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05
제104화. 반역자와 배신자들 (1)
루안의 말에 겔로트가 말했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른다고요?”
겔로트가 뒤쪽의 사냥꾼들을 힐끔거리면서 물었다.
“그럼 알려주시죠. 저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습니까? 공자님?”
겔로트의 말에 다른 사냥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부하 사냥꾼들이 분위기를 타고 말문을 열었다.
“공자님. 저희가 지금 체포해서 황제의 선물로 끌고 가면 금화 100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공자님께서 요구하신 100개하고 값은 똑같지 않습니까?”
부하 사냥꾼 하나가 루안 에게 다가왔다.
“그걸로 서로 비긴 걸로 하시죠? 공자님께 드려야 할 금화 100개는 저희가 공자님을 그냥 자유롭게 놔두는 목숨 값으로요. 어떻습니까?”
다른 사냥꾼들이 모두 레밍턴 단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마무리를 해달라는 뜻.
레밍턴 단장이 나섰다.
“커험. 공자님. 제 부하의 말을….”
스릉-
갑자기 루안이 락셀로를 뽑았다.
팔짱을 끼고 있던 스미스의 시선이 꿈틀거렸다.
루안이 검을 뽑자 마주하고 있던 사냥꾼들이 모두 검을 뽑았다.
“어라, 공자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여기서 이러시면 위험합니다.”
겔로트는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루안의 검을 바라보며 겔로트는 허리 뒤에 차고 있던 단검에 손을 슬쩍 가져갔다.
‘흥, 오크 산적 11마리를 처치했다고? 헛소리도 작작 해야 믿어주는 척이라도 하지. 브리스톨 가문에 가장 약해빠진 혼혈아 주제에.’
사냥꾼들은 겔로트를 보면서 루안에 대해 말했다.
“야, 겔로트가 칼 뽑으면 진짜 붙어야 하는 거야?”
“붙으면 붙지 뭐. 쫄았냐?”
“얘기 못 들었어? 오크 산적 11마리를 처치했다잖아.”
“넌 그걸 믿냐? 그냥 곱게 자란 공자님 띄워주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체포해서 황제한테 끌고 가자고?”
“미쳤냐? 우리들도 도망자들인데 갔다가 잡혀갈 일 있어? 현상금 사냥꾼 놈들한테 넘겨야지.”
루안이 말했다.
“내 목에 걸려 있는 금화 100개를 갖고 싶다면 직접 가져가라. 하지만 나도 내가 할 일은 해야겠구나. 날 넘기고 싶어 하는 놈들과는 일을 같이 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너희들을 모두 죽여주마.”
냉정하게 말하는 루안의 시선을 겔로트가 확인했다.
“아하하! 공자님. 진정하십쇼.”
어색한 웃음을 드러내며 레밍턴이 다가왔다.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시면 공자님께도 좋지 않습니다. 루크 공자님 생각을 하셔야죠.”
레밍턴은 루안을 말리는 척 간접적인 협박을 시작했다.
“필리아 마을은 공자님 생각처럼 약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냥한다고 처음부터 사냥꾼들인 줄 아십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레밍턴.”
루안은 조금 전과 달리 단장이란 칭호를 떼고 부하 대하듯이 말했다.
말투의 변화를 레밍턴의 부하들이 거슬려했다.
“루안 공자님. 아까와 달리 계속 말이 짧아지십니다.”
“공자님 소릴 듣고 있으니 무서운 게 없나 보군요. 저희들이 무서운 걸 좀 가르쳐드릴까요?”
사냥꾼들의 기세가 거칠어졌다.
레밍턴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놈들도 이 마을에 오기 전에는 대륙의 국가마다 한탕씩 해먹던 전력이 있었죠. 꽤 유명한 기사단 출신부터 악명을 떨치던 암살단, 용병 출신들이 많습니다. 공자님께서 혹여 단순히 사냥꾼 길드라 해서 자신 있게 검을 뽑으신 거라면… 판단을 잘못하신 겁니다.”
레밍턴 또한 조금 전의 태도가 사라지고 거만한 표정과 행동이 드러났다.
“루안 브리스톨 공자. 검을 도로 집어넣으시오. 우린 지금 촌장님의 대자를 구출해오려고 모였소. 당신들의 몸값 협상을 위해 모인 건 아니란 말이네.”
“그럼 잘 됐군. 제대로 값을 치를 생각이 없다면 치르게 만들어줘야지.”
“루크 공자와 호위 기사들의 힘을 믿고 이러시는 거라면….”
“그런 거 상관없어. 내 몫을 확실하게 받으면 너희들의 일을 도와주겠다. 시작은 네 부하가 먼저 한 거잖아. 책임은 단장이 지던가 아니면 당사자가 직접 져야겠지.”
루안의 말에 레밍턴은 겔로트와 시선을 주고받았다.
겔로트가 말했다.
“금화 100개를 줄 수는 없어.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냥 너희들을 제국 놈들에게 넘겨버리면 훨씬 이득이거든.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주면 합니다만?”
레밍턴과 수하들은 루안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금화 100개를 줄 만큼 촌장의 대자를 가치 있게 보지도 않았으니까.
게다가 루안과 스미스는 현재 쫓기는 몸.
자신들과 비슷하지만 황제의 수배령이 내려졌으니 마음만 먹으면 루안과 스미스를 이용해 큰돈을 벌수도 있었다.
사냥꾼 길드는 루안과 스미스의 상황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레밍턴이 뒤쪽에 있던 수하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수하들이 슬금슬금 나가는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공자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기사답게 받아들이시죠.”
“무기를 버리십시오. 공자님. 저희들의 허락 없이는 여기서 못 빠져나갑니다.”
갑자기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안, 저 두목을 잡아라.]‘뭐?’
[놈의 머릿속에 써먹을 만한 정보가 있을 거야.]라스칼의 말에 루안이 바로 움직였다.
루안은 레밍턴을 향해 갑자기 몸을 날렸다.
“뭐, 뭐?”
순식간에 레밍턴의 팔을 꺾은 뒤 벽으로 몰아붙였다.
“단장님!”
반격하는 레밍턴을 옆으로 돌려 무릎을 밟고 주저앉힌 루안.
락셀로를 목에 겨누자 수하들이 칼을 뽑고 포위했다.
루안은 레밍턴의 머리채를 잡고 수하들에게 말했다.
“너희 두목이 있으면 빠져나갈 수 있지. 안 그런가?”
레밍턴을 인질로 붙잡아 수하들의 시선을 끌어들인 루안.
그 사이 머리채를 잡은 손을 통해 라스칼의 능력으로 약탈을 시작했다.
[좋아, 이제 풀어줘도 상관없어.]레밍턴의 머릿속에만 들어있던 비밀스러운 정보들이 루안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흐음? 이 자식 봐라?’
* * *
필리아 마을의 도적 길드 본부.
메디나가 누군가와 은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확실한가?”
“제가 누굽니까? 메디나님. 필리아 마을의 무기들은 바로 저 페치니프가 관리하지 않습니까? 루안 브리스톨의 갑옷은 제가 특별히 보관해뒀던 마령의 갑옷입니다.”
“흐음, 마령의 갑옷이라… 정확한 능력은 뭐지?”
“그게 말이죠.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무기 중에 저주가 붙은 무기들이 있습니다. 메디나님도 잘 아실 겁니다만.”
“저주가 붙은 갑옷이로군.”
“그렇습니다. 마령의 갑옷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루안 브리스톨이 입고 있는 마령의 갑옷은 평범한 사람들도 루안 브리스톨을 보면 갑자기 공격하고 싶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충동질을 하는 게 능력입니다.”
“호오? 그런 능력이 있다고?”
“그래서 ‘죽음을 부르는 갑옷’ 이라고도 하죠. 마령의 갑옷을 입은 사람은 가까운 사람들조차 알 수 없는 적개심과 살의를 품어 싸움을 일으키고 죽음에 처합니다. 본인이 강하지 않다면 죽는 건 시간문제.”
페치니프의 말에 메디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파커 촌장에게 입히면 최고의 갑옷이잖아?”
“레녹스 파커는 자신이 기사단 때부터 입고 있던 갑옷이 아니면 아예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루안 브리스톨 에게 입혔으니 얼마 안 가 루크 브리스톨과 그의 호위 기사들은 루안에게 적개심을 품을 것입니다.”
“흐음, 그렇겠군. 놈들 모두 자신들의 행동을 이해 못할 테고 의심을 살 일도 없겠군.”
“바로 그거죠. 그래서 마령의 갑옷이야말로 최고의 암살 무기라는 겁니다. 하하하.”
루안에게 페치니프가 팔았던 것은 평범한 갑옷이 아니었다.
리니아 대륙에는 여러 종류의 저주가 붙은 무기와 방어구, 아티팩트들이 존재했다.
악령, 또는 마령이라 부르는 저주 받은 무구들은 기사와 용병, 암살자들 사이에 은밀하게 거래되는 무기들이었다.
“페치니프, 네가 팔았던 마령의 갑옷은 어떻게 구한 거지?”
“이거 구하느라 돈 좀 썼습니다요. 대장장이 길드와 여러 암살단, 용병들 위주로 거래되는 암시장에서 구했었죠. 상위 갑옷은 아니지만 루안 브리스톨이 입고 있는 갑옷만으로 죽는 건 확실합니다.”
“좋아, 그럼 루안 브리스톨을 루크와 호위 기사들이 죽이면 스미스는 내가 처리하지.”
“파커 촌장은 어떻게 하죠?”
“엘란 왕국 쪽에서 기사들이 올 거다.”
“남은 건 루크 브리스톨 과 호위 기사들을 처리하는 거군요.”
“놈들은 필리아 마을에서 총공세를 펼치면 얼마든지 처치할 수 있어. 루안 브리스톨을 죽이면 아마 루크 놈은 제대로 싸울 상황이 아닐 거다. 자신이 루안을 죽인 이유가 마령의 갑옷 때문이라고 어떻게 알겠냐? 하하하!”
“그럼 케빈은 어떻게 하죠?”
“레밍턴 놈이 알아서 하기로 했잖아. 루크와 호위 기사들을 밖으로 유인해서 제거할 거라며?”
“사냥꾼 길드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루크와 기사 부대가 출발 안 하고 있어서요.”
“뭐라고? 아직 사냥꾼 길드에서 놈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고?”
“그런 것 같습니다.”
“멍청한 새끼들. 대체 빨리 안 움직이고 뭐하고 있는 건지….”
“제가 직접 가서 여쭤볼까요?”
“놔둬. 레밍턴 자식이 하겠다고 했으니 계획을 망치면 놈의 책임이니까.”
* * *
루안의 머릿속으로 흥미로운 정보들이 들어왔다.
‘레밍턴… 엘란 왕국과 손을 잡은 놈이었다니…’
이미 정보를 약탈했으니 레밍턴의 머리채를 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루안은 레밍턴을 풀어줬다.
“공자님. 어디서 나름 주워들은 게 있으신가 본데요. 여기서는 그렇게 인질을 잡는다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합니다.”
부하 사냥꾼들이 루안을 비웃었다.
하지만 루안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언제부터냐?”
“뭐가 말입니까?”
“파커 촌장을 배신한 거 말이야.”
루안의 말은 사냥꾼들의 웃음을 그치게 만들었다.
스미스조차 놀라운 눈으로 루안을 쳐다봤다.
슬쩍 다가오면서 스미스가 루안 에게 속삭거렸다.
“야, 그거 진짜냐? 어떻게 알았어?”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루안의 눈을 바라보던 스미스.
“아!”
그제야 루안 또한 라스칼의 계약자라는 사실이 떠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레밍턴과 부하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촌장님을 배신하다니.”
가장 뒤쪽에 있던 사냥꾼 일부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밍턴과 겔로트 그리고 나머지 사냥꾼들은 침묵했다.
“단장님. 저 자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뜬금없이 촌장님을 배신 하다뇨?”
“단장님, 말씀해보세요.”
“이봐, 겔로트. 네가 말해봐.”
루안이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 사냥꾼 길드 전체가 다 합의한 사항이 아니었군. 라스칼, 저놈들을 이용하자.’
루안이 라스칼에게 말하려는 순간.
“미안하군.”
레밍턴의 낮은 목소리가 사냥꾼들에게 들렸다.
순간 겔로트가 몸을 돌렸다.
검을 뽑으며 뒤쪽에 있는 사냥꾼들을 향해 돌격했다.
써걱-!
갑작스런 기습.
겔로트가 검을 뽑자 다른 사냥꾼들이 가세했다.
“뭐, 뭐야?”
겔로트는 동료의 목을 베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뒤에서 물어보던 사냥꾼들은 동료들의 공격에 검을 뽑지도 못하고 당했다.
레밍턴은 냉정한 시선으로 루안에게 물었다.
“공자님. 그걸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 죽어주셔야겠습니다.”
루안에게 촌장을 배신했다는 정보를 약탈당한 걸 모르는 레밍턴.
그는 침착하려고 했지만 속은 당혹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정보가 샌 건가?’
루안이 말했다.
“칼 뽑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