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02
제101화. 도적 메디나
루안과 루크는 근처에 소란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갔다.
싸움이 났다는 말에 구경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콰장창-!
퍽! 퍼퍽!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싸움이 일어난 곳은 필리아 마을의 술집이었다.
“넌 뒈졌어!”
“죽어라.”
빠악-!
거구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쿵-!
사내가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 앞쪽에 있던 남자가 루안과 루크의 시야에 나타났다.
톤카였다.
“쟤가 저기서 뭐하는 거냐?”
“톤카 씨가 싸우고 있는데요. 형님.”
루안과 루크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톤카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얘들이 싸움 걸어왔다.”
“땅꼬마 새끼! 뒈져라!”
톤카 뒤쪽에서 칼을 든 남자가 달려들었다.
후웅-!
칼을 피해 옆으로 빠진 톤카.
달려들던 남자의 정강이뼈를 걷어찼다.
“아악!”
남자가 칼을 들고 비틀거렸다.
콰장창!
앞쪽 테이블에 부딪히며 쓰러지는 남자를 톤카가 무자비하게 밟아댔다.
“저쪽이다!! 저 자식이야!”
루안과 루크 뒤쪽으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형님. 필리아 마을의 도적 길드원 들입니다. 톤카 씨가 어쩌다 저놈들하고 싸움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난감해졌습니다.”
“도적 길드?”
“네, 필리아 산맥에서 악명 높은 길드예요.”
“도적 길드를 그냥 저렇게 놔둬? 같이 사는 거야? 여긴 경비단과 기사들도 있잖아. 파커 촌장이 도적질을 허락하는 거야?”
“그게 필리아 마을에 대해 형님께서 이해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필리아 마을의 도적 길드는 모두 도적들로 이뤄진 조직이었다.
몬스터 사냥, 왕국의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가려는 모험가, 기사단, 용병 패거리들을 습격하고 물건들을 약탈하는 범죄자들.
도적 길드에서 가져온 무기와 장신구, 여러 물건들은 필리아 마을을 위해 유용하게 쓰였다.
사냥꾼들이 고기를 가져오는 것처럼 도적들은 필리아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수급해오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레녹스 파커 촌장은 도적 길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조직을 강화시켰다.
범죄자든 아니든 능력만 있으면 써먹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촌장의 임무라고 여겼다.
루크의 말을 듣는 사이.
퍼퍽-!
톤카의 주먹에 맞고 도적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아우! 젠장! 저 꼬맹이 뭐야? 무슨 싸움을 저렇게 잘해?”
“지저족 놈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지만 몇 군데 부러뜨려서 길드장한테 데려가야겠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야.”
코피가 터진 도적, 턱이 부서진 도적, 앞니가 부러져 휑한 도적.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톤카가 무표정하게 주먹을 쥐고 말했다.
“먹으러 왔지. 싸우러 온 게 아니다.”
“닥쳐! 이 새끼야!”
도적들이 달려들었고 톤카와 맞붙었다.
“무슨 일이냐?”
뒤늦게 나타난 스미스가 뒤에서 기웃거리다 톤카를 발견했다.
“어라? 저 자식 왜 저기서 싸우고 있지?”
톤카의 주먹에 맞고 떨어지는 도적 하나가 스미스 앞까지 굴러왔다.
“뒈졌어.”
도적은 단검을 꺼내 허리 뒤로 숨기며 일어났다.
다른 도적들과 싸우고 있는 톤카가 등을 보였다.
단검으로 톤카를 찌르려는 도적.
“뭐야?”
도적의 단검 쥔 손목을 스미스가 낚아챘다.
“싸움인데 뭘 칼까지 쓰고 그러냐? 주먹으로 해결해.”
“넌 또 뭐냐? 안 놔?”
스미스가 손목을 가볍게 꺾으며 단검을 뺏었다.
“칼은 나한테 맡기고 가서 한판 더 붙어. 확실하게 패 버리라고.”
도적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아, 나 이거 미치겠네. 오늘 처음 보는 면상들이 나타나서 죽여 달라고 발악을 하네.”
도적이 스미스에게 다가왔다.
멀리서 지켜보던 루크가 말했다.
“저기 형님. 스미스 씨가 싸움에 휘말린 거 같은데요.”
“저 사람 원래 저래. 놔둬. 그런데 도적 길드랑 싸움이 붙은 거 수습해야 하지 않겠냐?”
“수습을 하는 건 도적 길드를 이끄는 메디나 두목이 와야 가능합니다.”
루크의 말이 끝나는 순간.
빠악-!!
도적 하나가 구경꾼들 사이에서 쓰러졌다.
스미스가 도적에게 다가오며 단검을 던졌다.
“나도 용병 짓 하면서 도적단 많이 때려봤어. 그래서 말인데….”
“저 새끼도 죽여!!”
구경꾼들을 밀치고 다른 곳의 도적들이 나타났다.
“우앗!”
스미스가 뒤로 몸을 빼며 물러나자 다른 구경꾼들 속에 숨어있던 도적이 달려들었다.
“잡았어! 야!! 찔러!”
허리를 붙잡고 위로 들어 올리는 도적.
거구의 남자는 스미스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다른 도적들이 칼을 꺼내 스미스를 향해 겨눴다.
“이 새끼 죽어라.”
도적이 스미스를 칼 위로 휙 하고 던졌다.
허공에 뜬 스미스.
그 아래로 번쩍이는 도적의 칼날이 가득했다.
“젠장.”
스미스가 반사적으로 테라칸을 뽑으려는 순간.
퍼퍼퍽-!!
순식간에 도적들이 바닥에 처박히며 쓰러졌다.
위로 겨눴던 칼들은 사라졌고 스미스가 바닥에 착지했다.
“스미스 씨. 위험할 뻔 했습니다.”
루크가 바닥에 쓰러진 도적들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쟤들이 위험할 뻔 했지.”
루크를 따라 호위 기사들이 달려왔다.
“도련님.”
“소란 떨지 마. 여기 이 사람들 부축해서 한 곳에 놔둬. 곧 있으면 메디나 씨가 나타날 거니까.”
“메디나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메디나씨와 거래할 게 있으니 상관없어.”
루크의 말에 호위 기사들이 대답했다.
“그럼 먼저 도적들부터 깨워 진정시키겠습니다.”
호위 기사들이 움직였고 술집 안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죽여! 죽여!”
“크아악!”
톤카가 테이블을 밟고 벽으로 뛰었다.
벽을 딛고 뒤쪽에 달려오던 거구의 도적에게 박치기를 먹였다.
바닥에 쓰러지는 도적의 뒤통수를 무릎으로 찍어버리고 일어나는 톤카.
“배고프다. 밥 먹고 싸우자.”
톤카의 말에 도적들이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거 미친놈 아냐?”
“지저족 다 저러냐?”
“몰라, 나도 처음 봤으니까.”
“저 새끼 오늘 가죽을 벗겨버릴 거야.”
도적들은 휘어진 단검을 꺼내면서 톤카를 포위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게 만들어주마.”
휙-!
따악-!
톤카는 테이블 옆에 놓인 도기 그릇을 던졌다.
단검을 갖고 다가오던 도적의 앞니 몇 개가 떨어졌다.
“…이 새끼가!! 죽고 싶다 이거지?”
앞니가 부러진 도적은 흥분해서 달려들었다.
툭-!
콰당탕!
누군가 발을 걸어 넘어져버린 도적.
바닥에 안면을 세게 처박은 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번엔 앞니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 새끼들이 음식과 술을 파는 신성한 곳에서 싸움질들이야?”
스미스가 끼어들었다.
“톤카, 내가 네가 이뻐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놔두면 뒈질까봐 도와….”
“개자식, 이제 네가 싸워라. 난 저거 먹어야 한다.”
후다닥-!
“응? 야, 야. 잠깐. 얌마! 저, 저 새끼 저거 미친… 야!”
갑자기 톤카가 다른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도적들에 둘러싸인 건 톤카가 아닌 스미스.
“너, 저 지저족하고 한 패였냐?”
“잘 걸렸어. 너부터 죽여주마.”
스미스가 여유롭게 격투 자세를 취했다.
“이 정도야 뭐 귀찮긴 해도 싸울 만하지.”
“저쪽이다!!”
구경꾼들 뒤로 시끄러운 소란이 일었다.
“비켜! 새끼들아!”
“비켜, 비켜!”
다른 도적 길드원들이 구경꾼들 사이로 빠져나와 스미스를 포위했다.
겹겹이 쌓여가는 포위망.
도적들은 저마다 칼을 들고 스미스를 향해 다가왔다.
“멈춰라.”
짧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기등등한 도적들의 발소리가 뚝 하고 끊어졌다.
“메디나 두목.”
“두목이 왔어. 다들 칼 내려.”
순식간에 도적들의 행동이 변했다.
루크가 말했다.
“형님. 저 사람입니다. 필리아 마을의 도적 길드장 조르쥬 메디나. 저 도적들의 우두머리죠.”
루안의 시야에 메디나가 보였다.
등에 검을 멘 거구의 도적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크의 송곳니들을 뽑아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었고 하피의 날개 깃털을 뽑아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다.
“루크 공자 아니신가? 정말 오랜만이로군.”
메디나가 루크를 보면서 사나운 눈빛을 드러냈다.
루크가 대답했다.
“필리아 마을의 도적단 총두목 조르쥬 메디나 씨를 뵙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시군요.”
“흥, 도적질을 하려면 강해야 하니까.”
메디나의 시선이 루크에서 루안에게 향했다.
“호오, 형제인가?”
“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대와 눈빛이 닮았으니까.”
루크가 루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오, 그렇습니까? 제가 형님하고요? 하하하.”
메디나는 도적단의 두목이었지만 행동은 평범한 도적이 아니었다.
사나운 도적들이 메디나의 등장만으로 모두 잘 훈련된 기사들처럼 행동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 루안 브리스톨 공자.”
“저를 아십니까?”
“루크 브리스톨의 형이라면 모두 한 번씩 직접 만난 적이 있소. 하지만 루안 공자 당신만은 내가 들은 적은 있어도 본 적은 없으니 당신 말고 또 있겠소?”
“그러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메디나 님.”
“그건 그렇고… 내 부하들과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메디나의 말에 루크가 대답했다.
“아, 문제라기보다는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오해? 이봐, 무슨 오해인지 당사자들 다 데려와.”
“네, 단장님.”
도적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흐음, 단순한 도적 패거리라고 보기엔 훈련을 많이 받은 움직임이군. 하긴 기사, 용병들을 상대로 털이를 하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춰야 하니까.’
싸움이 벌어진 최초의 원인제공자가 메디나 앞에 나타났다.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건지 자세하게 말해라.”
“아, 두목. 사실 그게….”
메디나의 시선을 회피하던 도적이 말했다.
“지저족 꼬맹이가 금화를 많이 갖고 있길래 그냥….”
“금화?”
도적의 말에 루크가 루안 에게 말했다.
“아…형님. 혹시 잡화점에서 갑옷 살 때 제가 톤카 씨한테 줬던….”
“맞아. 그 돈일 거야.”
루크는 톤카에게 음식을 먹고 있으라고 돈을 줬었다.
톤카가 돈을 갖고 다니는 걸 도적들이 봤고 슬쩍 하려고 했던 것.
메디나가 물었다.
“금화를 갖고 있어서 어떻게 했지?”
“뺏으려고 했습니다.”
다른 도적들이 모두 침묵했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메디나의 시선이 달라졌다.
“내가 말했던 걸 잊은 거냐? 필리아 마을 안에서 도적질은 금지라고.”
“아, 그건 그렇지만… 솔직히 지저족이 귀족들이 자주 쓰는 금화를 갖고 다니는 게 수상쩍어서 확인을 하려고….”
“그걸 네놈이 확인해서 뭐하려고?”
부하 도적이 발끈하며 대답했다.
“아니, 두목. 요 몇 달간 일거리 없어서 어떻게 버틴 줄 아십니까? 먹고 살라고 칼을 들었고 목숨 걸고 도적질하는데 지저족이 보기 힘든 금화를 잔뜩 갖고 다녀서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고요!”
“그래서 빼앗으려고 하다 이 사건을 저지른 거냐?”
“빼앗기보다는 그냥 금화가 많아서 몇 개 좀 나눠 갖자고 제안을 했던 거죠. 어떻게 그게 뺏는 겁니까?”
도적다운 발언이었다.
메디나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부하 앞으로 다가온 메디나가 말했다.
“넌 내 길드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참이군. 그렇지?”
“그, 그렇습니다.”
“신참이니 모를 수 있다고 쳐도 넌 마을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죄를 저질렀다.
“그게 무슨….”
쓰걱-!
메디나의 등에 메고 있던 검이 순식간에 뽑혀져 부하 도적을 베었다.
부하 도적의 목에 빨간 핏물이 흘렀다.
털썩-!
무릎을 꿇은 부하 도적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필리아 마을 안에서는 그 누구도 도적질을 하지 못하며 어기는 자는 죽음으로 책임을 진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