구먼. 그 정도는 조합장이 아니더라도 머리만 달려 있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안 그렇습니까? 교장 선생님?”
이만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런 이만수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허허, 이걸 어쩌나…….”
난감해하는 교장 박상현이었다.
그러자 이만수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때, 교장 박상현이 없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입을 살짝 열었다.
“아무래도 내 머리는 장식인가…… 봅니다. 조합장……님.”
킥킥.
현성은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교장 박상현도 이유를 알게 됐고, 그때 또다시 세 사람은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수혁의 퇴원 파티는 중국집에서 토요일 수업마치고 하기로 결정했다.
반 친구들이야 두말하면 잔소릴 테고, 이수혁의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교장실을 나온 현성은 발길을 서둘렀다.
가게로 가기 위함이었다.
주방구조를 바꾸다 보니 역시 문제는 배관이었다. 수도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배수관이 문제였다.
고민 끝에 바닥을 깨고 묻기로 했다. 돌출로 할 경우 미관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도 안채로 가는 진입로를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공사가 오늘 끝난다.
현성이 막 정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뭐야, 이 자식들은…….’
딱 봐도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현성이 막 정문을 벗어나려는 순간 그중 키 큰 한 녀석이 현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스윽.
“선배님, 바쁘십니까?”
느낌이 왠지 싸했다.
이미 수업이 끝난 지 30분 이상이 지났다. 그런데도 정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는 무슨 목적이 분명히 있다는 건데…….
더군다나 중학생이.
얼핏 생각해도 떠오르는 그림이 없었다.
일단은 태연하게 말했다.
“어? 어 그래, 내가 조금……, 그런데 혹시 나 기다린 거냐?”
“역시 우리 선배님은 눈치가 빠르시단 말이야.”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었다.
뭔가 있다는 얘기다.
“너희들 여기 서명중 맞지? 혹시 3학년?”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저희들이랑 잠깐 어디 좀 같이 가셔야겠는데요.”
역시 얘들은 영화를 많이 보면 안 된다.
‘요것들 봐라.’
물론 예전 같으면 아무리 중학생이라 해도 겁부터 먹었을 것이다. 한두 놈도 아니고 세 놈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세 놈이 다가 아닐 거란 것도.
하지만, 이젠 예전의 현성이 아니었다.
현성은 앞에 있는 녀석을 보며 물었다.
“야, 너 이름 뭐야?”
흠칫.
김태진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사실 요즘 김현성의 얘기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을 많이 들었다.
2학년 1, 2반 일진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원주 터미널에서 소매치기 일당을 잡았다는 얘기까지 다 들었다.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 해도 눈으로 직접 보지를 못했기에 실감이 나질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직접 보니 어느 정도 느낌이 오는 듯했다.
보통 쪽수 앞에서는 움츠러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현성은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거다. 당당한 모습에 오히려 주눅이 드는 건 김태진 자신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꼬리를 내리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김태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이름이야 나중에 알면 되고 빨리 갑시다. 우리 대장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대장? 혹시 네가 말하는 대장이 한명수냐?”
“어? 선배님도 우리 대장을 압니까?”
물론 안다.
서명중의 꼴통. 무슨 조직을 만든다고 한 때는 학교가 그 자식 때문에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현성은 김태진을 보며 물었다.
“그럼 너도 ‘잔디파’냐?”
밟으면 밟을수록 더 강하게 뿌리를 뻗는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겨울 방학을 얼마 안 남기고 홍천 농고 애들하고 패싸움이 붙어서 결국은 중학교 졸업을 못 하고 그만뒀던 거로 기억이 났다.
그 당시에는 나름 큰 이수였기에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기억은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현성의 입에서 ‘잔디파’라는 말이 나오자 김태진은 놀랍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잔디파를 압니까?”
“시끄럽고, 가서 명수한테 전해. 오늘은 이 형이 사업상 바빠서 안 되고 나중에 보자고 그랬다고 말이야.”
한명수.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중학생이라고 무시할 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이 자식은 혼자보다는 쪽수로 기선을 제압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모르긴 몰라도 현성을 기다리고 있는 건 한두 놈이 아닐 거란 얘기다. 적으면 열, 아니면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놈이다.
이제 겨우 동체 시력에 눈을 떠, 들어오는 공격을 막는 정도다. 그것도 지금까지는 다 1:1이었다.
만약 떼로 덤비기라도 한다면 이건 답이 없다.
애들도 아니고 이런 싸움에 휘말린다는 자체가 바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일단은 피하는 방법이었다.
비겁?
웃기는 소리다. 기껏 회귀해서 중딩한테 까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희망 사항이었다는 걸 금방 알았다.
김태진이 뒤에 있는 두 녀석한테 눈짓을 하자 뒤에 있던 녀석들이 현성을 이미 에워싸고 있었다.
김태진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냥 조용히 갑시다.”
“갑시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욕이 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현성의 표정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 새끼들이…….”
현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스윽.
뒤쪽에 있던 녀석들이 현성을 제압하고자 동시에 손이 뻗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어딜!’
툭.
퍽!
현성의 손이 빨랐다.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녀석의 손을 쳐내며 그와 동시에 왼손으로 상대의 옆구리에 사정없이 주먹을 꽂았다.
순식간이었다.
“억!”
제대로 숨도 못 쉬며 고꾸라진 녀석을 보며 현성의 일갈이 터졌다.
“이런 개 젖 같은 새끼들이 어디서 선배를 뭐로 보고…….”
하지만 현성은 말을 중간에서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김태진의 입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지연!”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대장이 그렇게 전하라고 그랬어요. 만약 안 오면 앞으로 김지연의 남은 학교생활이 꽤나 재미있어질 거라고 말입니다.”
“한명수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네.”
김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식들은 이미 현성 자신이 순순히 오지 않을 경우까지도 예상을 하고 미리 포석을 다 깔았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주도면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의 약점까지도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까딱까딱.
현성은 김태진을 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김태진이 살짝 겁을 먹은 상태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잠깐만 이리와 봐.”
“그러니까 왜…….”
휙.
김태진의 말이 끝나기 전에 현성의 손이 빨랐다.
짝!
현성은 김태진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
“잘 들어, 이 젖만한 새끼야. 앞으로 한 번 만 더 그 주둥이로 내 동생 이름을 나불댔다가는 그땐 그 주둥이로 밥알 처먹는 것도 끝인 줄 알아.”
“아 씨…….”
퍽!
현성은 이번엔 오른발을 들어 김태진의 가슴팍을 찍어버렸다.
“윽…!”
가슴을 움켜쥔 김태진이 현성을 노려봤다.
그러자 가만히 있을 현성이 아니었다.
휙!
이번엔 왼발이 포물선을 그리며 김태진의 오른쪽 목덜미를 후려갈겼다.
“윽!”
그러자 김태진은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두 명이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슬금슬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왼쪽에 있던 녀석이 현성과 거리를 벌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스윽.
현성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돌았다.
우뚝.
그러자 뒤로 물러나던 녀석이 그 자리에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서버렸다.
까딱.
현성이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 폈다.
흔들흔들.
말 대신 온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녀석의 눈빛이 마치 겁을 잔뜩 먹은 고양이 같았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한명수! 어디 있어?”
“……고, 공터에요.”
저벅.
현성의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공터 쪽으로 향했다.
이때, 학교 정문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서 아까부터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멀리서 봐도 그 덩치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 그가 현성이 향한 방향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터에 도착한 현성.
“헐!”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 현성이었다.
“하나 둘……, 이게 몇 명이야?”
대충 세도 스무 명은 훨씬 넘어 보였다.
전설의 17:1이 아니라 이건 뭐 20:1도 훨씬 넘어가게 생겼다. 아무래도 전설은 오늘을 기점으로 현성이 다시 쓰게 될 판이었다.
물론 이긴다는 전제가 깔린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현성이다.
이건 아니다.
여차하면 병신 되기 딱 좋은 각이었다.
절레절레.
현성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물론, 그 숫자도 만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나마 지금으로선 그 정도가 현성이 바랄 수 있는 최고 희망의 숫자였다.
어차피 한명수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평소 스타일이 쪽수로 승부하는 인간이라 해도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현성이 직면한 현실이라는 거다.
그때, 한명수가 현성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선배님!”
한명수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목구멍으로 불덩어리가 불끈 치솟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성을 놓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래서일까.
양손에는 촉촉한 느낌마저 느껴졌다.
몸은 이미 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한명수를 바라봤다.
히죽.
이 새끼는 웃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때, 현성이 입을 열었다.
“한명수, 하나만 묻자.”
“……?”
“이러는 이유나 알자.”
처음부터 궁금한 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녀석하고는 엮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이유요?”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너와 나의 교점을 찾을 수가 없단 말이지.”
정확히 24명이었다.
현성은 말을 하면서 숫자를 셌다. 어차피 이대로 조용히 끝날 게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명수의 입이 다시 열렸다가 닫혔다.
“서인혜!”
현성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구……?”
“서인혜요. 오늘 점심시간에도 만났죠?”
엄격히 말하자면 만난 게 아니라 서인혜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실로 찾아왔었다. 이유는 현성이 정문에서 기다리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교실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용건은 계란말이를 건네주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교실은 난리가 났었다.
계란말이?
정작 현성은 맛도 못 봤다.
그제야 현성은 한명수가 왜 이 짓을 벌렸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러는 게 서인혜 때문이었어?”“함부로 그 이름 부르지 마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한명수였다.
현성은 주변을 다시 훑었다.
10명 정도는 그저 숫자 채우기였다. 그렇다면 14명에다 한명수까지 합치면 15명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15:1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벅찬 숫자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뭇매 맞기 딱 좋은 각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여기서 서인혜와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결과가 바뀌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얘기다.
그때, 한명수가 말했다.
“다시는 서인혜와 만나지 마라. 그 약속만 여기서 해준다면 곱게 보내주지.”
물론 서인혜한테 아무 감정이 없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순수한 마음을 도매금으로 넘겨 줄 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 마음만큼은 욕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시선이 현성한테로 쏠리는 순간 침묵을 깨고 현성이 입을 열었다.
“싫다면?”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자비? 이 새끼가 아주 가지가지 하는 구나.”
현성의 말이 끝나자 한명수가 현성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스윽.
한명수가 고개를 돌려 한 번 끄덕이자 모여 있던 녀석들이 현성을 중심으로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공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현성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공터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입이 금붕어처럼 뻐금 열렸다.
“저건 또 뭐야?”
현성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