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04
제103화. 구출 임무 (2)
레밍턴 단장의 말에 루안과 스미스가 서로 쳐다봤다.
“파커 촌장의 대자가 끌려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촌장님께서는 비밀리에 제게 반드시 구출해오라고 하셨지만 저희도 저희만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회의를 하고 있었죠.”
부하 사냥꾼이 뒤늦게 말문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케빈이 끌려간 위치가 놈들의 산채일지 다른 곳일지 확실한 것도 없어요. 무턱대고 사냥꾼들 보낸다고 구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서 망설이는 것이죠.”
루안이 물었다.
“필리아 마을에 경비대 소속 기사들도 있고 도적 길드의 실력 있는 부하들도 꽤 많던데 합동 작전을 펼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그건 공자님께서 저희 마을의 내부 사정을 모르셔서 그러시는 겁니다.”
“내부 사정이요?”
레밍턴 단장이 대답했다.
“필리아 마을에는 크게 3가지의 세력들로 나뉩니다. 하나는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경비대. 기사 출신이 가장 많은 조직이죠. 그 다음 도적 길드. 메디나가 이끄는 범죄 집단으로 다른 국가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을 치다 필리아 마을로 정착한 놈들이죠. 범죄자 출신들이 가장 많지만 용병, 기사단, 암살단 등에서 활약했던 실력자들도 꽤 있습니다.”
필리아 마을은 시작부터 도망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렇기에 가능한 실력 있고 한 가지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했다.
범죄자 출신이건 기사 출신이건 가리지 않고 남들에게 도움이 될 능력이 하나라도 있으면 마을의 일원으로 높은 대우를 해줬다.
도적 길드 두목 메디나의 영향력이 막강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
“마지막으로 저희 사냥꾼 길드가 있죠. 마을에 고기를 가장 많이 공급할 수 있으니까 폭넓은 사람들로부터 암묵적인 지지가 두텁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적들도 많죠. 따라서 도적 길드와 경비대는 촌장님의 대자가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면 기회로 여길 겁니다.”
“기회?”
“각자 조직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촌장의 공식적인 후원을 요청하겠죠. 필리아 마을은 여러모로 위험에 둘러싸인 곳인 만큼 우두머리인 촌장의 후원은 공식적인 명령과 마찬가지니까요.”
필리아 마을은 촌장이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했다.
촌장의 자리를 모두가 탐내고 있다는 뜻.
루안은 레밍턴의 말에서 메디나와 경비대장 매튜를 떠올렸다.
‘이런 오지의 마을일수록 폐쇄적이지. 철저히 촌장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어야 하는 만큼 길드장, 대장의 자리에만 만족할 리는 없어. 대부분 도망자들이라서 마을에서 다른 곳으로 갈 여력도 없을 거라서 확실히 장악하면 이것만큼 충성스런 부하들도 없을 거야.’
루안이 레밍턴에게 물었다.
“그럼 케빈이라고 하는 촌장님의 대자가 끌려간 사실은 여기 계신 분들끼리만 함구하는 걸로 결론 난 겁니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비밀이 누설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럼 루크와 호위 기사들을 움직일 수는 없겠는데요. 그 정도 병력이 이동하려면 경비대와 도적 길드의 눈에 띌 거니까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브리스톨 가의 호위 기사들은 모두 강한 실력의 기사들. 루크 공자님께서 그럴 듯한 임무를 설명하고 호위 부대를 움직이신다면 모두가 납득할 것입니다.”
“으음….”
루안은 루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호위 기사들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때마침 몬스터 토벌로 호위 부대의 수련을 목적에 뒀던 루크 였다.
“그럼 제가 루크를 만나서 설득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루안 공자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루안과 스미스가 산채를 빠져나갔다.
레밍턴 단장과 마주 앉아있던 부하 사냥꾼이 말했다.
“단장님. 정말 금화를 100개씩이나 저 놈에게 주실 겁니까?”
“진정해. 줬다가 다시 가져오면 그만이니까.”
* * *
루크와 루안은 케빈의 구출 임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으음, 그러니까 그걸 도적 길드와 경비대가 아닌 제 호위 부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죠?”
“그렇지. 할 거냐?”
“형님은 도와주시려고요?”
“금화 100개가 걸려 있잖아. 무조건 해야지.”
“흐음… 그 정도면 제가 가진 자금보다 많군요. 그렇다면 저도….”
“근데 너랑 나눠먹을 몫은 없어. 그건 이해해줘라.”
“네에?”
“어차피 넌 호위 기사들 수련이 필요하다고 했잖아. 몬스터 토벌 겸 기사 수련 겸 해서 부대들 데리고 간다고 하면 그럴듯하지 않아?”
“뭐, 그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금화가….”
“넌 당장 쓸 자금이 꽤 있잖아. 난 없거든. 그래서 말인데 이번은 네가 좀 이해해줘라.”
“그러지 말고 형님께서 제 자금하고 같이 합쳐서 쓰시죠.”
“뭐?”
루크의 제안에 루안은 머릴 긁적거렸다.
뒤에 있던 스미스가 속삭거렸다.
“돈은 같이 쓰는 게 아니야. 피는 나눠도 돈은 못 나누는 거 몰라?”
“저기요, 스미스 씨. 다 들리거든요?”
“들으라고 말한 겁니다만?”
“끄응… 알겠습니다. 형님 사정이 그러시다면야….”
“금화는 우리가 먹고 너희들은 기사 수련하고 이렇게 하는 거다. 알겠지?”
“네…에….”
“파커 촌장이랑 너랑 친하니까 구출 임무 성공하면 너한테 뭐라도 안 해주겠냐? 같이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파커 촌장님을 만나서 상황 설명하고 기사들 훈련 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말씀만 드리고 올게요.”
“그럼 입구에서 만나자. 난 산채에 가서 레밍턴 단장하고 얘기를 할 테니까.”
“네, 입구에서 뵙겠습니다.”
루안은 산채로 가서 레밍턴을 만났다.
“정말 루크 공자님께서 호위부대를 움직이시겠다는 겁니까?”
“네, 확답을 받아왔으니 금화 100개를 먼저 보여주셔야겠습니다.”
“네?”
루안의 말에 레밍턴 단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아하하. 공자님. 지금은 먼저 사람 목숨이 급하니까 구출부터 하고….”
“급하다고 서두르면 빨리 구출하나요? 아니죠? 어차피 구출 작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건데 그 전에 시간 있으니 먼저 거래를 하셔야죠. 금화 100개를 보여주세요.”
루안의 단호한 행동에 사냥꾼들이 표정 관리를 못했다.
부하 사냥꾼들이 레밍턴 단장과 시선을 마주쳤다.
레밍턴은 부하들에게 시선을 마구 쏴댔다.
뭐라고 말 좀 해보라는 듯이.
“저… 브리스톨 가문은 기사로서 명예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부하 사냥꾼의 말을 루안이 냉정하게 잘라버렸다.
“잘못 들으셨습니다. 제 가문은 맺고 끊는 걸 확실하게 하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금화 100개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그만한 금액이 이런 산채에 정말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루안 공자님. 이거 아까와는 조금 달라지신 것 같아 당황스럽습니다. 하하. 명예로운 기사 가문의 혈족께서 너무 돈을 밝히시는 건….”
“기사 가문은 사람 아닙니까? 돈은 기사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돈이 먼저 있고 난 다음 명예가 있는 겁니다.”
루안의 반응에 사냥꾼들은 서로 말없이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밍턴 단장이 말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공자님. 금화를 갖고 와 보여드리겠습니다.”
부하 사냥꾼들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한참 뒤에 나타난 사냥꾼들.
이들의 가죽 주머니는 꽤 묵직했다.
촤르륵-
테이블 위에 쏟아지는 반짝이는 금화들.
“자, 보셨죠? 금화 100개입니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크으… 이거 때깔 죽인다.”
스미스가 먼저 금화 1개를 확인했다.
금화를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는 스미스.
“으음, 이거 가짜는 아니군. 진짜 황금 냄새가 나. 루안 이거 확실한 금이다.”
“그래요? 그럼 이제 거래를 시작하죠. 금화 50개는 선납하시고 구출해오면 나머지 50개를 주십시오.”
레밍턴 단장과 부하들이 서로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거슬린다는 것처럼.
하지만 이들의 시선은 루안 에게 향할 때만큼은 본래대로 돌아왔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러죠. 공자님께서 돈이 급하신 모양입니다.”
“반역죄를 저지르셔서 여기까지 오셨으니 오죽하시겠습니까?”
레밍턴 뒤에 있던 부하의 말이 산채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뭐라고 했습니까?”
루안의 말에 부하들이 다가왔다.
“저희들도 바보가 아닙니다. 공자님. 필리아 마을이 오지에 있다고 하나 다 나름대로 대륙과 소통하고 정보가 공유하는 루트가 있거든요. 여기 사람들이 물러터진 민간인들인 줄 아십니까?”
레밍턴은 부하들을 말리는 척 시늉을 했다.
“어허, 공자님께 무슨 말을….”
“단장님. 솔직히 이건 너무 밑지는 장사 아닙니까? 케빈 녀석 구출하는 거야 그렇다치고 금화 100개라뇨? 저 만한 자금 모으려면 저 몬스터들 몇 마리를 때려 죽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공자님께서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금화 100개를 눈앞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루안이 부하들에겐 거슬렸다.
스미스조차 뜻밖의 반응에 루안을 쳐다만 봤다.
루안은 부하들을 보면서 생긋 웃었다.
“사냥꾼들이셔서 그런지 행동이 거칠다는 건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반역자로 몰아가는 행동은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반역자로 몰아간다? 공자님. 저희들이 계속 공자님, 공자님 해드리니까 본인이 진짜 브리스톨 공자인 줄 착각하시나 본데요. 죄송하지만 지금 브리스톨 공작령 없어졌잖아요? 리처드 대공 사라졌고 나머지 혈족들 다 사라졌고 그런데 루안 공자님께서는 반역자에 헬 카이저 탈옥수로 쫓겨서 여기까지 오셨고요.”
루안을 몰아붙이는 부하 사냥꾼은 레밍턴의 부하들 중 가장 체격이 크고 강해보이는 사내였다.
레밍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허, 겔로트. 말을 삼가라. 지금 이 분은 브리스톨 가의….”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단장님. 그건 예전 얘기구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막말로 루안 공자님 목에 걸린 현상금 저희도 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너무 이렇게 막나가진 말죠.”
겔로트는 은근슬쩍 루안을 압박했다.
“놀라셨나 보네. 거기 있는 부하 교관. 당신 용병이지? 붉은 늑대 우두머리. 루안 공자와 당신 목에 금화 100개씩 걸려 있다는 건 알아? 아마 모를 거야. 도망치느라 확인도 못했을 거니까. 하지만 제국의 황제가 수배령을 내리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다 알거든. 현상금이 높다는 뜻이니까.”
레밍턴은 겔로트의 행동을 보면서 슬쩍 뒤로 빠졌다.
그냥 부하에게 맡기고 상황이 발생하면 부하에게 책임을 몰아버리는 게 편했으니까.
겔로트는 레밍턴이 말리지 않자 자신감을 얻고 루안 에게 다가왔다.
“루안 공자. 당신이 지금 여기까지 와서 귀족 행세 하면서 우리 자금을 가져가는 건 위험한 거라고. 우리가 공자를 체포하지 않는 걸로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냐?”
겔로트의 행동에 다른 부하 사냥꾼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맞아, 황제의 반역자라면 당장 끌고 가도 금화는 기본에 죄까지 면해줄 수 있다고.”
“브리스톨 가문은 더 이상 제국의 검이 아니라는 것도 잊었나 봐. 도망 다니느라.”
“하하하하!!”
루안을 조롱하는 사냥꾼, 비웃는 사냥꾼, 협박하는 사냥꾼.
산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루안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루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곳에 처박혀 사냥만 하고 다녀서 그런가, 너희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구나.”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