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109
제108화. 굶주린 야성의 칼날 (3)
페치니프가 말을 타고 엘란의 기사들과 맞닥뜨렸다.
“엘란의 기사단을 맞이하러 필리아 마을에서 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드윈’ 기사단장님을 뵙습니다.”
기사들의 선봉에 섰던 기사 드윈이 말 위에서 페치니프를 내려다봤다.
그는 적갈색 투구와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였다.
드윈이 페치니프에게 물었다.
“그대는 누군가?”
“저는 필리아 마을의 잡화점을 운영하는 무기상 페치니프라고 합니다.”
“흐음, 메디나가 직접 나올 줄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현재 마을 내부가 소란스럽습니다.”
엘란의 기사들을 이끌고 온 드윈이 말했다.
“파커 촌장과 관련 있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저 마령갑옷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홀려버려서….”
“마령갑옷?”
드윈의 부관이 말을 끌고 앞으로 나왔다.
“마령갑옷은 또 무슨 소리요? 우린 레녹스 파커를 데려가려고 왔소.”
부관의 말에 드윈이 말했다.
“파커는 무사한 건가?”
“그렇습니다. 경비대장 매튜가 현재 포위하고 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끌어내겠습니다.”
“내가 직접 가겠다. 안내하라.”
“네!”
페치니프가 말 위에 올라탔다.
엘란의 기사 부대가 페치니프를 따라 필리아 마을로 향했다.
“와, 이거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데?”
스미스가 근처에 숨어서 이들을 지켜봤다.
테라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도 규모면 루크 브리스톨의 호위 기사들이 전면전을 벌이기 무리일 거다.]“그렇겠네. 엘란 왕실 소속 기사부대인거 같은데 갑옷에 달고 있는 휘장은 1군의 정예 부대. 촌장을 체포하러 온 건가?”
[고작 이런 마을의 촌장 하나 잡으러 저렇게 많이 온다고?]테라칸의 말에 스미스가 팔짱을 끼고 엘란의 기사들 행렬을 지켜봤다.
“나도 그게 의심 가긴 해. 그런데 페치니프 저놈은 필리아 마을 사람인데 엘란의 기사들을 안내를 하다니…. 파커 촌장은 엘란과 적대관계라고 루안에게 들었는데 그럼 저놈이 배신을 한 거네.”
[루안 브리스톨과 루크 브리스톨에게 사실을 알려라. 그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자.]스미스는 엘란의 기사들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 * *
콰지직-!!
동굴의 벽에 루안이 처박혔다가 떨어졌다.
“아으으….”
“일어나라.”
톤카의 주먹에 마령갑옷 곳곳이 구겨져 있었다.
주먹 모양의 움푹 들어간 자국이 루안의 몸을 짓눌렀다.
“야! 톤카. 이거 부서지는 거 맞아?”
“몇 방 더 맞으면 부서진다. 일어나.”
톤카의 단호한 표정을 보면서 루안이 일어났다.
파-앗!
톤카가 바닥을 차고 루안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빠아악-!!
엄청난 충격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컥….”
루안의 호흡이 미약하게 뱉어졌다.
콰당탕!!
톤카의 드롭킥에 맞고 날아간 루안.
동굴에 튀어나온 바위 모서리에 박혔다.
모서리에 충돌한 등 부위 갑옷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오! 형님! 드디어 마령갑옷이 깨지고 있습니다.”
흑면갑을 쓴 루크가 옆으로 다가왔다.
“저리로 가 얌마. 재미있냐?”
“에이, 형님. 재미있다뇨? 가슴 아픈 걸 참으면서 보는 겁니다.”
“근데 어깨를 왜 그렇게 떨어? 우냐?”
“아뇨. 동굴이라서 추워서요.”
루크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삼켰다.
톤카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일어나.”
“후우. 톤카. 마지막 한 방으로 마령갑옷을 확 부숴주면 좋겠다.”
파바밧-!
“야! 잠깐만. 무슨 공격을 할 건지 미리 말해주면 안….”
퍽-!!
톤카가 바닥을 차면서 슈퍼맨처럼 날아들었다.
주먹이 루안의 갑옷 가슴부위에 박혔다.
“커윽….”
루안의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텁-!
톤카는 루안의 한쪽 팔을 낚아챘다.
업어치기로 루안을 바닥에 메다꽂는 톤카.
파-앗!
점프를 하면서 공중회전 하는 톤카가 보였다.
“흡!”
루안은 호흡을 크게 들이쉬면서 몸을 긴장시켰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톤카의 무릎이 루안의 가슴에 박혔다.
쩌저적-!!
마령갑옷이 갈라졌다.
“앗! 형님! 갑옷이 갈라지고 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 박살나겠습니다!”
톤카가 루안의 가슴을 밟고 일어났다.
“뿌듯한 표정 짓지 마! 눈 감고 그런 표정 지으니 미친 놈 같잖아!”
아니지.
얘 좀 미친 놈 같기는 했어.
톤카는 발가락으로 마령갑옷의 갈라진 틈을 더듬었다.
“이제 끝났다.”
“뭐? 다 안 깨졌….”
“마지막 한방!”
“흐읍!”
루안이 재빨리 호흡을 멈췄다.
톤카는 격파하는 자세로 주먹을 아래로 내려꽂았다.
빠아악-!!
루안은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쩌걱-!
콰지직!!
마침내 마령갑옷이 깨지면서 흩어졌다.
갑옷에 일렁거리던 빛이 사라졌다.
“박살!”
톤카가 눈을 뜨면서 주먹을 쥔 양팔을 들어올렸다.
“박살난 거 알았으니까 거기서 좀 내려 와줄래?”
“넌 나 아니었으면 죽었다. 잊으면 죽는다.”
톤카가 루안의 가슴에 남아있던 갑옷의 파편을 발가락으로 톡톡 쳐내며 내려왔다.
“휴우….”
“형님, 무사하십니까?”
“부러진 데는 없는 거 같다.”
“혹시 모르니 이걸 드시죠.”
루크가 소매에서 조그만 포션을 꺼냈다.
힐링 포션이었다.
“어라? 이건 너네 호위부대가 갖고 다니는 포션이잖아?”
“하하, 다른 호위부대도 다 갖고 있습니다.”
“잘 마실게.”
“앗! 형님. 그런데 다 마시면 안 됩니다.”
포션을 마시려던 루안이 멈칫했다.
“너도 마시려고?”
“아뇨, 그게 아니라요. 그 포션의 유리병은 마법사가 제작한 아티팩트 거든요. 그러니까 포션이 조금만 남아 있으면 시간 지나면 자동으로 차오르는 그런 마법능력이 있죠.”
“뭐어? 진짜야?”
“네. 헤헤. 그러니 다 마시진 말고 아주 조금만 밑 부분에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남겨주세요.”
“그럴게.”
루안은 루크의 포션을 마셨다.
4분의 1 분량만 남긴 루안.
정말 루크의 말처럼 포션이 유리병 안에서 차오르고 있었다.
“와, 이거 신기하네. 어디서 구한 거냐?”
“여기저기 정보 거래하고 다니다가 구했었죠. 지금은 제 호위기사들 모두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호위부대는 없을 걸요? 하하!!”
“그렇군. 너 신기한 거 많이 거래하는구나? 자 여기 있다.”
“헤헤, 뭐 제게 특화된 임무가 정보 수집과 암살 이런 것들이니까요.”
루크의 포션을 마신 루안의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휴우, 이제 갑옷을 또 구해야겠군.”
“잡화점 한 번 더 뒤져보죠.”
“그러자.”
루안과 루크가 동굴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으악! 교관님. 어디서 오시는 거예요?”
“오, 개자식.”
“야,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뭐 하다뇨? 갑옷 벗기고 있었죠.”
“갑옷? 아, 마령갑옷이었지. 너 그거 어떻게 벗겼냐?”
“얘가 부쉈어요.”
“뭐?”
스미스가 톤카와 눈이 마주쳤다.
“그걸 어떻게 부쉈냐?”
“주먹으로 부쉈다.”
톤카가 주먹을 스미스에게 보여줬다.
“마령갑옷이… 주먹으로 부숴 지는 거였냐?”
“개자식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서 치면 잘 부서진다.”
“드래곤도 때려잡겠군. 야, 루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알아요.”
스미스가 루안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 알고 있어?”
“잡화점 가서 갑옷 찾아야 할 때죠.”
“야! 농담하지 말고!”
“진짜예요. 갑옷 없이 어떻게 다니라고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지금 파커 촌장이 위험하다니까.”
스미스의 말에 루안과 루크가 시선을 마주쳤다.
“파커 촌장님이 위험하다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루크 공자님. 호위 기사들 다 모으세요. 엘란의 기사들이 여기 올 겁니다.”
“엘란의 기사들? 갑자기 그게 무슨….”
루크의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제8호위대 레딕. 도련님들을 뵙습니다.”
호위 기사들을 이끌고 레딕이 나타났다.
“레딕, 혹시 파커 촌장 봤어?”
“아니요. 그보다 도련님들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레딕의 말에 루크가 대답했다.
“보고해.”
“필리아 마을의 경비대원들이 레녹스 파커 촌장의 집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포위? 지키는 게 아니고?”
“마령갑옷에 홀려 날뛰는 마을 주민들을 모두 제거한 뒤 촌장을 찾으러 갔다가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엔 지키는 거라 여겼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먼저 도련님께 보고하려고 왔습니다.”
“포위하고 있는 게 확실해?”
“겉으로는 촌장의 집을 지키는 것 같지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레딕의 보고에 루크가 말했다.
“좋아, 내가 직접 가보도록 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 더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해봐.”
“엘란의 기사부대가 필리아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쯤 촌장의 집에 도착했을지도 모릅니다.”
“뭐라고?”
루안과 루크를 보면서 스미스가 말했다.
“내가 저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레딕, 그게 무슨 소리야? 엘란의 기사들이 여기를 오다니? 어떻게? 필리아 마을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건….”
“제 부하가 마을 밖까지 나가서 주민들과 전투를 하고 나서 우연히 기사부대의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근처에 접근하여 정찰을 해본 결과 엘란의 기사단장 ‘드윈’의 부대였습니다. 페치니프가 안내하고 있었다는 부하의 보고입니다.”
“드윈?”
루안의 귀에 익숙한 이름이었다.
드윈 마고레프.
브리켄슈타인 제국의 하위 귀족 출신의 사생아로 제국의 기사였지만 기사단을 그만두고 뷰론 공화국과 레녹 왕국에서 암살자로 악명을 떨쳤던 칼잡이였다.
암살 임무로 벌어들인 돈으로 사설 기사부대를 창설, 여러 왕국의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이 발발하면 돈을 받고 움직이는 상업기사를 최초로 유행시킨 인물이었다.
상업기사 부대를 운영하며 용병단과 다른 정통 기사라는 것을 내세웠고 귀족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윈의 기사부대는 국가에 소속된 기사단보다 많은 월급을 줬기 때문에 꽤 많은 기사들이 몰려들었다.
돈을 위해 몰려든 기사들로 세력을 만든 드윈은 엘란 왕국의 요청을 받고 몇 년간의 계약을 하고 왕실 소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 루안이 전장에서 드윈의 기사부대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꽤 잔인한 성격을 드러내며 검을 휘두르던 드윈을 떠올리던 루안.
“돈을 엄청 좋아하는 기사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호의로 왔을 리는 없어.”
“형님 말씀대로입니다. 드윈이 왔다면 아마 레녹스 파커 촌장의 몸값을 따지러 왔을 겁니다. 사람도 모두 돈이라는 게 놈의 철학이니까요.”
드윈은 상업 기사단을 만들어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출신 배경 때문에 항상 신분 상승을 위해 움직였다.
“드윈이 와서 레녹스 파커와 몸값을 협상할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형님. 아마 엘란 왕국에서 레녹스 파커를 데려오라고 했을 거고 드윈은 자신의 계획이 있는 거라면 파커 촌장에게 새로운 거래를 제시하겠죠. 그게 아니라면 끌고 갈 테고요.”
“엘란에서 레녹스 파커를 데려가려는 건 레녹 왕국을 상대로 협박을 하려는 목적인거야?”
루안은 레녹과 엘란 왕국이 과거에도 사이가 안 좋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왕족끼리의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었다.
“제가 수집했던 정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레녹스 파커는 레녹 왕국에서 후계자 싸움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을 인질로 협박한다고 레녹 왕국에서 움직일 거 같진 않아.”
“파커 촌장은 왕족 혈통입니다. 형님. 아무리 후계자 싸움에서 밀려났지만 왕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데 레녹스 파커를 버리면 레녹의 시민들이 왕을 신뢰 안 할 겁니다.”
“흐음, 그럼 네 계획은 뭐냐?”
“먼저 드윈을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드윈을?”
(다음 편에서 계속)