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8)
회귀해서 건물주-98화(98/740)
98
“이건 또 뭐야?”
그렇지 않아도 어딘가 화풀이가 필요하던 오상철로서는 현성의 등장에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신명순한테야 지은 죄가 있으니 할 말이 없었지만, 현성하고는 엮인 게 없다. 오상철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반면, 현성의 생각은 달랐다.
전생에서 마지막에 건물주한테 신명순과 똑같은 경우로 당했다.
– 계 약 연 장 불 가!
들어 보니 건물주 가족 중에 누군가 분식 가게를 운영할 것이라는 말을 며칠 전에 들었다. 신명순 같은 경우에도 이곳에서 10년 동안을 장사해서 키운 터라고 했다,
그런데 그걸 1원 한 푼 보상도 없이 나가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건물주의 갑질이었다.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이지 현성이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당했던 순간과 너무 똑같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성으로서는 남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현성이 오상철의 질문에 대답했다.
“저요? 그 미친놈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좀 전에 아저씨가 미친놈이라고 한 놈이 바로 저란 말입니다.”
“뭐? 그러니까 자네가 지금 저 길 건너 라면집……?”
오상철은 말을 하다 말았다. 얼핏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껏 해봐야 고등학생인데, 학생이 무슨 장사를 한단 말인가.
물론 처음 소문을 들었을 때도 어리다는 말은 들었다. 그래도 최소한 20대 중반은 됐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 신분인 현성을 보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잊은 것이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장사야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나중에 보시면 아실 테고, 하여간에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 난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어디서 어린놈이 돼먹지 못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저……,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뭔데?”
오상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양심에 거리끼는 게 없습니까?”
“뭐가 어째?”
“누구는 10년을 넘게 하루도 안 빠지고 장사해서 키운 가게를 그렇게 날로 드시면서도 진짜 요만큼도 양심의 가책을 안 느끼냐고요?”
“네가 아직 세상을 모르나 본데, 어디서 그런 순진한 감성을 들고 와서 헛소리야?”
현성은 오상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역시 그런 거군요. 세상을 오래 살면 양심에도 철면피를 둘러 뻔뻔해지는 거군요.”
“이 자식이, 너 나하고 지금 해보자는 거야?”
“아저씨는 지금 제가 우습게 보이죠?”
“야, 이제 어린놈이 장사한다고 생각하니 보이는 게 없냐? 그래, 너 잘 됐다. 거기서 어디 오픈 해봐. 내가 아주 바짝 말려 죽일 테니까. 네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내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월이 저렇게 만든 건지, 아니면 돈이 저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양심이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오상철이었다.
저런 인간을 붙잡고 더 이상 말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관둡시다. 기대했던 제가 잘못이네요. 그리고 누가 피가 마를지는 두고 봅시다.”
“뭐? 봅시다?”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여기서 나가세요.”
“네가 착각하나 본데, 여긴 내 가게야.”
오상철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착각은 누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달까지는 법적으로 여기 사용권은 어디까지나 정우 어머니한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혹시 소유권보다 사용권이 우선이라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지요?”
“뭐가 어째?”
“그러니까 조용히 여기서 나가시라고요. 여기서 자꾸 이러시면 영업방해라는 거 아십니까?”
더 이상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신명순의 입장에서도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한 듯했기에 현성도 초강수로 나갔던 것이다.
그러자 오상철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진 상태였다.
“너 이 자식 두고 보자. 그래, 오픈만 해봐라. 내가 아주 그냥…….”
“알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대신 오늘은 여기서 나가주셔야 할 듯합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명순이 오상철을 쳐다봤다.
그리곤 뭐라 말하려 할 때였다.
오상철이 눈을 부릅뜨고 현성을 노려보며 가게를 빠져나갔다.
“너, 이 자식 …….”
가게를 빠져나온 오상철은 곧장 현성이 오픈할 가게로 향했다.
직접 확인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설비업자 유민철이 천장에 전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오상철이 유민철에게 물었다.
“이봐, 민철이 바쁜가?”
“어?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말이야.”
“네, 뭔데요?”
오상철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유민철을 보며 말했다.
“여기 사장이 누군지 잘 아는가?”
“저도 소개로 왔기 때문에 잘은 모르고, 일단 고등학생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잠깐! 지금 소개라고 했는가? 누가 소개를 해줬단 말인가?”
“박 회장님이…….”
“누구? 혹시 그 박 회장이 박희철을 말하는 겐가?”“네.”
오상철은 깜짝 놀랐다.
박희철은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같이 학교에 다녔던 친구다. 초중고를 함께 다녔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생긴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사건의 발단은 유영숙이라는 고1인 여학생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동시에 유영숙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그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 사건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며칠 전이었다. 유영숙이 박희철을 선택하면서 두 사람은 완전히 앙숙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상철에겐 항상 박희철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외모였다. 두 사람 다 집안은 부자였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문제 될 게 없었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외모만큼은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
결국, 유영숙이 박희철을 선택하던 날 오상철은 그 충격으로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그때부터였다.
수십 년이 흘러도 그때 파인 감정의 골 때문에 두 사람은 결국 오늘날까지도 서로 등을 돌린 앙숙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아!
오상철의 입 모양이 묘하게 뒤틀리는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오상철은 유민철을 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두 사람이 무슨 사이인지 아는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각별한 사이인 것만은 틀림없었습니다.”
“각별한 사이라…….”
피식.
오상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진 건 그때였다.
‘박희철, 이번엔 안 봐준다.’
오상철이 그렇게 떠나고 남은 세 사람.
현성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이제 조금 후련하세요?”
“그 억울함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니? 그래도 그 인간한테 그렇게라도 퍼붓고 나니 조금은 풀리네.”
“다행이네요. 어쨌건 저런 인간한테 복수하는 건 잘 되는 것밖에 없어요. 어떡하든 가게를 살려서 찍소리 못 하도록 만들어야죠.”
“그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열심히 해보자고.”
신명순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건 조금 전에 오상철의 마지막 행동 때문이었다.
가만히 안 두겠다는 마지막 그의 눈빛이 섬뜩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공들인 상가를 빼앗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오상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런 그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여전히 불안하기만 한 신명순이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이정우가 말했다.
“엄마……, 괜찮아?”
이정우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 그럼 괜찮지. 우리 정우가 많이 놀랐지?”
“나야 괜찮은데 엄마가 …….”
안쓰러웠다.
그동안 말도 못 하고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엄마가 가게 문제 때문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얼마 안 됐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되려면 최소한 몇 개월 전부터 엄마는 속을 끓였을 것이다. 그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마냥 어리광만 부렸었다.
그런데 오늘 현성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자식인 자신보다도 나서서 어머니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작아지는 듯한 자신의 모습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렇다고 나서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도 나지 않았다.
무섭고 두렵고 그랬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것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어머니 뒤에 숨어서 어린애처럼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정우는 옆에 있는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현성아 고맙다.”
“자식, 별소릴 다하네. 라면이나 먹자.”
“팅팅 불어서 어디 먹을 수 있겠냐?”
이정우의 말이 사실이었다. 라면에 국물은 어느새 다 없어지고 면발만 남아 있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다시 끓여주겠다고 했지만,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괜찮은데, 칼국수 먹는 느낌도 나고…….”
“뭐? 칼국수? 하여간 전생에 말 못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그래! 먹자 먹어, 라면이든 칼국수든.”
두 사람은 불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쩝쩝.
이정우가 신나게 먹자 현성이 물었다.
“어때?”
“생각보다 맛있는데, 우동 느낌도 나고.”
“그지? 의외로 괜찮다니까. 이거 아예 메뉴로 만들까?”
“미친놈!”
킥킥.
두 사람은 순간 서로를 마주 보다가 웃고 말았다.
사실 오늘 이정우를 만나서 할 얘기는 따로 있었다.
라면을 거의 다 먹을 때쯤 현성이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다 먹었으면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오늘부터는 상체 운동 시작하자고. 그리고 할 얘기도 있고.”
이정우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렇지 않아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잘됐다 싶었다.
“그래, 나가자. 나도 오늘은 생각이 좀 많다. 네가 오늘은 내 얘기 좀 들어줘야겠다.”
이정우의 심각한 모습에 놀란 건 현성이었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정우, 오늘 너 무슨 일 있었냐?”
“있었지.”
“언제?”
현성을 한 번 스윽 쳐다본 이정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낯간지러워서 말이야.”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명순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우가 이제 어른이 되는 가보네.”
“네, 어머니! 이제부턴 사람 구실 좀 해보렵니다. 우리 어머니 이제는 제가 모셔야지요.”
“호호, 들었니? 현성아. 우리 정우가 나보고 어머니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귀엽죠?”
“호호, 그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