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84)
회귀해서 건물주-84화(84/740)
현성이 말이 없자 서인혜가 갑자기 현성의 손목을 잡았다.
“오빠, 가자.”
“어?”
“가자고. 여기 남아서 뭐 더 할 거 있어?”
끄응.
난감한 건 현성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혼자만 빠져나갈 수도 없고, 버티자니 서인혜한테 뭐라고 할 말도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때였다.
“김현성!”
모든 시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쏠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한명수가 서 있었다.
한명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합시다!”
김일수의 재주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역시 어려서 그런가.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마는 한명수였다.
불과 5분 안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서인혜가 등장하는 순간 김일수가 귀신같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한명수의 아킬레스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현성의 마지막 선택이다.
당연히 모든 시선이 현성한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툭.
현성은 서인혜가 잡았던 손을 털어냈다.
“오빠…….”
서인혜가 불렀을 땐 이미 현성은 한명수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차피 이 자리를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 자리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게 된다.
그중에서도 동생 김지연이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건 서인혜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명수이기 때문이다.
가지지 못한다면 파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지 말란 법도 없는 놈이다.
더군다나 이제 중3.
세상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어떡하든 여기서 끝을 봐야 할 이유다.
한명수 앞으로 다가간 현성이 먼저 말했다.
“조건은?”
“내 조건은 하나. 서인혜 만나지 마라.”
“그건 안 된다!”
현성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조건이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기에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허……!”
반면 한명수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얘들을 모으고 이 상황을 준비한 이유가 오로지 서인혜 때문이었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칼에 거절하는 현성이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결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그런데도 대결을 하겠다는 건 다른 뭔가가 있다는 의미일 터.
한명수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이유는?”
“사람의 마음은 조건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성 간의 감정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농락할 수는 없는 거다. 대신……!”
현성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내가 지면,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준다. 그게 어떤 거라도…….”
“그 말은, 내 밑으로도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한 카드였다. 이것 외에는 한명수를 끌어드릴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명수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서인혜를 대신할 수 있는 확실한 조건을 놈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명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밌군. 우리 대장을 꺾은 녀석이 내 밑이라…….”
그 말을 들은 김일수가 발끈했다.
“한명수, 이 새끼, 말 가려서 안 해?”
“왜 이러시나, 노병은 이제 빠지시고…….”
“이 새끼가 진짜!”
그때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그리곤 말했다.
“대장이었어?”
“…….”
“참! 너도 …….”
현성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 참았다.
어찌 됐건 지금으로선 김일수의 공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어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라도 김일수가 처음 이곳으로 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생각하기도 싫다.
더군다나 김일수는 이 자식들과 같은 패거리였다.
그럼에도 현성 자신을 위해서 기꺼이 달려온 녀석이다.
자세한 내막이야 모른다하더라도 분명한 건, 이곳으로 오기까지가 절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때 한명수가 말했다.
“그 조건 받아들이지. 그리고 그쪽이 원하는 조건은?”
“뭐, 그쪽? 말을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겠다마는 진짜 싸라기만 처먹었구나.”
“촌스럽게 말 가지고 이제 와서 그러지 말고, 조건이나 어서 말해.”
“조건? 그런 거 없다. 그냥 조용히 살게 건들지만 마라.”
“건들지 마라……. 그러지.”
한명수는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두 사람 간의 1:1 대결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샤샥!
역시 한명수의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단지, 흠이라면 속도에 비해 어려서 그런지 파워는 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가볍게 혀를 찼다.
“아깝군.”
“씨발, 뭔 개소리야!”
몇 번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성공을 못 하자 약이 바짝 오른 한명수였다.
그런 한명수를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스피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데, 어린 새끼가 파워가 그게 뭐냐?”
“주접을 싸세요, 아주 그냥…….”
한명수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번을 공격했는데 모두 다 실패하고 말았다.
분명히 빈틈을 보고 들어갔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매번 피하고 말았다.
스피드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리고 더 열 받는 건, 거기다 한술 더 떠 자신의 약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파워,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요즘 들어 근력운동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해하기 힘든 건 몇 번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단박에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현성의 능력이었다.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1학기까지만 해도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녀석이었다.
그런 그가 변한 건 2학기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도대체 여름방학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때,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야 알겠군.”
“하여간 헛소리는…….”
“뒤로 숨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어. 파워가 약하니 앞으로 나설 수 없었던 거지. 물론 또래한테는 너의 그 스피드가 먹혔을 거야. 그러니까 너는 거기까지인 거야.”
“뭔 개소리!”
“왜? 이제라도 친구들 앞에서 너의 한계가 드러나니까 두렵나? 내 말이 틀렸어? 그게 아니라면 이제라도 너의 실력을 한 번 제대로 증명해 보이던가…….”
현성은 일부러 한명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식.
잠깐 생각하던 한명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게 소원이라면…….”
그 말과 함께 한명수의 움직임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뭐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킥복싱?’
한명수의 스텝을 보면서 현성은 킥복싱을 떠올렸다.
걷듯이 움직이면서 중심을 한발씩 앞뒤로 이동하여 움직이는 워킹 스텝(working step)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현성도 한 때는 킥복싱에 관심이 있었다.
아마도 2000년대 중반이었을 것이다.
태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토니쟈 때문이었다.
영화 <옹박>에서 보여준 무에타이 무술에 빠져 근처에 있던 킥복싱 도장에 잠깐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기본적인 스텝을 배운 적이 있었다.
현성은 한명수를 보며 물었다.
“너 킥복싱 배웠냐?”
“그거까지는 네가 알 바 아니고, 각오해라. 이번엔 안 봐준다.”
놀란 건 현성뿐만이 아니었다.
김일수의 눈빛도 그렇고 주변에 있던 다른 친구들의 눈빛도 처음 본다는 듯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말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고 숨기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한명수는 지금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조금 전에 자존심을 건드린 게 유효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이번 공격은 더욱 거세게 나올 것이다.
휙휙.
역시 조금 전과는 한명수의 움직임이 달라진 건 분명했다.
짧은 잽(Jab)으로 현성의 반응부터 확인하는 한명수였다.
역시 킥복싱을 배운 티가 확연하게 났다.
어느새 스텝도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두 발을 동시에 앞뒤로 움직여 중심을 이동시키는 러닝 스텝(running step)을 밟고 있었다.
그만큼 공격의 속도도 빨라졌다.
휙!
이번엔 로우킥(Low Kick)이다.
정강이 부위를 향해 한명수의 발이 낮게 치고 들어왔다.
현성은 뒤로 살짝 물러나며 한명수의 공격을 피했다. 정상적이라면 이 상황에서는 한명수 같은 경우엔 이차 공격에 이어 삼차 공격까지 바로 이어져야 한다.
그게 킥복싱의 기본이다.
공격의 연속성.
첫 동작은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고 그다음 동작에서는 공격이 바로 이어져야 한다. 짧게는 두세 수, 길게는 네다섯 수까지도 염두에 두고 공격을 하는 게 기본이다.
물론 그건 킥복싱뿐만이 아니고 다른 투기 종목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명수는 그러지 않았다.
기본이니, 분명 배웠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어떤 목적이 숨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싸움에서 목적이라면 하나뿐.
이기기 위해서 상대의 반응을 가늠하는 것일 것이다.
잽도 그렇고 로우킥도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상대의 반응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진짜 한명수의 실력이 나올 것이다.
현성의 주먹에 힘이 더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샤샥.
역시 예상대로 한명수의 발놀림이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앞뒤, 좌우 어느 한쪽에 머무름 없이 전체적으로 스텝을 밟고 있었다.
그러던 한명수의 오른 발이 허공으로 뻗어 나왔다.
슉!
이번엔 타점이 조금 전보다 높은 대퇴부였다. 하지만 현성은 이번에도 조금 전과같이 뒤로 살짝 빠지면서 한명수의 공격을 피했다.
휙!
이번엔 짧게 왼손 주먹이 바로 날아왔다.
“어딜!”
가볍게 옆으로 피하자 이번엔 오른손 주먹이 길게 스트레이트로 날아왔다.
원 투우 블로우(One two blow) 기술이었다.
앞에 위치한 팔로 잽을 가볍게 쳐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이어서 스트레이트로 강하게 타격하는 공격법이었다.
한명수의 세 번째 연타 공격이었다.
역시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날카롭고 빠른 공격이었다.
현성이 마지막 스트레이트를 피하기 위해 뒤로 살짝 물러날 때였다.
슉!
한명수의 무릎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니킥(Knee Kick)이다. 일명, 무릎 차기로 성공만 한다면 상대에게 상당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한명수가 모르는 게 있었다.
그건 이 순간을 현성도 기다렸다는 것이다.
한명수는 이번에도 현성이 뒤로 물러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다음 공격까지도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고.
하지만 현성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 주먹을 뒤로 뺐다.
그리곤 날아오는 한명수의 무릎을 향해 그대로 쭉 뻗었다.
슉!
직선으로 날아간 주먹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했던 타점을 정확히 가격했다.
빠각!
공중에서 뼈와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모든 이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