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08
제107화. 굶주린 야성의 칼날 (2)
루크는 검을 왼쪽 아래로 늘어뜨렸다.
마령갑옷의 빛에 완전히 홀린 루크의 시선.
생각 없이 눈을 마주친 루안 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라스칼, 내가 감옥에서 탈출할 때 썼던 약탈의 시선을 써야겠다.’
[아, 그렇지. 그게 있었지.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쓸 만한 능력이지.]루안이 감옥에서 탈출할 때 써먹었던 능력.
라스칼의 능력을 시선을 통해 적을 조종했던 약탈의 시선이 떠올랐다.
‘루크의 눈빛에 저 묘한 빛을 약탈하면….’
루안은 약탈의 시선으로 루크와 눈을 마주쳤다.
마령갑옷의 빛이 루크의 눈에서 조금씩 빠져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파-앗!
“응?”
루크가 바닥을 차면서 루안에게 찌르기를 썼다.
피-잉!
검을 옆으로 흘리며 물러나는 루안.
약탈의 시선으로 다시 루크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차-카캉!
루크의 찌르기가 연달아 쇄도했다.
콰앙! 콰앙!
루안은 루크의 찌르기 공격을 막아내며 계속 물러났다.
“젠장, 저 빛을 뽑아낼 틈이 없네.”
락셀로를 휘두르며 루크의 검을 막아내는 루안.
약탈의 시선을 써먹기에는 루크가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수한테 써먹을 때랑 상황이 다르다. 저 놈을 회복시키려면 직접 제압하는 수밖에 없어.]루안은 루크의 검을 막아내면서 계속 시선을 마주치려고 했다.
파파팍-!
루크의 검이 매섭게 들어왔다.
“큭!”
루안의 시선이 이동했다.
목과 심장을 노리는 루크의 검 때문에 마령갑옷의 빛을 뽑아낼 때까지 시선을 꽂을 수가 없었다.
루크가 루안을 몰아붙였다.
루안은 루크와 교착 상태로 들어가려고 했다.
‘어떻게든 루크의 손목을 붙잡고 레슬링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군.’
루크의 검을 막아낸 루안은 인사이드로 파고들었다.
뒤로 빠지려는 루크의 발목을 걷어내며 루안이 손목을 낚아챘다.
다른 손을 뻗어 루크의 손목을 모두 잡고 약탈의 시선으로 루크의 시선을 마주쳤다.
퍽-!
루크가 무릎으로 루안의 복부를 찍어올렸다.
동시에 손목을 옆으로 꺾으며 몸을 돌렸다.
루안의 손에서 빠져나간 루크.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도련님!”
레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루크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마령갑옷의 빛이 루크의 눈에서 짙어졌다.
루크의 검이 루안을 향했다.
차-캉!
레딕이 끼어들었다.
검게 물든 레딕의 검이 루크의 검을 교묘하게 흘렸다.
“루안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아, 나는 멀쩡해. 그런데 루크가….”
“루크 도련님은 제가 맡겠습니다. 물러나 계십시오.”
레딕의 눈이 검게 물들었다.
‘저게 흑안(黑眼)이로군.’
레딕의 눈은 마치 먹물로 가득 채운 것처럼 검은색으로 변했다.
브리스톨 가의 호위대장을 맡는 기사들은 저마다 독특한 능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능력이 무엇인지는 해당 기사의 호위를 받는 사람만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모든 공자와 공녀들에겐 저마다 호위대장이 있었지만 루안만 없었다.
그래서 루안은 다른 혈족들의 호위대의 이야기들을 간간히 집사 케일로부터 전해들을 뿐 이었다.
호위대장들의 능력은 모두 한 번 들으면 잊혀 지지 않을 만큼 흥미로웠다.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루크 브리스톨을 호위하는 제8호위대의 리더 레딕의 능력이었다.
루안의 귀에 익숙하다 못해 지겹도록 들었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레딕의 흑안을 마주친 루크의 시선에서 빛이 일렁거렸다.
“으음?”
뒤에서 지켜보던 루안의 표정에 흥미가 감돌았다.
마령갑옷의 빛으로 덮여있던 루크의 눈이 서서히 검게 물들고 있었다.
빛이 사라지고 루크의 눈 또한 레딕 처럼 흑안 으로 변했다.
“루크 도련님.”
갑자기 루크의 흑안이 정상적인 눈으로 변했다.
“응? 뭐야? 레딕.”
레딕의 흑안을 발견한 루크가 상황을 파악했는지 물었다.
“혹시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일단 루안 도련님께서 대답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레딕의 말에 루안이 말했다.
“내가 입고 있는 갑옷 때문에 네가 완전 정신을 지배당한 상태였어.”
“네에?”
루안은 지금까지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전말을 들은 루크가 말했다.
“아아, 그렇게 됐었군요. 죄송합니다. 형님. 아직 제 수련이 너무 부족해서 고작 마령갑옷의 빛 따위에 홀려버렸네요.”
“네 잘못이 아니야. 마령갑옷일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그럼 형님께서 지금 걸치고 계신 가죽 갑옷은….”
“맞아. 마령갑옷의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거지.”
“으음, 이거 묘하군요. 페치니프가 어째서 마령갑옷을 팔았던 거지?”
레딕이 말했다.
“페치니프를 먼저 찾아내서 심문을 하겠습니다.”
“놈을 찾으면 마령갑옷을 어떻게 구입했는지 그리고 형님께 팔았을 때 마령갑옷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알아내.”
“네!”
레딕이 사라졌다.
“루크, 아직도 네 호위 기사들과 필리아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거야?”
“필리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죠.”
“죽게 내버려두는 거야?”
“여기 사람들은 모두 한때는 자신이 살던 국가에서 추방당하거나 수배가 떨어져서 쫓기는 범죄자들입니다. 대부분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놈들이라서 죽어도 상관없어요.”
필리아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기를 쓰는 것에 능숙했었다.
루안은 자신이 싸웠던 경험을 떠올렸다.
‘사람 꽤 죽여 본 놈들의 칼질이긴 했지. 사람 꽤 죽여 본… 응?’
“루크, 혹시 스미스 교관 못 봤냐?”
“제가 봤을 리가 없죠. 레딕의 도움으로 이제 막 정상으로 돌아왔는데요.”
“혹시 교관님도 마령갑옷에 홀려서 날뛰고 있는 거 아냐?”
“으음~ 그랬다면 지금쯤 늑대 우는 소리를 여러 번 듣고 있지 않을까요?”
루크의 말에 루안이 칼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다.
“그렇긴 하네.”
스미스가 홀려서 날뛰었다면 테라칸 특유의 검명이 필리아 마을 곳곳에 울려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테라칸의 검명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보다 형님의 그 마령갑옷을 벗겨야 하는데 이거 좀 난감하네요.”
“홀리 워터를 여기서 구할 수는 없겠지?”
“없죠.”
“그럼 마령갑옷을 벗기는 건 여기서는 못하는 거야?”
“으음, 필리아 마을에서는 무리일 겁니다. 홀리 워터를 구하려고 비칸테 성국 까지 갈 수는 없잖아요. 파커 촌장에게 홀리 워터가 있을 리도 없고요.”
“끄응… 가죽갑옷을 걸치고 다녀야 한다는 건가….”
루안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벗겨줄 수 있다.”
루안과 루크가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다.
잡화점 구석진 곳에서 땅딸막한 체형이 나타났다.
“톤카. 너 여기서 뭐하는 거냐?”
“쓸 만한 무기를 가지려고 구경하고 있었다. 갑자기 네가 들어와서 싸워서 구경했다.”
까무잡잡한 톤카의 피부색 때문에 어두운 잡화점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랬군. 아니지. 너 그보다 아까 뭐라고 한 거냐? 이걸 벗겨줄 수 있다고?”
톤카는 검지와 엄지를 붙여 OK 사인을 보냈다.
“어떻게?”
“따라와라. 근처에 쓸 만한 동굴을 찾았으니까.”
“뭐? 동굴? 거긴 뭐하러 가는 거냐?”
“오면 안다.”
루안이 루크를 쳐다봤다.
루크는 어깨만 으쓱거렸다.
“가보자. 이걸 빨리 벗겨야 하니까.”
“네, 형님.”
* * *
“후욱… 후욱….”
스미스가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으… 젠장. 여기 어디야? 테라칸.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루퍼스, 네가 마령갑옷에 홀려 루안을 공격할 뻔했었다. 내 힘으로 널 여기까지 끌고 온 거다. 마령갑옷의 빛은 내가 직접 제거했다. 하지만 필리아 마을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아직 남아있는 놈들과 눈이 마주치면 또 다시 홀릴 거야.]스미스는 필리아 마을에서 루안과 같이 있다가 마령갑옷에 홀렸었다.
자신도 모르게 홀려버린 스미스를 테라칸이 빠르게 제압했었다.
그리고 루안이 전투를 시작하고 나서 인적이 없는 곳으로 스미스가 날뛰도록 이끌었었다.
현재 스미스가 있는 곳은 필리아 마을 밖에서 떨어져 있는 숲속.
“홀렸다고? 마령갑옷에?”
[루안 브리스톨이 입고 있던 갑옷이 마령갑옷이었다. 어두워지는 순간 마령의 빛이 나타나더군.]“뭐라고? 루안이 그걸 어떻게 입고 있었지?”
[나도 몰라. 확실한 건 루안이 현재 위험하다는 거다. 심지어 그의 동생 루크 브리스톨 마저 마령갑옷에 홀리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으니까.]“뭐어?”
스미스가 필리아 마을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코 밑을 문질렀다.
그의 민감한 후각은 필리아 마을에서 느껴지는 냄새를 감지하고 있었다.
“루안의 피 냄새는 없어. 루크의 피 냄새도 없다. 현재 느껴지는 건 모두 필리아 마을 놈들의 피 냄새뿐이야.”
[그렇다면 안전한 곳으로 피했겠군.]“응? 잠깐… 이건 또 뭐야?”
스미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필리아 산맥의 바람이 미묘하게 바뀌었고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새로운 냄새들이 있었다.
“한 놈은 필리아 마을 놈의 냄새, 다른 놈들은 맡아본 적 없는 냄새다.”
[확인하러 갈 거냐?]“구경은 해 봐야지.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거 없잖아?”
스미스가 빠르게 움직였다.
* * *
루안은 톤카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어떻게 마령갑옷을 벗길 거냐?”
“간단하다. 부숴버리는 거다.”
톤카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루안은 루크와 눈을 마주쳤다.
“부순다고? 주먹으로 갑옷을?”
“난 갑옷 잘 부순다.”
톤카가 루안 에게 다가왔다.
“야, 기다려봐. 잠깐만. 나 갑옷을 입고 있는데 네가 이걸 부수면… 날 패겠다는 거잖아?”
“패야지.”
“야, 그러다가 이거 가죽갑옷이 찢어져서 마령갑옷에 홀리면 어쩌려고?”
“상관없다. 나한텐 안 통하니까.”
“뭐? 안 통한다고? 어째서?”
톤카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마령갑옷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저인들은 악마의 조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린 마령무기들을 상대하는 능력들을 키워왔었지.”
“그게 뭐냐?”
“눈을 감고 패는 거다. 마령갑옷의 빛만 보지 않으면 부숴버리는 건 쉽다.”
“보지 않고 어떻게 패겠다는 거냐?”
“지저인의 귀와 코로 널 알 수 있다.”
후각과 청각, 촉각으로 루안을 감지하는 톤카였다.
톤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닥을 차면서 돌격했다.
빠-각!
톤카의 주먹이 루안의 복부를 찔러 쳤다.
루안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뒤에 있던 루크가 흑면갑을 꺼냈다.
“이걸 쓰고 있는 게 더 안전하겠네. 형님. 좀만 버티세요. 갑옷 부술지도 모르겠어요.”
흑면갑을 쓰고 시야를 가린 루크.
루안과 톤카의 실루엣만 나타났고 마령갑옷의 빛은 차단되었다.
“가죽을 벗어라. 마령갑옷은 주먹으로 벗겨주겠다.”
“야, 잠깐만. 내가 아프잖아!”
“맞으면 아픈 거다.”
“아냐, 그 말이 아니라 마령갑옷이랑 같이 내가 부서질 거 같잖아!”
“마령갑옷을 빨리 벗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를 거다. 마령갑옷의 빛에 홀리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몬스터들도 홀리지. 그럼 넌 필리아 산맥의 모든 몬스터들의 표적이 될 거다.”
“뭐?”
톤카의 말에 이어 라스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하게 맞고 벗자.]‘닥쳐!’
루안이 톤카에게 물었다.
“너 이거 확실히 부술 수는 있는 거냐?”
“몇 번 부숴봤다. 끈질긴 주먹 앞에 버틸 갑옷 따위는 없다.”
“끄응… 좋아. 빨리 부숴버려.”
루안이 가죽갑옷을 벗었다.
어두운 동굴에서 마령갑옷의 빛이 일렁거렸다.
톤카가 마령갑옷을 향해 돌격했다.
“흐읍!”
주먹이 직선으로 쇄도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