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99)
회귀해서 건물주-99화(99/740)
99
신명순이 먼저 웃었고 잠시 뒤 현성과 이정우도 따라 웃었다.
분식집을 나온 현성과 이정우.
이정우가 먼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학교.”
“학교?”“학교 철봉대. 오늘부터 상체 운동 시작하자고.”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턱걸이 많이 하면 팔 힘이 좀 세지려나?”
“당연하지. 그리고 철봉이란 게 의외로 운동할 게 많아. 너 기계체조에서 철봉 하는 거 봤지?”
“응. 몇 번 봤어.”
“거기서 우리는 몇 가지만 하자고. 그러면 상체 운동은 끝난 거야.”
“그거 다 하면 배에 왕자(王) 만들어지니?”
풉.
현성은 갑자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야, 왕자 만들어 뭐 하려고?”
“멋있잖아.”
“만들어 줘?”
“진짜 만들 수 있어?”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
“얼마 정도 걸리는데?”
“넉넉잡고 두 달.”
“콜!”
많이 변했다.
이정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전생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철봉 앞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이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 몸부터 풀고 하자.”
두 사람은 가볍게 몸부터 풀기 시작했다.
이정우 같은 경우엔 지금까지 상체 운동은 거의 안 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잘못했다가는 어깨에 바로 무리가 갈 수 있기에 어깨를 중심으로 몸을 풀었다.
어느 정도 몸이 풀리자 이정우가 먼저 말했다.
“이제 슬슬 해볼까? 턱걸이 바로 시작하면 되냐?”
“아니, 일단 매달리기부터 하자고.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자, 여기 이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철봉 하나씩을 붙잡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헉헉.
“야, 힘들어 더는 못 하겠어.”
이정우가 바들바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
“이제 겨우 여덟 개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열 개는 해야지. 두 개만 더.”
“아자자자…, 아……홉.”
“자, 이제 마지막, 하나만 더!”
턱걸이를 다섯 개 하면서부터 힘들다고 하던 이정우였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는 근성이 보였다.
하긴, 처음 뒷산에 올라가서 운동을 시작할 때도 그 힘든 걸 해냈던 이정우다. 근성 하나만큼은 알아주는 녀석이었다.
하아!
마지막 숨을 몰아쉰 이정우가 다시 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반쯤 올라오던 턱은 더 이상 올라오지를 못하고 중간에서 멈춘 상태였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턱걸이 같은 경우엔 저 정도면 죽어도 더는 못 올라온다. 이미 모든 힘을 다 소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현성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정우야, 그만하면 됐어. 내려와.”
“…….”
이정우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저벅.
현성은 발걸음을 옮겨 이정우 앞으로 걸어갔다.
이정우는 눈을 감은 채 모든 힘을 뺀 상태로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현성의 고개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상태에서 다시 올라오기는 힘들 것이다. 뭔가 아주 특별한 어떤 동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저건 불가능하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번쩍.
이정우가 눈을 떴다.
아무래도 마지막 힘을 쓰려는 것 같았다. 그 상황에 현성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아자!”
현성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정우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으라차차!”
역시 이정우의 턱이 중간에서 멈췄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급하게 말했다.
“야, 지금 제일 얄미운 새끼가 누구야?”
“뭐?”
억지로 대답하는 이정우였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지금, 이 순간 제일 미운 새끼 있을 거 아냐, 그 새끼가 누구냐고?”
“거, 건물주 새끼.”
이정우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생각만 하면 진짜 죽여 버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기껏 10년 동안 엄마가 고생고생해서 자리 잡아놓으니까 통째로 처먹겠다는 새끼다.
진짜 아까 같아서는 의자로 그대로 찍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현성이 되물었다.
“건물주?”
“그래, 그 새끼.”
“오케이. 그럼 그 새끼만 생각하자. 자, 머릿속에 그 새끼 쑤셔 넣어. 그리고 밟아, 그리고 그 새끼 밟고 이제 올라와! 자, 가자!”
현성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그러자 이정우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마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로 악으로 턱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아아…!”
이정우가 마지막 힘을 쏟아부을 때였다.
턱!
이정우의 턱이 마침내 철봉에 닿는 순간이었다.
털썩.
그리곤 바닥으로 떨어졌다.
휙.
이정우 낙하 속도보다 현성이 빨랐다. 떨어지는 이정우를 현성이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이정우는 남들과 다르다. 떨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쪽 발을 먼저 짚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요즘 들어 하체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무리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조금 전이었다.
이정우가 마지막으로 악을 쓸 때였다.
몸에서 먼저 본능적으로 느낌이 왔다. 저 상황이라면 곧 턱이 철봉에 닿겠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
몸은 거의 반사적으로 미리 움직였다.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반사처럼 그 생각을 머리로 하는 순간 몸은 바로 움직인 것이다.
턱!
현성이 두 손으로 떨어지는 이정우를 잡았다.
“괜찮아?”
“그럼. 이 정도쯤이야.”
어느새 허세까지 부릴 줄 아는 이정우였다.
“잘했어. 자식아. 그래도 근성 하나는 쓸 만하네.”
“근성은 무슨, 다 네 덕분이지.”
“됐고, 저쪽 가서 시원한 사이다나 마시자.”
“그래, 사 오길 잘했네, 이렇게 땀이 날 줄 몰랐는데…….”
땀으로 흥건히 젖은 이정우였다.
“자, 이거 마셔.”
두 사람은 사이다병을 하나씩 들고 넘어가는 해를 보며 벤치에 앉았다.
“건배할까?”
현성이 말하자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챙!
석양을 가린 사이다병 두 개의 모습이 제법 그림이 괜찮게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현성이 아니었다.
“정우야, 그림 괜찮지 않냐?”
“그러게, 진짜 멋있네.”
“이정우! 잘 봐둬라.”
“왜?”
“앞으로 우리의 미래다. 저 그림처럼 멋지게 살자고.”
현성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이정우가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빙긋 웃었다.
“하여간, 이 자식 말은……, 그래! 그러자.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역시 멋을 아는구나.”
챙.
다시 한 번 병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잠시 후.
현성이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웬만큼 먹었으면 이제 그 고민이라는 거 얘기 좀 해봐라.”
“막상 하려니까 부끄럽고 어색하네.”
“원래 그런 거야, 힘들면 나중에 하고, 무리는 하지 마.”
“아니, 별것도 아닌데 뭐, 그러니까…….”
이정우의 설명이 시작됐다.
– 며칠 전이었어.
운동을 끝나고 가게에 왔는데, 엄마가 울었는지 눈 주위가 퉁퉁 부어있는 거야.
그래서 물었지.
왜 그러느냐고?
물론, 처음엔 아무 말도 아니라고 하더라고.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다시 물었지. 그랬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엄마가 말을 하는 거야.
마음 정리 끝냈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날이 아마 내가 수철이하고 운동을 하러 가고, 현성이 네가 혼자 우리 가게에 왔던 날일 거야. 그날 네가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도와달라고 했다더라.
엄만 진짜 많이 고민했다고 하더라.
그리곤 조건부였지만 그러겠다고 했는데, 막상 네가 나간 다음에 눈물이 그렇게 나더래.
물론 네가 엄마를 생각해서 그랬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신 건 당연했고. 하지만 막상 이제 진짜 10년 동안 공들인 가게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그냥 막 나오더래.
안 그러겠냐? 나부터도 그럴 텐데.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내가 미치겠는 거야. 그런 엄마를 보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내 다리였어.
막 떨리는 거야.
가끔 내가 여기 가슴이 아프면 그땐 나도 모르게 경련이 일어나거든.
그렇다고 엄마는 우는데, 그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조용히 가게를 나왔어. 울고 있는 엄마를 놔두고 말이야.
아무것도 못 하고 엄마로부터 피해야 하는 내가 미치겠더라고.
진짜 그날은 이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더라고.
그리고 오늘 또 똑같은 일이 벌어졌어.
그 개새끼, 건물주 말이야. 그 새끼 왔다갈 때도 나는 그 상황에 뭐 했는지 알아? 또 다리 붙잡고 있었어.
이 미친 다리가 또 날뛰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도 오늘은 네가 나를 대신해서 그 새끼보고 뭐라 그러니까 처음에는 웃음이 나더라. 그런데 그 새끼 막상 나가고 나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엄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한심스럽더라고. 이렇게도 내가 무력한가 싶더라.
훌쩍.
이정우는 자신의 설명이 끝나자 눈물을 닦았다.
그 정도로 아파하는지는 몰랐다.
톡톡.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거로 마음을 대신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엔 어떤 말도 이정우한테는 위로가 안 될 듯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성이 말했다.
“가자.”
“어디?”
“약국, 약국에서 약 사줄게. 이 약 먹으면 금방 가라앉을 거야.”
“그런 약이 있어?”
이정우는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이라 생각했기에 약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었다.
어떤 날은 밤새 경련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때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