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1)
회귀해서 건물주-91화(91/740)
짝.
갑자기 김지연의 손바닥이 서인혜의 등짝에 내리꽂히는 순간이었다.
늦은 점심을 끝낸 김지연과 서인혜는 동생 김지연 방으로 들어갔고 현성은 준치가 있는 멧돼지 우리로 향했다.
망가진 우리를 손보기 위함이었다.
처음 준치가 집으로 내려왔을 때만 해도 과연 집에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었다.
그래서 몇 번씩이나 야생으로 돌려보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그때마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막상 키우다 보니 의외로 크게 별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해서 크고 있는 듯했다.
솔직히 처음엔 다른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회귀해서 처음으로 만난 인연이라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야, 준치!”
“꾸엑.”
신기한 건 이름을 부르면 알고 대답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뚝딱뚝딱.
부서진 몇 군데를 손보고 왕겨를 가져다 바닥에 두툼하게 깔았다.
그러자 마음에 들었는지 바닥을 뒹구는 모습이 나름 귀엽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 신기한 건 준치의 행동이었다.
현성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 졸졸 따라다닌다는 거였다. 마치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듯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 산에서 만났을 때 그 체취를 기억하는 듯했다.
“다음 주에 보자.”
일주일에 한 번씩 바닥 왕겨를 갈아준다. 그리고 신기한 게 또 하나 있다. 그건 준치가 현성의 말길을 알아듣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피식.
그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씨익 웃으며 준치를 바라봤다.
그리곤 말했다.
“손!”
“꾸엑.”
“손!”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가 보다. 며칠 전에는 분명히 ‘손’하고 말하면 앞발을 내밀었었다. 아직은 좀 더 연습이 필요한 거 같다.
그때였다.
“오빠, 뭐해?”
김지연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 이 자식이 오늘은 말을 안 듣네.”
“또 그 얘기야?”
“아무래도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쳐야겠어. 대충하니까 진도가 좀 느리네.”
“오빠, 그만하지, 하나도 재미없거든…….”
준치에 대해서 몇 번을 말했지만, 믿지 않는 김지연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서인혜가 무슨 일이냐는 듯 김지연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글쎄, 저 멧돼지가 말길을 알아듣는다고 가끔 저러고 있지 뭐냐.”
그러자 서인혜가 이번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진짜야?”
“왜,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
현성은 나름 억울했다. 분명 며칠 전에도 아침에 학교가기 전에 분명히 성공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때 서인혜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해봐 봐.”
“지금?”
“응.”“지금은 안 돼!”
현성의 단호한 대답해 서인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대답할 사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인혜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유는?”
“낯가려.”
“…….”
휙!
짝!
순간 김지연의 손이 한 번 더 허공을 가르며 현성의 등짝에 내리꽂히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오빠 나 갈게.”
“왜 벌써 가려고?”
“이 시간엔 버스도 없잖아. 집까지 걸어가려면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지. 두 시간은 걸어야 하잖아. 근데 집까지 언제 가나…….”
그런데 말하는 서인혜의 눈치가 이상했다.
눈치하면 현성이었다. 하긴 나이 먹고 눈치 없으면 그것도 골치 아프다.
현성이 서인혜를 보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 금방 씻고 나올게.”
“오빠가 데려다 줄 거야?”
“그럼 설마 그렇게 말하는데 혼자 가라고 그러겠냐?”
“히힝, 혹시 티 났어?”
서인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지연이 말했다.
“요년 말하는 거 봐라. 뭐 티 났어?”
“넌 올케언니한테 무슨 욕을 그렇게…….”
“뭐 올케가 어째…, 내가 말을 말아야지…….”
호호, 호호호…….
김지연과 서인혜는 말을 하다말고 서로 바라보며 웃고 말았다.
자전거 뒤에 올라탄 서인혜.
“오빠, 어디를 잡아야 돼?”
“알아서 대충 잡아.”
“대충 잡을 데가 없는데, 어쩌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지연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야, 너 한 번만 더 내숭 떨면 가만히 안 내버려 둔다.”
“내숭이 아니고, 어디 잡을 때가 없잖아. 여기 어깨 잡을까?”
“이런 미친……, 여기 그냥 옆구리 꽉 잡아. 괜히 가다가 떨어지지 말고.”
“여기?”
현성의 옆구리를 살포시 잡는 서인혜였다.
그러자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너 자전거 처음 타보냐?”
“응.”
“그래? 알았어. 내가 가서 새끼줄 가져다가 너하고 오빠하고 꽁꽁 묶어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저벅.
김지연이 집으로 다시 향하자 서인혜가 현성을 불렀다.
“오빠, 빨리 가. 저년 진짜 새끼줄 가져온단 말이야.”
“묶어야지, 무슨 소리야?”
“아! 진짜 오빠는 ……, 이제 됐지?”
그제야 현성을 꽉 잡는 서인혜였다.
“출발한다, 그럼.”
“응, 오빠 천천히 가. 인혜 무서우니까 알았지?”
웃음밖에 안 나오는 현성이었다. 역시 어느 정도의 내숭은 필요한가 보다. 그런 서인혜가 귀여운 걸 보면 말이다.
***
그날 저녁.
현성의 방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늘로 중1 과정은 끝이네.”
“그러게 말이다. 처음 같아선 까마득하더니 이런 날이 오긴 오네.”
“오빠가 열심히 했잖아. 요즘 잠도 4시간밖에 안 잔다며?”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그 정도만 자도 안 피곤하더라고.”
사실이다.
요즘은 보통 새벽 2에 자서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그런데도 신기할 정도로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날은 밤을 꼬박 새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10분 정도만 자고 나도 크게 피곤한 줄 몰랐다.
물론 젊은 탓도 있겠지만, 처음 산삼을 캐러 갔을 때 먹었던 산삼과 물찬 더덕 덕분이지 싶다.
아마도 그 산삼이 보통은 아닌 듯하다. 하긴 이틀 동안이나 기절할 정도였으니 그 약성이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찬 더덕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웬만한 산삼하고는 바꾸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두말하면 잔소리일 게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물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앞으로?”
“응, 오빠 장사 시작하면 집에 못 온다며?”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을 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사하면서 10km나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매일 등하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안채가 있어 그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건 바로 동생한테 받고 있는 과외였다.
이번엔 현성이 말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영업이 끝나고 난 후밖에 없다. 뒷정리하고 아무리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10시는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말은 결국, 동생도 집을 나와 현성이 있는 곳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동생 김지연도 현성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휴우!
그런데 김지연의 호흡이 길어졌다. 그만큼 생각이 많다는 얘기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깊어?”
“엄마 아빠 때문에.”
얼핏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공부를 생각하면 집을 나와서 오빠한테 가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하면 앞으로 엄마 아빠하고 같이 있을 시간이 없잖아.”
“그 말은…….”
“오빠도 알다시피 내년이면 내가 춘천으로 가잖아. 그렇게 되면 앞으로는 집에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는 거고.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런 거였다.
창피한 얘기지만 현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이제야 동생 김지연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게 된 현성이다.
한창 멋 부리고 자신밖에 모를 나이다.
보통 그 또래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집을 나오려고 했을 것이다.
없는 이유도 만들어서 나오고 싶을 텐데 김지연 같은 경우엔 합당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집에 남은 부모님을 걱정한 것이다.
하긴, 오빠를 위해서 자신의 꿈조차 포기하려 했던 녀석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다른 아이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김지연이었다.
이렇게 되면 더 고민할 이유가 없다.
어린 녀석이 저렇게까지 부모님을 생각하는데 거기서 더 자신의 욕심만 생각한다면 그게 어디 오빠라고 할 자격이나 있겠는가.
현성은 결심한 듯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지연아, 미안해. 오빠가 거기까지 미처 생각을 못 했다.”
“미안하긴, 오빠가 뭐가 미안해?”
“난, 내 공부만 생각했지,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네. 역시 우리 지연이 마음 씀씀이는 대단해.”
“그런 거 아니야. 사실은 나도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래. 얼마 전까지도…….”
김지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신도 그전에는 집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그동안 조금씩 모아뒀던 돈이라고 말했을 때, 그때 비로써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전까지도 자신은 여자라는 이유로 천덕꾸러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지연의 설명을 들은 현성이 말했다.
“지연아, 걱정하지 마.”
“어쩌려고?”
“이제 조금씩 하다 보니까 요령도 생겼고, 하다가 어려우면 주말에 잠깐식이라도 도와줘. 그러면 충분히 혼자 가능할 거 같아.”
“하긴, 오빠 하는 거 보니까, 혼자서도 충분히 하겠더라.”
사실 처음엔 막막했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것이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시간 투자밖에 없었다. 새벽까지 풀고 또 풀었다.
역시 수학은 반복 학습이었다.
머리로 푸는 게 아니었다. 연습장이 쌓이는 만큼 실력도 쌓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그때 동생 김지연이 말했다.
“오빠, 그럼 그 문제는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주말에 내가 가끔씩 봐주는 거로.”
“네에~ 선생님.”
“놀리지 말고, 그건 그렇고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오빠 아프면 안 되는 거 알지?”
“그래, 알았어.”
전생과는 비교자체가 안 될 정도로 돈독한 두 사람이었다.
현성은 잠깐 김지연을 바라봤다.
전생에서는 너무 일찍 철이 드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많았던 녀석이다. 이번만큼은 그런 마음고생 없이 웃으며 지내길 바랐는데, 그것도 천성인지 벌써부터 부모님을 챙기는 착한 녀석이다.
현성은 그런 김지연이 고마울 뿐이었다.
그때, 김지연이 다시 물었다.
“참, 오빠.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인혜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해? 귀엽고 예쁘지.”
그러자 김지연이 씨익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다른 게 있어?”
“여자라는 감정은 안 드는 거야?”
“여자?”
“왜 남자들은 좋아하면 막 만지고 싶고 그렇다며? 그런 감정 말이야. 오빠도 그래?”
톡.
현성은 김지연의 이마를 손으로 살짝 밀었다.
“요 녀석이.”
“아잉, 그러지 말고 말해 봐. 진짜 그래?”
“아마도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현성의 대답에 김지연은 재미있다는 듯 더 적극적으로 물었다.
“오빠도 인혜한테 그래?”
“아니.”
“아니?”
“오빠는 이미 있잖아.”
“그 꿈에서 봤다는 지수 언니 말이야?”
현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김지연이 현성을 흘겨봤다.
그때였다.
똑똑.
어머니였다.
“이것들 먹고 해.”“어? 감자네요.”
“어제 캔 거 지금 막 삶았으니까 맛있을 거야. 여기 식혜랑 해서 같이 먹어.”
감자가 반가운 현성과 다르게 김지연의 입은 삐죽 나와 있었다.
“넌 왜 감자 싫어?”
어머니가 묻자 김지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좋지.”
“그런데?”
“얘 때문에 그러지. 얘만 아니면 얼마든지 먹겠는데…….”
김지연은 옆구리를 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이거 하나만 먹어. 그리고 우리 모처럼 어머니랑 같이 산책 좀 할까? 별도 구경하고 말이야.”
“그럼 살 안 찌려나?”
“당연하지. 살 빼는 데 원칙은 하나야. 먹은 것보다 더 움직이면 돼.”
“히히, 그럼 그럴까. 꼭 같이 산책하러 가는 거다. 혼자 배신하면 알지?”
“네, 선생님.”
쩝쩝.
세 사람은 맛나게 뜨거운 감자를 먹기 시작했다.
김지연은 결국 감자 세 개를 먹었다.
산책?
배부를 땐 이상하게 움직이기 싫은 게 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