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3)
회귀해서 건물주-93화(93/740)
“이걸 다 혼자 준비하셨다고요?”
“예전 자료도 찾아보고 했는데도 며칠이 걸리더라고”
“각 반장님들 하고는 같이 안 하셨어요?”
“난 혼자 하는 게 편해서…….”
쩝.
현성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거기다 대고 무슨 얘기를 해봤자 먹힐 것도 아니고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질 듯싶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어디 가시는 겁니까?”
“밴드 섭외 때문에 원주 좀 가려고. 잔치에 밴드 하나 정도는 와 줘야지 않겠나.”
“아, 네.”
맞는 말이다.
이때만 해도 노래방이 유행하기 전이라 무슨 행사가 있으면 3, 4명으로 구성된 밴드가 유행했었다.
몇 년 후에는 이마저도 노래방 기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
현성이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 하자 최민석이 다시 말했다.
“회장님이 자네 의견을 꼭 참고하라고 했으니 고민 좀 해 주게.”
“아, 그거요? 저기 그 문제는 저보다도 반장님들하고 마을 어른들의 의견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이번 추석 끝나고 그 문제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았네. 그 문제는 내가 혼자서 결정하지 않겠네. 더군다나 돈이 연관된 문제이니 더욱 투명해야겠지.”
그나마 고집을 안 부려서 다행이었다.
저 성격에 고집까지 부리면 현성으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민석의 말처럼 돈이 연관된 문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결정 날지 모르겠지만, 잔치를 하고도 남는 금액이 최소 사백만 원은 넘을 것이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란 얘기다. 잘 활용한다면 마을을 위해서라도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전생에선 없던 일이다.
박희철이 죽지 않고 살아남음으로써 파생(派生)된 문제다. 이 문제가 앞으로 마을에 독이 될지 아니면 득이 될지는 더 두고 볼 문제다.
최민석을 보내고 현성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엌에 있던 어머니가 현성을 불렀다.
“이리 와봐라.”
현성이 들어가자 어머니는 밥공기를 내밀었다.
현성도 알고 있는 거다.
저 밥공기 안에는 날계란이 들어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계란에는 약간의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도 했을 것이다.
지금 저 밥공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단순한 계란이 아니라 그때 그 시기에 어머니가 가족들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특식이었다.
전생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몇 번 먹어보지 못한 그 어머니 표 특식 말이다.
현성은 밥공기를 받으며 어머니한테 물었다.
“어머니는요?”
“나? 난……, 아까 먹었지.”
거짓말이다.
그럴 분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엔 받아먹기 바빴기에 어머니한테 묻지도 않았었다. 그저 제 입에 들어가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현성은 밥공기를 다시 내밀었다.
“어머니 먼저 드세요.”“난 조금 전에 먹었다니까.”
“이젠 그런 거짓말 안 믿을 겁니다. 그러니까 얼른 드세요.”
어머니는 밥공기를 들고도 언뜻 먹지 못하고 갈등을 느끼는 듯했다. 계란 하나도 맘대로 먹을 수 없었던 시기다.
현성이 더욱 돈을 벌어야 할 이유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어서 드시고, 얼른 저도 주세요.”
“이 아까운 걸…….”
“귀하니까 어머니부터 드셔야지요. 그리고 앞으로 계란은 시장에 내다 팔지 말고 집에서 먹어요. 제가 다음 달부터는 많지는 않겠지만 얼마씩이라도 생활비 드릴게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장사가 그리 쉬운 거 아니다. 집 걱정은 하지 말고 장사나 열심히 해. 그렇지 않아도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오는데…….”
그때였다.
아버지가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건 네 엄마 말이 맞다. 괜히 집 걱정은 하지 말고 장사만 열심히 해.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우리한테 얘기하고.”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부모님이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였기에 현성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길은 자신이 바로 서야 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낚시 준비는 아비가 다했으니까 더 준비할 건 없다.”
“벌써요?”
“말도 말라. 아침부터 얼마나 서두르는지. 낚시 두 번만 갔다 가는 사람 잡겠다.”
어머니가 중간에서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며 어머니의 말을 받았다.
“그렇게 억울하면 당신도 같이 가던가.”
“내가 미쳤어요? 그 재미없는 걸 같이 가게. 난 그냥 집에서 이따가 노래자랑이나 보렵니다.”
“당신이 낚시의 묘미를 몰라서 그러지, 낚싯대 하나 던져놓고 기다리다 보면…….”
그건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 생각이었다.
사실은 현성도 낚시에 취미는 별로 없었다. 전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상황에 떠밀려 지인들과 몇 번 낚시를 한 적은 있지만, 일부러 낚시를 하겠다고 찾아다닌 적은 없었다.
이번엔 현성이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혹시 라면 챙겼어요?”
“라면? 그건 왜?”
“낚시에 기본은 라면이죠. 혹시 매운탕이라도 끓여 먹으려면 라면이 들어가야 또 제맛이 나는 거 아닙니까?”
현성이 괜히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아버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낚시에 기본이 라면이야?”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현성의 경우에는 그랬다. 몇 번 간 적도 없지만, 그때마다 낚시보다도 중간에 라면 끓여 먹는 게 훨씬 더 재미있었고 추억에도 남았다.
그리고 야외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있었다.
물론, 라면하면 군대다.
한 겨울 새벽에 보초서고 들어와서 반합에 끓여 먹는 라면이야말로 이 세상에 그 어떤 라면보다도 최고였다.
군대에서 라면 끓여먹던 얘기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와 맞먹을 정도로 그 얘기는 끝이 없다.
현성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아버지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그럼 그 기본은 네가 맡기마.”
“넵.”
모처럼 야외에서 라면 끓여 먹을 생각을 하니 목소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 현성이었다.
아침을 먹는 내내 아버지의 표정은 밝았다.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머니와 동생은 그렇지 않은 듯 심술이 얼굴에 묻어났다.
동생 김지연이 입을 열었다.
“오빠, 낚시가 그렇게 재미있어?”
“아니.”
“아닌데, 얼굴이 그렇게 좋아 죽냐?”
가끔 느끼는 거지만 동생의 언어 선택 능력은 아주 탁월한 듯하다. 어쩜 그렇게 말이 쏙쏙 들어오는 말만 골라서 하는지 놀랄 때가 있다.
“죽을 정도는 아니고 예의지.”
가끔 이상한 말을 하는 건 현성의 특징이다.
당연히 동생 김지연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아! 또 짜증 나려고 하네. 설명해 봐.”
“아버지랑 모처럼 낚시하러 가는데 그 앞에서 인상 쓰고 있으면 되겠냐?”
“하여간 말은…….”
입을 닫는 김지연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그럼 점심은 거기서 먹고 올 거죠?”
“현성이가 매운탕 끓인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오늘은 내 걱정하지 말고 지연이랑 푹 쉬시게.”
“오후에는 비도 온다고 하니까 적당히 하고 와요.”
“비 온다고 그랬어요?”
현성이 묻자 어머니가 다시 대답했다.
“오후에 온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점심 먹고 좀 있다가 돌아와.”
“그럼 그래야죠.”
그때 가만히 있던 김지연이 입을 열었다.
“오빠아!”
어째 부르는 소리에 느끼함이 묻어났다. 이럴 때면 뭔가 아쉽다는 얘긴데…….
“뭐야? 너답지 않게?”
“이따 비 오면…….”
“빨리 말 안 해? 너랑 안 어울린다니까.”
“호박 부침개 해 줄 수 있어?”
풉.
무슨 말을 하려나 궁금했었다. 그런데 호박 부침개라는 말에 현성은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왜, 갑자기 호박 부침개가 생각나니?”
“지금은 아닌데, 이따 비 오면 생각날 거 같아서, 히히….”
“그렇지. 비오면 부침개만 한 게 없지. 거기다 막걸리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고.”
“학생이 무슨 술을 그렇게 좋아해?”
“말은 바로 하자. 이 오빠는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야.”
하하, 하하하…….
현성의 말에 아버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오죽하면 아빠가 저러실까?”
“지연아 아버지가 지금 왜 웃으면서 자리를 피했다고 생각해?”
“그거야 당연히 오빠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그게 아니라면?”
김지연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누구를 닮았겠냐?”
“그거야…….”
“조금 전에 나는 내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아버지를 말한 거거든. 솔직히 내가 분위기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
물론 거짓말이다.
그 분위기를 모를 턱이 없다.
이상하게도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버지를 닮아갔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은 기본이고 술 습관도 마찬가지고 심지어는 말투조차도 거의 똑같을 정도로 닮아갔다.
아버지가 예전에 그랬다.
비 오면 간단한 부침개와 막걸리 한잔. 그거면 족했다.
그게 바로 비 오는 날 아버지가 즐기던 방식이었고, 나중엔 현성의 방식이었다.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뭐긴 뭐야, 이따 호박 부침개 해주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너는 알아서 막걸리나 준비해 놓으라는 거고.”“내가 말을 말아야지.”
여전히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짓던 김지연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인혜 부를까?”
“맘대로. 나도 부를 사람 있는데.”
“누구?”
“곰. 누가 귀엽다는 그 곰 말이야.”
“오빠!”
김지연은 현성을 금방이라도 어찌하려는 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히히!
킥킥!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많아진 동생이다.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현성도 마찬가지였고.
저수지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이 아버지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날씨 너무 좋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오후에 비 온다고 하더니 흐려서 다행이다. 잘하면 오늘 고기 좀 올라오겠는데.”
“날씨가 흐리면 고기가 더 잘 잡혀요?”
“당연하지. 얘들도 분위기를 알거든.”
풉.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자 아버지도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아침을 먹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버지의 모습이 평상시와는 많이 다르다. 예전엔 좀처럼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휘익!
미끼를 끼운 낚싯줄을 던졌다.
낚시가 시작되자 진지 모드로 들어선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