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4)
회귀해서 건물주-94화(94/740)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톡톡.
찌가 움직였다.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도 전생에서 낚시 방송을 자주 봤었다. 처음엔 채널을 돌리다 자연경관이 좋아서 보게 됐다. 그것도 한두 번 보다 보니 재미를 붙였다.
그때 봤던 것을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붕어를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끼를 확실히 물었을 때 챔질을 하면 된다.
이론은 그렇다.
그 이론을 오늘 현성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챔질을 하려면 예신과 본신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예신은 붕어가 먹이를 주워 먹을 때 처음에는 야금야금 먹게 되는데, 입술에 물고 조금씩 씹으면서 입안으로 가져가는 동작을 말한다. 즉, 아직은 바늘에 걸리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반면, 본신은 붕어가 먹이를 어느 정도 물고 인후치(목구멍 안에 있는 이빨)로 꽉 물어 압력을 가했을 때를 말한다.
그렇다 보니 챔질을 할 때는 예신에서는 일단 지켜보다가 본신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순간적으로 낚아채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정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경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너무 서둘러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는 것.
현성의 시선이 찌에 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였다.
휙!
아버지의 손목이 움직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에서 챔질이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잡았어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입 모양을 크게 하며 물었다.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청각에 특히 예민한 녀석이 붕어다. 간혹 보면 낚시터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고기를 안 잡겠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낚싯대가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낚싯줄 끝에는 붕어가 매달려있었다.
현성은 자신의 낚싯대를 내려놓고 얼른 뜰채를 들었다.
오늘 본분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붕어?
오늘은 안 잡아도 된다. 붕어야 앞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물론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그저 아버지의 표정이 현성의 관심사였다.
아버지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었다. TV를 보면서 부러운 게 몇 가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 첫 번째가 아들하고 아버지하고 낚시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전생에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를 따라 몇 번 낚시 하러 갔었다. 그게 다였다. 점점 커가면서는 아예 아버지와는 낚시하러 다니지 않았었다.
대가리 컸다고 그럴 땐 자기 소신을 고집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뜰채에 담긴 붕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크기도 작지 않았다. 대충 30cm는 넘을 듯싶었다.
“와우!”
현성이 놀란 표정을 짓자 아버지의 웃음이 더욱 밝아졌다.
시간이 또 흘렀다.
톡톡.
다시 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결의 파동이 온몸으로 전달되는 듯했다.
살랑살랑.
찌의 움직임이 조금 전보다 커졌다.
‘지금인가?’
휙!
툭!
거의 동시였다 낚아채는 순간 분명 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묵직한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뭔가 툭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보고 예신이라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맛을 느끼는 순간 허탈함도 동시에 느꼈다.
서둘렀다는 얘기가 된다.
“좀만 천천히…….”
아버지가 보기에도 안타까웠는지 낮은 소리로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 맛에 낚시를 하는가보다.
순간이었지만 묵직한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번엔 미끼를 두 마리 끼었다. 그것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 하면 이번엔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었다.
그새 아버지는 두 마리를 더 추가한 상태였다.
역시 낚시는 기다림이라고 하더니 괜히 한 말이 아닌 듯싶었다.
기다림의 미학?
이건 아닌 듯했다. 슬슬 눈꺼풀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이쪽으로 와.”
보다 못한 아버지가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낚시에 있어 포인트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현성도 알고 있다.
미끼도 다시 바꿨다.
“이번엔 기대해 보세요.”
새로운 마음으로 호기롭게 낚싯줄을 던졌다.
휘익.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낚싯줄이 왠지 느낌이 좋았다. 이번엔 뭔가를 잡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톡톡.
다시 입질이 왔다. 느낌이 좋았다.
그때였다.
아버지의 오른손이 한 번 더 허공을 향해 쭉 뻗었다.
포인트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증명이라고 하듯 아버지의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리는 순간이었다.
현성이 뜰채를 가지러 막 옮기려 할 때였다.
“지금!”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현성은 낚싯대를 힘차게 낚아챘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챔질을 한 것이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파르르.
손으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묵직했다.
“어?”
근데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붕어의 느낌이 아니었다.
붕어가 아니라면…….
낚싯대가 하늘로 치솟는 순간 수면위로 검은 물체가 툭 튀어 올라왔다.
길이도 꽤 길어 보였다.
역시 붕어가 아니었다.
“아버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큰 소리로 불렀다.
낚싯줄 끝에서 퍼덕이는 것은 붕어가 아니라 메기였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크기였다. 얼핏 봐도 40cm 정도는 넘어 보였다. 어른 팔뚝만한 굵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느새 뜰채를 들고 현성의 옆에 와 있었다.
“대물인데!”
아버지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밝은 모습이었다. 신기한 건 그 순간에 아버지가 현성의 찌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당신의 낚싯대를 끌어 올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게 아버지였던 것이다.
잠시 후.
“아버지 저는 이제 매운탕 준비할게요.”
“진짜 끓일 수 있겠어?”
아버지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마법의 가루가 있잖아요.”
현성은 라면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알았다는 듯 아버지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후.
양은 냄비를 중간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
츄릅.
국물부터 맛보는 아버지였다.
“어때요?”
“오! 이거 장난이 아닌데.”
“드실 만하세요?”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네가 이렇게 요리를 한다는 게…….”
그때 아버지의 시선에 라면 봉지 위에 있는 라면스프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조금 전에 마법의 가루라 하면서 매운탕에 넣을 거라고 했던 그 라면스프가 맞았다.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이거 안 넣은 거야?”
“자존심이 있지, 그걸로 맛을 낼 수야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양념은?”
“어제 이미 그건 다 챙겨놨었어요. 청양고추까지도.”
아버지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시 말했다.
“허허, 참. 내가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 어렵구나.”
“그냥 드시면 돼요. 괜히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시고요.”
“그래 그러자꾸나. 하긴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냐? 내 입맛에 맞으면 그게 최고지.”
“정답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랑 이렇게 나와서 먹으니까 정말 맛있네요.”
사실이었다.
돌고 돌아 저수지에서 아버지와 끓여 먹는 라면 맛을 무엇과 비교하겠는가. 거기다 붕어 살까지 발라 넣고 끓여서 그런지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찬밥을 준비 못 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ㅇ
점심을 먹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좋구나.”
“저도요. 근데 아까 말인데요, 어떻게 제 낚싯대를 보시고 계셨어요? 그땐 아버지 낚싯대 끌어올리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사실은 처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매번 실패하더구나.”
“그 말씀은…….”
몰랐던 사실이다.
아버지는 당신이 낚시를 하는 동안에도 현성의 낚싯대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처음부터 말이다.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처음부터 자신이 챔질을 계속 실패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그 땐 많이 헷갈렸었다.
찌는 분명히 움직이는데 언제 낚아채야하는지 그 타이밍을 알 수 없었다. 방송에선 전문가가 분명히 예신이니 본신이니 말한 거는 기억이 나는데, 실제 감각으로 찾아내기에는 너무 어려웠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금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메기를 잡던 마지막에도 마찬가지였다.
찌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고 그 챔질의 순간만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아버지가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땐 왜 지켜만 보지 않고 소리를 질렀던 것일까? 지켜보려면 끝까지 일관성있게 지켜보는 게 맞았다. 스스로 현성이 깨닫기를 원했다면 말이다.
“아버지!”
“왜 그랬느냐고?”
아버지는 이미 현성이 무엇을 궁금해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고의적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고의적이었다는 건 어떤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고.
현성은 다시 물었다.
“목적이 있었다는 말씀이네요.”
“스스로 깨달아야 하니까, 누가 가르쳐줘서는 발전이 없거든.”
예상된 답변이었다. 하지만 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는 어떻게 된 겁니까?”
피식.
아버지는 대답 대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잠깐 생각하던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연건 잠시 후였다.
“두려웠거든.”
“네?”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두려웠다니?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다시는 낚시 안 온다고 할까 봐 말이야.”
“네?”
“…….”
스윽.
현성의 고개가 저절로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그러기를 잠깐.
푸후!
현성의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터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실패를 하자 아버지는 슬슬 걱정이 됐던 것이다. 이러다 현성이 낚시에 흥미를 잃을 게 걱정이 됐던 것이다.
그런 거였다.
아버지는 현성이 낚시에 흥미를 잃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낚시 가자는 소리가 입에서 뜸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과 함께 낚시 오는 것은 이번으로 끝나는 게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엔 어떡하든 손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현성이 손맛을 본 것은 사실이었다.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웃음도 나오지만 한편으로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살짝 웃었다.
“아버지, 다음 달에 한 번 더 와요. 이제 손맛을 알았으니 자주 오자고요. 그리고 목욕탕도 한 번 같이 가요.”
아버지가 하고 싶던 것 중에 두 번째가 현성과 함께 목욕탕 가는 것이었다.
“진짜야?”
아버지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는 순간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현성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