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0)
회귀해서 건물주-90화(90/740)
이수혁의 퇴원 축하 파티는 거하게 끝이 났다.
말이 축하 파티지 먹자판이었다.
나중엔 재료가 모자라 못 먹을 정도였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마무리도 좋았다.
특히 이수혁의 마지막 멘트가 압권이었다.
– 앞으로 더 이상은 바보처럼 살지 않겠다.
그동안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반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내도록 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테니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역시 똘똘한 녀석이라 말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모두들 그런 이수혁을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현성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현성은 깜짝 놀랐다.
집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사람이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아!”
서인혜였다.
그 옆에선 동생 김지연이 히죽 웃으며 현성을 반겼다.
“오빠, 빨리 왔네.”
“김지연, 아침에 집으로 빨리 오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어?”
“헤헤, 그럼 어떡해. 인혜가 집에 온다는데…….”
피식.
현성은 웃고 말았다.
정문에서 기다리지 말라고 하니 교실로 직접 찾아오는 맹랑한 서인혜다. 오지 말라고 말린다고 들을 녀석이 아니란 얘기다.
살다 보면 청개구리 과가 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말 안 듣다가 죽고 나서야 어머니 깊은 속뜻도 모르고 그제야 정신 차려 유언 떠받드는, 그런 과 말이다.
이런 녀석들은 안 건드는 게 상책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기를 쓰고 하는 그런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잘 왔어!”
현성이 선택한 방법이다.
차라리 역으로 가는 게 오히려 현명한 대처일 것이라 판단을 한 현성이었다.
“오빠, 진짜야?”
신난 건 서인혜였다.
날아갈 듯 두 팔을 벌리며 좋아했다.
그러자 동생 김지연이 현성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가 웬일이야?”
“웬일은……, 친구가 친구네 집에 온다는데 그게 문제 될 거야 없지.”“정말 그렇게 생각해?”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자 동생 김지연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웃는 김지연의 한쪽 입꼬리가 유달리 실룩거렸다.
현성으로선 그 의미가 궁금했다.
“뭐냐? 그 웃음은?”
“오빠 설마 인혜가 나 때문에 우리 집에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게 아니면……, 뭐 다른 게 있어?”
살아본 세월이 얼만데 그 정도야 모르겠는가.
하지만 때로는 가식도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애써 모른 척 되물을 수밖에 없는 현성이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놀리듯 말했다.
“오빠 바보야? 진짜 인혜가……, 으- 읍.”
김지연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서인혜가 김지연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었다.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너 때문에 왔지, 내가 설마 오빠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니? 넌 왜 이렇게 눈치가 없니?”
“뭐가 어째? 요년 봐라.”
평상시 느끼는 거지만 동생 김지연은 욕을 참 자연스럽게 잘한다.
그때였다.
꼬르륵!
현성은 서인혜를 바라봤다.
“뭐야? 아직 점심 안 먹었어?”
그때 동생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실은 아까부터 배고팠는데 참았어.”
“왜? 밥 없어?”
“그게 아니고, 오빠가 만들어 주는 비빔국수 먹으려고……, 내가 인혜한테 오빠 요리 잘한다고 자랑했거든.”
김지연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서인혜가 고개를 심하게 끄덕였다.
“맞아 오빠. 오빠가 비빔국수 기가 막히게 잘한다며? 만들어 줄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응!”
똘망똘망.
자신을 바라보는 서인혜의 눈빛에 그저 할 말을 잊은 현성이었다.
쩝.
시계를 보니 2시 반이 막 지나고 있었다.
툭.
현성은 가방을 마루에 대충 내려놓고는 부엌으로 바로 향했다.
어째 모양새가 이상하게 돌아가긴 했지만 지금까지 기다렸을 동생들을 생각하니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부엌으로 들어온 현성은 냄비에 물부터 올렸다.
소면을 끓이기 위함이었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동치미 무를 하나 꺼냈다. 며칠 전에 어머니가 짠 내를 뺀다고 물에 담가놨던 무였다.
서걱.
1/3만 자른 다음 나머지는 다시 통에 넣어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나머지 부분은 나중에라도 잘게 채 썰어 고춧가루 넣고 무쳐 먹으면 될 것이다.
동치미 같은 경우엔 무 식감이 살아 있어서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동치미 특유의 깊은 맛까지 더해서 물에 밥 말아서 먹을 때 먹으면 최고였다.
탁탁탁.
현성은 얇게 썬 무를 다시 채를 썰었다.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물기를 짜냈다.
아작아작.
무채를 하나 입에 넣고 씹으니 식감이 역시 최고였다. 거기다 수분을 빼서 그런지 일반 무에서 느낄 수 없는 쫄깃한 식감은 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했다.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했다.
소면을 끓일 때 소금을 약간 넣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 하면 면발끼리 붇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면은 넉넉히 넣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두 녀석 다 배가 많이 고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주걱으로 몇 번 저어주자 거품이 일며 끓어올랐다. 이대로 두면 끓어 넘치게 된다.
휘익.
현성은 바가지에 있던 찬물을 살짝 뿌려주었다. 그러자 바로 거품이 사그라들었다. 이렇게 한 번을 더 한 다음에 세 번째 끊으면 그때 불을 끄면 된다.
“뭐야!”
현성이 부엌에서 무채를 썰고 국수 삶는 것을 지켜보던 서인혜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지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뭐라 그랬어? 우리 오빠 진짜 잘한다고 그랬잖아.”
“대-박!”
서인혜는 솔직히 처음엔 설마 했었다.
김지연이 워낙 자랑을 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심히 지켜봤다. 그런데 무채를 써는 칼질 소리에서 이미 답은 나온 상태였다.
면을 삶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에 서인혜는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서인혜는 김지연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찌 된 것인지 묻는 것이다.
그러자 김지연도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을 뿐, 다른 할 말은 없는 듯했다.
잠시 후.
“얘들아!”
현성이 쟁반에 국수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서인혜가 놀란 눈으로 현성을 불렀다.
“오빠–아!”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그랬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서인혜였다.
처음엔 칼질로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그다음엔 양념장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저 손이 가는 데로 양념을 만드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때, 김지연이 말했다.
“야, 서인혜, 정신 차리고 어서 먹기나 해.”
“어? 어, 그래.”
겨우 정신을 차린 서인혜가 국수를 한 가닥 입으로 가져갔다.
쏘옥!
오물오물.
서인혜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다.
“오빠—–아!”
“그 정도야?”
“이건 말이 안 돼. 어떻게 이런 맛이 오빠 손에서 나와?”
“그렇게 맛있어?”
“응!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서인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히 요리하는 모습에 놀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맛까지 이렇게 완벽할 줄은 정말 예상 못 했었다.
매콤하면서도 뒷맛은 달콤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입안에 퍼지는 적당한 새콤함이 매운맛과 달콤한 맛의 풍미를 확실히 살려주고 있었다.
거기다 마지막으로 들기름의 감칠맛까지.
지금까지 먹어 본 비빔국수 중에선 당연 최고였다.
그때, 옆에 있던 동생 김지연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빠, 저번거 보다 더 맛있는데.”
“그래? 저번엔 식초가 좀 많이 들어간 거 같아서 이번엔 양을 조금 줄였거든. 맛있다니 다행이다. 많이 먹어.”
“오빤 안 먹어?”
“난 아까 중국집에서 배 터지게 먹었어. 오늘 우리 반 파티 했잖아.”
파티라는 말에 동생 김지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 전체가 말이야?”
“그래, 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했던 친구가 어제 퇴원했거든. 그래서 걔네 아버지가…….”
“다들 많이들 먹었겠네. 참, 아침에 그 ……, 아니야 아무것도.”
김지연이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 뒀다.
처음부터 안 들었으면 모를까, 말을 하다가 마니 당연히 그다음 말이 궁금한 현성이었다.
“무슨 말인데, 하다가 말아? 사람 궁금하게.”
“아니야 아무것도…….”
히힝.
김지연이 말을 제대로 못 하자, 그 옆에 있던 서인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현성을 보며 말했다.
“곰 오빠 때문에…….”
“뭐라고?”
“왜 오늘 아침에 학교 정문에서 오빠 뒤에 서 있던 덩치 큰 오빠 말이야. 내가 곰 오빠라고 불렀던…….”
“혹시, 일수 말하는 거야?”
“그 오빠 이름이 일수야?”
“그래, 김일수. 그런데 일수는 왜?”
그때였다.
현성의 눈에 동생 김지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뭘?”
김지연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지만, 그 정도 눈치 못 챌 현성이 아니었다.
“너 설마…….”
“뭐가 설마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네 취향이 곰이었어?”
“곰은 무슨……, 아담한 게 귀엽기만 하던데.”
“헐…, 아담한 게 귀여워? 일수가?”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이래서 사람마다 각자 취향이 다르다고 하는가 보다. 백번 양보해서 아담까지는 어떻게 우겨본다 하더라도, 귀여움까지는 도저히…….
그때였다.
히힝.
국수를 먹던 서인혜가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서인혜를 보며 현성이 물었다.
“네가 보기에도 일수가 귀엽냐?”
“오빠!”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사람 무시하지 마. 난 눈 똑바로 박혀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